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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19화 (412/1,404)

# 419

#419화 부위 파괴 (2)

붉은 마법진이 허공에서 일렁이자 다들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

전사 형은 긴장된 표정으로 누구보다 먼저 라지 쉴드를 들어서 앞을 막다가 이내 머쓱한지 팔을 내렸다.

“아, 이거 바로 안 나오지.”

“네, 암흑 지대에서 돌아다니다가 나오겠죠. 생각보다 넓은 곳이니까.”

“으음, 그럼 튀는 각?”

전사 형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들 귀환하죠.”

여기에 소환 마법진을 만들어놓고 우리가 움직이면 괜한 의심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처럼 외진 곳에 마법진만 남겨두고 사라지는 것이 최선이지.

다시 돌풍의 샤벨 타이거가 나타나 어글이 끌리기 전 모두 귀환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야가 바뀌고 나온 곳은 가르시아 제국의 광장 한복판.

여기저기서 귀환하는 유저들과 어디론가 사라지는 유저들, 대로 가득 장사를 한다고 좌판을 깔고 앉은 유저들까지.

곧, 밖은 난리가 날 테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평온했다.

이쁜소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걱정이 되듯 말을 꺼냈다.

“오빠, 여기까지 밀리진 않겠죠?”

“으음, 명색이 제국인데 설마 그렇게 약할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적어도 로가슈 왕국보다는 강할 테니까.

속수무책으로 한 번에 뚫려 버리는 일은 없겠지.

그때, 재중이 형이 내 옆으로 오더니 어깨를 툭 건드렸다.

“결국 일냈네. 어때? 자신 있어?”

“글쎄요. 부딪혀 봐야죠.”

“너무 무리하지 마라. 넌 아직 죽으면 안 돼.”

그 말대로 여기서 죽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죽지 않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내 위험 부담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는 바로 이곳.

가르시아 제국.

“그럼 가보죠?”

* * * * *

소환진을 불러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대로 채팅창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발! 이 새끼가 왜 여기서?”

-비상! 샤벨 타이거 사냥터서 케르베로스 나옴!

-케르베로스? 그거 잡기 쉽잖아.

-아니! 그거 말고! 악마형!

-진짜?! 그 미친 네임드가 또 나왔다고?

-대체 그게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아! 나도 몰라! 젠장! 다 튀어!

이미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강력함은 어지간한 유저라면 다 경험했다.

로가슈 왕성에서.

그때, 처참할 정도로 발려본 기억이 있는 유저들은 선뜻 먼저 나서 악마형 케르베로스에게 달려들진 않았다.

오히려 피하는 쪽을 택했다.

유저들이 제국으로 넘어왔다고는 하지만 장비가 좋아졌다거나 레벨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니까.

이 상태로 달려들면 백이면 백.

무조건 죽는다.

그렇게 채팅창이 들썩이는 만큼 성벽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 역시 일변했다.

그중 우리가 마법진을 소환해놓은 방향에서 가장 크게 소란이 일어났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검은 기운이 크게 울렁거리며 퍼져나갔고 그 범위 안에서 미리 피하지 못한 유저들은 죽음의 빛으로 변해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런 검은 기운이 점차 가르시아 제국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경로에 있는 유저들도 혼비백산하면서 귀환을 타고 사라졌고.

이미 돌풍의 샤벨 타이거를 상대하던 유저들은 어글이 끌려 귀환하지 못해 그냥 성벽을 향해 달리는 쪽을 선택했다.

샤벨 타이거 하나 더 잡자고 그 자리에서 죽는 우를 범할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으니까.

그런 혼란은 주변으로 계속 전파되어 사냥터 전체가 움직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치, 밀물이 치듯 죄다 성벽을 향해 달리는 진풍경.

대탈주 정도 되려나?

한순간에 사냥터가 싹 비워지는 기적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자리를 지킬 거라고 아등바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역시 상대가 안 되네요.”

내 말에 전사 형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직은 무리지. 현 유저들 상태로는 감당 못 해. 솔직히 나도 자신 없다.”

전사 형은 그렇게 얘기를 했지만, 전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상대로 버텨내는 저력을 보여줬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터.

“잘 부탁해요.”

전사 형이 내 말에 대답 없이 전방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못한다는 소리는 안 하네.

그렇게 유저들이 산맥 필드에서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리젠 된 돌풍의 샤벨 타이거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같은 짐승형 몬스터라…….

과연 저 녀석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이쁜소녀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오빠! 쟤들! 달려들어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쁜소녀의 손끝으로 모였다.

처음엔 주춤하던 돌풍의 샤벨 타이거가 하나둘 움직이더니 어느새 거대한 무리가 되었다.

그리곤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주변을 감싸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확고한 적.

유저들을 적이라고 생각하듯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적이라고 판단하는 건가?

혹여나 같이 한 편을 먹고 덤벼들면 어쩌나 했는데 적어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돌풍의 샤벨 타이거가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빠른 민첩을 가진 샤벨 타이거도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길쭉한 손톱에 갈려 떼죽음을 면치 못했다.

파워, 속도, 기교.

돌풍의 샤벨 타이거의 민첩이 그렇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임드와 일반 몬스터의 싸움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레벨업이 안 되니까 중간에 성공하는 공격으로 체력을 조금 깎아두는 정도.

“점점 다가온다.”

전사 형이 더욱 긴장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리젠이 된 돌풍의 샤벨 타이거가 차례로 죽어 나가면서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가르시아 제국 성벽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자동으로 돌발 퀘스트가 열렸다.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 》

-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퇴치하거나 제거.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5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100) 』

『 일반 강화석 (x50)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역시 방어전이 뜨네요.”

방어전 보상은 예전과 대동소이했다.

기여도가 좀 낮아지고 일반 강화석이 있는 정도?

일반 강화석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가 강화되는 아이템.

심장을 강화하려면 저 녀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역시 탐이 나는 보상이었고.

다만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

보상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내 손에 잡아낼 수 없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일단 보상은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주변을 둘러보자 수많은 유저가 귀환을 하거나 죽어 제국 내로 돌아왔다.

거기다가 외곽에 나가 있던 상위권 랭커들도 한꺼번에 귀환하는 것도 보였다.

녀석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물약을 가득 채우고 풀 세팅을 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화련의 헤라 길드.

전신의 초월 길드.

그 밖에 몇 개 프로팀 길드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곤 서로를 노려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마치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자기들 차지라는 듯.

거기다 타락, 악마, 제우스 등 우리와 악연이 있는 녀석들도 유저들을 대거 대동하고 성벽을 향해 걸어갔다.

퍼스트 클래스의 리더와 폭군도 마찬가지.

우리에게 잠시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곧장 준비를 마치고 성벽으로 나섰다.

저쪽도 무시할 전력은 아니지.

전설과 유령도 우리를 한 번씩 바라보더니 역시 성벽을 올랐다.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길드가 많긴 하네.

그동안 같은 필드에서 싸울 일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꽤 복잡하네요.”

재중이 형이 내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자자, 뺏기기 전에 우리도 움직여보자고.”

그렇게 우리도 역시 성벽 위로 올라서자 화련이 우리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곤 묘한 뉘앙스가 있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왜 매번 저 녀석이 나타날까나?”

우리를 빤하게 바라보면서 말하는 화련의 예리한 눈빛에 순간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뭔가 알고 있나?

그럴 리는 없는데……?

일단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됐고.”

떠본 거였나?

“그냥, 너희 떠난 왕국에 나타난 녀석이 여기도 또 나타나고… 우연이라면 좋겠네.”

그 말에는 잠시 멈칫했다.

역시, 무시할 여자는 절대 아니다.

핵심을 콕 찍어서 말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정답에 거의 근접하기도 했고.

물론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조건만 치면 워낙 광범위하기도 하고.

화련이 그대로 사람들을 제치고 사라지자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저 여자 생각보다 예리합니다.”

“아아, 뭐 우리 쪽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앞으론 좀 조심해야겠네. 증거는 없지만 계속 파고들면 피곤해지겠어.”

“한 번 칩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우리 최대 고객님에게.”

재중이 형 말대로 화련이 가져다준 이득이 적지 않았다.

물론, 재중이 형의 대답에는 묘한 뉘앙스가 있긴 했다.

정말 문제가 된다면 칠 수도 있다는…….

당장 그렇게 되지 않는 편이 좋고.

그 뒤로 수백 개가 넘어가는 길드가 성벽 위로 올라오자 발 디딜 틈 없는 진형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묘한 물건이 보였다.

전에 올려다볼 때 보이던 나선형으로 길게 꼬여 있는 거대한 포신에 이상한 마법진이 잔뜩 새겨진 마법포를.

비공정에 달려 있던 것보다 한층 큰 크기에 병사 NPC 넷이 동시에 조작하고 있었다.

저건 위력이 어느 정도 되려나?

유저도 유저지만 저 마법포에 더 관심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달려들자 지상을 향해 마법포들이 일제히 머리를 낮추고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조준했다.

그리고 잔뜩 차징이 된 마법포부터 일제히 마법을 쏟아냈다.

순간 굉음이 울리며 근처 성벽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마법들이 튀어 나갔다.

물론, 그걸 보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

“이레이저?”

모양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분명히 이레이저다.

저게 성벽에 붙어 있다고?

그것도 성벽을 따라 수백 대가 넘게?

저게 정말 이레이저가 맞다면 로가슈 왕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방어력이었다.

콰쾅!

차징되어 한껏 굵어진 이레이저가 동시에 지상을 강타하자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결코 무사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악!”

타격과 동시에 악마형 케르베로스 주변의 검은 쉴드가 푹푹 흐릿해지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

그리고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로가슈 왕국에서 당했던 기억 때문인지 다소 겁을 집어먹은 느낌도 있었는데 방어도가 이 정도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먹힌다!”

“전부 공격해!”

“잡을 수 있어!”

그리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일제히 화살과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는 엄청난 숫자의 화살과 색색으로 물든 마법 세례에 전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서 있는 땅을 터뜨리면서 사방으로 폭발 구름이 잔뜩 일어났다.

너무 많은 이펙트에 서로의 이펙트가 묻혀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

“쉬지 말고 계속 쏴!”

“우리도 네임드 좀 잡아보자!”

성벽 위에서 아무 부담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이득이었다.

예전에 로가슈 왕성에서 성벽이 한 번에 뚫려 버린 것과는 천지 차이.

기세가 오르자 아직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이 폭격에 가담해 정말 쉴 틈 없는 공격을 쏟아 부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기여도를 못 받을 사람처럼.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은 팔짱을 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너무 쉽게 흘러가는데?”

확실히 우리가 원한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적어도 성벽 정도는 박살 내 깽판을 쳐줄지 알았는데 저 강력한 마법포와 유저들의 공격으로 맥을 못 추고 있으니.

역시 제국은 제국인가?

숨겨진 병력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외곽 방어만으로 이 정도라…….

설마, 이대로 잡히는 건 아니겠지?

그럼 정말 죽 쒀서 개 주는 꼴인데.

그냥 저런 식으로 수비 부담 없이 화력 경쟁으로 가면 숫자가 많은 쪽이 월등히 유리하다.

그런 걱정을 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굉장히 이질적인 그런 느낌.

분명히 폭격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비명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폭발 자체가 크게 일어나 시야가 엉망이 된 점도 있고 워낙 폭발 소리가 크다 보니 다들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런 이상한 점을 모르는지 전방만을 바라보면서 공격만 하고 있었다.

뭐야 대체……?

뭔가 오싹한 기분이 계속 몸을 훑고 지나갔다.

위험 경고.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 고개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높은 하늘엔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우리를 가소롭다는 듯 입가를 쭉 찢은 채 웃으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다 뭔지도 모를 엄청나게 거대한 검은 마법 수십 개를 몸 주변에 잔뜩 차징한 채.

한참 전에 공격할 수 있었음에도 기다린 것은 저걸 차징하기 위해서였나?

안 봐도 알겠다.

저건 하나하나가 필살기 급.

그걸 보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주변엔 이걸 눈치채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 팀마저도.

대상 위치는 성벽 위.

저거.

이대로 맞으면 무조건 전멸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 팀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전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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