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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15화 (408/1,404)

# 415

#415화 대격변 (1)

그 이후,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반쯤 넋이 나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술 조금 마시고 취할 리는 없는데….

은하가 하는 말에 대답을 열심히 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정신을 차릴쯤 이미 은하의 집 근처까지 와 있었다.

물론, 집으로 가는 길도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작전처럼 진행되었다.

“오빠, 이쪽 길.”

후드를 푹 눌러쓰고 날렵하게 골목의 어둠 속으로 움직이는 은하를 보고는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나도 똑같이 그걸 따라 하고 있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혹시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보통 사람의 연애와는 확실히 다를지도.

그렇게 집이 얼핏 보이는 골목까지 와서는 은하가 멈춰 섰다.

“다 왔어?”

“네, 저기만 돌아가면 돼요.”

“그럼, 이만 들어가. 너 춥겠다.”

그런데 은하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응?

왜 저러지?

“오빠, 우리 정말 1일 맞죠?”

“그래, 1일 맞아. 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아니요!”

“1일 맞으니까 이제 그만 들어가. 춥겠다.”

집 앞이라 다소 얇게 입고 나온 듯 추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에 은하가 우물쭈물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까처럼 해주면 안 추울 것 같은데…….”

은하의 그 말에 가게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잠시 고민하다가 곧장 은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 팔로 조심스럽게 은하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은하가 온기를 느끼려는 듯 내 품을 고양이처럼 파고들더니 고개를 들어서 날 바라봤다.

두근.

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얘는 모른다.

순간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붙잡고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은하가 따뜻하다는 듯 내 품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아, 너무 이러고 있었지?”

“아니에요. 전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아요.”

잠시 말없이 은하를 살짝 안고 있다가 이내 은하를 놓아주었다.

“아, 왜요, 좋은데…….”

“이제 들어가. 감기 걸려.”

“아쉽다.”

“진짜 가야지, 그리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들키면 너 곤란해져.”

“칫, 난 괜찮은데.”

“난 안 괜찮거든? 자자, 오늘은 이만.”

“오빠.”

“응?”

내가 되묻자 은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저… 라면 먹고 갈래요?”

“하아, 얘가 못 하는 소리가 없네. 혼난다. 얼른 들어가.”

“헤헷, 이거 한 번 꼭 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도 엄청나게 혹했지만.

더 있다가는 내가 어떻게 할지 몰라서 빨리 들여보냈다.

그렇게 은하가 떨어져 집으로 향하다가 내게 말했다.

“잘 들어갔는지 꼭 연락해요.”

“그래, 들어가.”

그렇게 은하가 건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몸을 돌렸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과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

밤새 꽤 오랜 이야기를 나누고 잠들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간단히 끼니를 때운 뒤 은하에게 연락하려다 혹시 자고 있는 것을 깨울까 봐 접속부터 했다.

접속을 하려고 보니 점검을 했다는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어제가 점검이었군.

접속을 못 해서 손해 본다는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내가 못하는 동안 다 같이 못 하게 된 것은 나쁘지 않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3.

> 로딩 중…….

《 새 시스템 우편이 있습니다. 》

우편?

이런 것은 보통 뭔가를 지급하려고 할 때 날아오는 건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날아와 있었다.

《 가르시아 콜로세움 PVP 대전 1위를 축하합니다. 》

《 가르시아 콜로세움 PVP 대전 우승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

『 제국 남작 작위 』

『 가르시아 제국 남작 브리슬렛 / 올 스탯+3 』

『 +1 확정 강화석 』

『 특급 랜덤 보상 상자 』

설마… 벌써 PVP 대전이 끝난 건가?

앞으로 며칠 더 할 것이라 생각했던 PVP 대전이 그대로 끝나버렸다.

애초 종료 기한이 없기도 했지만.

이렇게 쉽게 받아버릴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다른 우편 하나.

『 스탯 초기화 주문서 』

여긴 스탯 초기화 주문서가 들어 있었다.

이걸 왜?

그리고 우편의 설명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대격변?

새 시스템?

바로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상당수의 시스템이 변경되어 있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걸 왜 이렇게 늦게 풀었지?

신규 맵이 먼저 열리고 패치가 뒤따라오는 이상한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준비를 이제 다 해서 올린 건가?

우리가 맵을 너무 빨리 열어서 제대로 준비를 못 하고 열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설마 아니겠지?

그 정도로 일이 밀려 있지는…….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일단 접속을 마쳤던 콜로세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는 특별히 변한 것이 없나?

잠시 확인해 보니 확연히 변한 것이 보였다.

일단 유저들.

콜로세움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유저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 콜로세움이 열리는 것도 일정 주기가 있는 듯 거짓말처럼 유저들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때 재중이 형이 콜로세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형 왔어요?”

“여! 표정 보니까 잘 됐나 보네. 그래서 어제부터 1일인가?”

내 말에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중이 형이 놀려댔다.

“오자마자 놀리는 거예요?”

“어, 잘 아네.”

“하아, 그만하죠.”

“너 때문에 일부러 날아온 사람한테 실망하다니 마음이 아프네.”

“네네, 보상은 받았어요?”

“요 녀석 말 돌리는 솜씨가 늘었어? 일단 나중에 듣기로 하고. 난 받았지. 너하고는 좀 다르지만.”

그러면서 보상을 보여줬는데 확실히 나와는 보상이 달랐다.

『 제국 기사단 기사 』

『 가르시아 제국 기사단 브리슬렛 / 올 스탯+2 』

『 +9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랜덤 보상 상자 』

“어째 2등 상품이 더 좋은 것 같네요?”

“그러게, 나도 깜짝 놀랐네. 다음부터 2등만 해야 하려나.”

때에 따라서 2등이 훨씬 좋은 보상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만약, 내게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이 없었다면 2등을 노렸을 것이다.

“일단 오픈!”

“흐음, 그러죠.”

다들 있을 때 열려고 했는데 지금 해도 딱히 다를 것은 없어 보여 바로 열었다.

《 특급 랜덤 보상 상자를 개봉합니다. 》

『 +10 일반 정제 강화석 』 을 획득합니다.

이건?

놀라서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요건 모든 아이템에 사용 가능하네. 방어구도 쓸 수 있겠는걸?”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괜찮네요.”

무기 정제 강화석이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충분히 쓸 만한 아이템이었다.

재중이 형은 『 +1 확정 강화석 』 이 나와서 환호를 질렀고.

“어째 오늘은 형이 운이 더 좋네요.”

“크크, 그러게. 좀 되는 날이네.”

이로써 내가 세 개, 재중이 형이 한 개인가.

필요에 따라서는 미친 무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아이템은 일단 제쳐두고 먼저 들어온 재중이 형에게 상황을 물었다.

“조금 변수가 생기기는 했어.”

“변수요?”

“어, 변수. 너 없는 사이에 대규모 패치가 됐지.”

“뭐가 바뀌었어요?”

“스탯 초기화 아이템을 뿌렸어.”

“네, 들어오자마자 주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100레벨 보상 아니었어요?”

“어, 맞아. 우리 같은 경우에는 두 개지.”

100레벨만 넘으면 주는데 굳이 왜?

그러다 게시판에서 유저들이 계속 불만을 가진 것을 상기해냈다.

가르시아 제국 몬스터들이 너무 세다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빠르다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묵직한 힘, 강력한 마법 한 방,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사냥이 안 되니까.

그리고 문제는 PVP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PVP 대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PVE를 좋아하던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날아들었다고 한다.

“어차피 뭔가를 얻으려면 싸워야 하는데 말이지.”

재중이 형의 말에 동의했지만 성향이 다른 유저가 많으니까 꼭 이런 식이 정답은 아니었다.

쟁을 즐기는 유저가 있는 반면 몬스터 사냥만을 즐기는 사람도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야 싸우겠지만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싸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불만이 많았겠죠.”

“뭐, 그래서 그냥 풀어버린 모양이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는 그쪽이 깔끔하니까. 새 시스템 도입으로 풀었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더 많기도 하고.”

“흠, 그냥 여분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해야겠네요. 다른 건요?”

“아이템, 스킬, 제작 같은 부분 전부 다 바뀌었더라. 전에 열리지 않은 부분도. 나도 오자마자 살펴본다고 바빴어. 전사도 지금 여기저기 알아본다고 정신없고. 너도 공지 살펴봐.”

재중이 형 말에 다시 시스템 창을 열어서 공지를 확인했다.

* * *

[ 공지사항 ]

▷ 가르시아 제국 주변 필드가 모두 개방됩니다.

▷ 작위 획득 시 필드에 거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 가르시아 제국에서 주는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작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거점 일정 반경 안에 다른 거점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 유적지 일정 반경 안에 거점을 설치가 불가능합니다.

▷ 제작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 레벨 100부터 레벨당 스탯 1을 제공합니다.

▷ 심장 스킬이 착용 아이템으로 변경됩니다.

▷ 심장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착용할 수 있습니다.

▷ 심장의 세부 능력이 변경됩니다.

▷ 스킬 시스템이 새롭게 변경됩니다.

▷ 전투 시 스킬 스위칭이 제한됩니다.

▷ 부위 파괴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 액티브 스킬들이 추가됩니다.

▷ 패시브 스킬들이 추가됩니다.

▷ 스킬 성장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 모든 스킬에 배율이 적용됩니다.

▷ 스킬 사용 조건이 변화합니다.

▷ 일부 아이템의 명칭이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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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 정도면 거의 갈아엎은 수준인데?

그리고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스킬이었던 오우거 하트가 아이템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거기다 라미아 하트와 라이덴 하트까지 전부.

데스 나이트 심장 역시 마찬가지.

『 +0 오우거 하트 / 근력+5 / 지속성+20% 』

『 +0 라미아 하트 / 지력+5 / 수속성+20% 』

『 +0 라이덴 하트 / 민첩+5 / 뇌속성+20% 』

『 +0 데스 나이트 소울 / 데스 나이트 변신 시간+5

암속성+20% 』

“형, 이거 좀 많이 손댄 것 같은데요?”

“그러네. 흐음. 그만 좀 해먹으라는 건가? 언제 한 번 손댈 것 같더라니… 확실히 밸런스 문제가 있긴 했지.”

이전에는 마력만 늘리면 그것으로 힘과 지력을 마구잡이로 뻥튀기했었다.

그 덕분에 상상도 못 할 사건들을 해결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력만 주구장창 찍어 넣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힘과 지력이 동시에 그만큼 또 올라가니까.

스탯 하나만 찍으면 다른 스탯 두 개가 동시에 올라가는 사기.

마력을 계속 끌어다 쓸 수 있는 나에겐 좋은 옵션이었다.

“스탯을 두 배로 주다 보니 네가 괴물이 되는 걸 막으려 한 것 같기도 해. 밸런스 문제도 간간히 올라오기도 했고.”

“마력에 막 찍어 넣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아마도? 이렇게 스탯 두 배로 주면 조만간 너 혼자서 용 잡으러 갈지도 몰라.”

하아, 이제 마력만 찍어서 공짜로 해먹던 시절은 간 건가…….

“언제 진짜 회사를 찾아가서 한 번 뒤집어야겠어요.”

“크큭, 배에 뭐라도 감고 가라. 너 가면 칼 든 애들 천지일 거다.”

재중이 형은 농담으로 말했지만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그간 사고를 좀 많이 쳤…….

“아, 맞다. 형. 아까 일반 정제 강화석 아무 템이나 쓸 수 있다고 했죠?”

“응? 설명이 그랬지 않나?”

“흐음. 1등 보상이 맞긴 하나 보네요.”

“너 설마?”

재중이 형이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심장들을 꺼내 들었다.

10강 일반 정제 강화석까지 함께.

과연 심장을 10강까지 강화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근력, 민첩, 지력, 변신 시간.

그것들을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중 하나에 강화석을 들이밀었다.

그래, 내게서 기존 심장을 뺏어갔다면 또 다른 미친 심장을 만들어내면 된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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