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13화 (406/1,404)

# 413

#413화 마음 가는대로 (1)

공식 홈페이지에 공략이 올라간 날을 기점으로 며칠에 걸쳐 상당수의 유저가 가르시아 제국으로 넘어왔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서버에서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애초에 한켈과 쉴라를 미치광이 리치 공략에 붙여준 것이 새 시즌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는 평도 지배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그렇게 사람들은 넓은 맵 규모에 열광했고, 지루했던 광산 지대에서 해방되어 더욱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제대로 된 사낭터가 광산 지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오죽하면 개발비를 다 회식하는 데 사용했냐는 악플까지 올라올 정도였으니…….

제대로 된 사냥터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르시아 제국으로 넘어오자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시 정보 수집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새 사냥터를 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생겼다.

-몹 뭐냐?

-장난 없음. 이거 일반 몹 맞음?

-가르시아 제국 근처 애들 전부 시뻘건 색이던데?

-대체 몹 레벨이?

-최소 100단위 아님? 나 85레벨인데도 빨갛게 보임.

-거기다 움직임 장난 아님. 공격 속도가 넘사벽. 민첩 진짜 높음.

-가르시아 제국 근처 산맥 좀 뒤지다가 몇 번을 뒤졌는지 모르겠네.

-몹 한 번 달라붙으면 도망갈 생각 못 함.

-민첩을 꽤 찍었는데, 겨우 도망치는 정도가 끝임.

-스탯이랑 템 셋팅 다시 해야 함!

-ㅇㅈ. 무슨 새로운 지역 왔는데, 망캐된 거 같냐….

-진짜 민첩이 중요했구나…….

-구섬 고강 장비 쓰는데, 딜이 구데기 수준.

-진짜 제국 근처를 못 벗어나겠다. 잡을 수가 없어.

-데스 나이트 장비 정도는 되어야 뭐 좀 해보려나?

-아놔, 데스 나이트 잡으러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미치겠다.

-비공정 타고 좀 멀리 나간 애들 죄다 죽어서 돌아옴. 하늘에 있는 몬스터도 개 빠름.

- 진짜 비공정 어설프게 타고 나갈 생각 마라. 추락하면 비공정 날아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대부분 이런 이야기였다.

난이도 급상승에 따른 어려움.

그리고 이 부분은 이미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 오자마자 겪은 사실이기도 했다.

사실 100레벨을 찍은 우리 팀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너무 일찍 가르시아 제국으로 넘어온 셈이었다.

장비나 레벨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르시아 제국 근처에 서식하는 몬스터 자체가 너무 빠르고 전부 이름이 빨간색인 100레벨 이상의 몬스터.

거기다 장비마저 후달리니 제대로 된 사냥이 되지 않았고, 가르시아 제국 바깥으로 벗어나 보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대안으로 스탯 초기화 아이템이 있었지만 이건 레벨이 100이 되어야 지급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유저 중 레벨이 100대에 달한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고.

우리는 아직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사람들에게는 사냥을 나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세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가르시아 제국에서 주어지는 퀘스트를 해서 레벨을 올리거나.

PVP 포인트로 기본적으로 부족한 장비를 채워 넣거나.

혹은 데스나이트 장비를 제대로 맞추거나.

문제는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퀘스트는 충분한 경험치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구섬으로 돌아가 데스 나이트 장비를 맞출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가르시아 콜로세움.

좋고 나쁘고, 이기기 어렵고 힘들고를 떠나 그냥 여기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운영자들이 의도적으로 준비한 것인지 아님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몰리게 된 것인지 몰라도 어찌 됐든 지금 상황에서는 기본 장비를 구하기에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가르시아 콜로세움은 가르시아 제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림에 따라 대전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나게 높아져 갔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꺾을 수 있는지.

어떤 무기는 어떤 상대에게 유리한지.

스킬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기면 당연히 좋다.

다만, 지면 PVP 포인트가 10점이나 깎이기에 사람들에게는 한 판, 한 판이 소중했고,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기 위한 공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이 몰리자 매일 카르시아 콜로세움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한 팀이 있었다.

-와, 기어코 91승 넘어감.

-사람도 아니네.

-어째 한 판도 안 지냐.

-상대가 안 됨.

-1분 넘게 버틴 사람 있었어?

-아니, 전부 1분 컷.

연승으로 포인트를 추가로 2730점을 올렸다.

그것도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현재 도합 9870점.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이 순위를 이어갔고.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그만 내려와. 쉬는 시간이다.

이미 휴식을 위해 내려간 재중이 형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나를 불러냈다.

<주호> 네, 알았어요.

몇 판 쉰다고 순위가 뒤처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프로들이 PVP 장비를 새로 맞춘다고 포인트가 대폭 깎인 것을 확인했으니까.

거기다 프로팀 사람들이 매번 걸리면 또 모르겠는데 유저들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어느새 프로들과는 매칭 자체가 잘 걸리지 않았다.

꾸준하게 연승을 이어가는 것도 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특정한 누군가를 매칭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같은 사람이 다시 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다른 사람들.

다른 유저들과 매칭을 했고 그중 프로와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포인트 승부는 이미 갈렸다고 생각되었다.

앞으로 며칠 하지 않더라도 포인트가 뒤집히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전을 계속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재중이 형이 내가 걸어오자 바로 물어보았다.

“어때? 쓸만한 놈 있어?”

“으음, 아직은요.”

“그렇단 말이지. 생각보다 건질 녀석들이 적네.”

재중이 형의 푸념에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

바로 현장 면접이었다.

단순히 레벨이 높은 사람보다는 우리를 상대로 얼마나 잘 버티는가를 보는.

전에 그 후달린 장비를 가지고도 내 일격을 막아낸 그 녀석 정도 되는 사람이 목표였다.

재중이 형의 말로는 그 정도의 재능을 찾으려면 나나 재중이 형이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숨겨진 보석들.

장비가 좋지 못해 사냥을 잘 못 해도 PVP에서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장비야 지원해줄 수 있지만 재능은 지원해주지 못하니까.

가급적이면 이해관계가 없는 출신이면 더 좋고.

거대 길드나 연합에 포함되어 있으면 섭외하기가 난처해진다.

“전에 그놈은?”

“아뇨, 접속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아, 그냥 그런 놈 하나씩 건지면 오케이인데. 쉽지가 않네.”

“1등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더 찾아볼게요.”

“그래, 앞으로 이렇게 시간을 낼 일이 별로 없을 거니까. 잘 알지? 눈에 불을 켜고 따라오는 놈들.”

“당연히, 알죠. 이제 3일만 더 하면 되죠?”

“어, 그때까지만 하면 더 이상은 안 해도 돼. 포인트로 널 따라잡을 수 없을 테니까.”

1등을 완전히 확정 짓고 나면 이곳 콜로세움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었다.

“그런데 아까 찾아온 사람들은요?”

분명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함께 만나 뭔가를 계속 이야기했었다.

“아, 그 사람들? 뭐 방송 쪽에서 좀 찾아오기는 했는데 관심 있어?”

“글쎄요. 별 관심이 없어서.”

“널 메인으로 인터뷰 하나 찍고 싶다고 하던데?”

“저를요?”

“어, 아주 독이 바싹 올랐어. 이때까지 한 번도 미디어에 노출된 적이 없으니까. 너 말고 다른 랭커들은 꽤 많이 나왔거든. 조건이 탑 연예인 뺨칠 만큼 좋아.”

“으음, 꼭 할 필요는 없죠?”

조건이야 어쨌든 굳이 시간을 내가면서 그런 것을 할 필요는 없을지도.

하지만 재중이 형 생각은 나와 다른 것 같았다.

“보통은 나도 귀찮아서 안 하는데 한 번쯤은 괜찮을 거야. 인지도 면에서. 네 팬이 생각보다 꽤 많거든.”

“팬들이라… 그다지 실감은 안 나네요.”

“하긴 집, 게임만 반복하니까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너 어지간한 인기 연예인보다 인지도 있어. 지금. 아니, 연령층 전체로 보면 너만 한 놈도 잘 없겠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팬 서비스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얼마 걸리지도 않아. 간단한 질문 몇 개 정도?”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는요?”

예전에는 쓸데없다면서 반대를 하더니 무슨 생각이지?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푹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여친 좀 구해줘. 매출 좀 팍팍 오르게. 그리고 알다시피 나도 거기 투자했거든.”

“하아, 제가 거기 메인 모델이었죠…. 알겠어요. 이번만 제대로 도와드리죠!”

“땡큐. 나중에 밥 한 번 쏘마.”

“비싼 걸로요.”

그렇게 방송사 중 조건이 좋고 재중이 형이 알고 있는 곳을 선택해 가르시아 제국의 한 카페에 앉아서 차분하게 진행이 되었다.

물론, 인 게임에서.

아직 얼굴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거기다 인 게임용으로 메이킹한 신상품을 입고.

재중이 형도 같은 모델이기에 나와 같이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가장 핫한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네요. 다들 두 분을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고생했거든요.”

예쁘게 꾸며 입고 나온 한 여성 리포터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했는데 주로 질문은 재중이 형에게 많이 갔다.

미리 주문했던 것이기도 하고.

말주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는 불편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인터뷰를 거절한 것도 이유 중 하나고.

반면에 재중이 형은 능수능란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질문은 다양하게 들어왔다.

길드의 활동에 대한 것도 있고, 길드원들에 대한 이야기, 이슈가 되었던 사건에 대한 몇 가지 질문도 있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의 프로 생활과 지금 생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도 곁들어졌다.

좀처럼 잡을 수 없는 우리 두 사람에 대한 인터뷰였기에 이번에 궁금한 것을 많이 풀고 가려는 것 같았다.

그중 하나의 질문이 문제였다.

사전에 약속하기론 이 부분은 그냥 없다는 걸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자, 그럼 주호 씨에게 물어볼게요. 전국에 주호 씨를 모르는 분이 잘 없죠? 제가 듣기로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고 들었는데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시는 분이 있나요? 평소 신경 쓰이는 분이라든지?”

이 질문이 나오면 내 대답은 없다고, 하고 리포터는 ‘그럼 전 어떠세요?’ 하면서 웃고 넘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얼마 전의 그 일이 생각나 버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나와 버렸다.

“아마도… 있는 것 같아요.”

“네?”

다른 대답이 나와서 그런지 리포터가 살짝 당황했지만, 곧 간단한 대답과 함께 어색하지 않도록 다른 이야기로 빠르게 넘겨주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재중이 형이 여자 리포터에게 다가가더니 한 마디 했다.

“아까 그 부분은 좀 잘라주시죠. 그 정도는 문제없겠죠?”

“아, 네. 편집하면 되니까. 문제는 없어요.”

“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

그렇게 여성 리포터와 영상을 찍던 사람이 로그아웃해서 사라졌다.

의외로 재중이 형은 아무 말 없이 날 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재중이 형에게 말을 꺼냈다.

“저, 접속 좀 종료해도 되죠?”

“오늘 안 들어올 거냐?”

“네,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여러 의미가 함축된 한숨을 쉬었다.

“나도 딱히 반대는 안 하겠다만. 신중했으면 좋겠네.”

그런 재중이 형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신중하면 제가 욕먹을 것 같아서요. 지금도 솔직히 좀 늦은 것 같고.”

“그래, 알았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그리고 아직 게임 속에 남아있을 챠밍에게 연락을 했다.

<승호> 지금 잠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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