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9화 (402/1,404)

# 409

#409화 수렁의 대전 (2)

수많은 유저가 대륙으로 동시에 넘어와 가르시아 제국에 정착하면서 이곳으로 유입됐을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다만, 1서버는 다른 서버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한 발 빠른 진행 덕분에 지금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

수만 명이 경쟁해야 하는 대전인데 지금은 달랑 우리 연합 사람들만 덩그러니 이곳에 있었다.

물론, 조금 빠르게 넘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배고프다.

아주 열렬하게.

다른 사람들이 넘어오기 전에 최대한 해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극한의 이득…….

그래서 대전을 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굳이 2분, 3분, 5분을 전부 소비해 피 터지게 싸울 필요가 있을까?

여긴 우리뿐인데?

“이기면 30점, 지면 10점이잖아요.”

운을 띄우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럼 서로 시간 낭비할 필요 있어요?”

이겨도 점수를 받고.

져도 점수를 받는다.

그럼.

답은 나와 있다.

최대한.

같은 시간 내 많은 경기를 펼치는 것.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한 번이라도 많은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단순 계산으로 5분을 풀로 싸워서 A란 사람과 B란 사람이 이기고 져서 30점, 10점을 받았다고 치자.

그럼 둘이 합쳐서 받는 점수는 총 40점이다.

겨우 40점.

둘이 피 터지게 싸워서 얻는 점수가 고작 40점밖에 안 된다.

반면, 빠르게 기권을 하면?

고작 대전을 시작한 지 몇 초 만에 둘이 합쳐서 40점을 받을 수 있다.

그걸 5분으로 환산하면?

정말 최소로 잡아도 둘이 합쳐 400점은 넘는 점수가 나온다는 말이다.

누가 지든.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무조건.

경기 수만 많으면 된다.

대전으로 열렬히 싸워서 서로의 실력을 겨룬다?

좀 전에도 재중이 형이 대전 말고 한 번 붙어준다는 말을 거절했었다.

포인트도 안 나오는데 굳이, 라는 말로.

재중이 형도 바로 납득했고.

둘 다 알고 있었다.

시간 낭비라는 것을.

PVP로 실력을 쌓는 연습은 평소에도 충분하다.

시간에 쫓기면서 포인트에 목매달 필요는 전혀 없었다.

40점과 400점의 차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명백했다.

“한쪽이 그냥 기권해 버리죠.”

솔직히 기권이 가장 속 편하다.

그저 경기장에 올라갔다가 포기를 선언하면 되니까.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그 자리에서 40점이 나온다.

잠깐 뭔가를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괜찮은데?”

그런데 그때 전사 형이 우리를 제지하고 나섰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아아, 무슨 말 하는지는 알아. 그런데 지금은 정말 우리밖에 없네?”

“으음, 그렇긴 합니다만.”

“누가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유포하지 않는 이상 문제없잖아?”

그러면서 재중이 형은 다른 연합 사람들을 쳐다봤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역시 고개가 돌아갔다.

달 길드, 치맥 길드.

우리 쪽 연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인데…….

“이건 저쪽의 확답을 받아야겠네.”

재중이 형이 바로 스칼렛과 이슬두잔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지금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 전달했다.

스칼렛은 듣자마자 바로 알아듣고는 긍정적인 표시를 했다.

“포인트를 같이 먹자는 소리죠? 나쁘진 않네요.”

“우리 쪽도 뭐, 시간 아깝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다들 할 게 많잖아요. 새 사냥터도 못 가봤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요.”

둘 다 딱히 반대하는 의견은 아니었다.

오히려 찬성하는 쪽이고.

이런 분위기면 괜찮지.

의견이 모이자 재중이 형이 먼저 나서서 입단속을 시켰다.

“이거 꽤 곤란할 수 있다.”

스칼렛이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치를 챘다.

“우리 쪽은 문제없어요. 한 번 정리했거든요.”

그러면서 이슬두잔을 바라보는데 이슬두잔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찬가지예요. 아, 그리고 동영상이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어차피 촬영 중이면 표시가 되니까 문제없지 않나요? 혹시 모르니까 동영상 촬영은 전부 금지할게요.”

이슬두잔의 말에 모두가 수긍했다.

“그렇긴 하지. 그럼, 서로 문제없다는 뜻으로 알고 슬슬 시작해볼까? 우리도 할 일이 꽤 밀려 있어서. 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어.”

중간에 스칼렛이 적절한 제안을 했다.

“나중에 너무 많은 포인트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딱 서로 PVP 세트를 구하는 선까지만 가면 어때요?”

“호오, 좋은 생각인데?”

“어차피 코스튬으로 가려질 거고. 그럼 문제는 없어보여요!”

“나쁘지 않네. 확실히 포인트가 넘쳐나면 누군가는 의심하기 시작할 거야.”

재중이 형 말대로 포인트가 올라가면 여기 콜로세움에서 PVP 순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 대륙으로 사람들이 진출했는데 우리들의 PVP 포인트가 터무니없이 높다면?

그것도 앞서나간 기간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포인트가 넘친다면 한 번쯤 의심할 여지를 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확실히 이 사람은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갔다.

스칼렛의 적절한 타협안에 모두가 만족했다.

이 정도라면 콜로세움에 며칠간 매달려 있을 필요도 없었다.

PVP 점수는 나중에 사람들이 대륙에 진출할 때부터 다시 올려도 괜찮다.

PVP 세트를 입고 있으면 이쪽이 훨씬 유리하니까.

세 길드 간 합의가 끝나자 재중이 형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데 대전에 올라가서 확인해 보고는 재중이 형이 다시 대전을 내려왔다.

난처한 표정을 하고서.

“이거 기권은 안 되는데?”

“안 돼요?”

처음부터 문제네.

기권이 돼야 빨리 경기를 돌릴 수 있는데.

“으음, 방법이…….”

그때 이쁜소녀가 손을 들어 말했다.

“오빠, 로그아웃하면요? 자동으로 포기되지 않을까요?”

“너도 점점 우리 닮아간다?”

“헤헷.”

쓰기에 따라 충분히 좋은 방법이었다.

이쁜소녀의 말을 들은 모두가 한 번씩 대전에 올라가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다만 여기서도 문제.

로그아웃을 해도 캐릭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결국 시간이 그대로 흘러가기만 했다.

“히잉.”

이쁜소녀의 실망한 소리에 그저 웃어버렸다.

“괜찮아. 다른 방법 찾으면 돼.”

무슨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

다들 앉아서 골똘히 고민하다 이번엔 챠밍이 손을 들었다.

“오빠, 외곽은요?”

“외곽?”

“사람들 싸우는 걸 봤는데 장외로 나가면 체력이 빨리 떨어져서요.”

“아, 그거?”

분명히 나도 상대방을 외곽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졌던 것도 기억났고.

이거라면.

굳이 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을 터.

얘도 진짜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야.

챠밍 덕분에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잘했어.”

챠밍이 내 칭찬에 기쁜 듯 해맑게 웃어 보였다.

“자, 시작하죠.”

챠밍의 말을 들을 모두가 다시 한 번 경기장에 올라가서 대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내려왔다.

“이거 최곤데?”

체력이 다 떨어져 몇 초 만에 탈락한 전사 형은 바로 챠밍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좋아.

확실히 이 정도라면 기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포인트 벌이.

랜덤으로 상대방이 정해지는 것도 지금은 괜찮았다.

그냥 아무나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외곽에 헤딩해서 죽어주기만 하면 됐다.

포인트가 적절 선에 닿으면 교체.

사람만 바뀔 뿐.

이 작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루할 틈은 없었다.

경기장이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관계로.

죽어서 등록하기 무섭게 다시 죽고 또 등록하고.

30.

50.

100.

500.

1000.

10점, 30점을 얻어 조금씩 올라가던 포인트가 어느 사이엔가 1000점을 가볍게 통과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동시에 올라가는 중이니까 다 합쳐보면 총 포인트가 장난이 나일 것 같았다.

그리고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연합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달렸다.

“야! 그쪽 죽었으면 곧장 등록해!”

“어쭈? 손이 놀지?!”

“저쪽 경기장 비었어!”

“늦잖아! 가서 바로 죽어주란 말이야!”

무섭네.

이 사람들.

원래는 수만 명이 쓸 경기장을 전부 우리가 쓸 수 있어서 대전이 돌아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거 꽤… 힘든데?”

노가다를 좋아하는 전사 형도 중간에 질린 듯 혀를 내둘렀다.

무슨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도 아니고.

잠깐 손을 쉬면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았다.

보다 못한 사장님이 과열된 우리 쪽 사람들을 쉬게 했다.

“자! 다들 좀 쉬었다 합시다! 휴식!”

사장님 덕분에 쉬게 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히잉, 힘들어요.”

“이거 언제까지 계속해요?”

이쁜소녀와 챠밍도 질린 표정.

재미는 초반에만 있었지 지금은 말 그대로 일이다. 일.

재중이 형도 내 옆에 철퍽 주저앉았다.

“아아, 우린 뭘 해도 매번 노가다냐. 포인트는 어때?”

“으음? 꽤 모였어요. 정말 열심히 죽었거든요.”

대략 6천 포인트인가?

정상적으로 이 포인트를 모으려고 했다면 아마 며칠은 꼬박 PVP만 매달려야 했을지도.

6천 포인트면 무려 30점씩 200번을 이겨야 하고. 10점씩이면 600번을 져야 했다.

우리가 얼마나 경기장에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많이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정말 밥 먹는 시간 빼고 이 짓만 하고 있으니까.

어디 볼까?

손을 들어서 PVP장비 목록을 띄웠다.

『 +0 검투사의 경갑 상의 / 방어력 23

민첩+ 7 / 대인 피해 10% 방어 』

『 +0 검투사의 경갑 하의 / 방어력 22

체력+ 7 / 대인 피해 10% 방어 』

『 +0 검투사의 모자 / 방어력 19

마력+ 7 / 대인 피해 5% 방어 / 경직 방어 20% 』

『 +0 검투사의 장갑 / 방어력 17

근력+ 7 / 대인 피해 5% 방어 / 기절 방어 20% 』

『 +0 검투사의 신발 / 방어력 17

민첩+ 7 / 대인 피해 5% 방어 / 상태이상 방어 20% 』

일단 방어구 자체에만 개당 1천씩, 총 5천 포인트가 들어갔다.

방어력은 데스 나이트 세트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다 착용할 시에 대인 피해 감소만 무려 35%였다.

정상적으로 붙었을 경우는 제대로 된 대미지를 주기 힘들다는 소리고.

만약 검투사 세트를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이 붙었을 경우 같은 실력이라고 가정하면 답은 뻔했다.

데스 나이트 세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트는 충분히 대안이 될 만 했다.

방어력, 스탯 어느 하나도 밀리지 않았다.

부가 스킬들이 없는 것은 마이너스지만 그걸 빼더라도 충분히 메리트는 있지.

그리고 더 중요한 무기.

『 +0 검투사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치명타 대미지 200% / 카운터 공격 대미지 200%

대인 피해 30% 추가 』

『 +0 검투사 소드 / 출혈 18 타격 14

후방 공격 대미지 150% / 다운 공격 대미지 150% 』

대인 피해 30% 추가 』

무려 개당 3천 포인트.

한쪽은 카스카라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한쪽을 블레이드나 소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 전투 스타일대로면…….

검투사 블레이드인가?

이건 꽤 좋았다.

특히 치명타 대미지와 카운터에 대한 대미지가 잔뜩 붙어 있었으니까.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보다 오히려 내겐 이쪽이 더 맞는 옷에 가까웠다.

퍼센트가 높게 설정된 이유는 사냥터가 강해질수록 치명타와 카운터가 제대로 뜨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후방에서 대미지를 넣는 편이 훨씬 범용성이 좋았다.

반면에 난 치명타나 카운터가 주력이다.

거기다 꼭 대인을 상대로 쓰지 않더라도 몬스터에게 충분히 좋은 위력을 낼 것 같았다.

어쩐다…….

여기서 고민.

무기 하나에 무려 3천 포인트였다.

이런 식으로 꼬박 하루를 매달려야 두 자루를 얻을 수 있을까?

강화가 된다지만 이걸 일일이 얻어서 강화하고 있다가는 며칠이 소모될지 감도 안 잡혔다.

“원래대로였으면 정말 오래 있어야겠는데요?”

“확실히. 좋아. 나도 혹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더 있을 셈이에요?”

“저쪽과 상의해야겠지.”

고개를 돌리자 스칼렛과 이슬두잔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생각보다 여정이 길어지겠는데…….

한 세트만 얻고 끝내기로 한 노가다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3천 포인트로 무기를 구입했다.

《 +0 검투사 블레이드를 획득했습니다. PVP 포인트 3천이 차감됩니다. 》

그리고 난 뒤 방어구 중 세 부위를 먼저 사들였다.

3천 포인트를 소모해서 남은 포인트는 0.

더 할지 안 할지는 일단 두고 볼 일이고 일단 풀 세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럼 또 가볼까요?”

그때,

《 5분 뒤 긴급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역시…….”

“설마, 제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으음, 일단 접속해 보면 알겠지. 먼저 나간다.”

우리 말고도 다들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접속을 종료했다.

그렇게 몇 시간의 점검이 지난 뒤 다시 로스트 스카이에 들어왔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3.

> 로딩 중…….

다행히 접속하자마자 확인한 무기와 방어구는 그대로 있었다.

대신 시스템이 변경되었다.

승리 시 30점.

패배 시 -10점.

대전 최소 시간 1분, 1분이 되지 않을 경우 점수는 0.

포인트 노가다(어뷰징)를 하지 못하게 틀어막아 놓았다.

변경되긴 했지만 지금도 할 순 있다.

다만, 시간 대비 효율을 보자면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쩝, 꿀이었는데… 아쉽네.”

패치 내용을 본 재중이 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만 으쓱했다.

그래도 남은 부위는 갖춰야 했기에 이틀에 걸쳐 계속 대전을 했다.

거기다 효율을 좀 더 높이기 위해 가지고 있던 두 개의 10강 강화 확정석 중 하나를 여기에 사용했다.

10강 강화석의 존재야 전 서버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고.

《 주호 님이 【 +10 검투사 블레이드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그렇게 나온 결과물.

10강이 되자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 무기가 나와 버렸다.

『 +10 검투사 블레이드 / 출혈 30(20+10) 타격 22(12+10)

치명타 대미지 300% / 카운터 공격 대미지 300%

대인 피해 50% 추가 』

-억? 저게 뭐야?

-검투사 블레이드? 10강?

-또… 주호

-새 대륙 가면 구할 수 있는 건가?

-10강 찍어내는 기계님이 +10강을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올렸나보네.

-옵션 쥑이네. 미쳤다. 진짜.

-주호에게 걸리면 무조건 사망각.

-스치면 죽는다 이말이야.

그렇게 서버가 한 번 뒤집어지고 정확히 삼 일 째 되던 날.

새 왕국 정기선들이 내려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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