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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7화 (400/1,404)

# 407

#407화 제국으로 (3)

낚였네.

분명히 대장장이 노인은 르아 카르테를 보고 ‘조각난 영웅의 검’이라고 했었다.

무슨 검인지 한눈에 알아봤다는 것은 그만큼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 테지.

그래서 내려쳐 버렸다.

르아 카르테의 검면을.

무심결에 번뜩인 아이디어 덕분에 대장장이 노인의 관심을 잔뜩 끌어낼 수 있었다.

『 너! 너! 지금 무슨 짓을! 』

앉아서 과묵하게 쇠질을 하던 대장장이 노인이 안색이 하얗게 질려 벌떡 일어나 성질을 냈다.

이거 진짜 NPC 맞아?

이전에 있던 곳과 전혀 다른 반응과 대화.

“이거 못 쓰는 검이라면서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다시 해머를 들어 올렸다.

NPC가 저렇게 나오면 그것에 어울려 주는 것이 인지상정.

『 그, 그만! 』

해머가 완벽하게 떨어지기 직전 소리를 지르며 대장장이 노인이 성큼성큼 다가와 해머를 내게서 빼앗았다.

반응 참 찰지네.

비록 호감도가 약간 떨어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쳐다만 보는 상황을 면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만약, 일련의 행동으로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 이 대장장이에게서 정보를 얻는 일은 즉각 포기했을 것이다.

대장장이만 바라볼 수는 없으니까.

이왕 관심을 끌었다면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자, 는 게 우리의 모토니까.

“돌려주시죠? 그 검을 고쳐야 하는데? 좀 더 내려치면 고쳐지지 않을…….”

『 이건 그렇게 해서 고쳐지는 검이 절대 아니다. 』

“그럼?”

『 잠시. 』

옳지.

됐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고민.

한 번 더 튕겨봐?

아니. 지금은 튕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미 관심을 보인 이상 여기서 애를 태우는 행동은 플러스가 되진 않을 터.

“여기 있습니다.”

기회가 왔다면 바로 잡아야지.

내가 르아 카르테를 건네자 대장장이 노인이 르아 카르테를 두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잡았다.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그리고 대장장이 노인의 표정에 황홀함이 맴돌았다.

《 가르시아 제국 대장장이와 호감도가 대폭 오릅니다. 》

《 가르시아 제국 대장장이와 호감도가 대폭 오릅니다. 》

《 가르시아 제국 대장장이와 호감도가 대폭 오릅니다. 》

무려 세 번의 시스템 메시지.

르아 카르테를 건네는 행동 하나만으로 몇 시간을 앉아서 기다리던 것보다 훨씬 많은 호감도를 이끌어내었다.

역시.

호감도를 올리려면 NPC가 가장 원하는 것을 주는 방법이 최고였다.

사냥꾼 NPC가 그랬듯.

그리고 대장장이 노인에게서 시스템 음이 다시 울렸다.

《 서브 ‘유일’ 퀘스트 : 조각난 영웅의 검 복구. 》

- 대장장이 NPC가 원하는 재료를 모아오세요.

- 퀘스트 보상

『 +0 르아 카르테 (유일) - 온전히 수리된 르아 카르테. 』

혹시나 했는데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관련 이벤트가 발생했다.

르아 카르테의 유무.

대장장이 노인의 호감도.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얻을 수 있는 퀘스트.

아마 둘 줄에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이런 퀘스트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정보는 꽤 비싸다.

서버마다 르아 카르테 하나씩은 존재할 테니까.

얻고자 한다면 한 번씩은 기회가 있었다.

당장 이 정보와 우리가 했던 공략을 살짝 가미해 판다면 값어치가 어떻게 되려나?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 목을 조를 수 있는 정보를 누출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퀘스트에 알려진 목록을 보았다.

-고르곤의 뿔.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

-레비아탄의 비늘.

-드래곤의 발톱.

응?

뭐야 이게?

“지금 농담하시죠?”

『 영웅의 검을 수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재료가 필요하다. 』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대장장이 노인을 보고는 속으로 욕을 했다.

아니, 이 영감 정말 미친 것 아냐?

저게 어떤 몬스터들인지는 알고는 있는 건가?

케르베로스나 고르곤까지는 그렇다 쳐도.

레비아탄?

드래곤?

심지어 드래곤은 본적도 없었다.

난이도가 갑자기 산으로 가버리네.

이건 아무리 봐도 죽으라고 등 떠미는 각인데….

게다가 죽으면?

한 번도 안 죽고 저것들을 다 잡으라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대장장이 노인을 바라봤더니 내 시선을 본 대장장이 노인이 헛기침을 했다.

『 흠흠, 어려울 수 있지. 』

그걸 아는 사람이?

혹시 이 퀘스트 아주, 아주, 아주 나중에 얻는 퀘스트 아냐?

생각해보면 르아 카르테도 이른 시기에 얻은 아이템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난이도가 너무 심한데…….

『 물론, 직접 잡을 순 없지. 』

“그럼?”

『 지속적으로 한 부위에 강력한 공격을 적중시킨다면 원하는 재료를 수급할 순 있지. 그렇기에 난 자네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네. 이 영웅의 검을 구해온 것을 보면. 』

《 부위 파괴에 대한 정보를 얻으셨습니다. 》

부위 파괴?

새로운 시스템인가.

다 좋다, 하지만.

그놈들을 상대로 이걸 시도하라는 거지?

태연한 표정의 대장장이 노인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날 언제부터 봤다고…….

아까 욕을 해댈 때부터 알아봤다.

이 NPC도 정상이 아냐.

『 그런데 어디서 ‘영웅의 검’을 얻은 건가? 』

“로가슈 왕국에서 얻었습니다.”

내 말에 대장장이 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로가슈 왕국? 그곳이 아직도 존재하는가? 한때, 하르 수출로 유명했던 나라지. 하지만 바닷길이 끊겨서 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르아 카르테가 로가슈 왕국에 있었으니 찾을 수 없었군. 』

뭐지? 여기 사람들은 로가슈 왕국이 쫄딱 망해서 사라진 것처럼 물어보네.

다들 멀쩡히 썬더볼트, 리치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데?

그때 또다시 시스템 음이 울렸다.

《 하르 수출 바닷길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

《 메인 퀘스트 : 하르 보급을 위한 정보. 》

- 제국 중앙성에 로가슈 왕국을 알리세요.

- 퀘스트 보상

『 가르시아 제국 시민권. 』

이쪽이 시작인가?

사실 어떤 것이 정상적인 경로인지 잘 모르겠다.

그간 우리가 한 게 있으니까….

한참 이것저것 생각을 할 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어때?

<주호> 으음, 일단 어떻게든 됐어요.

<불멸> 어떻게? 상대도 안 해주더니.

<주호> 그냥 내려쳤어요.

<불멸> 응? 뭐라고? 뭘 내려쳐?

<주호> 해머로 내려쳤다고요. 르아 카르테를.

<불멸> 크큭, 미친놈.

<주호> 덕분에 잘됐잖아요.

<불멸> 괜찮냐?

<주호> 설마 그 정도로 부러지겠어요. 흠집 하나 없던데요.

<불멸> 그럼 됐다. 뭐 좀 알아냈어?

<주호> 아마, 별로 듣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나중에 가서 말해줄게요.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 목록을 보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불멸> 그럼 나중에 듣기로 하고. 여기 메인 퀘스트 준다. 비공정 앞에서 NPC하고 이야기하면.

<주호> 여기도 주던데요?

그렇게 재중이 형하고 정보를 비교해 보니 주는 주체만 다를 뿐.

제국 중앙성으로 가라는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불멸> 지금 다들 NPC하고 호감도 올린다고 정신없어. 심부름 퀘부터 하는 사람도 있고. 호감도 올리기 정말 빡세네.

<주호> 전처럼 돈부터 줘요.

<불멸> 이미 해봤지. 경비병 쪽은 가능하고, 다른 쪽은 안 되는 것 같고.

호감도를 올리기 힘들다라…….

그런 것에 비하면 대장장이 노인과의 호감도는 정말 빠르게 올린 셈이다.

로아 카르테 하나로.

어쩌면 정보를 얻기에는 지금 내 쪽이 가장 빠를 수도 있겠는데.

<주호> 좀 더 알아보고 연락할게요.

<불멸> 엉.

그렇게 귓속말을 마치고 대장장이 노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는 공방을 빠져나왔다.

“깝깝하네.”

무심코 나온 혼잣말.

한참 신나야 하는 판에 짐만 잔뜩 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그 녀석들을 상대하나?

그 녀석들 중 제일 자세하게 들었던 정보.

크루아 대륙의 남서쪽 가장 깊은 곳.

그곳에 드래곤이 서식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이해를 해버렸다.

우리가 왔던 용의 대지 쪽 정보였으니까.

대륙에 오자마자 드래곤 근처에 갔다니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단, 각 개체 위치는 어느 정도 파악했다.

암흑 지대, 악마형 케르베로스와 고르곤.

남쪽 바다, 레비아탄.

대륙 남서쪽, 드래곤.

위치는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려나….

일단, 주변을 살피면서 바로 제국 중앙성으로 걸어갔다.

가끔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당연하게도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었다.

다들 바쁘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 중앙성에 도착하자 먼저 온 우리 팀이 중앙성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여, 늦었어.”

전사 형이 먼저 날 반겼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우리도 금방 왔지. 안에 가서 받고 와. 별 건 없더라.”

“네, 갔다 올게요.”

중앙성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 NPC가 1층 입구 옆의 접견실로 들어갈 수 있게 안내했다.

그리고 안에서 사무를 보는 NPC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난 뒤 시민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 가르시아 제국 시민권 』

- 가르시아 제국 내에서 기여도를 쌓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장치인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사무 NPC에게 물었다.

로가슈 왕국 작위가 여기서도 통할까?

“로가슈 왕국의 남작 주호입니다.”

『 아! 로가슈 왕국! 아직 존재한다죠. 로가슈 왕국 귀족이시니 거점 활동이 가능합니다. 제국 서기관에게 적합한 목록을 받으시길. 제국을 도와주신다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

《 메인 퀘스트 : 거점 확보. 》

- 거점을 확보하세요.

- 퀘스트 보상

『 가르시아 제국 기여도. 』

역시…….

거점 확보에 대한 퀘스트가 메인으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정상적이며 빠른 루트로 보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걸 받지 못했겠지.

필요하다면 우리 팀 사람들도 귀족 작위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 아직은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내에 따라 서기관을 다시 만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 후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재중이 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아, 안에서 메인 퀘스트 좀 했어요. 귀족이라고.”

“흐음? 그래?”

안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다들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목록을 좀 받아오긴 했어요.”

“어디 보자. 여긴 공중 섬, 울음의 호수, 지하 광산, 말라버린 숲, 화산 지대, 얼음 성, 피의 저택, 수정 탑, 마도 성, 용의 대지, 암흑의 경계…… 뭐가 이렇게 많아?”

“그렇죠?”

대부분 빨간색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도 있고 불러준 목록 외에도 아직 몇 개의 장소가 더 있었다.

멀거나 난이도가 있거나.

“이거 전부 다는 못하겠는데…….”

거리는 둘째로 치고 수행할 인원이 부족했다.

물론, 거리 자체도 무시 못 하고.

어느 쪽 한쪽만 진행해야 할 정도로 맵과 사냥터가 넓었다.

“사장님도 정보를 가져오실 텐데…… 이 정도는 아니겠지. 귀족이 확실히 좋은데?”

재중이 형의 부러움 섞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맵을 다 돌아다니지 못한 상태지만 단지 귀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꽤 광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귀족이 된 보람이 있었다.

“일단 생각 좀 해보자. 그리고 네가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

응?

따로 이야기할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인가?

“대전.”

“네?”

“제국 내에서 대전이 열리더라. PvP 형식으로.”

“그래요?”

대전이라…….

“굳이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이곳엔 우리밖에 없는데…….”

“보상이 짭짤해.”

“보상이라면?”

“제국 귀족 작위, +1 확정 강화석. 그리고 랜덤 보상. 아마 이쪽은 무기나 악세가 될 확률이 높겠지. 그것도 꽤 괜찮은.”

“이건 무시할 수 없겠네요.”

확정 강화석도 그렇고 제국 귀족 작위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작위보다 더 좋은 보상이 될지도.

“할 게 너무 많네요.”

거점에 대전에…….

그리고 한 가지 더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이걸 말해도 되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형, 혹시 드래곤 보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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