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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4화 (397/1,404)

# 404

#404화 이상한 대륙? (4)

《 해당 지역 관할 영주가 없습니다. 》

《 이곳을 거점으로 삼으시겠습니까? 》

숨겨진 시스템일까?

아니,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이용할 시스템이 더 올바를 것이다.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 안내 NPC를 따라 어딘가의 도시에 정착하고 기여도를 쌓거나 특수 이벤트를 해결하는 방법.

그런 경로를 통해 귀족 작위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이곳 크루아 대륙에 거점을 생성할 수 있었겠지.

혹은 유적지를 차지하던가.

이곳의 일반 몬스터만 해도 벅찬데 유적지를 지키고 있을 네임드까지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기, 용의 대지라고 했죠?”

“어, 그렇지.”

“그럼, 어딘가에 있을 유적지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십중팔구…….”

재중이 형은 내 말에 다른 의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이겠지.”

드래곤.

드래곤은 항상 최상의 몬스터로 존재한다.

“그리고 어지간한 게임에서도 드래곤은 최강이지. 아마 월드 네임드 수준은 될 거다. 아마 레비아탄 정도? 전에 봤던 고르곤, 악마형 케르베로스는 잘 모르겠다만.”

“잡아야 할 녀석이 산더미네요.”

“아아,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 스펙 업을 해야 해.”

단순히 저런 네임드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륙의 크기를 보면.

돌아다니면서 잡아야 할 녀석들까지 생각하면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점점 새 대륙이 마음에 들려고 하고 있어요.”

“마음에 들면 일단 여기서 살아남는 것부터 생각하자. 당장 오자마자 쫓겨날 판이야.”

재중이 형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 말대로 여기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귀환 위치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중요했고.

“거점 설치하면 귀환 위치는 문제없겠죠?”

“아무래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 정도는 해주겠지.”

“그럼 망설일 게 없네요.”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는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어머? 거점이라… 재밌겠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우린 못 만드니까. 그리고 덕분에 자리는 확실히 잡겠어요.”

스칼렛이나 이슬두잔 모두 우리가 먼저 거점을 만드는 데 찬성을 했다.

어차피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만들기도 하고.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지.

그리고 현재 여기에 거점을 만들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시스템이 나오고 난 뒤, 로가슈 왕국 작위에 관련된 시스템 창 안에 거점에 관련된 창이 생겼다.

《 이곳에 거점 설치하시겠습니까? 》

YES를 선택하자 바로 시스템 음이 추가로 알려왔다.

《 이후 일정 범위 안에 다른 거점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

《 거점을 설치하면 주변 몬스터에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

《 언제라도 몬스터들에게 거점을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

《 충분한 방어 시설을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

《 다른 유저들에게 거점을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

《 적대 유저는 해당 거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 거점이 함락당할 시 거점은 파괴됩니다. 》

《 거점 파괴 시 다른 유저가 해당 장소나 근접한 장소에 거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

《 용의 대지에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명은 길드 명으로 대체 됩니다. 》

《 거점 : ‘신화’가 설치되었습니다. 》

설치가 끝나자 허공에 커다란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10강 강화를 성공한 뒤, 나온 그런 시스템 알람이.

《 주호 님이 크루아 대륙에 새 거점 『 신화 』를 세웠습니다. 》

물론, 이 시스템 메시지는 서버 내 모든 인원이 볼 수 있고.

자기 머리 위에 바로 뜨는 메시지를 보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 탓에 월드 채팅창이 마비될 정도로 글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거점? 크루아 대륙?

-뭐야? 벌써 새 대륙 넘어간 거?

-와, 역시 진짜 빠르네. 새 대륙 열린 지 얼마나 됐다고.

-새 대륙 이동 퀘스트 진짜 빡시던데 그걸 벌써 다 했어?

-야야, 쟤네는 시작부터 리치 씹어 먹었잖아.

-부럽다. 새 대륙.

-거점이면 유적지 같은 건가? 설마 벌써 유적지 먹은 거야?

-설마 새 대륙에 있는 네임드 벌써 잡은 건 아니겠지?

-에이, 아무리 재들이 날고 기어도 벌써 잡았을 리가…….

-아니, 지금까지 재들 해온 짓 생각해보면 충분히…….

-여기서 죽치고 있을 때가 아니네. 빨리 넘어가야겠다.

어휴, 이건 진짜.

좀 조용하게 넘어가나 했더니 이미 끝나버렸다.

아니, 망했다.

아직 거점의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유저도 거점을 공략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이름이 시뻘건 몬스터만 해도 충분히 벅찬데 유저까지 들락거리면서 난리를 친다?

생각만 해도 귀찮음이 막 와 닿네.

거점을 설치한다는 시스템 음이 나오고 난 뒤 혹시나 점검을 하게 되나 기다렸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쁜소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 점검 안 하는 거예요?”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으응? 뭐가 바뀐 걸까요?”

이쁜소녀 말대로 바뀐 게 전혀 없었다.

좀 전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지형이었다.

하지만 내 발밑에 뭔가 희미하고 하얀 마법진이 새겨져 돌아가고 있었다.

크기도 크지 않고 얼핏 보면 모르고 넘어갈 만한 그런.

하얀 마법진이 돌아가는 바닥을 바라보다가 발을 떼고 뒤로 물어나니 다시 시스템 음이 울렸다.

《 거점을 유지할 하르가 부족합니다. 거점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

《 귀환 포인트를 설정할 수 없습니다. 귀환 포인트 활성화를 위해 하르를 채워 넣으세요. 》

하르?

하르면…….

전혀 없는데?

“혹시 하르 남는 분?”

내 말에 우리 쪽 사람들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하긴 있을 리가.

이미 넘어오면서 하르란 하르는 탈탈 털어 넣었다.

왕국 정기선에.

난감 그 자체네.

어딜 가도 하르가 문제구나.

이래선 거점을 설치할 방법이 없었다.

당장 하르를 구할 방법이…….

그때, 챠밍이 내 옆에 와서는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저 사람들은 어때요?”

“응?”

“여기 사람들이니까.”

“아! 고마워.”

챠밍의 조언에 멀뚱히 서 있던 두 사냥꾼 NPC에게 바로 걸어갔다.

“혹시 하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하르가 좀 필요한데…….”

그러자 하르라는 말에 반응하는지 두 사냥꾼 중 중년 남자가 내게 말을 했다.

『 하르? 하르 수출한다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르를 물으면 어쩌자는 거지? 이 대륙에서 하르가 얼마나 귀한지 알고는 있나? 』

할 말이 없네.

하르 수출하러 온 사람들이 하르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때, 옆에 있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냥꾼 NPC가 내게 손바닥을 내보였다.

응?

『 공짜로? 』

설마 하르를 팔아준다는 건가?

돈이라면 충분히 있지.

“얼마면 됩니까?”

그러자 사냥꾼 NPC가 내게 동그라미 몇 개를 그려 보였다.

대략 현금으로 십만 원 정도의 액수인가?

저 정도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

아이템 하나 가격에 수억을 하는 것도 봤는데 이건 애교에 불과했다.

사냥꾼 NPC에게 돈을 쥐여주자 씨익 웃어 보였다.

《 사냥꾼 NPC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 어이구, 감사합니다. 하르는 이쪽 산맥을 여러 개 넘어 드워프가 있는 곳으로 가면 구할 수 있습니다. 』

역시 돈은 만국 공통어인가?

단번에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보면.

그리고 드워프?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보통은 손재주 넘치는 종족이라고 하지.”

“손재주라…… 혹시 새 아이템도 구할 수 있을까요?”

“모르지 그건. 가봐야 알겠고.”

《 드워프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

《 드워프들을 찾아내면 새 제작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

단순히 정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알림이 뜨나?

이건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누구보다 빨리 정보를 얻어내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터.

어디 한 번 정보를 더 캐볼까?

아예 이번엔 사냥꾼 NPC들에게 돈을 더 쥐여줬다.

대략 현금 백만 원에 해당하는 아르를.

『 어이구, 뭐든 다 물어보십시오. 』

《 사냥꾼 NPC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역시.

전에 알던 NPC들하고는 뭔가가 다르다.

조금 더 자율성이 강한 그런 느낌.

마치,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스템이었던 호감도랄까?

“형, 뭐 물어보죠? 지금 물어보면 다 알려줄 것 같은데.”

“근처 도시, 몬스터 분포, 전체 지형 같으면 더 좋겠지.”

그 말에 사냥꾼 NPC가 아는 것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 여긴 크루아 대륙 최남단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은 대륙에서 얼마 없습죠. 옛날 성마대전에서 패하면서 제국과 왕국이 남쪽으로 쭉 밀려났습니다. 영웅들만 모두 있었어도…… 그렇게 허무하게는. 』

《 성마대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

《 성마대전 영웅들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

《 성마대전 영웅들의 잔영을 찾아내면 새로운 아이템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사냥꾼에게 계속 돈을 쥐여주면서 다른 정보도 계속 얻어내었다.

이 근처의 지형.

몬스터 배치.

가까운 왕국의 위치까지.

다만, 딱 이 근처의 정보만 받을 수 있었다.

조금 먼 곳은 사냥꾼도 알 수가 없는 모양이라.

사장님뿐만 아니라 스칼렛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내가 쳐다보자 머쓱한지 고개를 돌렸다.

“무임승차해서 미안해요?”

“어차피 제가 안 알려줬어도 돈으로 이 NPC 입 열었을 거잖아요.”

그러자 스칼렛이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절 너무 잘 아시네.”

이슬두잔도 날 보면서 마찬가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조금만 돈 들이면 얻을 수 있는 정보라 딱히 비밀로 할 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NPC에게 뇌물이 먹힌다는 점.

앞으로 보이는 족족 돈을 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냥꾼 NPC와 대화를 마쳤다.

마지막에 사냥꾼 NPC가 한 가지 도움을 더 줬다.

『 급하면 하르가 섞인 무기도 괜찮습니다. 』

응?

방금 뭐라고?

『 분해 스킬을 사용하면 무기를 분해해 필요한 성분을 일부 얻을 수 있습니다. 』

분해 스킬?

이건 처음 듣는 소린데?

그러면서 사냥꾼 NPC가 내 주머니 쪽을 계속 쳐다봤다.

하…….

진짜 대박이네.

그 자리에서 다시 돈주머니를 꺼내 사냥꾼 NPC에게 전달했다.

《 사냥꾼 NPC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사냥꾼 NPC의 호감도가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

『 그럼 분해 스킬북을 드리죠. 』

《 사냥꾼 NPC에게서 분해 스킬북을 전달받았습니다. 》

결국, 돈 주고 분해스킬을 산 셈이네.

그 자리에서 분해스킬을 익히자 새로운 창이 하나 떴다.

《 분해할 아이템을 등록하세요. 》

아이템을 놓는 자리에 인벤에서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하르 무기를 하나 꺼냈다.

혹시나 잃어버린 경우를 생각해서 넣어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챙겨온 것 같았다.

그렇게 하르 무기를 분해하자 하르 원석 한 개와 하르 조각 몇 개가 손에 들어왔다.

만들 때 들어가는 양보다 확연히 적은 양.

다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바로 다른 하르 무기를 꺼내서 분해를 시작했다.

분해할 때마다 나오는 양은 랜덤인지 어떨 때는 하르 원석이 나왔다가 어떨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거 효율로 보면 완전 쓰레기에 가까운데?

돈이 아주 철철 넘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야 이 분해 스킬은 최악에 가까웠다.

가진 성분을 하나라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 하나만 빼버리면.

그렇게 뽑아낸 하르 원석과 조각을 들고 하얀 마법진에 집어넣자 바로 반응을 보였다.

《 거점 신화의 부활석이 활성화됩니다. 》

《 하르 방어막이 활성화됩니다. 》

됐다.

다들 부활 장소가 활성화된다는 말에 환호를 했다.

적어도 이제 죽으면 로가슈 왕국으로 돌아가는 부담을 덜게 되었으니까.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는 내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넌 죽으면 안 된다.”

그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나만 죽으면 안 되는구나.

일단, 유적지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점의 시스템 창을 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경고음이 들려왔다.

《 하르로 거점 활성화로 주변 몬스터들을 자극합니다. 》

그리고 나르샤 누나가 제3의 눈으로 뭔가를 봤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누나 혹시?”

“어, 준비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녀석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드레이크.

네임이 시뻘건 녀석이 커다란 날개를 펼치면서 우리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시작부터 드레이크인가?

왠지 앞으로 정말 고생할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막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정말 피곤해지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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