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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3화 (396/1,404)

# 403

#403화 이상한 대륙? (3)

중간에 문제가 있어 옆으로 빠지긴 했지만 분명히 북쪽으로 쭉 올라왔다.

새 지역?

또 다른 곳?

크루아 대륙 지리를 잘 몰라, 우리가 도착한 곳이 어딘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힘들었다.

예전의 해양 도시 정도를 기대했는데…….

나와야 할 도시는 나오지 않고 이런 아무것도 없는 해안가라니…….

그런 상황 속에서 정찰을 나갔던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모두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네?”

내 말에 나르샤 누나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빠르게 말을 꺼냈다.

“일단 튀어.”

튀어?

지금 도망가자고 했나?

어지간하면 이런 이야기를 꺼낼 사람이 아닌데?

싸우면 싸웠지 쉽사리 뺄 누나가 아니라 더욱 의아함이 들었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 지금 바로 빠져야 해.”

“알았어요.”

나르샤 누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날 재촉하자 바로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빠지자. 별일 아니라면 다시 돌아오면 되고.”

그러더니 전체 알림으로 이 상황을 알렸다.

-수색 중단, 최대한 신속하게 빠집니다.

재중이 형이 주변에 알리자마자 달 길드, 치맥 길드 사람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새 대륙 온 것 아니야?”

“왜 빠지라는 거지?”

“뭔가 발견한 건가?”

의아함이 가득함에도 숲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빠져나왔다.

그 순간 숲 너머 저쪽에서 뭔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크고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

“캬아악!”

역시 뭔가 있었구나.

그런데 그 소리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무언가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듯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소리 울음소리가 들려오면서 주변 대지와 큰 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와 진동에 놀라 숲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나무가 픽픽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최소 오십여 마리.

뒤쪽을 더 확인해야 알겠지만 당장 넘어가는 나무를 생각해 보면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단지 움직이는 것만으로 나무를 부러뜨려?

아니, 숲을 갈아버린다는 표현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잔득 굳어졌다.

적어도 지금껏 거쳐 왔던 몬스터하고는 체급 자체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카스카라와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꺼내 들고 양손을 꽉 쥐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약속이나 한 듯 각자의 무기를 꺼내 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가장 외곽의 나무가 쓰러지면서 녀석의 모습이 어두운 숲속에서 형체를 드러냈다.

검은 광택이 나는 비늘을 온몸에 갑옷처럼 두른 거대한 무언가.

사족 보행?

일단 덩치가 거대한 나무를 찍어버릴 만큼 컸다.

납작하게 몸체를 낮추고 있었으나 대략 2m는 넘어 보이는 높이.

순간 고르곤이 생각났으나 그와는 또 달랐다.

덩치는 컸지만, 길게 쭉 빠진 목과 유선형 동체를 보면 이쪽이 훨씬 날렵하다.

그리고 조금 더 어둠 속을 빠져나오자 뒤로 거대한 날개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와이번?

아니, 전에 봤던 와이번보다 몸체가 훨씬 크고 튼튼해 보였다.

아이와 다 큰 어른을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큰 차이.

차라리 썬더볼트와 가까운 모습.

이쪽이 날개가 한 쌍 적다는 것만 빼면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네임이…….

빨간색?

그것도 그냥 빨간색이 아니고 아주 짙은 빨간색이었다.

레비아탄에게서 봤던 딱 그 색.

레벨 차이가 엄청날 때 표시되는 색에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 드레이크 』

긴 이빨이 잔뜩 돋아나 있는 흉폭하게 생긴 머리가 우리를 주시했다.

마치, 물리기라도 하면 몸이 절단될 것 같은 그런.

녀석이 우리를 발견하자 검은 광택이 나는 거대한 날개를 양옆으로 활짝 펼쳐 올렸다.

“크라악!”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하울링.

감각이 잔뜩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몸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 하울링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으니까.

분명히…….

이런 녀석이 여러 마리였지?

고개를 돌려 챠밍을 보자 굳은 표정으로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숲속을 가리켰다.

“숲속에 잔뜩 있어요.”

하얗게 질린 챠밍과 나르샤의 표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레벨 차이가 극심한 몬스터.

그것도 덩치가 산만 하고 심지어 날기까지 하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아니고 수를 알 수 없을 만큼 많단다.

살아서 바다를 건너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마 좌표를 심하게 잘못 잡은 것 같다.

다시 고개를 돌려 드레이크를 바라봤다.

이 정도 숫자면 일단 네임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몹이라 단언할 수 없다.

모습만 보면 최소 엘리트급.

사실, 일반 몹이어도 문제다.

이 정도 레벨 차이에 이 숫자면.

차라리 한 마리뿐이라면 각 길드의 정예를 붙여서 싸워보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리 정도의 장비를 갖추지 못했으니까.

지금 이 녀석들과 붙으면.

분명 누가 죽어도 죽는다.

그것도 꽤 많이.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길드원을 잃을 수도…….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말했다.

“일단 빠지자. 제대로 싸우는 것은 적어도 귀환 지점을 찾은 뒤야.”

방법이 없나.

본능적으로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딸린 식구가 많았다.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문제가…….

어디로 벗어나지?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부분의 길드원을 잃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로 날 수도 없었다.

지상에서 움직이지만, 커다란 날개까지 달려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저 광택 나는 까만 날개가 폼으로 달린 게 아니라면.

비공정으로 떠봐야 먹잇감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럼 딱 하나 남았나?

“바다?”

재중이 형이 내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서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방법이 없죠.”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다들 바다로 뛰어들어!”

그 말을 하고 재중이 형이 먼저 뒤로 돌아 바다로 뛰어갔다.

가는 길에 막내별의 팔을 잡더니 같이 끌고 달렸다.

나 역시 챠밍의 손목을 잡고 뒤로 돌아 달려나갔다.

【 대쉬! 】

“꺅!”

“아, 미안. 지금은 급하니까.”

블링크를 쓰라고 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런데 막내별이 순간 몸을 멈추고 재중이 형에게 뭐라고 다급하게 하는 말이 들렸다.

“저 수영 못 해요!”

“아! 괜찮아! 일단 들어가!”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막내별을 번쩍 들어 바다 한가운데 휙 던져 버렸다.

“꺄악!”

그 모습을 본 챠밍이 날 보더니 단호하게 한 마디 했다.

“전 수영할 줄 알아요.”

“설마 내가 널 던지겠니.”

“혹시나 해서요?”

그러더니 챠밍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 뒤로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전사 형이 우리를 따라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우리 모습을 본 사장님, 스칼렛, 이슬두잔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이미 드레이크 십여 마리가 숲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뭔가의 마번진이 생겨나 새빨간 기운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브레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십여 마리가 동시에 브레스를 장전하는 것을 본 길드원들이 사색이 되어 빠르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거기다 일부 드레이크는 그대로 떠올랐다.

하늘로 올라갔다면…….

전멸했을지도.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챠밍에게 신호해 깊숙하게 잠수했다.

저 브레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알 수 없기도 하고 어설프게 들어갔다가 공격당할 수 있으니까.

깊숙하게 들어가 위를 바라보자 바다 위를 붉은 브레스가 훑고 가는 모습이 일렁이면서 보였다.

그것도 수십 발이 동시에.

그중 꽤 다수가 물에 닿아 터지면서 우리가 있던 곳까지 충격을 전달해 몸이 밀리는 것이 느껴졌다.

바다에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저 브레스를 그대로 맞았겠지.

이걸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고개를 들어 올려 계속 상황을 주시했다.

녀석들이 바닷속으로 들어오면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었다.

이제는 정말 싸울 수밖에.

그렇게 긴장을 풀지 않고 올려다보는데 한참이 지나도 녀석들이 물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시스템음이 울렸다.

《 드레이크가 바다를 꺼립니다. 》

《 전투 상황이 지연됩니다. 》

《 드레이크와의 어그로가 풀립니다. 》

《 드레이크가 멀어집니다. 》

휴.

다행히 잘 넘어갔나.

바다에서 깊숙이 잠수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끝까지 안 가고 버티면 어쩌나 했는데.

드레이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들 바다 위로 올라왔다.

“완전히 갔네요.”

“운이 좋았어.”

“여긴 대체 뭐죠?”

“일단 여기부터 피하자. 바다에도 뭐가 있을지도 몰라.”

그 말에 옆에 떠오른 우리 팀이 화들짝 놀랐다.

레비아탄 같은 녀석이 근처에 있다면…….

여기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베록을 꺼내서 띄웠다.

해안에 한 번 내리는 것으로 이벤트가 끝난 것인지 NPC를 죽여서 끝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비공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올라타자 전사 형이 해안 끝을 둘러서 조심스럽게 조타를 시작했다.

“나르샤 누나가 잘 봐줘야 해요.”

“맡겨둬.”

일단 당분간 무리할 수밖에.

게다가 나르샤 누나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했다.

떠나기 전, 현재 맵에 확실히 표시를 해두었다.

드레이크 지역.

엄청나게 높은 레벨.

많은 몬스터.

꽤 좋은 사냥터.

우리가 잡을 수만 있다면.

***

혹시나 드레이크 같은 몬스터가 날아올까 마음을 졸이면서 오른쪽 해안을 따라 계속 비행을 했다.

바다 쪽도 수시로 살피면서.

재중이 형 생각에 왼쪽으로 많이 치우쳤다고 해서 일단은 오른쪽으로 좌표를 잡았는데 잘 가고 있는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더 높은 지역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가야 할 지역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지금은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게 해안을 따라 계속 비행을 하는데 드레이크 외에도 몇 가지 몬스터를 발견했다.

다만 네임이 빨갛게 되어 있어 차마 상륙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점점 색이 옅어진다는 것 정도.

그렇게 한참을 더 해안을 따라가다 나르샤 누나가 뭔가를 발견한 듯 놀라서 외쳤다.

“있어! NPC!”

드디어!

나르샤 누나의 말에 베록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다 환호성을 질렀다.

바다에 표류되어 떠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NPC가 있다는 것은 주변에 안정적인 장소가 있다는 소리니까.

그렇게 반대 없이 베록을 가져다 댔다.

가까워질수록 몇몇 NPC가 발견되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큰 도시는 주변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나르샤 누나가 주변에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다들 지상에 내려섰다.

드레이크 때문인지 사람들이 너무 조심스러워졌는데?

그렇게 내려서서 재중이 형과 함께 아까 발견한 NPC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사냥꾼?

옷 상태를 보면 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남성 두 명이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활을 들어 우리를 위협했다

『 누구냐! 』

거의 적대에 가까운 모습인가?

그동안의 다른 NPC들과는 다르게 아무래도 이 NPC들은 우리를 꽤 경계하는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이 손을 들고 나서서 외쳤다.

“모험자입니다.”

보통은 우리가 모험자라고 불렸지.

『 모험자? 모험자는 이미 명맥이 끊긴 줄 알았는데? 』

재중이 형의 모험자라는 말을 인식하는지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꽤 당혹스러운 표정과 함께.

“로가슈 왕국에서 온 모험자입니다.”

『 섬나라 로가슈 왕국? 그곳이 아직도 있어? 』

에?

무슨 소리지?

아직도 있다는 말은……?

“하르 수출을 위해 로가슈 왕국에서 왔습니다. 근처에 큰 도시가 있습니까?”

『 하르 수출? 도시? 당신들 여기가 대체 어딘지는 알고 물어보는 건가? 』

이거 길 잃은 미아, 라는 소리를 해야 하는 건가?

중간에 안내할 NPC를 죽여 버려서 애먼 곳에 떨어졌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게 알아들을까.

재중이 형은 딱히 그것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물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 푸하하하,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녀석들이라니…… 잘 들어. 여긴 바로 용의 대지다. 죽고 싶지 않으면 바로 여기를 떠나. 』

용의 대지?

《 용의 대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

그러자 맵에 미상으로 나온 정보가 바로 용의 대지로 변했다.

용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맵을 넘어오자마자 용부터 나와?

그리고 추가로 시스템 음이 바로 울려댔다.

《 용의 대지에는 유적지나 거점이 없습니다. 》

《 귀족 작위를 가진 유저는 일정 장소에 거점을 세울 수 있습니다. 》

《 거점을 세워 세력을 넓히시길 바랍니다. 》

《 NPC를 고용해 시설을 늘릴 수 있습니다. 》

거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업데이트 내용에 이런 것은 없었는데?

재중이 형은 새로운 시스템에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크큭, 아놔, 별걸 다 준비해놨네.”

“그러니까요.”

진짜 여기다 거점을 만들 수 있는 건가?

그럼 하르 수출은 어떻게 되는 거지?

도시는?

퀘스트는?

과연 이곳에 거점을 만들어 버틸 수 있을까?

이름이 붉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용이 나올지도 모르는 장소인데?

“너, 지금 로스트 스카이 내 유일한 귀족이잖아. 일단, 세우고 보자.”

아놔, 이 형 진짜 대책 없네.

그런데 그게 꼭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았다.

거점?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거잖아.

용이 오든 뭐가 오든.

“지르죠. 못 먹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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