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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98화 (1,198/1,404)

# 398

#398화 장벽 너머 (2)

로가슈 국왕의 수여식이 끝나고 난 뒤, 보상을 모두 챙겨 대전을 나왔다.

“또 점검이네요. 그럼 나중에 접속해서 봐요. 다들.”

이미 나 외에는 미리 보상을 다 받았던 터라 다들 느긋하게 접속을 종료하기 시작했다.

“오빠, 나중에 봐요.”

“먼저 갈게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먼저 떠나고 나르샤 누나, 전사 형, 막내별도 차례로 자리를 떠났다.

“하, 심심한데 또 어디서 시간을 보내나. 점검 끝나고 보자.”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접속을 종료했다.

어쩔 수 없나.

텅 빈 대전을 뒤로하고 나 역시 VRS를 빠져나왔다.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온 경우는 초기 때 외에는 없었던지라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부터 확인했다.

-아씨, 또 점검해?

-미쳤냐?

-너무하네. 접속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내 시간 물려내라. 황금 같은 저녁 타임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거기도 점검함? 우리도 하는데…….

-에? 2서버도 점검?

-아니, 전 서버 다 점검함. 방금 공지 뜸.

-뭐야, 대체 정기점검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전부 점검이야?

-모르지. 또 누가 사고 쳤나 봄. 공지 봐라.

-운영자들 뺑이 치네. 또 밤새겠는데?

-나 같으면 벌써 때려 쳤음ㅋㅋ.

댓글을 확인한 후 곧장 공지사항부터 열었다.

1서버만 점검을 진행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가 버렸다.

확인 결과 16서버까지 모조리 닫아버렸다.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신서버까지 모두.

왜?

메인 퀘스트를 완료한 것은 우리 쪽 서버인데 다른 서버까지 닫을 필요가 있나?

이 의외의 상황에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승호> 형, 공지 봤어요?

<재중> 어, 이거 생각보다 더 큰 업데이트 같은데? 아니면 저렇게 다 닫을 필요가 없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메인 퀘스트를 완료함으로 뭔가 큰 변화를 가져온 것 같았다.

<승호> 다른 서버도 똑같이 맵이 열릴 수가 있겠네요.

<재중> 아마도? 전부터 서버 밸런스 이야기 나오더니 이번에 한 번에 맞추려나?

보통 콘텐츠 소비는 1서버가 가장 빨라 항상 새로운 콘텐츠는 1서버부터 열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서버에서 말이 많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똑같은 돈을 내고 플레이하는데 어디는 콘텐츠가 계속 나오고 어디는 매번 구경만 한다고.

<재중> 본인들이 잘해서 깨버리면 할 말이 없는 일인데 사람들 생각이 다 같진 않으니까. 거기다 슬슬 다른 게임들도 나올 거고 이쪽도 대응을 해야겠지.

유일무이한 게임이라면 유저가 뭐라고 하든 배짱을 부리면 되겠지만, 그것은 힘들었다.

아직 부동의 1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앞날을 모른다.

경쟁사 때문에라도 확실히 유저를 잡아두고 싶은 모양이네.

<재중> 생각보다 오래 걸릴 거야. 할 일 있으면 미리 다 해놓고.

<승호> 할 일이라…… 알았어요.

<재중> 뭐하면 놀러 가고?

로스트 스카이에서 그렇게 붙어 있고는 부족한가?

그렇다고 해도 이 제안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승호> 수정이 누나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재중> 크, 그렇지.

<승호> 알면 나중에 크게 한턱 쏘시던가요.

<재중> 어? 갑자기 잘 안 들리네.

<승호> 안 들리니 끊을게요.

그러고는 바로 통화 종료를 눌러버렸다.

이 형, 언제 한 번 정말 쫓겨나겠는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간 못했던 집안일을 차곡차곡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검 완료까지 시간이 넉넉해 유혜선 팀장도 잠시 만나 몸 상태도 점검했다.

너무 무리해서 감각을 끌어올리지 말라고 한 소리 듣고는 일단,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영양 잘 챙기라고 다시 식단을 짜서 보내줬는데 이대로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고.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하란 대로 안 하면 집 안에 CCTV 달아놓는다는 유혜선 팀장의 엄포에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외 VRS 수출 건으로 워낙 바쁘다 보니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고 바로 돌아왔다.

조금 더 붙들고 있다가는 유혜선 팀장이 먼저 쓰러질 것 같아서.

저쪽은 저쪽대로 힘들구나.

은하와 아라에게서도 연락이 왔었는데 다만 둘 다 일이 있는지 볼 수는 없었다.

아라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은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재중이 형과 수정이 누나가 뭔가 준비한다던데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니까 궁금하긴 했다.

뭔지 몰라도 잘 되어야 할 텐데.

돌아오는 길에 TV 전광판에서 로스트 스카이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전과는 전혀 다른 광고여서 눈을 사로잡았다.

역시.

미리 준비했던 건가?

광고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몇 번 진행해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한참 전에 준비를 해놓았다는 뜻이고.

저 광고를 보고 있으니 우리가 메인 퀘스트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아마 어떤 식으로든 새 시나리오가 진행되었을 것 같았다.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전체의 구성이 바뀌고 이벤트 목록이 전부 교체되었다.

대규모 업데이트에 불평하던 유저들도 신나하는 분위기였고.

신규 유저들을 위한 아이템 지급과 복귀 유저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것도 추가로 진행되었다.

이른바 시즌 2.

유저들의 패턴을 적용한 강력한 몬스터.

다른 종족의 등장.

적대 시스템 추가.

제작 시스템 활성화.

새로운 형식의 무기 등록.

사냥터 대폭 확대.

고난이도 사냥 지역 오픈.

필드와 던전에 신규 네임드 추가.

월드 네임드 추가.

PVP 개인 랭킹 등록.

제국 외 추가 왕국 등장 등.

그간 유저들 사이에서 카더라, 로 돌아다니던 사항이 한꺼번에 추가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그저 목록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쳐서 아쉬움이 생겼다.

일단 들어가 봐야지 알 수 있으려나…….

* * * * *

이틀에 걸친 업데이트를 진행해 원성을 살 만도 했지만 미리 예고한 업데이트 내용 때문인지 큰 반항은 없었다.

그리고 모처럼 정확한 시간에 점검이 끝나 접속할 수 있었다.

모처럼 푹 쉰 상태로 접속을 해서 그런지 몸도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VRS에 들어가면 나오는 로고도 바뀐 것을 보니 정말 디테일한 것까지 다 바꾼 모양이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9.

> 로딩 중…….

레벨은 그대로 99.

접속하자마자 주변을 살피니 여전히 대전 앞이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을 비롯한 챠밍, 이쁜소녀가 차례대로 접속을 해서 눈앞에 나타났다.

“여~! 잘 지냈냐?”

“아까도 통화했잖아요.”

“아, 분위기 못 맞추네.”

그 모습에 챠밍, 이쁜소녀가 덩달아 웃어버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두 접속했다.

물론, 접속하자마자 인사를 간단하게 하고 업데이트된 내용을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거 꽤…….”

전사 형은 목록을 보면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딱히 전사 형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맵.

맵을 열자 기존에 열렸던 구역보다 월등히 넓은 지역이 오픈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픈된 구역이 기존 구역의 열 배쯤?

아직 검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지만, 아예 스크롤도 되지 않았던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맵 자체가 넓어졌다.

“잘못하다간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겠는데?”

전사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사냥터가 멀어지면 비공정을 타고 한참 이동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부터는 어떨지…….

그리고 공지에 있던 대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황금빛 퀘스트가 퀘스트 목록 최상단에 등록되어 있었다.

《 메인 퀘스트 : 장벽을 넘어서. 》

- 퀘스트 보상

『 왕국 정기선 이용권. 』

《 메인 퀘스트 : 한계를 넘어서. 》

- 퀘스트 보상

『 레벨 제한 해제. 』

다른 퀘스트와 다르게 독립된 퀘스트.

일단 세부 내용을 열어보니 복잡해도 엄청 복잡했다.

뺑뺑이부터 시작해 중간, 중간 잡아야 하는 몬스터도 엄청나게 많았고, 구해야 하는 아이템도 상당했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의 마지막에 잡아야 할 몬스터가 무려 미치광이 리치와 데스 나이트였다.

이미 우리는 전부 통과된 것으로 완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거 우리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은데?”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메인 퀘스트 두 개를 바라봤다.

형 말대로 우린 암흑 지대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상대로 해서 메인 퀘스트를 따냈는데 그것들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아도 정말 낮은 편에 속했다.

물론, 비교하자면 낮다는 것이지 미치광이 리치나 데스 나이트도 쉬운 몬스터는 아니지만.

일단, 우리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었다.

한켈과 쉴라가 지원한다는 글귀.

전사 형은 그걸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메인 퀘스트를 깨고 넘어오는 사람이 생기겠습니다.”

사실 데스 나이트나 미치광이 리치는 넘사벽이다.

아직까진.

그런데 한켈과 쉴라가 도움을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한켈과 쉴라 자체가 미치광이 리치와는 상극이었다.

유저들은 숟가락만 들고 거들기만 하면 미치광이 리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툭 치고 가만히 있어도 한켈과 쉴라 덕분에 완료가 뜰 테니까.

이는 수없이 많은 유저가 새 지역으로 빠르게 넘어올 수 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와 저들의 격차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뭔가 억울하네요.”

막내별의 얼굴은 이미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딱히 다르진 않았고.

힘들게 악마형 케르베로스까지 상대해서 나온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안 하던 나르샤 누나도 불만이 가득한지 결국 한마디 했다.

“아무리 새 컨텐츠와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지만 너무 하네.”

전사 형도 불만이 있을 법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더 바라봤다.

“휴, 이렇게 된 것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해야겠네요. 정기선을 타고 최대한 빨리 넘어가요.”

적어도 메인 퀘스트를 하는 동안에는 격차가 여전히 벌어져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내용만 봐도 절대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유저가 여기에 매달리면 서로 몬스터나 퀘스트 아이템 경쟁도 일어나고 조금 더 시간이 끌릴 지도 모른다.

거기다 데스 나이트나 미치광이 리치의 숫자가 모든 유저가 잡을 만큼 많은 것도 아니고.

“전사 말대로 지금은 여기 집중할 때다. 다들 당분간은 파김치가 된다고 생각하고 바싹 당겨보자고.”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표정을 풀고 메인 퀘스트를 완료해 왕국 정기선 이용권을 얻어냈다.

이제 왕성에서 넘어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왕국 정기선을 손에 쥐자 자연스럽게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표시를 해주었다.

다들 앞서서 걸어가는데 제일 뒤에 뒤따라가다가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따라가지 않자 다들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챠밍이 먼저 날 보고는 물었다.

“오빠 어디 안 좋아요?”

“아니. 잠시만, 뭐가 생각나서. 잠시만.”

내가 손을 들어 제지하자 다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다들 또다시 의아한 눈으로 날 봤다.

으음, 이거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잠시만 망토 좀 빌려줄래?”

“네에? 아! 여기요.”

챠밍이 바로 본 쉴드가 내장되어 있는 망토를 넘겨주었다.

“으음, 여기서 더 필요한 게… 압축 물약하고… 전사 형 미스트 쉴드 안 쓰죠?”

“어, 그래. 여기.”

그리고 나르샤 누나에게 활까지 빌려 등에 메었다.

“너 뭐 하려고 그러냐?”

재중이 형이 의아해하면서도 재밌어하는 눈치로 날 바라봤다.

“저 잠시, 암흑 지대 좀 넘어갔다 올게요.”

“뭐?”

“생각해 보니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가겠네요.”

순간 내 말의 진의를 눈치챈 재중이 형이 박장대소했다.

“아, 이 미친놈. 진짜. 크큭.”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 모두 내 생각을 읽었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전사 형도 마찬가지.

“너, 또 왕국을 망하게 하려고?”

“네, 이번엔. 완전히.”

* * * * *

바로 사장님과 최강 길드, 스칼렛과 달 길드, 이슬두잔과 치맥 길드를 불러 빠르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 후, 데스 나이트와 미치광이 리치를 잡아냈다.

물론, 다른 길드들도 눈에 불을 켜고 메인 퀘스트를 진행했지만 우리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우리가 미치광이 리치를 잡은 이상 적어도 다시 리젠 되는 하루는 지나야 퀘스트를 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 쪽 연맹을 안정권에 집어넣은 뒤 바로 새 지역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다녀올게요.”

“정말 조심해요.”

챠밍이 손을 꾹 쥐고 날 바라봤다.

“어, 안 죽을 테니까 걱정 말고.”

그렇게 마중을 받고 난 뒤 바로 암흑 지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얼마 돌아다니지 않아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악마형 케르베로스. 그리고, 고르곤.

메인 퀘스트를 깨면 새 지역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그럼, 그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초장부터 없애버리면 된다.

바로 왕국의 멸망으로.

“자, 일할 시간이다. 케르베로스, 고르곤. 마음껏 날뛰어 봐라.”

뒷일?

난 몰라.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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