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89화 (386/1,404)

# 389

#389화 잃어버린 상징을 찾아서 (3)

악마형.

한때, 섬 지역의 보스 몬스터였던 케르베로스.

마지막 페이즈에 나왔던 형태로 변한 그 케르베로스가 전이 마법진에서 불려 나왔다.

온몸에 검은 기운이 넘실넘실 흐르는 형태.

그런 케르베로스의 붉은 눈이 우리를 향하더니 묵직하고 낮은 음성이 실험실에 울려 퍼졌다.

『 또 너희냐? 』

우릴 알아봐?

설마하니 전이 마법진에서 케르베로스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예전에는 케르베로스의 기술에 전멸하는 이벤트가 일어났었는데 과연 지금은 어떨지…….

살짝 시선을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의 눈빛이 번뜩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언제라도 튀어 나갈 수 있도록 라이데인을 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마치 설욕전을 준비하듯 다들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고 전투에 임할 준비를 마쳤다.

품속에 있는 증표를 꺼내자 증표에서 화살표 모양의 빛이 케르베로스를 향했다.

역시.

증표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빛은 정확하게 케르베로스를 가리켰다.

다른 말로 하면 저 녀석이 이 퀘스트의 핵심이라는 것.

“아무래도 저 녀석을 잡아야겠어요.”

내 말에 앞에서 준비 중이던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두는 내가.”

그러면서 데스 나이트 라지 쉴드를 앞으로 들고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전사 형은 중요하다.

지금 우리의 스펙으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사 형이 있었다.

우리 중 방어력이 좋은 전사 형이 먼저 붙어봄으로써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지 확인할 것이다.

만약, 전사 형이 전혀 버티지 못한다면.

이 레이드는 우리에게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되지 못할지도.

『 또다시 내게 덤비겠다는 건가? 그대 인간들은 이 무너진 세계에서 아직도……. 』

무너진 세계?

배경이 좀 우울하지만 무너졌다고 하기엔 아직 건재한 도시들이 있었다.

다른 곳도 있을 수 있고.

『 너희를 죽여 다시 한 번 세상으로……. 』

아무래도 뭔가가 없으면 마음대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우리를 죽인다는 말.

아마 제물이나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인지 갑자기 우리를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주호야 마력 좀 부탁한다.”

【 오우거 하트! 】

전사 형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붙을 생각인 것 같았다.

힘이 올라가고 마력이 고갈되는 순간.

【 마력 전이! 】

내게 있던 마력을 전사 형에게 넘겨주었다.

【 다크 쉴드! 】

【 다크 아머! 】

【 다크 웨폰! 】

할 수 있는 것은 다 걸치고 시작하려는가 보네.

【 돌진! 】

예전에 섬 지역에서 붙었을 때는 낮은 힘에 터무니없이 밀려 버린 기억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저렇게 풀 세팅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죽어서 사라져라! 』

케르베로스의 양손이 길게 변형되면서 마치 검은 검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아주 날카롭고 강해 보이는 검날.

그런 검은 검날과 전사 형의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가 중간에서 직격으로 맞부딪혔다.

카앙!

“크윽!”

힘을 최대 수준까지 올렸음에도 전사 형이 뒤로 쭉 밀려 나왔다.

다만 그때와 다르게 한 번에 날아가는 수모는 없었다.

오우거 하트가 유지되는 한 적어도 버틸 수는 있는 수준.

데스 나이트 라지 쉴드로 케르베로스의 검격을 방어하자 밀려나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전사 형도 듀얼링이 필요하겠네.

케르베로스와 제대로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뭉텅뭉텅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케르베로스가 강한 모양이고.

데스 나이트와 급수 자체가 아예 달랐다.

섬에서 붙었던 케르베로스와 또 다른 레벨.

상상 이상의 힘을 보여줬다.

단순히 육체파면 그래도 어떻게든 제어를 할 수 있을 텐데.

물론, 그렇게 쉽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거대한 불의 칼이 동시에 여러 개가 생겨났다.

딱 사람 수만큼.

그리고 주변을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갔다.

마치 활을 쏜 것처럼 굉장한 속도로.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급하게 외쳤다.

“피해!”

위력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일단은 피하고 보는 편이 좋았다.

전사 형은 케르베로스를 상대하면서 동시에 불의 칼을 막는다고 손이 바빠 보였다.

나와 재중이 형에게 날아온 불의 칼은 몸을 비트는 것으로 빠르게 피할 수 있었고, 이쁜소녀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챠밍에게 날아든 칼은 탈출기를 써서 벗어났다.

【 블링크! 】

챠밍이 사라진 자리에 박힌 불의 검이 터지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서 뽑혀 나왔다.

나르샤 누나는 달려서 피하고, 막내별에게 붙은 검은 전사 형이 커버해 주었다.

“폭발물은 아닌 것 같네요.”

그냥 그 자체로 하나의 개체처럼 계속 돌아다녔다.

그것도 우리 후방으로.

예전에는 저런 패턴이 없던 것 같은데 진짜 케르베로스는 다른 건가.

“저거 부숴야겠는데?”

결국 재중이 형이나 나나 우릴 쫓아오던 불의 검을 그대로 마주했다.

【 다크 웨폰! 】

【 라이트 웨폰! 】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카스카라에 동시에 웨폰을 걸고 화살처럼 날아오는 불의 검을 동시에 처올렸다.

까강!

마법이 아니고 진짜 검인 건가?

쇠와 쇠가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손에도 묵직한 반탄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검으로 내려치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좀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친 부분은 좀 일그러지는 정도로 변형되고 끝났는데 카스카라로 친 부분은 그만큼 아이스크림이 파인 듯 푹 패여 있었다.

그리고 내 마력 수치가 급격하게 차올랐다.

설마 이것도 적용될 줄이야.

아마 마력에 관련된 모든 스킬에 상성 상 우위를 점하는 것 같았다.

그와 다르게 재중이 형의 라이데인과 닿은 불의 검은 그대로 절반으로 잘려 나갔다.

그러더니 공중에서 힘을 잃고 사라졌고.

역시 무기 빨.

라이데인이 없었다면 정말 개고생했을지도.

카스카라는 움푹 퍼내는 역할 정도에서 그쳤지만 라이데인은 그 자리에서 마법을 부술 수 있었다.

물론, 마력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이쁜소녀는 다크 웨폰을 걸고 몇 번 검격을 주고받다가 재중이 형이 가서 불의 검을 잘라 버렸다.

나르샤 누나는 계속 따라오던 불의 검을 화살로 맞춰서 약해지게 만들었고 재중이 형이 따라가서 처리해주었다.

챠밍 역시 마찬가지.

내가 따라가 불의 검을 약하게 만들고 그만큼 계속 챠밍에게 마력을 전달해 주었다.

라이데인 급 무기.

혹은 카스카라 같은 특수 무기가 없으면 계속 고생하는 그런 마법이었다.

한동안 계속해서 불의 검이 생성되어 주변을 잔뜩 날아다녔다.

그만큼 우리도 불의 검을 부순다고 고생했고.

가장 고생하는 것은 전사 형.

케르베로스와 불의 검을 동시에 받고 있으니.

“부담을 좀 줄여줘야겠어요.”

바로 뛰어가 전사 형에게 붙은 불의 검을 최대한 약화시켰다.

그리고 마력이 넘치는 대로 전사 형과 막내별에게 계속 넘겨주었다.

“땡큐!”

“고마워요!”

전사 형은 다크 웨폰, 쉴드, 아머를 동시에 쓴다고 마력이 줄줄 내려가는 수준이라.

막내별 역시 그런 전사 형에게 힐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었다.

【 라이트 웨폰! 】

【 엑스트라 힐! 】

【 와이드 힐! 】

그리고 이번에 배운 힐이 있는데 이건 순차적으로 힐이 나눠서 계속 차는 스킬이었다.

한 번에 차는 양이 굉장히 적었으나 그런 식으로 여러 번 차다 보니 힐의 총량은 굉장히 많다.

같은 마력으로 훨씬 많은 체력을 채울 수 있어서 급할 때가 아니면 힐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고.

그런 힐을 주기적으로 전사 형에게 걸어주면서 최대한 마력 소모를 줄여나갔다.

계속 당하고 있을 순 없어 결국 좀 무리를 하더라도 우리 역시 케르베로스에게 붙었다.

전사 형이 정면.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측면을 돌고, 난 대부분 후방을 돌았다.

다만, 케르베로스가 워낙 빨라서 어느 순간부터 방위는 크게 의미가 없게 되었다.

케르베로스가 휘두르는 공격이 많아서 공격 자체가 거의 360도에 가까웠다.

특히 꼬리.

악마형이라 그런지 긴 꼬리가 있었는데 이게 크게 휘둘러지면서 위력조차 강해 좀처럼 뒤를 붙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어력도 상당히 높았다.

간간히 공격을 성공시켜 몸을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검으로 변한 팔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불꽃이 맞닿은 상대에게 굉장한 피해를 주었다.

아마 데스 나이트 풀셋이 아니었다면 붙자마자 떨어져 나갔을 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 녀석을 상대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데스 나이트 풀셋은 무조건 입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누구 하나 죽지 않고 계속 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약은…….

아직은 괜찮나?

케르베로스 자체가 마력 덩어리였다.

쓰는 스킬 전체가 마력이고 공격 한 번만 성공시켜도 꽤 많은 마력이 채워졌다.

그런 마력을 주로 막내별에게 넘겨주자 그만큼 힐이 풍부하게 들어왔다.

물론, 갑자기 들어오는 정말 큰 공격도 존재했다.

바닥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검붉은 불의 기둥이 올라와 전사 형을 태우고 사라졌다.

“크윽!”

막내별이 깜짝 놀라 바로 힐부터 썼다.

【 와이드 힐! 】

체력을 간당간당하게 남기고 사라진 불의 기둥에 다들 긴장을 잔뜩 했다.

시전되고 발사되는 시간까지 정말 짧았다.

잠시만 눈을 돌리면 누구나 안전할 수 없다.

그런 종류의 마법을 무려 다섯 개씩 범위를 바꿔가면서 계속 쏘아댔다.

역시 악마형.

공격속도는 거의 내 수준이고 체력은 짐작도 안 간다.

심지어 마법까지 강하고.

데스 나이트와 리치를 합쳐놔도 이 녀석만 못하겠는데?

챠밍도 공격을 포기하고 체력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카스카라와 마력 전이가 없었다면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물약은 녀석의 대미지를 따라가지 못해 힐로 버텨야 하는데 힐을 쓸 마력이 어디서 막 솟아나진 않으니까.

다시 한 번 마력을 뽑아내기 위해 두 개의 검으로 케르베로스의 등짝을 긁고 지나갔다.

『 너 이 녀석! 』

칫, 어글을 끌었나.

최대한 마력을 많이 뽑아내기 위해 공격을 자주 했던 것이 무리를 한 것 같았다.

나에게 시선이 돌아온 순간 전사 형이 고개를 저었다.

한 번씩 튀어 나가려는 케르베로스를 잡아두기 위해 어글 스킬을 다 소모한 모양이다.

당분간 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나?

케르베로스의 두 개의 검날이 빠르고 강하게 내게 휘어져 날아왔다.

바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를 휘둘러 두 개의 검에 대항했다.

속도는 다행히 밀리지 않는다.

전에는 정말 모든 것이 밀렸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으니 다행인가?

강하게 들어오는 검은 흘리고, 못 막을 궤적은 튕겨내는 식으로 수십 합을 버텨냈다.

확실히 빠르다.

아마 지금 나 외에는 이 녀석의 검을 똑같이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재중이 형조차 민첩 수치에서 밀려 속도 경쟁에서 힘들 테니까.

스탯 한계에 가까운 속도를 굴리자 점점 집중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눈으로 보인다.

저 빠른 휘두름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빈틈들.

하지만 스탯이 따라가질 못했다.

다운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겠는데.

우리 무기가 전부 데스 나이트 종류인데 데스 나이트 무기가 가진 옵션이 저 케르베로스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나와 전사 형이 겨우 탱킹을 주고받으면서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금 이 케르베로스를 상대해 보니 알 것 같았다.

퀘스트 자체가 한 나라의 운명을 건 최대의 이벤트였다.

단순히 데스 나이트 풀셋 입은 몇 명이 붙어서 이기라고 만든 퀘스트일까?

지금도 마력 전이와 카스카라가 있으니 버티는 거지 지금 이 인원으로 어떻게 해볼 만한 녀석은 절대 아니었다.

“형, 물약 얼마나 남았어요?”

“몇 개 없어.”

재중이 형 표정에 난감이 흘렀다.

이 정도로 마력을 계속 빨아서 힐을 쏟았는데도 물약 소모가 엄청났다.

그냥 무기끼리 부딪치기만 해도 체력이 깎여 내려가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나나 재중이 형은 빗겨 치는 데 익숙해서 아직 물약이 남았지 전사 형이나 소녀는 거의 바닥일 터.

“나르샤 누나 남은 물…….”

“아까 전사 다 줬어!”

역시 다 털어줬나.

챠밍을 보는데 챠밍도 마찬가지였다.

레벨 99, 데스 나이트 풀셋을 갖춘 열 곳의 길드가 한꺼번에 달려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데스 나이트 변신하면요?”

“잠깐 잘 싸울 뿐이지. 그거 너프됐잖아.”

“아, 젠장.”

변신을 한다고 예전만큼 체력과 마력이 무한에 가까운 상태가 아니었다.

이걸 위해 미리 막은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방법이 없나.

그때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형, 어차피 이대로 가면 밀리죠?”

“아쉽게도. 일단 튀자. 좀 더 준비 해야겠어.”

“튈 때 튀더라도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잠시만 시간 벌어주세요.”

“흐음? 어차피 방법도 없으니까. 한번 해 봐.”

재중이 형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체 없이 몸을 움직였다.

케르베로스 쪽이 아닌 정반대 방향으로.

“어? 거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봐야죠!”

그렇게 뛰어간 곳은 다름 아님 케르베로스가 나온 그 전이 마법진의 문이었다.

문에 몸이 닿자마자 망설임 없이 그냥 몸을 훅 던져 넣었다.

그러자 몸이 쑤욱 밀려들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 너! 이놈! 거긴! 』

뒤로 수십 발의 마법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는데 문을 넘자마자 바로 미치광이 리치를 꺼냈다.

그리고 명령했다.

“문 꽉 닫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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