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84화 (381/1,404)

# 384

#384화 해원의 눈물 (2)

광산 지역.

몬스터 리젠이 빠르고 몬스터 레벨이나 드랍하는 아이템의 질이 좋은 곳은 광산 던전 안이었다.

이곳에서 사냥하기 위해선 그만큼 레벨이 높거나 장비가 좋아야만 버틸 수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파티 구성 역시 좋아야 한다.

현재 꽤 유명한 길드들은 대부분 던전 안으로 들어가서 사냥 중이었다.

초기엔 던전 통제를 한다고 몇몇 연합에서 힘자랑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 나이트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런 통제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실컷 입구를 막아두면 뭐하겠는가.

데스 나이트가 죽이고 다니면 다 무소용인 것을.

이 녀석이 나오면 아주 대규모로 붙어서 억지로 잡거나, 혹은 다 잡혀서 오버의 제물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데스 나이트가 등장하면 사냥하던 자리를 비우는 게 일반적인 사냥법이었다.

지금이야 데스 나이트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의 길드도 생겨 괜찮아졌지만.

천상 연합도 서쪽과 북쪽 지역에서 우리와 다른 연합들이 힘을 합쳐서 한 번 몰아내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심한 서쪽을 피해 자연스럽게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 사냥을 하고 있었다.

서쪽을 탈환하지 못한 이유가 경쟁도 있겠지만 이번 로가슈 방어전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게 가장 컸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스칼렛이 천상 연합에 심어둔 사람들이 건네준 정보까지 합세하자 꽤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현재 천상 연합은 내부 잡음이 극심하다고 했다.

휘하 길드들에서 피해를 복구해달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윗선에서는 전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다 보니 서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에 서쪽 광산에서 입은 피해가 적지 않은데 이번에도 피해를 입었으니 다들 들고 일어날 만도 하지.

억지로 탈퇴하는 길드도 많고, 아직은 지켜보겠다는 길드도 꽤 있다고 한다.

연합이 흔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연합의 규모까지 줄어들어 북쪽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히 약해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외곽부터 천상 연합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많은 천상 연합 유저가 자리를 잡고 있지 않았다.

그 빈틈을 타고 전혀 다른 길드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버티는 상황까지 나왔다.

나르샤 누나가 제3의 눈을 열고 주변을 싹 훑어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칼렛이 말한 대로네요.”

아마도 전력의 공백.

이건 우리가 활동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가뜩이나 흔들리는 천상 연합을 더욱 거세게 흔들기 시작하면?

사실 북쪽은 꽤 익숙한 지형이었다.

이전에 천상을 털기 위해서 리딩했으니까.

재중이 형이 즐겁게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면서 주변 지도를 계속 살펴봤다.

그러다 몇 곳을 찍고는 말을 꺼냈다.

“외곽에서부터 서서히.”

“시간을 너무 끌면 몰려오지 않겠습니까?”

전사 형이 우려된다는 듯 묻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하지. 큭큭.”

그 말에 전사 형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더니 바로 나를 바라봤다.

“아! 이 녀석이 있었지.”

“저요?”

“어, 님이 가진 진(眞) 썬더볼트. 그게 존재하는 이상은 한 자리에 우르르 몰려올 수가 없어.”

“으음, 확실히 그렇네요. 전에도 당했고. 지금도 쟤들은 진(眞) 썬더볼트를 몇 번이나 쓸 수 있는지 전혀 모르죠.”

“그렇지.”

한 번도 알려준 적도 없고 비슷한 스킬도 없다.

그냥 단체로 덤비면 끝장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저들에게 없었다.

전사 형이 내 등을 팡팡 치면서 밝게 웃었다.

“네 덕분에 우리가 게릴라전을 하면 저들도 소수로밖에 대응을 못 한다는 소리야. 아예 싹 죽어 나갈 생각이 아니라면.”

“상황은 좋네요.”

딱히 진(眞) 썬더볼트가 아니더라도 재중이 형의 라이데인도 있었다.

거기다 원한다면 시간의 서로 쿨타임을 돌려놓을 수도 있었고.

시간의 서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6시간이라는 쿨타임이 있었다.

시간의 서를 풀로 돌린다면 원래 하루에 한 번 쓸 수밖에 없던 진(眞) 썬더볼트를 4번이나 쓸 수 있게 된다.

데스 나이트 하트도 그렇고.

지금 시점에 등장해서는 안 되는 스킬북임에는 틀림없지.

그리고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얻었다면 쓸모없는 스킬북일 수도 있었다.

쿨타임 몇 분짜리를 되돌려 봐야 뭐하겠는가.

그에 걸맞는 쿨타임이 긴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빛을 발하는 스킬이었다.

“자자, 그럼 재미 좀 보자고.”

광산 높은 언덕 위에 누워서 하는 정찰도 끝.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천상 소속 길드를 잡아먹기 위해 움직였다.

“빠르게 정리해요? 아니면 다른 식으로?”

정리하려고 하면 정말 빠르게 정리할 수도 있었다.

챠밍이 광역기만 연달아 날려줘도 되고.

“이거 좀 써보고 싶네.”

재중이 형이 장난스럽게 손에 든 라이데인을 흔들어 보였다.

확실히 나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는 하다.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보다 출혈도 높고 타격은 한 자리가 차이 날 정도로 강한 무기다.

내가 끄덕거리자 재중이 형이 혼자서 이십여 명이 모여 사냥 중인 적대 길드에 걸어 나갔다.

“잠시 구경해.”

아주 여유 있게 라이데인을 흔들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산책 나가는 사람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재중이 형이 근접하자 몇 개 파티로 나눠서 사냥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반응이 나왔다.

보통은 사냥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면 대부분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여긴 자리 없다. 다른 곳으로 꺼져.”

가라고 하는데도 재중이 형이 계속 다가가자 사람들이 짜증을 냈다.

“길마 때문에 빡치는 데 저건 또 왜 저래?”

“아! 왜 피해 본 것을 각자 해결하래? 또 지원 안 해줘?”

“정말 싸울 때마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계속해야 해?”

“여기도 슬슬 다 됐나. 예전에는 자리 잘 잡아줘서 좋았는데.”

“그럼 뭐해. 지금은 집 지키는 개잖아.”

“그러게. 밥도 안 챙겨주는데 붙어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한 번 터진 불만은 그칠 줄 몰랐다.

내부에서부터 곪아가는 것 같네.

“아, 근데 저 새낀 왜 자꾸 걸어오는 거야. 귀찮게. 누가 가서 좀 처리해.”

“어휴, 잠깐 다녀올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

대검을 든 사내 한 명이 재중이 형을 향해 걸어오다가 무심코 재중이 형의 아이디를 봤다.

“부, 부, 불멸?!”

“아, 이거 참. 그래도 랭킹 2위인데 너무 하네. 다들.”

재중이 형이 웃으며 다가가자 걸어 나오던 사내가 그 자세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아씨! 진짜 요즘 왜 이래!”

아마 천상 연합 사람들이 마주치면 안 되는 1순위가 나일 테고, 그다음이 재중이 형일 테지.

저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재중이 형이 가볍게 도움닫기를 하더니 거리를 한 번에 좁혔다.

그리고 횡으로 휘둘러진 라이데인을 사내가 어설프게 대검을 들어 막아냈다.

다만.

쾅!

강력한 충격으로 대검과 사내가 순식간에 튕겨 나가 저 멀리 몇 번이나 구르고 굴러 겨우 멈춰 섰다.

평타 한 방에?

타격이 30대가 넘어가면 저 정도로 강해지는 건가?

아무리 재중이 형이라 해도 평타 한 방으로 사람을 날려 보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라이데인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충격이 엄청나게 증폭되는 모양이었다.

갑옷에 맞았으면 아마 갑옷이 그대로 찌그러졌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내구도가 바닥나서 쓰나마나한 방어구가 된다.

어쩌면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솔플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되겠지.

재중이 형이 뒤를 돌아보더니 더없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죽여주는데? 손에 착착 감겨!”

“네네, 자랑 그만하고 얼른 가시죠?”

“크크,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다.”

【 라이트 웨폰! 】

라이데인에 웨폰을 걸더니 이십여 명이 모여 있는 장소에 혼자 뛰어들었다.

난입한 재중이 형은 한 명, 한 명 바깥으로 튕겨 내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전부 경직된 상태로.

단 한 방에 방어구가 터지거나 급소를 맞아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거기다 마법사들은 라이데인으로 치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서 스킬이 캔슬되어 버렸다.

“어? 왜 마법이?”

마법을 쓸 수 없는 마법사?

그냥 샌드백일 뿐이다.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라이데인은 현 로스트 스카이 최강의 무기다.

급소에 맞는 순간 그 자리에서 튕겨 나갈 것도 없이 바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버렸다.

재중이 형이 급소를 놓칠 사람도 아니고.

그냥 이제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도망?

못 간다.

민첩이 낮은 마법사들은 재중이 형을 보는 순간부터 도망가도 늦다.

심지어 재중이 형과 마주친 한 남자의 무기에 걸려 있던 다크 웨폰이 라이데인에 닿자마자 웨폰이 풀려 버렸다.

“이게 왜 풀려?!”

당황.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건에 남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잠시의 방심은 바로 죽음으로 이어졌고.

전사 형이 그걸 보더니 딱 한 마디 했다.

“와, 개사기.”

“맞네요. 사기.”

우리 모두 재중이 형의 퍼포먼스에 그냥 입만 벌리고 멍하니 구경만 했다.

강력한 무기.

군더더기 없고 절제된 움직임.

세련된 공격 기술.

단지 이것만으로 녹여 버렸다.

공격과 공격 사이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효율로 치면 100퍼센트 이상.

이십여 명을 상대하면서도 피해 한 번을 입지 않았고.

이쁜소녀는 이미 그 유려한 움직임에 매료된 듯 눈에 하나하나 담기 위해 눈을 총총하게 떴다.

막내별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

“와, 예쁘게 싸운다.”

“예쁘게요?”

“네, 으음, 굉장히 부드럽고 예쁜 느낌요.”

그 표현에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럼, 저는요?”

“으음, 주호 씨는 다이나믹? 쐐애액! 몰아치는 그런 느낌. 소녀 양은 투콰쾅? 불멸 씨는 스스슥?!”

“뭔가 표현이 묘하긴 한데 대충 이해는 하겠네요.”

그만큼 움직임이 부드럽다는 소리겠지.

난 아직 개선할 점이 많고.

나 역시 재중이 형의 움직임을 계속 눈에 담았다.

저 정도 수준이 되어야 앞으로 싸울 프로게이머와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아이템을 헌납하고 사라졌다.

재중이 형이 콧노래를 부르며 줍더니 곧 우리에게 돌아왔다.

“감상이 어때?”

“사기네요.”

“사기.”

“사기요.”

“사기입니다.”

다들 입 모아서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아마 어지간한 애들 백 명이 달라붙어도 지금의 재중이 형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용돈 벌이는 됐고. 다음으로 가볼까?”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듯 웃고는 곧장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외곽만을 돌면서 천상 연합과 관련이 있는 길드를 모두 아작 내놓았다.

저들과 다르게 우리는 시간이 많다.

어차피 레벨이 묶여서 할 일도 없는데 오히려 지금 여기서 이렇게 유저들을 사냥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는 훨씬 이득일 수도 있었다.

레벨이 풀어지는 것은 방어전은 아니었던 모양.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당분간 유저 사냥을 하면서 자금을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그것도 적을 약화시킨다면 더 좋고.

외곽을 돌던 중 조금 더 들어가자 몇 개의 길드가 뭉쳐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잡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고 그냥 사낭터가 몹이 잘 나오는 구간이라 많이 모여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해볼래?”

“저요?”

챠밍을 보자 뭔가 잠시 생각하던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수가 몰린 실전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사람이 제법 많은 구역이라 챠밍이 미리 스킬을 캐스팅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커스 스피어! 】

【 본 레인! 】

【 썬더 레인! 】

마력과 체력을 채우기 위한 커스 스피어를 하늘에 띄우고 본 레인과 썬더 레인을 동시에 넓은 지역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광역기를 연속으로 맞은 사람들의 체력을 급격하게 갉아먹었다.

자, 이제 써볼까.

【 마력 전이! 】

마력 전이로 내가 가진 마력을 챠밍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자 트리플 캐스팅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던 챠밍의 마력이 급격하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스 스피어로 넓은 지역에서 마력을 빨아오기도 했고.

“한 번 더 갈게요.”

【 트리플 캐스팅! 】

【 토네이도! 】

【 익스플로전! 】

【 썬더 캐논! 】

가득 찬 마력으로 다시 한 번 쏟아진 광역기에 미처 물약으로 회복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백여 명의 유저가 삭제되었다.

무려 광역기만 5개.

그것도 최고의 위력을 가진 녀석들로만.

연속으로 이 정도를 맞으면 그 어떤 누구라도 해도 버틸 수 없다.

“잘했어.”

“오빠 덕분에요. 정말 좋네요. 마력 전이.”

나와 챠밍만 붙어 다니면.

이제 어지간히 많은 유저가 몰려들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일단 실험은 끝났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좀 더 중앙 지역까지 들어가면서 천상 연합 유저들을 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떼처럼 몰려서 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전사 형 말대로 한 번에 다 녹아버리는 것을 우려해서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거의 하루의 반을 천상 연합 유저들을 녹이고 다니자 참다 참다 못한 녀석들이 결국 우리 곁에 나타났다.

저번의 호위대를 잔뜩 끌고 나온 녀석.

“이 새끼들!”

이제 등장하셨나?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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