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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7화 (374/1,404)

# 377

#377화 뿌린 대로 거두리라. (3)

재중이 형은 흥미로운 눈빛을 했다.

재중이 형이 저런 눈빛을 한다는 것은 이상한 의견은 아니라는 건가?

“뭐 나쁘진 않네.”

나쁘지 않다라.

아예 승산이 없는 게임이면 단칼에 끊었을 테지만 지금은 일말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이 상태로는 무슨 수를 써도 깰 수 없으니까. 애초에 방어전을 성공시킬 생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오버된 미치광이 리치를 바라봤다.

미치광이 리치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한눈에 보고 쫄아 버릴 그런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워낙 유틸성이 넘쳤다.

광범위한 지역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체력과 마력 흡수.

저 스킬이 문제다.

오히려 방어전에 참가한 유저가 소수였다면 저 스킬이 아무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빨아들일 체력과 마력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지금은 저 스킬 하나만으로 이미 불사신에 가까웠다.

줄어든 체력은 원상 복구되었고, 마력이 넘치다 보니 매번 트리플 캐스팅을 사용해 주변에 광역 마법 세 개를 동시에 깔아버렸다.

유저인 챠밍이 써도 사기인 트리플 캐스팅을 그보다 지력이 높은 미치광이 리치가 쓰면 어떻게 될까?

일단 걸리면 아무도 버틸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녹거나 겨우 피하거나.

주변 일대가 광역기의 폭풍으로 쑥대밭이 되자 유저들이 기겁을 하면서 떨어져 나갔다.

심지어 오버된 데스 나이트들에게 마력을 전달해 스킬을 무한대로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도 마력이 남는지 사방에 언데드들을 더 소환하고, 죽어간 유저들을 죄다 일으켜 세우는 위용까지.

마력이 넘쳐나는 미치광이 리치가 얼마나 까다롭고 잡기 힘든 네임드인지 지금 확실하게 보여주는 중이다.

상대하는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현재 방어전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다시 생각하면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되도록 만들어진 방어전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 결말이 나오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절대 없었다.

그럼…….

어떻게든 우리가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저 NPC가 있다.

쉴라.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저 쉴라를 잡았을 경우, 과연 이 왕국이 우리를 적대하느냐 아니냐의 문제.

재중이 형에게 그 말을 전달했더니 잠시의 생각 후에 대답했다.

“큰 문제는 아니야. 적대까진 아니더라도 그동안 쌓아둔 우호도가 떨어지기는 하겠지. 그리고 딱히 적대라고 해도 상관없어.”

“상관없어요?”

“어, 저 리치만 잡아내면 혹은 몰아내기만 하면 복구되겠지.”

“확신은 없네요?”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내게 반문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나도 역시 그냥 웃어버렸다.

“해야죠.”

가능성이 눈앞에 있는데 안 할 수는 없지.

그 결과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전사 형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하아, 어째 저희는 정상적으로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크크, 정해진 대로만 하면 재미가 있나.”

재중이 형의 그 말에 전사 형도 눈빛을 빛냈다.

챠밍도 흥미로워하는 눈치고.

이쁜소녀는 좀 불안해하긴 했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믿고 따라간다는 듯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르샤 누나의 반응이 재밌었다.

“나, NPC 한 번쯤 죽여보고 싶었어.”

그러면서 전사 형을 스윽 바라보는데 전사 형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아마…….

전에 쉴라를 보면서 한눈팔다가 옆구리를 강타당했던가.

의외의 반대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하아, 정말 당신들 너무 미쳤…….”

막내별이 우리의 의견을 듣자마자 한 소리다.

역시, 새로 와서 그런지 의견 충돌이 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정 안 되면 따로 행동을 해야…….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막내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하악! 그래서 너무 좋아요!”

뭐지 이 반응은?

난데없는 반전에 벙찐 얼굴로 막내별을 바라봤다.

그러자 막내별이 당황한 듯 수줍게 웃어 보였다.

“아! 실수! 하던 일 계속하세요. 호호.”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은 막내별의 반응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반대는 안 하니 다행이긴 한데.

어째서 우리 팀에는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지…….

그 뒤로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도 일단 전달은 해두었다.

난데없이 NPC를 공격하면 같은 연합인 다른 쪽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아마,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원하시면 빠지셔도…….”

“아뇨, 괜찮아요.”

“저희도 문제없어요.”

스칼렛이나 이슬두잔도 지금 상황이 딱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반대는 하지 않았다.

“우리 길드도 순위를 올리려면 반전이 필요해요. 리치만 제대로 잡으면 단번에 뛰어오르겠죠.”

스칼렛의 길드는 순위가 상당히 처져 있었다.

이슬두잔의 길드도 마찬가지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자잘한 몹을 포기하고 미치광이 리치에 올인한 이상, 반드시 잡아야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가죠. 그럼.”

전대미문.

이벤트 NPC를 잡으려는 시도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후, 잘못하면 역적이 되겠군.

후방.

정확히는 중앙성에 가까운 방어 라인이 있었다.

평소에는 성벽 위에서 수성하는 NPC들이 모두 후퇴해서 중앙성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레벨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위려나?

로테에서 쓸 수 있는 방어 NPC와 유사한 것으로 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로가슈 왕국에서 나온 방어 병력과 쉴라.

오버된 데스나이트와 오버된 미치광이 리치.

만약, 둘 중에 누가 더 뚫기 쉽나고 한다면 이쪽이겠지.

적어도 이쪽엔 언데드들이 우글거리진 않으니까.

접근하는 것 자체엔 큰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우군으로 표시가 되기도 하고.

거기다 유저들이 미치광이 리치의 스킬에 떠밀려 도망 다니자 결국 로가슈 왕국의 방어 병력이 전방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쉴라 주변에는 다른 NPC가 많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동시에 상대하려면 어쩌나 했는데.”

“쉴라가 네임드 몹처럼 체력이 많지는 않을 거야. 일단 마법사 형이기도 하고. 한 번에 끝내야 해.”

“네, 그럼 가죠.”

두 번은 없다.

공격이 시작되면 방어 NPC가 전부 쉴라를 둘러싸고 방해를 할 테니까.

신화, 최강, 달, 치맥 길드 모두 쉴라의 주변으로 접근해 스킬을 시전했다.

자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로.

최대의 광역기인 진(眞) 썬더볼트가 있었다면 그걸 썼겠지만.

생각해 보면 아쉽네.

스킬을 시전하자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카스카라에 각각 스킬들이 맺혀갔다.

옆에서 챠밍도 스킬들을 준비했다.

“후, 떨려요.”

평소 대담한 챠밍도 이번은 떨리는 것 같았다.

지금 시도가 실패하면 아마 왕국 전체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부담을 가지고 임하는 일이라 그런지 부담감이 엄청났다.

“잘된다고 믿자. 지금은 딱 그것만 생각하고.”

“네. 믿을게요.”

챠밍이 내 말에 자신감을 얻은 듯 풀 차징까지 오른 스킬들을 바로 사용했다.

【 소녀 라미아 소환! 】

【 트리플 캐스팅! 】

【 썬더 캐논! 】

【 이레이저! 】

【 본 레인! 】

그리고 이어서 나도 스킬을 썼고.

【 리틀 오우거 소환! 】

【 반월참! 】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스킬을 날렸다.

적이 아닌 쉴라를 향해.

눈이 부실 정도의 수많은 스킬들이 쉴라 주변에 폭발해 올랐다.

워낙 많은 스킬이 한 자리에 폭사해 그런지 스킬 이펙트에 가려져 쉴라가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게 됐지?

일단 주변 폭발이 가라앉길 기다려야 하나.

그리고 공격하자마자 시스템음이 울려댔다.

《 로가슈 왕국 주민을 공격했습니다. 》

《 로가슈 왕국 전 지역의 NPC들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

《 호감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로가슈 왕국 방어 NPC들과 적대관계가 됩니다. 》

《 호감도가 하락하여 로가슈 왕국 방어 NPC들과 적대관계를 형성합니다. 》

역시, 호감도 하락은 피할 수 없구나.

거기다 로가슈 왕국 방어 NPC들과의 적대관계까지.

예상했던 그대로의 페널티가 나오자 다들 안색이 굳었다.

“이젠 정말 미치광이 리치를 잡는 것밖엔 길이 없겠네요.”

“아아, 그래야지.”

이 와중에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나도 마음을 가라앉혔다.

잘 되겠지.

그 순간 전방에서 언데드 군단과 싸우고 있던 유저들이 폭발에 놀라 모두 후방을 돌아보았다.

“왜 뒤에서 폭발이?”

“대체 뭐야?!”

“저기는 NPC들 있던 곳인데?”

“저, 저기 최강 애들 공격 방향이……”

“설마 방금 NPC 공격한 거야?”

“미친 것 아냐?”

“진짜 NPC 공격했어?”

“돌았네.”

정말 어지간하지 않으면 NPC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냥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유저들의 불문율이었다.

굳이 손해를 봐가면서 NPC를 공격할 이유도 없고 페널티가 무섭기도 하니까.

그리고 백이면 백, 유저가 NPC 상대로 죽는다.

이번엔 우리가 쉴라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가라앉자 만신창이가 된 쉴라의 실루엣이 보였다.

쳇, 죽지 않은 건가.

설마, 이벤트 NPC의 체력이 저렇게 많을 줄은.

“뭐해? 뛰어들어. 이젠 뒤가 없어. 모 아님 도다.”

다들 굳어 있을 때, 재중이 형은 바로 데스나이트 스피어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여기서 쉴라를 잡지 못하면 어차피 아무것도 안 된다.

“그렇죠. 뒤가 없죠.”

【 대쉬! 】

바로 스킬을 써 쉴라의 앞까지 달려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쁜소녀, 전사 형, 수호 형, 최종병기 형을 비롯한 모두가 쉴라를 향해 뛰었다.

다행인 점은 쉴라도 경직이 된다는 것.

무방비로 워낙 많은 스킬을 맞아서 그런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바로 쉴라의 뒤로 돌아가 카스카라를 휘둘렀다.

일단은 마력 회복부터.

13강 카스카라로 몇 번 등을 가르자 바로 반월참을 쓸 마력이 돌아왔다.

【 반월참! 】

쾅!

다른 사람들은 풀 차징 후 마력이 부족해서 큰 기술을 못 썼지만 난 계속해서 쓸 수 있었다.

반월참의 폭격에 쉴라가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반월참을 쓴 뒤 마력을 채워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 진(眞) 비월참! 】

【 진(眞) 비월참! 】

강력한 비월참들이 끝없이 날아가 계속해서 쉴라의 몸체를 두들겼다.

여기서 강력한 스킬을 더 쓰려면 데스나이트 심장이나 변신을 쓰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정작 미치광이 리치를 상대할 때 쓸 수 있는 패가 없게 된다.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진 것이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쉴라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네임드 몬스터가 아닌 NPC를 이렇게 때리는 경우가 또 있었을까?

아마 이게 방송으로 나가게 되면 꽤 재밌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무조건 방송은 타겠네.

지금 이 엽기적인 상황을 보고 있는 유저가 한둘이 아니니까.

“일어난다!”

누군가 외치는 것이 아니더라도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공격받던 쉴라가 일어나는 것을.

정말 안 되나?

예상이 틀린 건가?

마력이 남아 있던 사람은 내가 유일한지 겨우 짜낸 마지막 스킬을 시전해 일어나는 쉴라의 목에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를 강하게 박아 넣었다.

제발!

여기서 죽어줘라.

【 다크 웨폰! 】

【 더블 크래쉬! 】

【 강격! 】

쾅! 쾅!

그때, 쉴라가 다리가 풀리며 그 자리에서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죽었구나.

쉴라의 죽음과 함께 걱정하던 시스템음이 연달아 울렸다.

《 로가슈 왕국 마법 부대장 쉴라를 죽였습니다. 》

《 로가슈 왕국 국왕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

《 로가슈 왕국 전체 NPC들과 적대 관계가 됩니다. 》

어쩔 수 없나.

이건 재중이 형의 말을 믿어볼 수밖에.

미치광이 리치만 잡으면 어떻게든…….

그런데 그사이 또 다른 시스템음도 같이 울렸다.

《 미치광이 리치가 대단히 기뻐합니다. 》

《 미치광이 리치와의 우호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이건 무슨 경우지?

네임드 몬스터와 우호도라니…….

처음 보는 시스템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됐다!”

“죽였다!”

우리들의 간절한 외침과 다르게 주변 다른 유저들은 정적으로 물들었다.

“……쟤들 미쳤어.”

“쉴라를 진짜 죽였잖아!”

“어?! 쉴라가 준 버프 사라진다!”

정반대의 상황 속에 쉴라가 쓰러져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쉴라가 죽고 난 뒤 그 자리에 아이템과 스킬북이 몇 개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서 빠르게 아이템과 스킬북을 챙겼다.

무려 쉴라를 잡고 나온 템들이다.

그리고 그 중 황금색으로 빛나는 한 가지 스킬북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 시간의 서 』

- 스킬 쿨타임 초기화.

어?

뭐야 이건?

초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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