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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6화 (373/1,404)

# 376

#376화 뿌린 대로 거두리라. (2)

<해원> 이대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주 이를 바득바득 가는군.

해원은 그 말과 함께 귓속말을 끝내 버렸다.

재중이 형이 옆에서 궁금한 듯 물었다.

“누군데 ?”

“해원요. 아직 살아 있네요.”

“하, 그 새끼 명도 기네. 저렇게 다 죽어 나가는데도 살았다고?”

“또 뒤에 빠져 있었겠죠.”

이제껏 한 번도 해원이 정면에 나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진(眞) 썬더볼트의 광범위한 공격을 벗어난 것 같았다.

하루에 단 한 번.

횟수 면에서 활용도가 너무 떨어졌다.

써먹을 수 있어야 도움이 되는데 특정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심지어 던전이나 지형지물에 막혀 있는 곳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었고.

그런 패널티를 전부 감수하더라도 위력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줬다.

일단 맞으면 녹는다.

그것도 범위 안에 들어가는 모든 유저에게 거의 동일한 대미지가 들어갔다.

범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시야에 보이는 곳까지 범위가 닿는데 더 말해 봐야 입만 아플 뿐이다.

발동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발동이 되면 그 순간부터는 최강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진(眞) 썬더볼트의 위력 시위에 방어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쳤…….

-대체 범위가?

-캬, 살살 녹는다.

-저게 그거임?

-난 리치가 쓰는 줄.

-주호임, 주호 영상 못 봄?

-와, 개부럽다.

-나만없…….

-근데 왜 아군한테 쏨?

-왜긴, 주호 vs 천상 연합.

-와, 아무리 그래도 방어전에서 저런다고?

-만약 나였어도 그랬을 듯, 천상에서 돈 주고 길드원 빼갔잖아.

-그것도 그거지만, 아까 천상 연합에서 주호네 길드 치러 갔음.

-그럼 당연히 칠만 하지.

-믿거천 모르냐?

진(眞) 썬더볼트를 천상 연합 위로 갈긴 건 누가 봐도 아군을 때려잡는 그림이라 잘못하면 욕을 있는 대로 들어먹을 수도 있었다.

따로 설명을 안 해줘도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며 우리 쪽으로 여론을 돌려놓았다.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건가?

그때, 스칼렛이 옆에서 내 팔을 툭 쳤다.

응?

무심코 바라보자 스칼렛이 더없이 재밌다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윙크를 했다.

“하나 더 달아놓을게요.”

“……아! 설마?”

여전히 입가에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스칼렛을 보자 바로 눈치챘다.

저 몇 마디 말로 여론을 돌려놓은 건 스칼렛이 했구나.

그 짧은 사이에 상황 판단을 다 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최적의 조작을 해주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더니.

지금이 딱 그랬다.

스칼렛이 저런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유저들과 척을 칠 뻔했다.

“다음에는 이야기 좀 해주고 해요. 이번엔 아슬아슬했어요.”

“최대한 노력해보죠.”

“그럼,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당연히 리치를 잡아야죠.”

“데스 나이트가 저렇게 호위를 하는데 괜찮겠어요?”

스칼렛의 말에 전장의 한 가운데 있는 미치광이 리치를 바라봤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 무리.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있는 오버된 데스 나이트들이 눈을 시뻘겋게 뜬 상태로 미치광이 리치를 호위하고 있었다.

저 막강한 호위를 뚫고 2페이즈가 넘어간 것이 기적일 정도.

인해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저 라인을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眞) 썬더볼트를 리치 위에 떨어뜨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지만 유저 수준에서나 재앙이지 데스 나이트나 리치 급에게는 좀 큰 공격에 불과했을 것이다.

결국 방법은 변신밖에 없나?

데스 나이트를 많이 잡아 쌓아둔 데스 나이트 변신 주문서가 제법 된다.

정말 다 사용할 각오로 임하면 어떻게든 뚫을 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재중이 형에게 말했더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네? 안 돼요?”

재중이 형이 저렇게 단호하게 안 된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뭔가 놓친 것이 있나?

“변신을 했다간 저 아가씨의 버프에 털려 버릴걸?”

그러면서 재중이 형의 시선이 중앙성 쪽으로 돌아갔다.

“아! 빛 계열 버프.”

쉴라.

그녀의 존재가 데스 나이트 변신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쉴라가 쓰는 모든 버프는 빛 계열.

그것도 광범위하게 많은 유저에게 들어가는 버프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쉴라의 버프에 역으로 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했다.

상성 상 완전히 반대니까.

전에 싸이클롭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질 때도 그랬고, 지금 데스 나이트나 미치광이 리치가 공격당할 때도 그랬다.

“손발 묶인 상태로 싸워야겠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이건 어쩔 수 없겠지.

일단 데스 나이트 변신은 봉인.

순수하게 쉴라의 버프를 받은 상태로 싸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먹고 전장을 바라보니 의외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쪽에 포진되어 있던 천상 연합의 잔당이 일사불란하게 뒤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지금 병력을 빼?

아직 남아 있는 병력을 쥐어짜서 미치광이 리치를 공략하는 편이 낫지 않나?

승부를 걸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텐데?

“형, 천상 연합 싹 빠지는데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민에 빠졌다.

“흐음? 지금 시점에서? 이상한데?”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전사 형이 난데없는 대답을 했다.

“쟤들, 혹시 진(眞) 썬더볼트를 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그 말에 우리 모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 어이없네요.”

말이 안 되지만 생각해보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않나?

누구도 진(眞) 썬더볼트가 1일 1회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비슷한 스킬 자체가 없으니까.

이건 이것대로 써먹을 수 있겠는데.

“천상 연합이 덤비지 못하겠네요.”

“아마도? 아까처럼 모여 있지도 못할 테고. 저쪽 입장에선 지금 머리가 엄청 아플 거다.”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오해를 해주고 빠진다?

상황이 나쁘진 않았다.

미치광이 리치를 공략 중에 계속 방해가 들어오면 그것만큼 난감한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때 더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3페이즈로 넘어간 미치광이 리치가 스킬을 시전하더니 허공에 검은 구를 띄웠다.

저건?

순간 고개를 돌려서 챠밍을 봤다.

챠밍 역시 굳은 표정으로 날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확실히 그 스킬이었다.

검은 구에서 나온 묵빛의 범위가 닿는 모든 장소에서 체력과 마력을 뺏어가는 스킬.

그리고 유저들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늘에 저거 뭐냐?

-어? 내 체력, 체력 빠지잖아. 뭐야? 뭐냐니까?

-아니, 물약으로 채우는 것보다 빨리 빠지면 어쩌라고?

-아! 젠장, 마력도 빨리잖아.

-힐! 빨리! 힐러!!!

-나도 마력 없다고, 힐 못 줘.

-저거 부수든지 튀든지 해야 할 듯.

누군가의 외침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모든 유저가 공중을 향해 화살과 마법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그런 화살과 마법들이 전부 검은 구에 먹혀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똑같다.

우리가 상대했던 그때의 3페이즈와.

사람들은 미치광이 리치가 로테에 나왔을 때 지금처럼 체력을 많이 깎지 못해 3페이즈에 저런 스킬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우리 때와는 또 다른 것이 지금 미치광이 리치와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기 위해 주변에 몰려든 유저 수가 엄청났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많은 체력과 마력이 검은 구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저걸 생각 못 했네.”

지금까지 천상 연합이 했던 그 모든 희생이 저 스킬 하나로 끝이 났다.

미치광이 리치의 체력, 마력이 완전히 차올라 버렸다.

처음 상태 그대로.

과연 해원이 저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거기다 문제는 더 있었다.

마력이 넘쳐나자 그동안 무수하게 죽어 나갔던 유저들을 미치광이 리치가 다시 되살려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 필드에 걸쳐 전부.

사방팔방 시커먼 유저들이 일어서자 아까 전부터 뛰어들기 위해 준비를 하던 전사 형이 그만 무기를 내려놓았다.

“와, 망했는데?”

지금까지는 쉴라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팽팽한 싸움이 이어졌는데 미치광이 리치가 3페이즈 스킬을 연달아 쓰고 난 뒤부터는 전쟁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

아군의 체력과 마력이 고갈되고, 죽었던 유저들이 시체가 되어 죄다 일어나 버렸다.

아무리 우리가 날아다닌다고 해도 저건 도저히 무리였다.

심지어 시체폭발로 광역 대미지를 곳곳에 주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유저들부터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마력이 계속 빨려 나가자 어느 순간부터 힐이 완전히 끈기기도 했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냥 놔뒀어도 절대 못 깼겠네요.”

내 말에 우리 쪽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천상 연합을 진(眞) 썬더볼트로 녹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쯤이면 다 죽었을 테니까.

소수로 레이드를 진행했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저렇게 체력과 마력을 무한대로 채워주지는 않을 테니까.

“지금 아무리 쳐봐야 그것 이상으로 체력이 찰 것 같아요.”

솔직히 이건 무리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만큼이나 힘만 낭비할 것이다.

거기다 미치광이 리치가 그 넘치는 마력을 주변에 있는 데스 나이트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오버된 특성인가?

전에는 보지 못한 스킬인데.

마력을 전달받은 데스 나이트들이 사방으로 반월참을 갈겨대자 그나마 버티던 유저들도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

“무슨 방어전이 이따위야!”

“저걸 무슨 수로 깨냐고!”

“……발! 안 해!”

연합이고 길드고 할 것 없이 전부 미치광이 리치 주변에서 떨어져 나왔다.

버티고 있어 봐야 개죽음밖에 되지 않으니까.

“이거 참. 우리도 난감하네.”

재중이 형도 지금 이 순간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총체적 난국.

정말 이 방어전.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봐도 깰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형, 페널티 감수하고 변신해서 싸워 봐요?”

딱 남은 한 가지 방법.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뚫고.

미치광이 리치를 패대기칠 수 있는 유일한 전력.

그것도 다수가 동시에 덤벼들면 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딱 하나.

저 쉴라만 없다면.

빛 속성 버프가 없어야 데스 나이트 변신을 쓸 수 있었다.

아군들이 레이드에 더 방해되는 상황이라.

“쉴라를 먼저 죽여야 하나…….”

내 중얼거림에 주변 사람들이 흠칫했다.

이제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이벤트 NPC를 죽이는 일.

과연 가능할까?

레벨이 한도에 도달한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만약 죽인다고 해도 이 왕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제대로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막 머리를 휘감고 지나갔다.

왠지 될 것 같은데…….

그리고 과연 저런 상위 NPC도 아이템을 드랍하는지.

이번에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한 번 질러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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