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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2화 (369/1,404)

# 372

#372화 혼란의 방어전 (5)

“제법이네.”

재중이 형의 평가.

실력에 대한 평가가 짠 재중이 형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다.

영상으로 봤던 것 이상으로 호흡이 좋았다.

“자자, 우리도 들어가야지.”

전사 형과 수호 형이 어글을 안정적으로 잡자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동시에 데스 나이트의 사방을 점하며 뛰어들었다.

그리고 최종병기 형과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형도 같이 뛰어들었고.

자칫 동선이 꼬일 수 있었지만 이미 일반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몇 번이나 합을 맞춰봤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지금은 철저하게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딜을 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연습했던 일반 데스 나이트가 아닌 오버된 데스 나이트였으니까.

거기다 더블 크래쉬를 걷어낼 수 있는 것은 나와 재중이 형 정도.

더블 크래쉬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뒤로 빠졌다.

똑같이 더블 크래쉬를 사용하면 상쇄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타이밍이 엇나가도 이쪽이 훨씬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스펙은 우리보다 월등하니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다가 재중이 형이 옆으로 빠져서 물었다.

“할 만해?”

“네, 나쁘지 않네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아요!”

카스카라에 달린 민첩 11.

이 스탯 덕분에 어떻게 오버된 데스 나이트와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검격이 보여도 받아칠 스탯이 나오지 않아서 엄청 고생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거의 평균적의 네 배 정도?

이 속도쯤 되면 무기를 휘두르는 궤적을 정말 잠깐만 놓쳐도 순식간에 휙 하고 지나가 버린다.

그런 데스 나이트가 피해를 많이 입힌 내게 거대한 도끼를 빠르게 휘둘렀다.

또 이러네.

13강 카스카라와 9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가 대미지가 너무 잘 들어가다 보니 조금만 딜을 올려도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날 바라보는 빈도가 계속 늘어났다.

전사 형과 수호 형이 정말 열심히 어글을 잡아놔도 이 모양이니…….

데스 나이트가 뒤를 보면서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자 멀쩡히 데스 나이트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하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서 뒤로 빠져나갔다.

“죄송해요!”

바로 휘두르는 도끼에 카스카라와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동시에 밀어 넣어 쳐내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쓰는 더블 크래쉬를 포함해 강격, 연격 등을 연속을 받아내었다.

그 사이 우리 편 사람들은 다시 뒤편으로 돌아가 딜을 넣기 시작했고.

얼마 뒤, 전사 형의 쿨이 돌아왔는지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 하울링! 】

그러자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바로 전사 형을 돌아보면서 다시 원래의 진형으로 돌아갔다.

재중이 형이 그런 날 보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딜 좀 살살. 너 조금만 나가면 바로 돌아보니까.”

“휴, 이것도 쉽지가 않아요. 더 이상 어떻게 약하게 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타를 쳐도 이런데…….”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역 여대생이 나와 똑같은 두 개의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강격을 시전하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빠졌다.

“에? 정말요?”

발키리 아주머니도 마찬가지.

데스 나이트 스피어에 다크 웨폰을 입힌 상태로 연격을 사용해 딜을 계속 올리고 있었는데 나 때문인지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주호 군, 평타라고? 그런데 어떻게 어글이…….”

의문이 가득한 눈빛.

이건 프로 형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그 모습에 그만 머쓱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난감하네.

민첩이 올라가면서 그동안 눈으로만 쫓았던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을 몸이 충분히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속도에서 밀려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 지금은 내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가능해졌다.

이것이 딜이 폭발하게 된 이유.

거기다 무기까지 좋다.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스킬을 풀로 돌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어글을 뺏어올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력까지 남아돌았다.

레이드를 시작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력이 풀로 차 있는 상태.

13강 카스카라 자체가 마력을 많이 흡수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내가 스킬을 못 쓰고 있는 게 더 크지.

재중이 형이 내 그런 모습을 보고는 부러운 눈빛을 했다.

“야, 나 마력 좀 내놔라.”

거기다 챠밍까지 정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저도요.”

챠밍은 항상 마력이 부족했지.

그나마 회복 마법은 현재 막내별과 사탕 누나가 나눠서 해주고 있지만 마력이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회복 마법을 쓰지 않는 만큼 공격 마법에 몰아넣고 있으니까.

특히 트리플 캐스팅을 익히고 난 뒤부터는 스킬 조금 썼다 하면 마력이 바닥을 쳤다.

“진짜 주고 싶네.”

마음 같아서는 챠밍이 내 마력을 다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그때,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우리 편에게 맞아가면서도 스킬을 시전하기 전의 모션을 취했다.

저건?

【 대쉬! 】

스킬을 보는 순간 알았다.

지금 막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다.

대쉬로 달려가면서 어글이 튈까 봐 꺼내지도 않았던 소환수를 꺼내 들었다.

【 리틀 오우거! 】

그리고 점프를 하면서 이쪽도 바로 스킬부터 시전했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차징을 해 전사 형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반월참을 날리려던 것을 리틀 오우거를 꺼내서 한 타이밍 앞서게 했고 이건 우리 편에게 꽤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사 형을 보면서 서 있던 데스 나이트의 갑주 뒷목의 미세한 틈에 카스카라를 쑤셔 넣었다.

전에는 민첩이 느려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데스 나이트의 갑주 사이를 노리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훨씬 수월했다.

카스카라가 갑주 틈으로 파고든 것을 보자마자 바로 반월참을 시전했다.

【 반월참! 】

이쪽에서 날린 반월참이 오버된 데스 나이트 갑주 안에서 터져나가자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쓰려던 반월참이 그대로 캔슬되었다.

카스카라를 통해 마치 데스 나이트 안이 쿵쿵거리면서 터져나가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전사 형은 갑자기 나오는 반월참을 보고 미치광이 리치 망토를 휘둘러 내장된 본 쉴드로 막아서려고 했다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휴, 살았네.”

갑주 안으로 직접 반월참을 날려본 것은 처음이라 반신반의했는데 한 번에 스킬이 캔슬된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대미지를 준 것 같았다.

다만, 반월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 방으로는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다운시킬 수 없었다.

그러다 카스카라가 갑주의 틈 사이에 끼어서 빼낼 수 없자 난감한 순간이 왔다.

하, 이런 식으로 낄 수도 있네.

매달리다시피 오버된 데스 나이트 뒤편에 올라타 있는 이상한 그림.

데스 나이트가 그런 날 공격하기 위해 도끼를 크게 들어 올렸다.

그걸 보자마자 수호 형이 나서서 어글을 끌어왔다.

【 징벌의 사슬! 】

수호 형에게서 뻗어 나온 빛의 사슬이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발목을 잡자 다시 데스 나이트가 수호 형을 돌아봤다.

덕분에 살았나?

아무리 데스 나이트 방어구가 좋아도 이렇게 근접 거리에서 직격타를 맞으면 엄청 난감한 상황이 생겼겠지.

확실히 탱을 두 명이서 하니까 어글 관리가 좋았다.

문득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에 그대로 남아 있는 반월참을 보았다.

평소에는 마력이 부족해 시전은 되지 않는 반월참이라…….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마력이 엄청나게 차 있었다.

한 번 더 반월참을 써도 될 정도로.

반월참 위력이 강해 흡수했는지, 데스 나이트의 마력이 많아서 흡수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확실히 반월참에 가능하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그럼…….

고민할 것도 없지.

바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도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목 틈에 쑤셔 넣었다.

【 반월참! 】

다시 한 번 데스 나이트의 몸이 들썩거리면서 몸에 쌓인 검은 기운이 확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자리에 쓰러졌다.

“우와!”

“경직됐어요!”

이쁜소녀와 현역여대생이 기쁨의 외침과 함께 바로 달려들어서 데스 나이트를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둘 다 한 치의 망설임이 없는 것이 꽤 참으면서 딜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조심스럽게 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무작정 스킬을 다 때려 넣었다.

이런 식이라면.

훨씬 수월하겠는데?

근처에서 지켜보던 사장님과 길드원들도 이때는 달려들어서 같이 딜을 했다.

다운 상태에서는 큰 위협이 없으니까.

딜을 넣을 수 있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편이 좋았다.

“허허, 데스 나이트를 눕히다니 대단하구나.”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처음 상대해 보는 사장님이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시며 열심히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내려쳤다.

한참 동안 딜을 한 뒤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일어났을 때 사장님을 포함한 길드원들은 뒤로 싹 빠져버렸다.

그렇게 다시 2차전이 시작됐다.

전사 형과 수호 형의 탄탄한 탱킹.

근접해서 두 명의 탱에게 힐을 하는 막내별의 보조.

멀리서는 파티원 전체적으로 힐을 퍼트려주는 사탕 누나.

한 번씩 강력한 마법 딜을 넣어 데스 나이트가 펄쩍 뛰게 만들어주는 챠밍.

물론, 이때는 전사 형이나 수호 형이 어글을 곧바로 잡아주었다.

그리고 모두 다 데스 나이트 장비를 차고 있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체력이 확 떨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한 번씩 큰 타격을 당하더라도 옆에서 보조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큰 위험도 오지 않았고.

그동안 데스 나이트를 주구장창 잡아 장비를 모은 보람이 있었다.

진(眞) 비월참을 쓰려고 하는 데스 나이트의 뒤를 점해 다시 한 번 갑옷 틈 사이로 똑같이 진(眞) 비월참을 꽂아 넣었다.

【 진(眞) 비월참! 】

그리고 다시 한 번 진(眞) 비월참을 쓰자 또다시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거 다운이 너무 잘 되는데?

둘 다 거의 필살기 급의 스킬이라.

당분간 쿨 타임 때문에 다운은 못 시키겠지만 이미 충분히 많은 대미지를 입혔다.

벌써 3페이즈에 넘어가 눈이 벌겋게 변했으니까.

【 헤이스트! 】

좀 더 빨라진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견디기 위해 모두 데스 나이트 부츠에 내장된 헤이스트를 시전했다.

지금부터는 단기 일전이었다.

그리고 아마 헤이스트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회복 불가와 상처 저주가 걸리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는 점.

역시 네임드에게는 안 통하는 건가.

애초에 말을 하지 않으니 반응을 통해 알 수도 없고.

거기다 컨퓨즈 같은 혼란 마법도 어차피 단독 개체라 걸려봐야 우리에게 덤빌 것이 뻔하고 애초에 걸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전사 형이 데스 나이트 피어를 안 쓰는 이유도 똑같았다.

스턴이 안 걸리니까.

그렇게 좀 더 빨라진 데스 나이트의 공세를 견디면서 차곡차곡 대미지를 쌓아갔다.

이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잡고 나면 모르긴 해도 포인트를 어마어마하게 줄 것 같았다.

미치광이 리치를 제외하면 현 최강의 몬스터다.

격에 걸맞은 포인트를 선사해주겠지.

그럼 길드 포인트 랭킹 선두권인 천상 쪽 길드를 바로 추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르샤 누나에게 귓속말이 들어왔다.

<나르샤> 조심해. 지금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어.

뭐가 온다는 거지?

설마 미치광이 리치는 아니겠지?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주호> 리치와 데스 나이트 부대인가요?

<나르샤> 아니, 사람들.

사람들?

몬스터가 아니고?

<주호> 그게 무슨?

<나르샤> 나처럼 지켜보고 있었나 봐. 조심해. 정말 많아.

그 말을 듣자마자 바쁘게 움직이던 재중이 형을 불렀다.

그리고 빠르게 나르샤 누나의 말을 전달했다.

“이것들 봐라?”

재중이 형이 내용을 듣더니 혀를 찼다.

조금만 더 치면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죽는데 지금 시점에서 들어온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 나이트와 우리가 싸우고 있던 공터로 통하는 건물의 골목길 사이로 유저들이 줄줄이 달려와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 사이를 급하게 달려왔는지 대부분 엉망이 된 모습들.

몰려든 사람들과 바로 최강 길드 사람들이 대치를 했으나 워낙 숫자 차이가 나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밀릴 것처럼 보였다.

그때, 사장님에게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사장님의 말에 상대방 측에서 고개를 돌리는 인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길드들의 이름을 확인하자 사장님의 말이 이해가 갔다.

“천상 연합!”

누가 이렇게 더럽게 노는가 했는데 역시 천상 연합이었군.

어차피 언제가 됐더라도 한 번은 붙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

지금부터는.

방어전이 아니라…….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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