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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1화 (368/1,404)

# 371

#371화 혼란의 방어전 (4)

보통 이 정도로 스킬을 연사하면 마력이 최소 1/3이나 1/2 수준까지 떨어져 내린다.

그런데 마력이 풀로 차 있어?

양손이 비어 있다면 잘못 봤나 눈을 한번 비벼보고 싶을 정도.

어떻게 봐도 상태창의 마력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13강이라지만.

이건 너무 사긴데.

처음의 점프 공격과 비월참 연발로 인해 언데드 오우거 로드가 쓰러지자 곧 뒤편에서 챠밍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공격할게요!”

원래라면 오우거 로드의 포효로 광역 경직이 걸렸어야 했지만 내가 조기에 캔슬 시키는 덕분에 다들 공격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바로 오우거 로드의 얼굴을 차면서 뒤로 빠졌다.

【 소녀 라미아! 】

【 트리플 캐스팅! 】

【 에어붐! 】

【 블랙 아쿠아 캐논! 】

【 썬더 플레어! 】

챠밍 주변으로 동시에 전개된 세 개의 마법진에서 종류가 다른 마법 세 가지가 한꺼번에 오우거 로드의 동체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날카로운 바람과 한껏 비틀어진 검은 색 물기둥이 오우거 로드의 몸을 거칠게 할퀴면서 찢어내더니 곧바로 번쩍이는 번개구들이 날아가 오우거 로드의 몸을 한껏 지져놓았다.

좀 더 큰 기술을 쓸 수 있음에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아끼는 모습.

현재의 최종 스킬에 비하면 하나하나 부족한 면이 있지만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다.

혼자서 연구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이어 이쁜소녀와 전사 형, 재중이 형이 동시에 달려들어 각자 낼 수 있는 최대치의 공격력을 뿜어내었다.

수호 형, 최종병기 형, 사탕 형,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 역시 달려들었다.

번쩍거리는 데스 나이트 갑주를 입은 십여 명이 언데드 오우거 로드를 공격하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장관이었다.

작은 데스 나이트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런 느낌이려나.

뒤에선 사탕 누나와 막내별이 마법 공격을, 그리고 수아 누나도 화살 지원을 도와주었다.

사장님도 이번엔 같이 달려들어서 공격하고, 슬이아빠를 필두로 최강 길드원들 역시 가담했다.

사람이 많으니 딜이 전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쪽수만큼 좋은 것이 없다더니.

특히 데스 나이트 풀셋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딜은 눈에 보이게 표시가 났다.

한 번 칠 때마다 저 육중한 언데드 오우거 로드의 몸이 출렁거렸으니까.

꼭 딜 미터기 같은 시스템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딜이 잘 들어간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에도 오우거 로드가 일어나자 일사불란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어어억!”

그 잠시 동안 무수한 공격을 허용한 오우거 로드가 포효를 했지만 바로 내가 뛰어들어 다시 한 번 얼굴을 두 개의 검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이쁜소녀 역시 뒤쪽에서 몸을 최대한 틀었다 반대로 풀어내면서 온몸의 회전을 더한 데스 나이트 배틀 액스로 오우거 로드의 뒷목을 후려쳤다.

퍼억!

이쁜소녀와 내 공격의 연쇄로 오우거 로드의 뒷목이 확 꺾일 정도의 충격을 주자 포효가 그 자리에서 캔슬되어 버렸다.

“나이스 타이밍!”

“헤헷!”

딱 내가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한 차례 먼저 포착하고 타이밍을 맞춰서 같이 들어왔다.

확실히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기 때문인지 공격속도가 느린 배틀 액스를 휘두름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전사 형, 수호 형이 어글 스킬을 돌려가면서 오우거 로드의 발목을 묶어두면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 최종병기 형이 동시에 들어가 큰 기술을 캔슬시키고 빠졌다.

언데드 오우거 로드 한 기를 상대로 싸우는 상황이라 광역기보단 단타 위주로 싸움을 끌고 갔다.

길드원들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혼자 잡는다고 힘을 뺄 필요는 없으니까.

특히 데스 나이트 풀셋을 입은 사람들이 굳건하게 버텨주니 돌발 상황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

언데드 오우거 로드가 휠 윈드를 돌리려고 하자 재중이 형이 인상을 썼다.

“칫, 어째 잘 넘어가나 했다.”

재중이 형이 대처를 하려고 하는 찰나, 이쁜소녀가 언데드 오우거 로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 배틀 액스로 오우거 로드의 도끼 중 하나를 힘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이얍!!”

유일하게 분홍색으로 염색한 데스 나이트 풀셋을 입고 있는지라 눈에 확 들어오는 이쁜소녀가 딱 그만큼의 귀여운 목소리로 외치면서 오우거 로드와 제자리에서 힘겨루기를 했다.

그렇게 오우거 로드의 풍차를 조기에 막아내는 데 성공해 버렸다.

“우오!”

“이야! 대단한데?”

그 모습에 우리가 환호성을 지르자, 이쁜소녀가 뒤로 빠져서 예의 부끄러움 모드로 들어갔다.

저 거대한 오우거 로드가 밀리다니.

전투로 한껏 달아오른 이쁜소녀는 정말 다르네.

가장 까다로웠던 휠 윈드가 막히고 나자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길드원들의 화력 지원을 바탕으로 계속 진행하자 어느 순간 언데드 오우거 로드가 녹아내리면서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예상 이상의 성과.

아무리 철 지난 네임드라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 필드를 주름잡았으며, 터널을 혼자 틀어막을 정도로 강력했던 오우거 로드였다.

고생할 거라 생각했지만 훨씬 손쉽게 잡아버렸다.

물론, 무기 상성이 좋은 것도 한몫했다.

데스 나이트 무기들이 언데드 상대로 잘 먹히는 것도 있고, 우리 길드원들이 들고 있는 하르 무기 역시 언데드에 잘 먹히는 무기들이니까.

그동안 투자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언데드라고 해서 드랍템 구성이 바뀌지는 않았다.

리틀 오우거는 소녀 라미아와 같이 안 나오는 템으로 유명했고, 이번 역시 나오지 않았다.

정말 서버에 하나뿐인 건가?

그 밖에 다른 스킬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그 이상의 스킬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고, 장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이하게 정제 강화석이 잔뜩 떨어지기는 했다.

“흐음, 형. 이제 사람들이 다 알겠네요.”

“그러네. 원래 안 떨어뜨리던 녀석인데. 이벤트 때문인가?”

“지금 방어전이라는 특수 상황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템 분배는 사장님에게 맡겨두었다.

곧 정신없이 사냥에 나서야 하니까.

그렇게 오우거 로드를 잡아내자 길드 랭킹이 바로 순위권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흠, 역시.”

재중이 형도 길드 랭킹을 살펴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했다.

198위와 256위인가.

최강 길드가 198위, 신화 길드가 256위를 차지했다.

같이 잡다 보니 포인트가 분배되는 것 같았다.

이번엔 무리를 하지 않기도 했고.

새로 얻은 카스카라를 실험한다고 적당한 수준에서 치고 빠지는 정도만 움직였다.

결과는 대만족.

어지간한 스킬을 써도 조금만 급소를 노리고 들어가면 마력이 차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오우거 하트 같은 스킬을 돌려도 마찬가지.

바닥을 친 마력이 바로 쭉쭉 차올랐다.

전과 비교를 하자면 거의 4배가량 마력이 더 차올랐다.

이 정도면 반월참이나, 진(眞) 비월참을 쓸 때 한쪽만 쓰고 마력이 부족해서 못 썼던 것을 조금의 시간을 두고 연속으로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13강이 되어도 단점은 여전했다.

정확한 타격.

완벽한 급소 공격.

이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마력이 흡수되는 양이 확 줄어들어서 그냥 치고받는 싸움으로는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잔챙이들만 잔뜩 잡아 랭킹을 올린 다른 길드와 다르게 한 번에 진입을 해버리자 채팅창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꽤 주목받고 있네요.”

“뭐 그렇지. 그럼, 다음으로 가자. 뺏기기 전에.”

“달 길드하고 치맥 길드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그쪽은 그쪽대로 분발하고 있겠지.”

하긴, 같은 연합이라고 사냥까지 같이 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랭킹도 길드로 순위가 나뉘고.

이 상태로 움직이는데도 좀 버벅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너무 많이 몰려다니면 오히려 불편하기만 할 것이다.

<주호> 나르샤 누나, 저희 어디로 움직이면 돼요?

<나르샤> 그대로 북진해서 오른쪽 방향. 12시 방향쯤 될 거야. 가면서 계속 알려줄게. 다음 상대는 데스 나이트. 풀 오버된 상태니까 조심해야 해.

역시.

나르샤 누나가 첨탑 가장 높은 곳에서 주변 상황을 미리 다 알아둔 것 같았다.

어느 쪽에 무슨 길드가 몰려 있고, 어떤 쪽에서 길이 막히는지, 어디로 가면 적대 길드와 만나니까 피해야 하는 지까지 정말 모든 정보를 네비게이션 이상으로 보내주었다.

덕분에 막히는 구간 없이, 적대 길드를 피해서, 잔챙이는 최대한 잡지 않는 선에서 움직였다.

풀 오버 된 데스 나이트.

전에 던전 속에서 한 번 상대해본 적이 있었다.

이 녀석은 정말 어렵다.

당시에 정말 강하다고 느꼈었으니까.

<나르샤> 녀석한테 몇몇 길드가 붙어 있는데 곧 떨어져 나갈 거야.

<주호> 네, 바로 기회가 오겠네요.

그렇게 12시 방향으로 움직이자 멀리서 수많은 스킬과 광역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옆에서 달리던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싸우고 있다는 길드들이겠지.”

골목을 넘어서 돌아서자 시야가 탁 트인 공원이 나왔다.

꽤 넓은 공간에서 다섯 개의 길드가 풀 오버 된 데스 나이트와 싸우면서 고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가장 까다로운 도끼, 방패의 데스 나이트와.

저 녀석은 어지간해서는 공격을 허용하지도 않고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같은 데스 나이트들끼리 비교해서 떨어진다는 것이지 공격력 11000과 11111이 큰 차이가 날까?

유저들 입장에선 어딜 맞아도 죽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금도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면 휘두르는 대로 유저들이 갈리면서 순식간에 빛으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속도 역시 엄청난 수준.

민첩 11을 추가하지 못했다면 헤이스트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지.

풀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다섯 개의 길드를 녹여 버리는 것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 있던 길드도 꽤 상위권의 연합으로 보였는데 이번엔 욕심이 과했다.

“가죠. 다른 길드가 몰려들기 전에.”

뛰어나가려던 재중이 형이 사장님에게 전달했다.

“사장님, 데스 장비 없는 사람들은 뒤에서 대기하라고 하세요. 어차피 썰리기만 할 겁니다.”

“흐음, 그래. 알았다.”

전사 형과 수호 형이 먼저 달려들어서 어글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으음, 막내별 님?”

호칭이 좀 이상하네.

주변에 멀뚱멀뚱 서 있던 막내별을 불렀다.

“네에, 말씀하세요?”

“이번에 좀 부탁드릴게요.”

“드디어 같이하나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한 마리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굳이 가지고 있는 패를 쓰지 않을 이유도 없고.

막내별이 움직여야 챠밍의 딜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던 데스 나이트 방어구들을 그 자리에서 꺼내주었다.

“어머? 이건?”

“어떻게 하시는지에 따라 본인 몫이 될 수도 있고, 반납하게 될 수도 있어요.”

번쩍거리는 데스 나이트 장비를 황홀하게 바라본 막내별이 두말 하지 않고 장비를 받아 그 자리에서 교체했다.

강화는 대충이라도 해두었으니 당장 쓰는 데는 무리가 없을 터.

그리고 라지 쉴드 역시 건네주었다.

“……제 플레이 많이 보셨나 봐요.”

“나름 인상 깊게?”

“아이, 진짜 부끄럽게.”

몸을 양옆으로 꼬면서 부끄럽다는 표정을 마구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눈을 라지 쉴드에서 떨어지지 않고.

으음, 이 여자는 꽤 다른 타입이구나.

표정과 행동이 미묘하게 안 맞기는 한데 딱히 그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그런 느낌인가.

가식.

그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막내별이 데스 나이트 장비와 하르 스태프, 데스 나이트 라지쉴드를 들고 챠밍 근처가 아닌 아예 전사 형과 수호 형 근처로 달려들어 힐을 시작했다.

정말 괜찮으려나?

저런 타입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전사 형과 수호 형의 체력이 순식간에 안정세로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일단 타이밍이 완벽하다.

옆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것처럼 빠르게 녹아드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거기다 전사 형이나 수호 형이 저주에 걸리는 순간 단 1초의 어긋남도 없이 바로 저주 해제를 해주고, 출혈 상태를 막아 체력의 누수가 전혀 없게 만들었다.

힐도 동시에 같이 받게끔 조절해 본인 체력도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강한 공격에 둘에게 약한 경직이라도 일어나면 바로 하르 블레이드로 스위칭해 잠시 시간을 끄는 역할까지 병행했다.

그렇게 전사 형과 수호 형이 부담이 없어지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탱을 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은 쭉 그 상태를 유지했다.

재중이 형이 옆에서 휘파람을 불 정도.

이 여자는…….

진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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