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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65화 (362/1,404)
  • # 365

    #365화 노가다? (3)

    이쁜소녀,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 할 것 없이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우와!”

    “정말 떨어졌어요!”

    “어머?”

    몬스터가 죽으면서 아이템이 드랍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 죽은 데스 나이트는 달랐다.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몬스터니까.

    사실 반은 도박이었다.

    전에 리치를 상대했을 때는 소환 스킬을 캔슬해 버려서 소환된 데스 나이트가 템을 드랍하는지 안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르샤 누나에게 통로 바깥으로 몹을 다 끌어당겨달라고 부탁했다.

    드랍이 안 된다면 그냥 리치를 버리고 튈 생각으로.

    또한, 데스 나이트가 세 마리 이상 쌓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현 전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변신 주문서가 모자란 상태에서 미치광이 리치를 상대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었고.

    그런 생각을 뒤로하고 드랍된 템을 바라봤다.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만 드랍된 줄 알았는데 추가로 데스 나이트 갑옷 중 하나도 같이 떨어졌다.

    『 +0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 +0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22

    민첩+5 / 크리티컬 저항+1 』

    블레이드는 내가 주워들고 플레이트 하의는 보조 탱인 수호 형에게 건네주었다.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 하의를 받아든 수호 형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지금 수호 형은 데스 나이트 상의만 입고 있었으니까.

    “땡큐!”

    “살짝 떨어졌다가, 강화하고 합류해요.”

    우리가 노린 것 중에 하나.

    여유가 되면 템을 교체해 합류하는 것.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은 전사 형과 나, 재중이 형이 충분히 벌어줄 수 있었다.

    전사 형이 리치에 붙어 있는 동안 나와 재중이 형이 한 마리 남은 데스 나이트를 맡아 버텼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번쩍거리는 데스 나이트 하의를 입은 수호 형이 전방에 합류했다.

    “이제 내가 맡으마.”

    “그럼, 부탁해요.”

    확실히 탱을 전문적으로 하는 수호 형이 완벽하게 아이템을 갖추자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 남은 데스 나이트가 집중 공격에 의해 다시 한 번 쓰러졌다.

    무기는 드랍하지 않고 헬름과 스킬북을 하나 떨어뜨렸다.

    『 +0 데스 나이트 헬름 / 방어력 20

    마력+5 / 저주 방어+1 』

    『 더블 크래쉬 』

    “오!”

    재중이 형의 짧은 감탄.

    더블 크래쉬가?

    저건 정말 안 나오는 스킬북인데.

    며칠 동안 네 곳의 던전을 돌면서 꾸준히 데스 나이트를 잡아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정말 좋은 스킬은 죽어도 안 떨어진다는 것을.

    최초 사냥 이후 구경조차 못 해본 스킬북이 드디어 떨어져 내렸다.

    “이건 내가.”

    사람들도 딱히 재중이 형의 선택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템이든 스킬북이든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었으니까.

    물론, 그건 같이 팀을 하는 지금 레이드 팀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재중이 형이 스킬북을 줍자마자 바로 더블 크래쉬를 익히고 이리저리 스피어를 휘둘렀다.

    그리고 바로 스피어의 잔상이 쭉 나타나면서 허공이 펑! 펑! 터지는 것이 보였다.

    재중이 형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꽤 좋은데?

    그동안 재중이 형이 엘리트 스킬을 매번 내게 양보해서 딜량이 다소 처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모두 죽고 나자 미치광이 치리만이 남았는데 리치가 버벅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쩔 줄 몰라하는 건가?

    아님 당황?

    몬스터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재중이 형이 손을 들어서 바로 우리를 제지했다.

    “딜 중지.”

    재중이 형의 신호를 보자마자 전사 형을 빼고는 모두 무기를 내려놓았다.

    최종병기 형이 옆에 와서는 킥킥 웃어댔다.

    “이거 여기서 완전히 본전을 뽑겠다는 거지?”

    “네,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들어왔으니까요.”

    만약, 통하지 않으면 튄다.

    통할 경우, 이대로 진행하는 거고.

    미치광이 리치는 데스 나이트가 없는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전사 형을 괴롭혔지만 이미 리치를 여러 차례 겪어본 전사 형에게서 유효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쉬워 보이진 않았다.

    어떤 각도, 어떤 타이밍이든지 전사 형은 대미지를 덜 입는 방향으로 빠지면서 피해를 최소화해 버렸다.

    거기다 뒤에선 챠밍과 사탕 누나가 철저하게 서포트를 해주고 있었으니 전사 형의 체력이 오르락내리락할 뿐.

    그 이상은 지금 페이즈에서 끌어내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기 위해 미치광이 리치가 방어벽을 치기 시작했다.

    “저거 완전 붕언데?”

    최종병기 형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강제적으로 페이즈를 넘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데스 나이트는 두 마리가 아니라 아예 세 마리가 소환이 되었다.

    검방, 스피어, 대검.

    특히 라지 쉴드가 나오자 수호 형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와 다르게 지금은 가지고 싶다는 눈빛을 잔뜩 쏘아내고 있었다.

    저 형도 전사 형하고 동류였던가.

    그렇게 전사 형이 리치에 그대로 붙은 상태로 수호 형, 나, 재중이 형이 각기 한 기에 붙었다.

    나와 재중이 형이 탱이 아님에도 꾸준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자주 해봤고, 템 역시 데스 나이트 템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으니까.

    총 네 마리의 네임드가 있음에도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데스 나이트를 한 마리씩 일점사 해서 계속 체력을 갉아먹었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간다 싶을 때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검방을 든 데스 나이트가 챠밍, 사탕 누나, 나르샤 누나가 모여 있던 자리를 향해 반월참을 날려 버렸다.

    “다들 피해!”

    수호 형의 거친 외침.

    방패를 들어 최대한 막는다고 막았지만 체력만 잔뜩 깎인 채 수호 형이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수호 형이라고 해도 저건 막을 수 없으니까.

    쉴드가 데스 나이트 라지 쉴드였다면 경미한 피해와 함께 막았겠지만.

    지금처럼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는 꽤 까다롭다.

    그때 전사 형이 빠르게 돌진으로 뛰어 들어와 챠밍과 사탕 누나, 나르샤 누나 앞을 막아섰다.

    【 본 쉴드! 】

    전사 형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순식간에 쉴드로 감쌌다.

    그리고 그 쉴드에 반월참이 부딪혀 폭발과 진동을 울려 퍼졌다.

    쿠웅!

    폭발이 사그라들자 본 쉴드가 반쯤 찢긴 상태로 전사 형이 굳건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휴, 안 늦었네.”

    빈틈이 생기자마자 바로 뛰어온 것을 보면 리치를 상대하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었구나.

    뭐, 전사 형이 맡고 있던 리치가 프리가 되어 사방에 마법을 쏘아댄다고 잠시 혼란 상황에 빠졌다.

    수호 형이 쓰러진 동안의 빈틈을 최종병기 형과 이쁜소녀가 데스 나이트를 맡고 다시 전사 형이 리치에게 붙으면서 어떻게든 원 상태로 복구가 되었다.

    한 번만 실수해도 바로 난장판이네.

    거기다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 서로 커버를 한다고 물약을 다량 소모해 버렸다.

    “뭐, 물약 좀 쓰면 어때?”

    재중이 형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네?”

    그러면서 눈짓으로 뒤쪽 통로를 가리켰다.

    “아무나 나가서 물약 사오면 되지.”

    “아!”

    도망가려고 통로에서 잡던 것에 이런 이점도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물약을 무한대로 확보할 수도 있고.

    거기다 누가 죽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다.

    그냥 다시 뛰어오면 되니까.

    물론, 오는 길에 몬스터는 좀 잡아야겠지만.

    “우리 체력이 먼저 빠질지, 미치광이 리치의 마력이 먼저 빠질지 한 번 시험해 보자고.”

    이 형, 진짜 오늘 끝장을 볼 생각인데?

    그 뒤부터는 정말 그렇게 흘러갔다.

    미치광이 리치는 데스 나이트 소환을.

    우리는 데스 나이트 사냥을.

    데스 나이트를 죽일 때마다 블레이드, 투핸드소드, 라지 쉴드, 배틀 액스, 스피어, 라지 해머 등 무기 종류가 한도 없이 계속 떨어졌다.

    거기다 플레이트 상, 하의에 헬름, 건틀렛, 부츠, 망토까지 풀 세트를 몇 번이나 만들 정도로 드랍되면서 플레이트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명이 돌아가는 상황까지 나오게 되었다.

    추가로 정제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이 같이 떨어졌는데 즉석에서 데스 나이트 무기와 방어구를 강화하면서 다들 입맛에 맞게 무기를 고쳐 잡았다.

    특히 방어구가 다 좋아지면서 점점 데스 나이트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수호 형은 말할 것도 없고, 다들 데스 나이트와 직접 붙어보는 여유를 가질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스킬북도 더블 크래쉬, 진(眞) 비월참, 저주 해제 등 줄줄이 떨어졌다.

    다만, 심장과 반월참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건 오버한 데스 나이트에게서만 나오는 모양이었고.

    앞으로 데스 나이트가 오버되지 않는 이상 내가 가진 심장과 반월참이 서버 내 유일한 스킬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사 형이 보유한 데스 나이트 피어도 마찬가지고.

    아쉽게도 전사 형의 피어는 유저들에게는 최강이지만 네임드에게는 경직이 먹히지 않아 크게 써먹지는 못했다.

    그리고 변신 주문서가 계속 쌓아갔다.

    심심할 때 한 번씩 찢어도 될 정도로.

    일단 한 장씩 비상용으로 다 돌리고 난 뒤, 남은 것은 나와 재중이 형이 반씩 나눠 가졌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잠시 고개를 올려 천장을 바라봤다.

    분명 이건 패치를 하겠지.

    적당히 해먹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가 버렸다.

    데스 나이트와 혼자서 맞짱 뜰 수 있을 정도로 장비가 좋아지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잠시 옆으로 빠져서 강화를 꽤 많이 했다.

    『 +9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9 (20+9) 타격 21 (12+9)

    회복 불가, 상처 저주+5 』

    『 +8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8 (20+8) 타격 20 (12+8)

    회복 불가, 상처 저주+3 』

    『 +7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30 (23+7)

    근력+7 / 다크 아머 마력 소모 60% 감소 』

    『 +7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29 (22+7)

    민첩+7 / 크리티컬 저항+2 』

    『 +6 데스 나이트 헬름 / 방어력 26 (20+6)

    마력+5 / 저주 방어+1 』

    『 +6 데스 나이트 건틀렛 / 방어력 23 (17+6)

    근력+5 / 다크 웨폰 마력 소모 50% 감소 』

    『 +7 데스 나이트 부츠 / 방어력 25 (18+7)

    민첩+7 / 헤이스트 』

    『 +6 데스 나이트 망토 / 방어력 21 (15+6)

    민첩+5 / 저주 방어+1 』

    템이 나오는 족족 정제 강화석으로 질러버리니까 안 뜨려고 해도 안 뜰 수가 없다.

    한 번만 잘 뜨면 수치가 2, 3은 그냥 올라가는데 안 올라가면 더 이상하지.

    경갑이 가벼워서 경갑을 할까 하던 생각은 일찌감치 치워 버렸다.

    이미 방어 수준에서는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8강까지 만들어놔서 이제 양쪽 밸런스도 얼추 비슷해졌고.

    그러자 딜이 더 폭발적으로 튀어 올랐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지금이라면 동렙의 유저가 몇 명이 붙더라도 이길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모두의 스펙이 남달라지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들 얼굴이 반쪽이 되는 순간까지 템을 뽑아먹었다.

    《 하루 접속 제한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5분 뒤 강제로 접속을 종료합니다. 》

    요즘 어지간하면 다음 날 컨디션을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끝내고 나와 저 멘트를 볼 일이 없었는데 기어코 시스템 음이 흘러나오는 시간대까지 해버렸다.

    재중이 형이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칫, 접속 시간.”

    전사 형 역시 아깝다는 눈빛이 가득했고.

    그렇게 시스템 음을 들은 모두가 그만 손을 놓았다.

    이미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다들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들, 진짜 미치광이 리치를 바닥까지 털어먹을 생각이었나.

    리치가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해먹고도 부족하다고 저러고 있으니…….

    그나마 챠밍과 이쁜소녀가 허리를 토닥이면서 겨우 버티는 것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다.

    “내일은 쉬면 안 되겠죠?”

    “힘들어요…….”

    그래, 우리가 정상이지.

    “고생했어. 어휴, 저 잔인한 사람들.”

    내 한탄의 말을 들었음에도 그저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그냥 마음속에서 포기해 버렸다.

    어차피 시간이 없어서 못 잡는 리치를 버려두고 전용 던전을 나오니 바깥 공기에 온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다음에 보죠.”

    “고생하셨습니다.”

    서로 인사를 다 하고 나가려는 때 갑자기 시스템 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 미치광이 리치가 로테의 전용 던전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강제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유저들은 미치광이 리치를 저지하시기 바랍니다. 》

    아! 큰일 났다.

    우리 모두 서로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그래, 세상에 공짜가 없지.

    《 하루 접속 제한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강제로 접속을 종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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