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2
#362화 미치광이 리치 (5)
그대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에 남아 있던 반월참을 미치광이 리치에게 날렸다.
쾅!
붉은 방어벽 속에서 킬킬거리던 미치광이 리치에게 반월참이 적중하자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미치광이 리치가 찢어질 듯 일그러지며 터져 나갔다.
미치광이 리치가 튕겨 나감과 동시에 데스 나이트 소환진과 방어벽이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나이스!”
뒤로 들려오는 환호성.
데스 나이트 두 기가 추가로 소환되었으면 지금 전력으로는 절대 잡지 못했을 것이다.
“휴…….”
진땀이 나는 위기의 순간을 넘기자 바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문득 손에 들린 카스카라를 바라봤다.
마력을 찢는 무기인가?
확실히 이건 기획 의도와는 좀 다른 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9강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성능.
내가 알기론 대부분 카스카라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9강을 했음에도 요즘 나오는 무기 5강 수준도 안 되는 대미지와 급소나 약점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마력이 제대로 흡수되는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마력 흡수보단 가진 마력으로 강한 무기를 드는 편이 더 좋다.
“그거 탐나네.”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 카스카라를 툭, 치면서 지나갔다.
“형도 질러요.”
“됐다. 검보단 창이지.”
이제 검은 사양인가?
“일단, 이놈의 방어막은 해결된 셈인가?”
“아무래도?”
만약, 2페이즈의 패턴이 저것이라면 이번 페이즈는 우리에게 너무 쉬운 과제가 될 수 있다.
패턴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패턴을 씹어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우리 팀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주니까.
“누적 딜은 힘들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로 공략하라고 만들어진 네임드는 아닌 것 같으니까.
데스 나이트를 거느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파티 두셋은 붙어야 이야기가 된다.
그래야 저 방어막이 나왔을 때, 딜을 누적시켜 깨트릴 테니까.
“준비, 저놈 온다.”
정신을 차린 미치광이 리치가 사방에 검은 마법구들을 날려댔다.
앞선 패턴과 다르게 이번엔 원거리를 유지하며 마법을 난사했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 파티가 이곳저것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전사 형이 붙들고 있던 데스 나이트가 우리 파티들을 따라다니면서 공격했다.
“젠장, 어글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전사 형이 난감한 표정으로 부랴부랴 데스 나이트를 쫓았지만,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데스 나이트를 잡기엔 무리가 있었다.
민첩 스탯이 부족한 전사 형이라 어쩔 수 없지.
저건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하나.
“형, 데스 나이트는 제가 맡을게요.”
우리 팀에서 민첩 스탯이 궁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된 사람은 나뿐이다.
나르샤 누나를 빼면 뛰어다니는 데스 나이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나르샤 누나에게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괜찮겠어?”
“어쩌겠어요. 당장 위기부터 넘겨야죠. 리치 좀 잘 잡아주세요.”
“알았다.”
-데스 나이트는 주호 전담. 나머지 사람은 리치에 집중.
재중이 형의 오더에 데스 나이트에 공격받던 사람들이 일제히 내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빠르게 데스 나이트의 뒤를 잡았다.
당장 쫓기고 있던 현역 여대생이 나와 교차로 스쳐 지나갔다.
“꺅! 주호 오빠! 데스 나이트 좀!”
“접수.”
그리고 현역 여대생을 향해 내려치던 거대한 대검을 곧장 두 개의 블레이드를 사용해 위로 올려쳐 버렸다.
공격이 막힌 데스 나이트가 다시 현역 여대생을 쫓아가려고 하자 곧바로 데스 나이트의 허리와 무릎 뒤쪽을 사정이 없이 블레이드로 헤집었다.
아무리 사람들을 막 쫓아다닌다고 해도 이 정도 대미지를 입고도 그럴 수 있을까?
“크억!”
거기다 이번엔 내가 데스 나이트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등판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러자 결국 데스 나이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글, 완료!”
“오케이!”
그리고 그동안 우리 파티 사람들은 리치와의 일전을 계속 이어갔다.
리치는 빠르게 옮겨 다니면서 다양한 공격을 펼쳤는데 그걸 전사 형과 수호 형이 적절히 탱을 해가면서 막는 그림이 그려졌다.
힐러는 챠밍과 사탕 누나가 한 명씩 전담으로 붙어서 보조를 했고, 딜은 재중이 형, 최종병기 형, 나르샤 누나,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가 돌아가면서 꾸준하게 넣었다.
아주 전형적인 알피지 게임으로 전락하자 이런 것에 익숙한 사람들답게 공략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시간과 딜, 그리고 체력의 문제인가.
원래 2페이즈는 미치광이 리치의 공격과 추가 소환되는 데스 나이트를 계속 상대해야 하는 패턴이었을 것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수십 개의 파티로도 모자라게 되는 그런 진행.
그런데 내가 그 소환을 깨버림으로써 원래 진행되어야 했던 레이드와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그렇게 레이드가 진행될 때, 다시 미치광이 리치가 붉은 방어벽을 만들어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려고 하자 전사 형을 급하게 불렀다.
“전사 형! 이놈 잠시만 맡아줘요!”
일정 시간 정도는 전사 형이 어글 스킬을 싹 돌리면 묶어둘 수 있을 것이다.
“다녀와!”
【 싸이클롭스의 외침! 】
바로 스킬을 사용해 데스 나이트를 본인에게 붙여두는 것을 보고는 리치가 만들어둔 붉은 방어벽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카스카라로 방어벽을 찢어버렸다.
그런 패턴이 반복되자 체력이 상당히 많이 깎였는지 곧 세 번째 페이즈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는 여전히 살아 있는 채.
인원이 좀 더 있었다면 데스 나이트를 잡았을 텐데.
사실 데스 나이트는 이번 레이드에서 큰 부담이다.
“휴, 드디어.”
그렇게 3페이즈로 넘어가자 미치광이 리치의 로브가 온전한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러고는 리치 주변에서 세 가지 마법진이 동시에 생성되어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붉은색과 하늘색. 그리고 검은색의 커다란 마법진이 세 개 동시에 돌아가자 모두 당혹스러운 분위기로 변했다.
“마법진이 세…… 개, 예요?!”
그중 챠밍이 가장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법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사용이 가능했으니까.
소환이나 광역 마법을 따로 쓰는 정도는 가능했어도 마법을 여러 개 동시에 쓰는 경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젠장, 뭐해? 빨리! 구경만 할 거야?”
최종병기 형이 뛰쳐나가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아차, 싶은 생각에 바로 뛰어나갔는데 세 개의 마법진 중 하나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전이 되어버렸다.
하늘색 마법진이 먼저 깨지면서 리치의 주변으로 거센 광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공동을 가득 채운 거센 바람 때문에 우리 파티 모두 중심을 잃어버렸다.
“뭐야?”
“꺄악!”
먼저 달렸던 최종병기 형을 시작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공중으로 떠올라 버렸다.
이런 마법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데…….
광풍으로 인한 대미지도 대미지였지만, 공중에 몸이 떠버린 게 더욱 위험했다.
“키키킥!”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던 미치광이 리치가 다시 한 번 마법진을 깨뜨렸다.
이번엔 붉은색 마법진.
사방으로 시뻘건 불꽃이 바람을 타고 타올라 사방의 공기를 태워 먹으면서 퍼져나갔다.
“꺅!”
“안 돼!”
광풍을 타고 넘실거리는 붉은 화염의 범위에 걸린 최종병기 형과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형이 동시에 죽음의 빛으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체력이 제법 높은 수호 형은 재빠르게 자신에게 힐을 걸면서 버텼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방법이 없었다.
난 옆에 있던 이쁜소녀를 잡은 채 블링크로 빠져나왔고 챠밍, 사탕 누나, 나르샤 누나는 그나마 멀리 있어서 광역기를 피할 수 있었다.
재중이 형은 창을 바닥에 찍고 강하게 튕겨내더니 그 반동으로 범위를 빠져나오며 혀를 찼다.
“……젠장. 무슨 광역기를 동시에 두 개나.”
보통 시간차가 존재해 맞더라도 회복할 시간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예 중첩되듯 동시에 써버렸다.
두 개의 마법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대미지가 확 부풀어 힐을 줄 시간도 없이 한 번에 네 명이나 잃게 되었다.
“안 돼!!”
사탕 누나는 사탕 형이 죽은 것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칫, 사탕 누나가 흔들리면 안 되는데.
“아직이야!”
검은색 마법진이 깨지는 것을 본 수호 형은 뒤로 빠지면서 라지 쉴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폭발음과 진동은 의외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뒤쪽에서.
쾅!
왜 뒤쪽에서?
“끄악!”
전사 형, 의 비명…….
혹시 당한 건가, 데스 나이트에게?
그럴 리가 없는데.
지금까지도 혼자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잘 막아냈었다.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데스 나이트 쪽을 바라봤는데 강력한 폭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 폭발에 휩쓸려 전사 형이 죽어버렸다.
거기다 데스 나이트 역시 사라져 있었고.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데스 나이트를 터트린 건가? 패턴 한 번…….”
“하…….”
몬스터를 터트려?
그것도 데스 나이트를?
그동안 우리 앞을 단단히 막아준 전사 형이 죽은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었다.
물론, 어떻게든 죽을 수야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죽는 것은 아니었다.
“저 새끼, 이번에 꼭 잡습니다.”
“그래. 잡자.”
그런데 그때 미치광이 리치가 또 다른 마법을 꺼내 들었다.
그것도 우리가 가장 짜증 날 방법으로.
검붉은색 마법진이 공동 바닥에 쫙 깔렸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공격인가 싶어서 깜짝 놀란 챠밍과 이쁜소녀가 무언가를 보고는 경악을 했다.
“어?!”
“마, 말도 안 돼.”
마법진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최종병기 형,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형이 부활이나 한 것처럼 검은색의 오라를 띄면서 서 있었다.
심지어 전사 형까지.
“저 새끼가 장난치나.”
재중이 형이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는지 전방을 노려봤다.
“이건 좀 너무하네.”
수호 형도 이를 바득 갈았다.
그리고 사탕 누나의 힘 빠진 목소리도 들려왔다.
“너무해.”
모두 껄끄럽기 그지없는 마법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살아난 사람들이 동시에 우리 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거 어떻게 해요?”
남은 사람은 나, 재중이 형, 수호 형, 챠밍, 이쁜소녀, 사탕 누나, 나르샤 누나.
반면에 살아 있는 사람은 최종병기 형, 사탕 형, 발키리 아주머니, 현역 여대생까지 네 명이다.
리치까지 함께 싸워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거기다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네 명이 달려들자 재중이 형과 수호 형, 나르샤 누나는 제대로 대처를 했지만 챠밍, 이쁜소녀, 사탕 누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망설이기만 했다.
최악의 상황이네.
나 역시 블레이드를 휘둘렀다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는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정말 최악의 마법이잖아.
문제는 그사이 프리가 된 리치가 또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
공격 마법이 아닌 이상한 보조 마법을.
공중에 커다란 검은 구를 하나 생성시켰는데 그 마법이 문제였다.
재중이 형이 덤벼들던 전사 형을 밀어낸 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안색을 굳혔다.
“칫, 마력과 체력을 빨아들이나?”
공중에 생성된 검은 구가 넘실넘실 거리면서 공동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속도는 아주 느렸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그만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마치 방어전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마법들.
그런 마법이 연이어서 등장하니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공중에 뜬 검은 구는 공격을 해도 모두 빨아들이기만 할 뿐 파괴가 되지 않았다.
“앞에는 우리 애들에, 뒤쪽엔 리치. 공중에는 빨아들이는 마법까지.”
재중이 형이 표정이 확 굳어졌다.
이대로라면 가면 갈수록 우리가 불리해진다.
“할 수 없네.”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다시 전사 형을 쳐내고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내게 던졌다.
“이건?”
『 데스 나이트 변신 주문서. 』
“아까 잡고 나온 거.”
분명히 아까 데스 나이트를 잡고 난 뒤에 나왔다.
“리치, 이걸로 아작 내고 와. 이쪽은 우리가 상대한다.”
“……네. 아작 내고 올게요.”
어차피 이대로라면 체력과 마력을 모두 빨려서 다 죽고 만다.
그렇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바로 데스 나이트로 변신을 하고 모든 것을 잊은 채 미치광이 리치에게 달려들었다.
【 반월참! 】
【 반월참! 】
연속 반월참을 두 방 먹인 뒤, 미치광이 리치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그래도 하늘의 검은 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봐서는 이 녀석이 죽어야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죽어.”
【 진(眞) 비월참! 】
【 진(眞) 비월참! 】
미치광이 리치를 바닥에 깔아놓고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연속으로 휘두르며 기술을 퍼부었다.
【 강격! 】
【 연격! 】
【 더블 크래쉬! 】
쓸 수 있는 기술이란 기술은 모조리 꺼내 들었다.
어차피 체력과 마력을 빨아가더라도 데스 나이트의 체력과 마력은 충분하다.
적어도 이 녀석을 죽이기 전까진.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마법을 시전하려고 할 때마다 아예 깔고 누워서 도망갈 틈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블링크로 바닥에서 빠져나갔는데 그걸 바로 따라갔다.
【 블링크! 】
그리고 리치의 멱살을 잡아 다시 바닥에 그대로 처박고는 블레이드로 녀석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또 웃어봐. 새끼야.”
계속해서 쳐대자 어느 순간 가슴 속에서 묘한 진동이 울렸다.
시선을 돌리니 곧바로 인벤토리에 불이 들어왔다.
이건?
리치의 라이프 베슬인가?
그리고 귓가에 시스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미치광이 리치의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라이프 베슬로 리치를 포획할 수 있습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
일정 이하로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이 녀석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아이템과 스킬을 드랍할 것이고.
지금까지 써온 스킬과 아이템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것이 나오지 않을까?
반대로 이 녀석을 포획해 버리면 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이 된다.
대신 리치라는 녀석을 얻을 수 있겠지.
어쩐다.
잠시의 고민을 거친 내 손가락이 시스템 메시지에 그대로 가서 닿았다.
내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