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55화 (353/1,404)

# 355

#355화 리치를 찾아서 (1)

서쪽 광산 부근에서 두 연합이 맞붙은 대규모의 쟁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진 양상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굉장히 화려한 전투로 보일 것이다.

중, 소규모의 길드가 맞붙은 경우는 많았지만, 지상에서 이 정도 숫자의 길드가 맞붙은 적은 없었기에 관심을 더 끌기도 했다.

그리고 비공정의 단점이 처음으로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천상ㅋㅋㅋㅋ

-서쪽 던전 부근부터 통제해서 짜증났는데, 꼴좋다!

-확실히 최강 쪽 오니까 분위기 확 바뀌더라.

-개박살 ㅇㅈ?

-천상이 비공정 몰고 내려올 때는 포스 쩔었는데.

-그리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정 만능설, 이제 믿는 흑우없제?

-비공정에 올라타면 공격이 안 되는 걸 왜 몰랐지?

-공중전, 수송. 두 가지만 했으니까!

-뭐야, 그럼 주포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다 안 됨?

-그럼 최강 쪽이 이긴 거 아니냐?

-개소리 사절.

-최강 길드 인원 빠졌다. 설마 터졌냐?!

-어?!

-터졌다아아아!

누군가 최강 길드 현황을 찾아본 것 같았다.

길드 목록을 보면 길드원 숫자가 얼마나 되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79/80 이런 식으로.

현재 최강 길드 길드원 수는 23/80.

원래 80명을 꽉 채우고 있던 것에 비하면 정말 확연하게 숫자가 줄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우리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스칼렛> 하아, 해원 저 ……끼,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요.

<주호> 그쪽도?

솔직히 최강과 신화 길드에만 손을 뻗쳤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네.

<스칼렛> 접속해서 체크해 보니 몇 명이 탈퇴했어요. 돈이 확실히 좋기는 좋네요. 돈 많은 것들은 이래서 짜증 나.

음, 적어도 스칼렛은 금수저는 아니라는 소리인가?

예전엔 스칼렛이 돈 많은 금수저,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뭐, 그것도 화련이 나타나기 전까지지만.

돈 쓰는 스케일 하나는 화련이 으뜸이지.

<주호> 스칼렛 님은 제의 없었어요? 여긴 대놓고 돈 뿌리던데.

<스칼렛> 아, 정말 다 나갔네요. 최강 길드는. 후…… 저한테도 왔어요.

역시 해원, 그 녀석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아예 손발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식으로 물 쓰듯 돈을 쏟아 붓는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달 길드와 치맥 길드를 가만히 둔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지.

<주호> 그래서요?

<스칼렛> 어머? 절 어떻게 보시고? 저 이래 봬도 신용 있는 여자예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건 그냥 내 마음에만 두고 입에 담지는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라.

<주호> 그렇다고 해두죠.

<스칼렛> 으음? 저 진짜 큰맘 먹고 거절했는데. 저 얼마나 혹했는지 알아요? 확 넘어가 버릴까요?

<주호> 하하, 아뇨. 굳이 그러실 것까지야.

<스칼렛> 의외로 약한 모습?

<주호> 한 번 봐주시죠? 요즘 좀 힘들어요.

<스칼렛> 풋, 이번은 넘어가 드릴게요. 그리고 이쪽은 걱정 마세요. 전 제 손으로 이룬 것만 인정하니까. 그럼, 앞으로도 거래 잘 부탁 할게요?

스칼렛은 끝까지 우리와 같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쪽 사정을 많이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유저들은 최강이 있어야, 연합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리의 주력은 나와 재중이 형이 있는 신화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스칼렛이라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스칼렛> 그래서 그쪽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주호> 뭐, 돈 주고 싹 빼 가는데 수가 없죠. 같은 돈을 내밀면 또 모를까. 저 돈 별로 없거든요.

<스칼렛> 으음? 에이, 쓸데없는 곳에 돈 쓰고 싶지 않은 거겠죠?

<주호> 정말 돈이 없다고 해도 안 믿겠네요.

<스칼렛> 네. 그동안 가져다드린 돈만 해도 얼만데…….

역시, 이 여자는 우릴 너무 잘 알아.

그리고 어차피 나가는 사람을 잡는 것도 우습고.

스칼렛 쪽은 그럭저럭 잘 넘어갈 것 같고.

<스칼렛> 아, 가장 중요한 말을 빼먹을 뻔했네요.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 바람에 우리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주호> 그게 무슨?

<스칼렛> 일부러 좀 집어넣었어요. 제안을 받는 척.

<주호> 그 말은?

<스칼렛> 스파이죠. 당분간 좀 감시를 받겠지만. 돈도 먹고 정보도 캐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역시 이 여자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길드 운영은 우리가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네.

<주호> 참고하도록 하죠.

<스칼렛> 아, 아마 불멸하고 그쪽 길마님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안 했을 걸요?

<주호> 그래요?

<스칼렛> 네, 지금 넣으면 감시당할 걸 뻔히 아는데 최강 길드 사람으로는 힘들죠. 그래서 우리가 좀 나섰어요. 빚 하나 더 얹혀 놓을게요.

그러면서 스칼렛이 미소 지었다.

경계심은 자기들이 더 약하다는 소린가?

아무튼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치맥 길드의 이슬두잔도 비슷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액수가 적었다던가, 다른 뭔가가 있던가.

그리고 퍼스트클래스의 리더는 꽤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 같았다.

표면적으로는 굉장한 대승을 거뒀다.

각 길드에 나눠준 이익도 상당했고.

하지만 정면 승부보단 자금으로 움직이고 있어 상당히 고생하는 모양이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데 어떻게 될지는 기다려봐야 알겠고.

정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통 흙탕물로 만드는구나.

그것도 사람들의 약한 점을 자신의 최대 무기로 후려치면서.

화련은…….

뭐, 그쪽은 돈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

근데 지금 내가 화련을 걱정한 건가?

순간 화들짝 놀란 기분을 가라앉혔다.

잠시 같이 했지만 적이다.

방심하지 말자.

***

“전용 던전을 좀 써야겠는데.”

재중이 형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갑자기 거긴 왜요?”

“그쪽 스킬 좀 빼 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쪽 스킬?

혹시, 우리가 당했던 마인드 컨트롤 말하는 건가?

“어, 그거 맞아.”

“흐음, 확실히…… 필요하겠네요.”

외곽 광산 던전의 최종 보스는 데스 나이트였다.

사실 그 아래로 더 내려가 봤지만, 대부분 비슷한 몬스터만 나와서 허탕을 치기도 했고.

제일 문제는 우리가 새 유적지를 얻고 난 뒤 맵이 바뀌어서 넓은 던전의 아래층을 찾기 난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몹이 없던 전과 달리 몬스터를 일일이 잡아가면서 지나가야 하는 문제로 인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거기다 네 곳의 광산 던전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 우리에게는 꽤 불리한 조건이기도 했고.

“이제는 확실히 앞서나갈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지.”

확실히 강력한 광역기도 좋고, 데스 나이트도 좋지만 지금 딱 떠오르는 것은 전용 던전의 그 마법사 몬스터였다.

단체로 혼란 디버프를 걸 수 있다면 적들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될 터.

“스카우트는요?”

“일단, 빠질 놈 다 빠지고. 해원 쪽에서 일부러 이쪽으로 스파이를 넣을 수 있으니까. 그것도 고려하면 시간이 좀 걸려.”

“아, 스칼렛한테 들었어요.”

“그래?”

스칼렛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더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알아서 잘하고 있고. 그동안 우린 우리 방식대로 팀을 키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전용 던전 앞에 도착하자 우리 팀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 더.

수호 형, 최종병기 형, 발키리 아주머니, 현역 여대생, 그리고 사탕 커플인가?

대회 때 성적이 좋아서 스카우트했던 멤버들.

그동안 떨어져 움직이던 이들이 합류했다.

“꺄! 드디어 오빠하고 같이 하네요.”

물론, 현역 여대생이 제일 기뻐했고.

사장님은 슬이아빠 쪽 사람들처럼 길드에 남은 사람들과 함께 광산 던전 쪽에서 그대로 사냥을 하는 것 같았다.

흠, 중앙 방을 비우지는 않겠다는 건가.

어쩌면 정말 컨트롤이 되는 유저들 위주로 분산시킨 것일 수도 있다.

재중이 형이 말했던 스쿼드를 짜기 위해.

“그럼 가자.”

우리 쪽이 한 팀.

그리고 남은 대회 팀이 한 조다.

“그 여자는요?”

“누구?”

“전에 그 힐 잘하는.”

“아, 사장님 쪽에. 솔직히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지.”

“그런가요.”

하긴 스카우트 해왔다지만 지금처럼 어수선할 때는 상황이 애매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어차피 리치를 발견하면 와야 해. 그땐 총력전을 펼쳐야 하니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로테의 전용 던전에 입장합니다! 몬스터가 강하니 주의하세요! 》

입장과 동시에 들려오는 알림음.

확실히 이곳 몬스터가 외곽의 던전들보다는 강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아봤네.

“들어갑니다.”

전사 형이 먼저 앞장섰다.

우리 중에서는 방어력이 으뜸.

그리고 스킬까지 쓰면 확실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전과 달리.

【 다크 아머! 】

【 다크 쉴드! 】

처음부터 전사 형이 최고의 방어 기술을 몸에 감았다.

입장 후, 던전이 어둑해지자 챠밍이 라이트를 시전해 주변으로 퍼뜨렸다.

그리고 사탕 커플 중 여성 유저도 라이트를 시전했는데 챠밍보단 약하지만 주변을 밝히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마법사네요?”

“사탕이 확실히 잘 키웠어.”

둘 다 사탕이라고 하니까 헷갈리네.

나중에 호칭 정리 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일단, 사탕 누나(?)가 저쪽 팀의 마법사를 맡아주니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춰졌다.

전부, 전사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챠밍의 부담이 걱정되었는데 지금은 괜찮았다.

스카우트할 때 마법사도 좀 많이 데리고 와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 들어가자 전사 형이 어느 순간 멈춰서 방패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쒜엑, 하는 파공음 소리와 함께 묵직한 화살 한 대가 전사 형의 방패를 치고 튕겨 나갔다.

카앙!

쇠와 쇠가 강하게 맞부딪힐 때나 나는 소리.

그런 충격을 전사 형이 버텨내면서 뒤를 돌아봤다.

확실히 전보다 안정적이다.

힘, 방어구, 스킬 모두다.

“나르샤.”

“알았어.”

【 싸이클롭스의 눈! 】

나르샤 누나가 스킬을 써서 전방을 바라보면서 바로 화살을 메겼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화살 한 발을 강하게 날려냈다.

【 투사! 】

깜깜한 시야로 사라진 저편에서 뭔가가 퍽, 하고 맞는 소리가 나자마자 나르샤 누나가 우리 후방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커다란 활을 들고 있는 거대한 해골이 뛰어나왔다.

나르샤 누나가 제대로 한 마리만 풀링한 것 같았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럼, 가죠!”

그 순간, 지진이 난 것처럼 주변 동굴이 크게 흔들리면서 주변 동굴이 전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노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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