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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52화 (350/1,404)

# 352

#352화 광산 쟁탈전 (3)

처음엔 그저 레벨과 아이템이 좋아 잘 버티는 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이 죽지 않자 누군가 이상함을 토로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곤 크게 다급하게 외쳤다.

“야! 대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 뭐야?!”

“뭐?”

“하, 전부 올라가!”

하나둘, 비공정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알아챘나?”

재중이 형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차자 내가 말했다.

“전부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쯤이면 알았을 걸요? 저기도 다 떠오르네요.”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면 우리 선에서 처리를 할 수는 없게 된다.

이미 피해를 입을 대로 입은 비공정까지 모두 떠오르려 하자, 우리 연합 측 유저들은 다급해졌다.

저들이 지금 떠오르면 애써 짠 판이 이상하게 말릴 수도 있었다.

지원군이 온다거나.

다시 정비를 해서 뭉친다거나.

우리 입장에서는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 연합 쪽 사람들이 채팅창에 외쳤다.

-아! 갈고리! 그래, 갈고리다!

-갈고리 갖고 있는 사람, 빨리 던져!

-내 아이템 도망간다!

-가즈아!

아이템인가?

사람들 눈에는 지금 천상 연합 사람들이 아이템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다들 눈이 돌아갔구만.”

전사 형이 즐거운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봤다.

“그러네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어떻게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비공정과 우르르 갈고리를 걸고 올라타는 우리 연합 사람들의 싸움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갈고리를 걸어 비공정에 올라타자 문제가 생겨났다.

갈고리에 올라탄 사람들이 마법과 화살에 맞아 떨어지는 모습과 끊어진 갈고리와 함께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갈고리에 올라탄 녀석들 죽여! 이제 된다!”

하지만 이미 기울대로 기운 상황이기에 전황을 뒤집을 순 없었다.

또한, 갈고리를 타고 올라간 연합원들은 비공정에 남아 있는 천상 연합 인원들과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래, 죽자! 죽어!”

“끝을 보자!”

심지어 우리 측 연합 사람들이 비공정을 소환해 올라타더니 떠오르는 천상 연합 비공정 옆을 친 뒤, 갈고리를 잔뜩 던졌다.

“어딜 가세요?”

“아이템 다 뱉고 가라!”

제대로 떠오르지 못한 비공정은 우리 측 비공정의 무게 때문에 오히려 추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마치, 해적이 노략질을 벌일 때 수많은 갈고리에 연결된 것과 같은 모양새로.

“사람들 진짜 독하네요.”

솔직히 저런 모습은 상상도 못했는데…….

다 잡은 천상 연합이 도망가려 하자 온갖 방법이 다 튀어나왔다.

한 편의 해적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전쟁을 떠나 아이템이 걸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나.

또한 갈고리가 연결되지 않은 비공정끼린 주포를 서로 쏴대는 모습까지 연출되었다.

그래, 아까는 너무 일방적이었지.

천상 연합이 너무 자만한 것도 있었고.

이제 꼼수는 쉽게 먹히진 않을 것이다.

저쪽도 바보 천치들만 모아둔 것이 아니니까.

“이쪽도 피해가 제법 있겠는데요?”

“저쪽은 더 심하지. 원래 도망가려는 쪽이 피해가 막심하거든.”

재중이 형 말대로 이미 기세 자체가 기울어 버렸다.

로테 바로 앞에서 붙었다면 또 모를까.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로테에서부터 지원이 오려면 한세월이 걸린다.

천상 연합 측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많은 비공정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피해 복구하려면 천상 연합장 피똥 싸겠는데?”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면전을 펼친다면 이기는 게 좋다.

전리품도 잔뜩 챙길 수 있고.

사냥터를 먹을 수도 있다.

반대로 지면 그때부터는 지옥이다.

유저가 죽는 것은 약과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템.

잡다한 게 떨어지면 행운이고, 재수 없으면 정말 핵심 아이템이 떨어질 수 있었다.

내 쪽으로 비유하자면 9강 데스나이트 블레이드가 떨어진 느낌이랄까?

그런 상황이 지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거기다 북쪽을 털렸는데 서쪽에서도 완벽히 밀리면 천상 연합이 설 곳은 없다.

남쪽이나 동쪽으로 가면 또 모르겠지만, 그쪽은 이미 다른 유저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

아무리 천상 연합이 숫자가 많다고 해도 전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몰락하는 것은 더욱 빨라질 뿐이다.

이번 전면전으로 천상 연합이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거다. 당분간은 서쪽에서 계속 치고받을 거야. 쟤들은 이제 물러날 곳이 없어.”

재중이 형 말에 우리 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다.

이번에야 어이없이 털렸지만, 그렇다고 저 큰 규모의 연합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임을.

그럼, 앞으로 남은 것은 사냥터를 두고 치고받을 일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베록을 띄워서 바로 적 기함으로 날아갔다.

유독 잘 버티고 있는 기함.

아마도 적 연합장이 타고 있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기함을 살펴보니 올라타는 족족 우리 연합 유저들이 죽어서 사라져 버렸다.

적어도 저기 타고 있는 적들은 지금 상대했던 사람들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소리다.

“휘유, 꽤 하는데?”

전사 형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러더니 그냥 고개를 돌려서 재중이 형을 보고 말했다.

“형님, 그냥 주포로 날리죠? 괜히 붙을 필요 있습니까?”

전사 형은 일말의 위험도 감수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확실히 옳은 생각이기도 하고.

한 방에 죽일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가 있을까?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흠, 뭐 난 그것도 나쁘진 않고. 어떻게 할래?”

내게 의견을 물어오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그럼 인사나 한 번 하고 나오죠.”

“방심하면 너도 저쪽 연합장처럼 바보 된다?”

하긴 연합을 말아 먹은 사람이니 저런 평가가 나와도 아무 말도 못 하겠지.

“그냥 누군지 궁금해서요.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올게요. 여차하면 썬더볼트도 있고. 트리스탄도 있잖아요. 형하고 둘이서만 갔다 올게요.”

그러면서 챠밍과 이쁜소녀를 바라보니 둘 다 화들짝 놀랬다.

저기 내려가는 것은 나와 재중이 형뿐.

다른 사람들은 혹시 모르니까 두고 갈 생각이었다.

“괜히 일을 벌이네. 크큭.”

재중이 형이 그 모습에 미소 지었다.

“물가에 내놓은 애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고, 상황 안 좋아지면 그냥 내가 데스나이트로 변해서 다 썰어버릴 거니까.”

그 말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재중이 형과 함께 썬더볼트를 타고 적의 기함으로 날아갔다.

“전사 말이 틀린 건 아냐. 앞으로는 그냥 한 방에 날려 버려. 괜히 살아날 여지를 주지 말고.”

“네, 알아요. 저 걱정해서 하는 말인걸. 다음엔 그렇게 할게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썬더볼트를 몰아 적의 기함 위쪽에 세우고는 그대로 갑판으로 뛰어내렸다.

나와 재중이 형이 공중에서 뛰어내리자 갑판에서 방어를 하던 사람들을 빼고 중앙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그런데 그 유저들의 길드 마크가 전부 달랐다.

설마 저 사람들 전부 다 길드장인가?

“여긴 꽤 평안하네요.”

“그러네.”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중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우리를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가만보고 있으면 그냥 유순해 보이는 그런 인상의 청년이었다.

지나가다가 보면 그냥 모르고 스쳐 지나갈 정도의 인상.

머리카락 색도 평범한 검은색이라 특징적인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평범해서 이질적일 정도.

다만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라던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배치를 보면 저 청년이 이 천상 연합의 장이다.

아이디가 해원인가?

보통 저런 아이디는 본인의 이름일 확률이 높았다.

혹은 내가 그랬듯 비슷하거나.

그리고 신기하게도 길드 이름은 전혀 다른 것을 쓰고 있었다.

당연히 천상일 줄 알았는데.

이러니 천상으로 찾아도 이 사람을 찾을 수가 없지.

해원이라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변에 있던 길드장들의 분위기가 한 번에 변했다.

마치 긴장한 것 같은 그런…….

“묘하네요.”

“흠, 보기엔 평범한데.”

그 해원이라는 청년이 우리를 한 번 보더니 멀리 배치된 베록도 한 번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건지.

일부러 저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보통은 뭐라고 말이라도 할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매가 확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무 징조도 없이.

그리고 드디어 한마디를 했다.

“끌고 와.”

음?

지금 우리를 끌고 오라는 건가?

순간, 무기를 들어 올리려는데 길드장들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나와 재중이 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서 누군가를 끌고 나왔다.

저건……!

멸치?

저놈이 왜 여기에 있지?

길드장들이 바로 멸치를 해원의 앞에 데려와서 무릎 꿇렸다.

그런 멸치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해원의 눈빛에서 순간 뭔가를 봤다.

섬뜩한 느낌.

저건 눈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이질적인 그 느낌에 순간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오늘 재밌네.”

눈매는 그대로인데 입가만 슬쩍 올라간 표정.

저 녀석.

뭔가 이상하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멸치가 바로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나 지금 되게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해원이 멸치의 앞으로 유유히 걸어 나왔다.

그러더니 엎드려 있던 멸치의 손등을 그대로 지르밟기 시작했다.

“끄악!”

“아파?”

“아, 아닙니…… 끄아악!”

멸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원이 멸치의 손등을 신발의 뒷 굽으로 강하게 비비며 눌러 버렸다.

이어지는 멸치의 비명.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해원이 멸치의 손등에서 발을 떼더니 고통스러워하는 멸치의 앞에 쪼그려 앉아 멸치와 눈을 맞췄다.

“잘 처리 한다며?”

“죄송합니다!”

멸치가 엎드려서 비는데 해원은 아무런 감정이 없이 멸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자기가 밟아버린 멸치의 손을 잡아 올렸다.

“많이 아팠지?”

“네? 아닙니다!”

“안 아팠구나. 그럼.”

그 말을 들은 해원이 갑자기 멸치의 검지를 잡더니 그대로 꺾어버렸다.

“끄아아악!”

손가락이 완전히 꺾이면서 멸치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새어 나왔다.

“어때? 좀 아파?”

“크흐흑, 네네, 아픕니다.”

그 말에 해원이 입가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아, 그럼 조금만 더 아파라.”

그러면서 중지를 똑같이 꺾어버렸다.

“끄아악! 제, 제발! 그, 그, 그만!”

“아직 여덟 개나 남았는데?”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무심한 눈으로 멸치의 손가락을 계속 꺾어대는 모습에 기가 찼다.

대체 뭐 하는 거야?

“……형, 저놈 뭐죠?”

“모르겠다. 일단, 정상은 아니지.”

우리 편이 당하는 것은 아니라서 굳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보는 사람의 눈살을 저절로 찌푸리게 했다.

문제는 같은 편의 길드장들이 아무도 해원을 말리지 않고 있다는 것.

이미 여러 번 봤거나, 말리지 못하거나.

길드장들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면 아마 둘 다인 것 같았다.

해원이 멸치의 손가락을 꺾으면서 말을 꺼냈다.

아주 잔잔하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너 때문에 내가 오늘 개망신을 당하게 생겼네?”

“크흑, 죄송합니다.”

“그러게 말야, 죄송할 일을 왜 만들어?”

그러면서 다시 손가락을 하나씩 꺾어 올렸다.

그때마다 멸치의 비명이 선상에 울려 퍼졌고.

멸치가 온몸을 뒤틀면서 움찔거리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그 일을 끝마쳤다.

아무리 고통을 경감시킨다고 해도 저 정도의 고통이면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멸치가 조절을 안 해놓은 것 같았다.

어쩌면 못 했을 수도 있고.

해원이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듯 읊조렸다.

“이래서 여기가 좋다니까. 꺾어놔도 다음에 또 꺾을 수 있잖아.”

……저거 완전 미친 또라이 아냐?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표정으로 해원을 바라봤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행동하던 해원이 그제야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쓰러져서 꿈틀거리는 멸치의 머리를 한 발로 밟은 채.

무심하게.

원래의 무표정으로.

“아마 우린 서로 이야기할 것이 좀 많을 것 같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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