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1
#351화 광산 쟁탈전 (2)
하늘 위를 수놓은 수많은 비공정을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
재중이 형 역시,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서 혀를 찼다.
“벌써 왔네.”
“북쪽이죠?”
“어, 근데 저놈들 너무 빨라.”
너무 빠르다라…….
혹시?
내가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니 형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는 역시지.”
우리가 여기까지 날아온 시간.
천상 연맹의 주력이 북쪽으로 날아간 시간.
우리가 나타났음을 확인한 뒤, 돌아오는 시간.
모든 것이 딱 떨어지지 않았다.
움직임이 이렇게 나오기 위해선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바로 가는 도중 되돌아오는 것.
이런 식으로 돌아오려면 중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필수였다.
“진짜 걸러내도 끝이 없네요.”
“이번 일만 끝나면 개편 바로 해야겠다. 너무 고였어.”
“달 길드나 치맥 길드는요?”
“그쪽도 있겠지. 잡지 못하면 이 동맹은 곧 끝난다.”
아무리 우리를 도와준다고 해도 일을 벌일 때마다 정보가 새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재중이 형은 그것을 끝으로 수많은 비공정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
지금 공중에서 내려오는 병력까지 막으려면 이쪽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손해 없이 천상 연합을 공중 분해하는 것.
그렇게 선택을 마친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각개격파.”
우리가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다.
진(眞) 썬더볼트.
데스나이트 변신.
강력한 광역기.
그리고 비공정.
결정이 나자 재중이 형이 빠르게 사장님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사장님이 그대로 다시 다른 길드장들에게 연락을 하자 그동안 천상 연합을 쓸어낸다고 우르르 몰려가던 유저들이 일부를 제외하고 다시 되돌아왔다.
“비공정이 제일 뭐 같을 때가 언젠지 알아?”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있나?
재중이 형이 손가락 두 개를 들더니 하나씩 접었다.
“첫 번째, 착륙할 때, 그리고 지상에서 공격당할 때.”
그 말에 어느새 다가온 전사 형이 맞장구쳤다.
“비공정은 공중 판정이죠.”
예전에 몹몰이한 것을 막기 위해 패치를 했었다.
다른 이유를 찾자면 비공정이나 공중에 떠서 지상 유저를 공격하는 경우, 공중에 떠오를 방법이 없는 유저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애초에 그 패치는 우리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패치가 저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비공정 안에서는 지상에 있는 유저를 공격할 수 없으니까.
다른 말로 하면.
“이쪽의 일방적인 공격만 가능하지.”
지금 착륙을 위해 하강하는 수백 척의 비공정은 다른 말로 하면 샌드백이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서 서서히 비공정들이 지상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우리 쪽 연합을 비공정이 떨어지는 장소로 모이라는 말만 하고는 다른 정보는 일절 주지 않았다.
정말 대기하라는 말만 해놓았다.
워낙 큰 대승을 이끌었기에 별말은 없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챠밍이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기특하다는 표정을 짓고 웃었다.
“이젠 척척 알아듣네.”
저 형 예전부터 똑똑한 사람을 선호했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챠밍은 최적이다.
칭찬을 받은 챠밍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전사 형도 한마디 했다.
“지금 알리면 다시 떠오를 겁니다.”
전사 형의 단호한 말에 이쁜소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럼…….”
“그러니까. 우리도 입 꾹 닫고 있자.”
<이슬두잔> 저기, 주호 씨? 비공정 떨어지는데 이대로 대기해도 되나요? 우리 쪽 숫자가 훨씬 적은데……?
우리가 내린 오더가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이슬두잔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길드에서 사장님이나 재중이 형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연락이 들어왔고.
아예 우리 연합만 볼 수 있는 채팅창에 글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뭐야? 왜?
-아! 진짜, 뭐야!
-이대로 있자고?
-지금 후퇴해서 정비하는 게 좋지 않음?
-오더, 오더 달라고!
-망하겠네, 후…….
-않이, 뭐하냐고!
썩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하긴 아무 설명 없이 무조건 대기만 하라고 하면 이럴지도 모른다.
그 사이 천상 연합의 비공정이 하나둘 지상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저것들 진짜 성의 없이 내려오네.”
재중이 형이 비공정들을 바라보면서 혀를 찼다.
좀 더 조심하리라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마구잡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압도적인 수라고 생각해서인지 그다지 조심해서 내려온다는 인상은 없었다.
조심히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면,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착륙해 병력을 정비해서 왔을 것이다.
“숫자를 너무 믿네요.”
전사 형도 역시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수적 우위라…….
전사 형이 날 보면서 말했다.
“이런 쟁은 공성전과 성격이 달라, 수많은 BJ며 유저가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거든.”
“으음, 과시?”
“아무래도?”
내 말이 틀리지 않는지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방송을 통해서 자기들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을 수…… 거기다 북쪽까지 굳이 간 걸 보면…….”
“보면?”
“애초에 우릴 노리지 않았을까?”
“그냥 북쪽을 수복하러 간 것은 아니고요?”
“굳이 이 시점에 거기까지 갈 이유로는 부족하지.”
“결국, 우리를 꺾어서 명성을 얻겠다는 거네요.”
“그렇겠지. 아마도.”
굳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 천상 연합과 한 번은 부딪쳤을 거라는 소리다.
“그럼, 찍, 소리도 나오지 않게 눌러주죠.”
“흐흐, 그거 좋지.”
이야기가 끝날 때쯤 대부분의 비공정이 지상으로 착륙을 시작했다.
그때 사장님의 오더가 전달됐다.
<카이저> 전 연합. 착륙한 비공정을 포위, 원거리 격수는 비공정 위로 집중 공격. 근접 격수는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틀어막고. 뛰어내리는 인원은 알아서 처리.
그 오더가 각 길드장에게 전달되고 또 길드원들에게 전달되자 일제히 착륙하고 있는 비공정들을 향해 달려가 비공정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전원 공격!”
【 파이어 월! 】
【 아이스 월! 】
【 포이즌 클라우드! 】
【 아쿠아 토네이도! 】
【 포이즌 레인! 】
먼저 형형색색의 각종 광역기를 착륙한 비공정 갑판 위로 동시에 깔아버렸다.
“끄악!”
“힐!”
“힐 빨리!”
“반격해!”
“우리도 마법 날려!”
그와 동시에 비공정 위에서도 마법이 날아와 비공정을 포위하고 있던 우리 쪽 연합에 와서 깔렸다.
불기둥이 활활 타오르고 얼음 덩어리들이 바닥에서 솟구치는가 하면 녹색 독 안개가 자욱했다.
그 이펙트에 순간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 움찔했으나 곧 모두 씨익, 웃기 시작했다.
“크크, 이거 안 아픈데?”
“뭐야, 이펙트만 화려하잖아!”
“체력이 하나도 안 깎여?!”
“이렇게 무작정 대기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구만.”
“누군지 몰라도 머리 진짜 잘 돌아가네.”
“니들 오늘 뒈졌어!”
이펙트만 화려할 뿐.
피해는 없었다.
비공정 갑판에서 지상으로 보내는 공격은 마치 신기루라도 되는 것처럼 그저 주변을 맴돌았다.
마법을 한바탕 주고받고 난 뒤에는 바로 화살 공격이 이어졌다.
“활!”
각 진영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대를 들어 올려 상대방을 향해 쏘아 올렸다.
보통 이렇게 되면 낮은 곳에서 활을 쏘는 쪽보다 높은 쪽에서 쏘는 쪽이 월등히 유리하다.
그리고 조금만 각도를 올리면 낙차 때문에 더욱 강력한 위력으로 화살을 날릴 수 있고.
그래서 궁수들 싸움에서는 어지간하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석이자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높이가 높든, 낮든 비공정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은 전혀 먹히지 않으니까.
노 대미지.
일방적으로 한쪽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되자 균형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짜 되네요.”
“안 될 것 같았어?”
“아뇨, 형이 장담했으니까.”
매번 내가 꼼수를 내서 그렇지 이 형도 사실 만만치 않았다.
특히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된다고 장담한 것은 어지간하면 다 되는 편.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일전에서 애매한 것은 꺼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큰 걱정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
비공정에서 마법과 화살 세례를 받던 천상 연합 유저들도 슬슬 이상한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자기들 숫자는 계속 줄어드는데 비공정을 포위한 유저들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가면 갈수록 서로의 비율이 깨지면서 느껴지는 압박의 강도가 전혀 달라져 버렸다.
“크윽! 이 새끼들 뭐야? 왜 저렇게 잘 버텨?!”
“우리하고 저놈들하고 격차가 이렇게 많이 나?”
“렙 좀 낮다고 이렇게 밀린다고?!”
“지형도 우리가 유리하잖아! 말도 안 돼.”
그건 니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고.
대미지 자체가 없는데 렙이 무슨 상관일까.
이런 현상은 앞의 비공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백여 척이 넘는 비공정 대다수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또 다른 이름의 학살.
그렇게 착륙했던 비공정 전체에선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 누군가 비공정의 갑판에서 지상으로 공격이 안 된다는 것을 실험 해봤다면 절대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 알아챈다고 해도 전세가 이미 많이 기울어버렸다.
두 배에 가까웠던 인원이 동등해지더니 어느새 눈에 띄게 역전되기 시작했다.
“야! 뛰어내려서 공격해!”
“전부 뛰어내려!”
“근접전으로 몰고 가! 우리가 아직 유리하다!”
그렇게 외치면서 근접 격수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아래로 점프를 했다.
“못 내리게 막아!”
“야! 저기, 저놈 뛰어내린다!”
누군가 외치자 궁수들이 사정없이 활대를 돌려 뛰어내리는 유저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크윽!”
어찌어찌 살아남으면 다행.
대부분은 뛰어내리다 궁수들의 화살과 마법사들의 마법에 당해 공중에서 죽음의 빛으로 변했다.
그 살아남은 적들도 밑에서 대기하던 우리 연합 측, 근접 격수들에게 포위되어 그대로 죽어버렸다.
“아! ……발! 대체 어쩌라는 거야!”
“젠장! 이게 말이 돼?”
“어떻게든 뚫어 좀!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야!”
자신만만하게 지상으로 내려왔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절규만 가득했다.
세상일이 지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우리가 나설 것도 없네요.”
“뭐, 그렇네.”
전세가 너무 기울다 못해 일방적인 원사이드 게임으로 흘러갔다.
반코트에 가둬두고 패는 것도 이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고.
그건 역습이라도 한 번 해보지.
견디다 못한 누군가가 외쳤다.
“비공정, 다시 띄워!”
비공정은 일정 이상의 사람이 타고 있으면 소환해제가 불가능했다.
아예 부서지면 모를까.
그래서 버티는 것 보단, 그냥 떠오르는 것을 택한 모양이다.
그렇게 가까스로 비공정 하나가 떠올랐는데 챠밍과 이쁜소녀가 트리스탄을 꺼내어 그대로 격추해 버렸다.
【 썬더볼트 압축포! 】
단 한 방.
그대로 추락하는 비공정을 본 천상 연합원들이 표정이 암울하게 변해 버렸다.
이젠 도망도 못 가니까.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곤 피식 웃었다.
“전사 녹화 잘하고 있지?”
“넵! 최고화질로 완벽하게 하고 있슴돠!”
전사 형 역시 편안한 얼굴로 녹화를 하면서 이 상황을 즐겼다.
나도 옆에서 같이 구경하다가 말을 꺼냈다.
“오늘 최고는 결정 났네요.”
천상 연합이 원하는 승리와 차이가 좀 있지만.
뭐, 어떤가.
보는 사람만 즐거우면 됐지.
오늘 이 전투는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천상 연합의 흑역사로.
그때, 시야로 많은 비공정 중 유독 잘 버티는 한 비공정이 보였다.
“아무래도 기함인가 보네.”
재중이 형이 눈빛을 빛냈다.
오호라.
그러니까 저기 지금 이 사달을 낸 사람들이 타고 있다 이건가?
어떤 놈들인지 면상 한 번 봐야겠는데?
“형, 가죠. 이 싸움을 끝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