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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8화 (346/1,404)

# 348

#348화 적의 적은 아군? (1)

퍼스트클래스 길드?

그들과 헤어지기 직전 들었던 것은 규모를 대폭 줄여 정예화를 한다고 했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원하는 대로 개편을 끝냈을 것이다.

우리와는 마주칠 일이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우리와는 인연이 있다.

화련이라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동의 적을 상대하다 보니 친해진 그런 사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퍼스트클래스가 화련의 헤라 길드와 손을 잡은 모양이었다.

아니라면 저렇게 선전포고할 수 없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다른 유저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로 보였다.

-천상 동네북 가즈아!

-아마도?

-다들 기다린 부분?!

-하긴 여기저기 건드렸지.

-3세대 때 하던 걸 여기서도 했지.

-그게 아님, 신화가 단독으로 발라서 그럼.

재중이 형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곳보다 늦게 게임에 합류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트러블이 많다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

“그래도 좀 많네요.”

선전포고한 길드만 대략 십여 개, 그중 몇 곳은 세력이 제법 큰 축에 속한다.

이를테면 ‘퍼스트클래스’ 같은.

“사냥터를 선점해야 치고 나갈 수 있으니까, 사냥터 때문에 매일 신경 쓰면서 사냥했을걸?”

우리와 접점은 없지만, 자기들끼린 엄청난 트러블이 있었다는 소리다.

같은 사냥터를 두고 싸우는.

“어? 그러면 서쪽에……?”

“그렇지.”

앞뒤가 착착 들어맞네.

어쩐지…….

서쪽에서 격렬한 세력 다툼을 하고 있어 여기는 신경을 쓰지 못한 모양이다.

주력이 빠진 상황에서도 북쪽을 먹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가 딱 좋을 때 들어왔어. 평상시, 라면 우리도 고전 좀 했을 걸?”

정찰조를 싹 잡아낸 뒤, 시간 끌지 않고 바로 북쪽으로 날아왔다.

대처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그래서 급한 대로 길드 몇 개를 버려가면서 함정을 팠을 것이다.

정상적인 전력이었다면 정면승부를 걸어왔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여러 가지로 잘 맞아떨어졌다.

“북쪽이 무너져서 서쪽도 밀어붙이려는 것 같다.”

기회를 벼르다 틈이 보이자 바로 물어뜯은 건가.

“우리가 도화선에 불을 붙였네요.”

“제대로 틈을 만들어줬지. 여기를 지키려면 다시 병력을 보내야 하는데…….”

“아마 힘들겠죠?”

“힘들지. 한쪽이면 몰라도 양쪽은 더욱.”

“그러고 보니 화련이 오래도 참았네요?”

“그렇지. 아무래도 아직까진 애들이 다 올라오지 못했을 거니까. 함부로 움직이긴 힘들었겠지. 화련도 참 대단해. 중간 과정 없이 싹 갈아엎을 걸 보면.”

“다른 말로 하면 어느 정도 올라왔다?”

“좋은 무기만 쥐여주면. 일정 레벨 이상 쭉 치고 올라와. 화련이 어설픈 무기를 줬을 리도 없고.”

“앞으로 꽤 피곤해지겠네요.”

재중이 형이 키운 사람들이라…….

수년을 그렇게 움직인 사람들이라면 결코 쉽진 않겠지.

“걔들하고 붙을 때는 최선을 다해. 실력 아끼면서 상대할 수 있는 애들이 아니니까.”

진지하게 충고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사장님이 다가오셨다.

“우린 이제 순회 간다. 낄 생각이냐?”

순회? 무슨 말이지?

재중이 형이 그런 날 보더니 설명해줬다.

“아직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놈들. 아무리 우리를 치러 모였다고 해도 전 인원을 싹 끌고 나오진 않았을 거니까.”

“아, 사냥터 지키는 애들요?”

몇 명이라도 버티고 사냥하는 척만 해도 그 사냥터를 뺏기가 힘들어진다.

만약, 뺏으려고 하면 그 길드 전체와 싸워야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우린 전혀 꺼릴 게 없었다.

“사장님, 달하고 치맥에 에이스 좀 아끼라고 전달해 주세요. 오늘 온종일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접속 문제도 있고. 전투 없으면 밖에서 대기 좀 부탁한다고 말도 해주시구요.”

“그러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서쪽.”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자 사장님이 역시 그곳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그래, 마무리 지어야지. 그렇게 전달하마. 여긴 잔챙이만 남았 테니 애들하고 순회 돌고 올 테니까 쉬고 있어라. 그리고 애들도 챙기는 게 좀 있어야지. 너희 끼면 다 손가락만 빨아.”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챙긴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잔챙이까지 잡긴 좀 그렇지.

“그럼, 부탁드립니다.”

달 길드와 치맥 길드가 모인 곳을 바라보니 몇몇 유저가 그대로 로그아웃하는 것이 보였다.

아로하는 당연하게 빠져나갔고 심지어 길마인 스칼렛도 로그아웃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아이템 수거가 다 끝나자 우리도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VRS를 나오자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쳐 갔다.

이제 슬슬 겨울인가?

작년의 겨울과 올해의 겨울은 완전히 다르겠구나.

새삼 많은 것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을 계속 이어가려면 앞으로도 계속 싸워 이겨야겠지.

“절대 질 생각은 없다.”

누가 도전해올지라도.

두 손을 불끈 쥐면서 불이 꺼진 VRS를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2.

> 로딩 중…….

접속했을 땐, 이미 북쪽의 상황은 완전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천상 연합의 완전한 후퇴.

공격에 밀려 북쪽의 사냥터를 지키지 못하고 그대로 죽거나 귀환을 해서 도망쳤다.

그리고 여기서 사장님이 경험이 빛을 발했다.

몇몇 연결된 길드에게 사냥터 자리를 그대로 팔아버렸다.

천상 연합이 봤다면 기가 차지 않았을까?

자신들이 사냥하던 사냥터를 찾으러 돌아왔는데 전혀 엉뚱한 길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전쟁 전이라면 힘으로 사냥터를 강탈했겠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많은 길드와 연합을 적으로 돌린 상황이라 적을 더 늘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니, 늘려주면 오히려 좋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

“형, 근데 천상 연합은 어디서 돈이 나와요?”

내 말에 우리 팀 모두 궁금하다는 듯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아, 그거? 좀 알아봤는데 별거 아니더라고. 그냥 밑에 길드들한테 삥 뜯어.”

“에?”

우리 모두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길드 가입비, 연합 가입비, 연합 관리비, 행사비 등 그런 돈. 뭐, 그 돈을 다시 삥 뜯은 곳에 돌려주기도 하고.”

“……무슨 다단계도 아니고.”

“근데 신기하게 그게 먹힌단 말이지. 3세대 때도 그런 식으로 한 서버의 반을 먹어치운 적도 있더라. 한 개의 연합이 너무 커져 버리니까 대적할 수도 없고. 오히려 그 아래로 들어가기도 하고.”

“정말 재미없겠네요.”

한 연합이 서버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거의 독재나 마찬가지다.

“어, 그냥 지들 하고 싶은 짓 다 하면서 횡포 부리고 그랬다더라. 적이 없으니 뭐. 점점 서버에서 사람들 떠나가고 나머진 알지?”

그 말에 전사 형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유령 서버.”

“빙고.”

“그냥 서버 자체를 좀 먹는 집단 아닙니까?”

“아마 그대로 놔뒀으면 그렇게 됐을 수도 있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쪽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이왕 시작한 것 확실히 숨통을 끊어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서쪽으로 가기 전, 잠시 로테로 돌아가 아이템을 비우고 물약으로 싹 바꿔 넣었다.

진(眞) 썬더볼트는 이번에는 있으나 마나일 것이다.

적군, 아군 가리지 않아 소환했다가는 오히려 욕 먹기 딱 좋겠지.

그리고 두 번이나 걸려줄 만큼 바보만 모아둔 것은 아닐 테고.

데스 나이트 심장은 좀 아쉬웠다.

어쩔 수 없나.

그렇게 베록에 올라타자 신화를 비롯한 최강, 달, 치맥 모두 비공정에 올라타 하늘로 떠올랐다.

“생각 외로 꽤 고전하고 있는가 본데?”

전사 형이 채팅창, 개인 방송, 게시판에 올라오는 정보를 모아서 우리를 보여줬다.

확실히 개인 방송이 보기 편하구나.

직접 싸우고 있는 한 유저가 방송 중이었는데 상황이 좀 불리해 보였다.

여러 곳의 연합이 동시에 치는데도 천상 연합이 버텨내고 반격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개중에 몇 명.

천상 연합에 진짜 잘 싸우는 유저가 몇 명 있었고, 그 유저들과 어마어마한 쪽수가 합쳐지자 하나의 군대를 보는 것만 같았다.

“쟤들이 진짜네.”

재중이 형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서쪽에 있다는 주력 유저들이라는 걸.

그리고 그런 유저들과 거의 엇비슷하게 싸우고 있는 유저들도 보였다.

헤라 길드.

재중이 형에게 듣기로 로스트 스카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인데…….

RTP가 높은 사람이 무수한 노력을 거쳐야 완성되는 것이 프로라고 했던가?

분명 레벨이 밀리는데도 불구하고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차이나는 것들을 커버했다.

거기다 치고 빠지는 것조차 거의 짜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런 난전을 자주 해봤다는 듯.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치가 완전 다르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도 정확히 약해진 부분으로 몸을 날렸다.

흡사, 재중이 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이상한 감정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속이 간질간질하고 답답한 그런 느낌.

“잘하네요.”

“잘하지.”

내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할 만할 것 같아?”

“……잘 모르겠네요. 두 명? 아니, 세 명은 한 번에 힘들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날 재중이 형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곧 죽어도 진다는 소리는 안 하네. 쟤들도 죄다 우승권에서 놀던 애들인데.”

“그러니까, 저런 사람이 많다는 거죠? 형 닮은 사람이.”

“아, 다 달라. 특기도 다르고. 그리고 많지. 프로가 한두 명도 아니고. 다 합치면 몇백 되려나? 순위는 이제 마구 뒤집힐 거다.”

재중이 형 말에 이쁜소녀와 챠밍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우리르 봤다.

“저희 순위 떨어져요?”

“순위에는 관심 없지만, 너무 떨어지면 싫어요.”

이쁜소녀가 현재 5위, 챠밍이 4위던가?

“뭐, 순위를 개인전으로 뽑는 것은 아니니까. 경험치로만 치면 너희가 앞서겠지. 그래도 발리면 이번 일 끝나면 혹독하게 훈련시켜주지.”

“으, 그거 또 해요?”

이쁜소녀가 질색하는 표정을 짓자 재중이 형이 더없이 사악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때리면서 가르치는 사람이라…….

그나마 챠밍은 좀 낫다만.

그렇게 전장 전체를 살펴보면서 가장 외곽에 베록을 내렸다.

워낙 광범위한 쟁이 일어나고 있어서 섣불리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내리자마자 반가운 몇몇을 볼 수 있었다.

우리를 도와줬던 폭군.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리더.

그리고.

절대 여기 없어야 했던 화련.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일단 고맙다고 할까요? 이렇게 우릴 위해 나서주셔서.”

내 말에 화련이 마치 못 들은 것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딱, 딱히 너 때문에 나선 게 아니거든?! 착각하지 말아 줄래?”

뭐지?

방금 당황한 건가?

저 화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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