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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7화 (345/1,404)

# 347

#347화 함정 속 함정 (2)

진(眞) 썬더볼트를 소환하자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맥동에 맞춰 내 몸 전체에서 뇌전들이 뻗쳐 나오더니 곧 하늘을 가린 먹구름을 향해 모두 솟구쳐 올랐다.

바로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포위하던 적 연합도 모두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곳엔 먹구름에 닿은 뇌전들이 먹구름을 밀어내면서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펙트가 좀 과하긴 하네.

스킬 이펙트라고 보기에는 꽤 정성이 들어갔다.

그만큼 얻기 힘든 스킬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대체 무슨 마법이야?”

“저 녀석 마법사였어?”

“그럴 리가 없잖아.”

당혹스런 표정들.

알 수 없는 미지의 스킬이지만 이펙트 자체가 너무 화려했다.

하늘을 수놓은 거대한 마법진.

우리보다 더 하위의 마법만 사용했던 적 연합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거기다 마법사도 아닌 내가 시전한 스킬이다 보니 그 충격이 더 심했고.

사람들이 하늘을 가득 뒤덮은 청록색 마법진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체력 1.

마력 1.

데스 나이트 변신이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체력과 마력이 1이 되었다.

스킬을 쓰고 난 뒤가 더 위험한 상황.

만약, 누군가 한 대 치기만 해도 100퍼센트 확률로 죽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주지 않기 위해 바로 스킬을 하나 더 시전했다.

【 데스 나이트 하트! 】

심장을 돌리자마자 바로 검은 기운이 올라오면서 내 몸 전체를 감싸 데스 나이트 갑옷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체력과 마력이 전부 풀로 차올랐다.

한숨 돌렸네.

힐이나, 물약으로 체력을 회복하면서 기다려도 되겠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체력을 바로 채워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진(眞) 썬더볼트.

저 스킬은 아군이나 적군을 가리지 않는다.

피아식별이 전혀 안 되는 스킬.

범위 안에 들어가면 끝이다. 끝.

이런 연유 때문에 보통 사용하려고 마음먹으면 최대한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소환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게 하면 한 번에 타격하기 쉽지 않다.

살짝 범위에만 걸친다면 언제든 도망갈 수도 있고.

그래서 고민했다.

이 정도로 빈틈없이 빽빽하게 모아두려면 정말 침이 넘어가는 매혹적인 뭔가가 있어야 했다.

어지간해서는 흩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것도 싹 모여 있기까지 해야 했다.

그걸 고민해 보니 답이 하나밖에 안 나왔다.

우리 자신.

우리가 미끼가 되는 것.

적 연합이 침을 줄줄 흘리면서 한 자리에 모아두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완벽할 정도로 적 연합이 모여들었다.

거기다 알아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게 서로 뭉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먹구름 위로 거대한 청록색 마법진이 모두 그려짐과 동시에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열린 하늘에서 제대로 된 원형의 썬더볼트가 소환되었다.

머리부터 나오던 썬더볼트의 거대한 동체가 소환진에서 모두 빠져나오자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썬더볼트를 잡는 영상은 이미 방송을 한 번 탄 적이 있었다.

게임에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다 알고 있다고 봐야지.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써, 썬더볼트?”

“저게 왜 여기…….”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썬더볼트가 마법진에서 나타나자 사람들이 패닉 상태가 되었다.

마법이 쏟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으니까.

하긴 곧 마법이 쏟아지기야 하겠다만.

“괜찮아! 공중에선 지상을 공격할 수 없어!”

누군가 아는 척하면서 외치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바로 인상을 썼다.

“미친!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발, 엿 됐다. 튀어!”

“나와! 새끼들아!”

“저리 안 비켜?!”

혼란의 도가니.

저들도 안다.

유저가 탈것을 타고 공중에서 공격할 수 없다뿐이지 몬스터는 다르다.

유저를 대놓고 공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썬더볼트의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내구도 수치가 월등한 비공정을 추락시키는 존재인데 일개 유저의 체력으로 공격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문제는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밀착되어 있는 상황이라 완전 외곽의 인원을 빼고는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지금 우리를 잡겠다고 설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자기들이 살아야 날 공격하는 의미가 있을 텐데 지금은 도망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어느새 썬더볼트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고 먹구름으로부터 숫자를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의 뇌전을 몸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전이 썬더볼트의 몸에 가득 모이자 썬더볼트의 커다란 입이 드디어 열렸다.

압축되고 압축된 뇌전의 다발.

그 강력한 뇌전을 적 연합이 우글우글 모인 지상을 향해 사정없이 뿜어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뇌전을 적 연합군 위로 계속 쏟아냈다.

방어?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지상에서 퍼져나가는 시퍼렇게 압축된 뇌전 다발에 대부분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발, 미쳤어!”

“끄아악!”

“안 돼!”

“피해!”

압도적인 위력.

닿는 것만으로 체력을 모두 깎아버릴 정도의 위력에 사람들의 표정이 망연자실하게 변해버렸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걸 보고 있던 멸치가 곧 날 보더니 이를 바득 갈았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왜? 너희는 포위해도 되고 우리는 마법 쓰면 안 되냐?”

“으으! 주호 넌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일단 살아남고 생각하시지? 잘 살아남으라고.”

내 말에 멸치가 화들짝 놀라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외곽을 한 번 싹 훑고 난 뒤 이번엔 아예 중앙에 있는 우리에게 뇌전 다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멸치가 타들어 가는 뇌전에 몸이 짓눌러더니 그대로 터져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이제 우리 차례인가.

“전사 형!”

“알아!”

【 다크 아머! 】

【 다크 쉴드! 】

전사 형이 데스나이트 라지 쉴드를 위로 들어 올리자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바로 전사 형의 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그다음으로 붙어서 충격에 대비했다.

다크 아머라면 아마 한 번은 버텨줄 수 있을 터.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나도 위를 보면서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를 들어 올렸다.

내가 피해를 줄이지 못하면 잘못하다간 우리 팀도 죽을 수도…….

많은 범위는 필요 없다.

딱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이곳에만 피해를 감소시키려면.

【 반월참! 】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강하게 휘둘러 반월참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챠밍도 전사 형 옆으로 살짝 몸을 내밀더니 두 손만 들어 올려 스킬을 썼다.

옆에선 이쁜소녀가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커다란 배틀 액스를 옆으로 눕혀 언제든 챠밍을 감쌀 수 있게 대기하고 있었고.

【 썬더 캐논! 】

챠밍에게서 뻗어 나간 썬더 캐논 역시 반월참과 같은 궤적으로 하늘로 쏘아졌다.

그렇게 우리에게 쏘아지는 뇌전 다발과 썬더 캐논, 반월참이 차례대로 만나 공중에게 격하게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크윽!”

데스 나이트로 변한 나뿐만이 아니라 라지 쉴드로 막고 있는 전사 형까지 밀려날 정도로 강력한 후폭풍이 일어나 우리를 덮쳤다.

세 스킬이 공중에서 폭발해서 그런지 다행히 쓰러질 정도까지 후폭풍이 불지 않아 겨우 자세를 잡아 버텨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전사 형 쪽을 바라보자 전사 형의 우산 아래 모두 몸을 그을리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있었다.

이쁜소녀도 옆에서 넓적한 배틀 액스로 벽을 만들어 챠밍을 지켜내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냈다.

휴…….

어떻게든 된 건가.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전과 예상은 다르니까.

전사 형이 그 와중에 크게 웃어댔다.

“흐흐흐흐, 진짜 살았습니다!”

재중이 형도 크게 숨을 내뱉었다.

“와씨, 우리 스킬 막으려고 우리가 이 고생을 하냐.”

이쁜소녀와 챠밍도 눈만 깜빡깜빡하면서 놀란 토끼 눈을 했다.

“……살았다아!”

“정말. 살았어.”

나르샤 누나도 겨우 한숨 돌리면서 미소 지었다.

살펴보니 다 상태가 안 좋았다.

다크 아머로 막았음에도 체력이 거의 바닥에 가깝게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것은.

“다…… 죽었네요?”

챠밍이 깜짝 놀란 듯 주변을 바라봤다.

초토화.

썬더볼트가 힘껏 내뿜은 뇌전 다발이 적 연합이 있던 범위를 전부 타격하면서 유저란 유저는 죄다 녹여 버렸다.

재중이 형이 마법진으로 다시 사라지는 썬더볼트를 올려다보고는 혀를 찼다.

“공중에서 비공정을 상대하던 녀석을 지상에 가져다 놓으니 상대가 될 리 있나.”

“정말 그러네요.”

전에 써보긴 했지만 이 정도라고까진 생각 못 했는데.

어느 선에서 좀 죽이고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거기다 더 좋은 점은.

필드 전체가 아이템 밭이었다.

“우와, 이렇게 많은 아이템 처음 봐요.”

이쁜소녀조차 넋 놓고 바닥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아이템을 바라봤다.

전사 형이 부리나케 달려나가 아이템들을 줍기 시작했다.

“일단 줍죠?”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전사 형의 모습에 나도 그만 웃어버렸다.

“다음에는 당해주지 않겠죠?”

철저히 1회용 기술이다.

하루가 지나야 다시 쓸 수 있는.

그리고 이 정도로 초토화를 시켰는데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함정에 걸려들 리가 없다.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같이 웃었다.

“그냥 너 지나다니면 알아서 다 도망가지 싶은데? 채팅창 봐라.”

-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천상 연합 한 방에 녹음.

-와, 역으로 관ㄱ…….

-썬더볼트 소환 진짜 개 쩐다.

-주호 저놈은 대체 스킬을 얼마나 숨기고 다니는 거야?

-겁나서 주변에 붙지도 못하겠네. 본인은 데스 나이트로 변하고 하늘에서는 썬더볼트가 공격하…….

-연합이 아니라 연합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됨.

-주호네 길드가 썬더볼트만 주구장창 잡은 이유가 있었구나.

-확실히 네임드 잡고 못 잡고 차이 엄청 큰 듯.

-썬더볼트 광풍 부는 것 아냐?

-나 같아도 썬더볼트 일단 잡고 봄. 저런 스킬이라면.

-잡을 수는 있냐. 크크.

-썬더볼트 잡으러 가실 용자들 모집합니다.

-천상 애들은 이제 어쩌냐…… 저 사람 같지도 않은 녀석하고 계속 붙어야 함.

-와, 끔찍하다. 나 같으면 벌써 항복했음.

-이번에 털린 것만 해도 얼마임? 바닥에 전부 아이템이네.

-부럽다.

-그러게 잘 있던 신화 길드는 왜 건드려가지고는.

-인과응보지. 좀 당할 때 됐다. 걔들은.

“이미 소문이 다 퍼졌어요.”

“어쩔 수 없지.”

“좀 아낄 걸 그랬나요?”

“북쪽만 상대하고 끝낼 게 아니라 서쪽도 상대해야 하니까. 여기서 전력이 깎였으면 정말 피곤했을 거다. 잘했다.”

그 말과 함께 하늘 위에 있는 구름을 뚫고 뭔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저들만 함정을 판 것이 아니었다.

우리 쪽도 각 길드가 로그아웃하게 한 다음, 나중에 다시 나타나 하늘로 비공정을 타고 올라가게 했다.

그리고 우리 이동 경로를 따라 따라오게 했고.

지금 구름 위엔 최강, 달, 치맥 길드의 비공정이 모두 떠 있는 상황이었다.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면서 안전장치도 하지 않고 들어갈 수는 없지.

썬더볼트가 잘 안 먹혔을 경우나 부족한 경우 여차하면 바로 비공정에서 하강해 우리를 도울 예정이었다.

“저건 써먹어 보지도 못 했네요.”

“그러네.”

충분히 여력이 남은 상태로 서쪽을 털러 갈 수 있게 됐네.

천상 연합에서 자랑하는 랭커들은 거의 다 서쪽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것도 스파이가 전해준 이야기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우릴 함정에 넣으려고 일부러 저런 코스로 알려준 것 같죠?”

“어, 지금 보니까 확실하네. 약한 애들 배치해놓고 딱 그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어. 사장님 완전 헛돈 날리셨네.”

누군가 저쪽에도 머리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사장님이 스파이를 구하는 것을 알아채고 딱 입맛에 맞는 녀석을 끼워 넣었으니까.

“거기다 두 번의 전투는 모두 버렸어. 자기들이 함정을 팔 시간을 끌려고. 병력을 한자리에 모을 시간을 벌려고 휘하 소속 길드를 헌신짝처럼 버린 다라…… 꽤 냉정한 놈도 있는 것 같고. 생각보다 재밌네.”

재중이 형이 오랜만에 다시 즐겁다는 표정을 지었다.

규모, 돈, 전략, 뒷거래, 냉정함.

모두 좋았다.

다만 상대가 우리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일단 쟤들 사낭터는 다 뺐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밀어붙이자. 너 심장 스킬들 쿨도 다 됐고. 서쪽은 만전을 다해서 들어가야지.”

“그래야죠. 앞으로 어떻게 부딪힐지 모르는데.”

그렇게 아이템 수거가 거의 끝나갈 때 전혀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그런 일이.

《 퍼스트클래스 연합과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헤라 연합과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 미르 연합과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응?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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