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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6화 (344/1,404)

# 346

#346화 함정 속 함정 (1)

기습의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외곽에서 사냥 중이던 일부 적 연합원을 피해가 전무한 상태로 손쉽게 녹일 수 있었다.

“너무 쉬운 것 아닌가요?”

조그마한 불안.

저항이 없어도 너무 없다.

“지휘 체계가 엉망이라든가 다른 문제가 있겠지. 다 왔다.”

그곳에선 앞서 잡았던 인원들과 전혀 다른 길드가 아직도 사냥하고 있었다.

시작은 챠밍과 마법사들.

광역 마법에 당황하는 천상 연합 유저들에게 화살 공격을 한 뒤 바로 우리가 뛰어들었다.

“뭐야?!”

“이놈들이 왜 여기 있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연합의 덩치가 크면 원래 이런 건가?

우리 연합이 저 상황이었다면, 기민한 대처로 피해를 줄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당하기만 했다.

마법과 화살 공격이 끝난 뒤 선두로 뛰어들어 제일 앞에 있는 유저의 검을 카스카라로 쳐올린 뒤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로 빈틈을 찔러넣고 바로 지나쳤다.

일단 유효한 공격만 들어가면 된다.

“으, 체력이!”

미친 듯 줄어드는 체력을 채우기 위해 당황하는 사이, 후발 주자로 출발한 재중이 형이 깔끔하게 죽음의 빛으로 만들어 주었다.

또한, 위력적이고 다양한 마법 이펙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적들을 그대로 두고 볼 우리가 아니었다.

【 다크 웨폰! 】

이쁜소녀의 확, 튀는 분홍색 갑옷과 함께 휘둘러지는 거대한 배틀 액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얍!”

상대가 검을 들고 막든.

방패를 들고 막든.

배틀 액스를 크게 휘둘러 모두 일격에 쳐내버리며 앞으로 쭉 돌격했다.

파워, 스피드, 기백.

적들이 잔뜩 막고 있음에도 밀고 나가는 모습에 아군 측에선 연신 환호성이 들려왔다.

“돌격대장 명함은 넘겨줘도 되겠네요.”

“그러게. 자, 우리도 질 수 없지. 가자.”

들소처럼 돌진하는 이쁜소녀 쪽으로 형과 함께 빠르게 합류해, 전방이 아닌 좌우를 보조했다.

뒤를 따르며 배틀 액스에 검과 갑옷 채로 밀려 나가 균형을 잃은 유저들의 목과 관절을 빠르게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로 가르고 지나갔다.

그러자 바로 체력 저주가 걸리면서 체력을 빠르게 깎아버리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체력 회복이 안 돼!”

“물약도 안 먹혀!”

“이쪽도! 힐! 힐!”

당황한 외침들.

이런 상황에 빠진 일이 한 번도 없었는지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아니, 여긴 왜 이렇게 허술하지?

정보를 아예 주지 않은 건가?

힐을 외치자 그나마 뒤쪽에서 마법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던 힐러들이 힐을 계속 뿌렸지만, 오히려 체력 저주로 빠지는 체력이 훨씬 많았다.

이미 실험을 해봤다.

과연 힐로 체력 저주를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해.

결과는 부정적.

저주 해제가 없으면 그냥 일반 유저는 우리에게 서 있는 짚단이나 마찬가지였다.

베고 지나가면 알아서 픽픽 쓰러지는 짚단들.

오늘 소녀가 굉장하네.

다크 웨폰이 인챈트 된 배틀 액스가 갑옷, 검, 방패 할 것 없이 뜯어버리듯 가르고 지나가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어지간한 공격은 다크 아머에 막혀서 묻혀 버렸고.

적들에게 다크 아머를 두르고 달려드는 이쁜소녀는 그 자체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저돌적인 공격력과 높은 방어력이 만나자, 시너지가 최고조로 올라갔다.

혹여 이쁜소녀의 뒤를 치려고 돌아 들어오려는 녀석들은 나와 재중이 형이 철저하게 정리해 버리니 이쁜소녀는 정말 정면만 신경 쓰면 됐다.

이 단순함이 이쁜소녀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오로지 공격.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할 때 얼마나 광적인 공격력을 낼 수 있는지 이쁜소녀가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열기가 잔뜩 오른 이쁜소녀를 필두로 나와 재중이 형이 적 진영을 밀고 들어가자 한가운데가 일직선으로 쭉 갈려 버렸다.

그렇게 반 토막이 난 적 연합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달 길드와 치맥 길드의 공격을 계속 허용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번 물꼬를 트니 그 뒤는 쉬웠다.

학살.

허를 찌르는 기습에 중앙은 뻥, 하고 뚫려 버리고 좌우는 달과 치맥 길드에 막혀 아이템만 남겨놓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갔다.

우리 쪽 연합의 공격을 받아 무너져 내리는 데는 단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원 사이드 게임은 절대 나오지 않지만 지금은 데스나이트 템을 두른 우리 덕분에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잘했어!”

순간 폭발적인 기력을 낸 이쁜소녀에게 칭찬을 하자 소녀는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잘했어요?”

“어, 오늘 최고네.”

“헤헷.”

마치, 후련하게 운동을 한 것 같은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인원이 아이템 회수를 하는 동안, 잠시 여유가 생긴 재중이 형이 내게 걸어왔다.

“어때? 할 만해?”

“나쁘지 않네요. 솔직히 조금 김새는 느낌도 있고요.”

너무 쉽다.

아무리 기습이라지만, 길드 다섯 곳의 유저를 학살했다.

달려온 시간을 빼면 실제 전투를 진행한 시간은 채 20분이 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무 허술해. 사장님이 예전에 애먹었다는 연합치고는 좀 너무 그러네.”

재중이 형도 나와 같이 이상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허술함.

무방비.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냥 촉이 온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이상한 촉이.

그때, 후방에서 챠밍과 나르샤 누나를 지키던 전사 형이 허탈한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전사 형 역시 똑같은 소리를 했다.

“이거 너무 쉽지 않습니까?”

너무 쉽다.

후방에서 보던 전사 형도 마찬가지.

이 정도면 답은 나왔다.

뭔가 있다.

그 사이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다가왔고 뒤로 사장님도 오셨다.

우리가 이동하지 않고 가만있으니 이상했던 모양.

“왜 그러냐?”

사장님의 물음에 재중이 형이 잠시 말을 아꼈다.

그리고 방금 우리끼리 한 말을 건넸다.

“흐음, 그러냐? 기습이 성공해서 쉽게 간 것은 아니고?”

“생각해 보세요. 달 길드나 치맥 길드가 공격당하면 어지간해서는 사장님이 바로 알 수 있죠? 지금 저쪽 길드들이 털렸는데도 반응이 너무…….”

“이상하다?”

“뭐, 그런 거죠.”

그 말에 사장님도 역시 생각에 잠기셨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 머무를 순 없다.

누군가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

북쪽 던전 부근은 아군보다 적이 더 많은 장소니까.

거기다 우리와 천상 연합의 쟁이 터지자 주변에서 사냥하던 사람들이 스샷을 찍거나 영상을 저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심지어 채팅창에 우리와 천상 연합이 싸우는 현장을 중계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어우야, 북쪽 던전 쪽 갑자기 쟁 터짐.

-어디?

-최강하고 천상.

-아, 최강이 칼을 뽑아 들었나 보네.

-크크, 천상 그놈들 깝칠 때부터 알아봤다.

-최강 애들 거의 5분 만에 천상 애들 싹 쓸어버림.

-대박. 껄끄러워서 천상 애들 건들기도 힘들던데.

-천상 애들 기습당하고 완전 헬렐레 됨.

-이것들 별거 아닌 거 아냐?

-최강이 쎈 거지. 천상 애들 완전히 반으로 갈라버리더라.

-이제 어디서 싸움? 구경 가야겠다.

-던전 쪽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나도 따라가야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이미 채팅창에 글이 미친 듯 올라오고 있었다.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그대로 애들을 배치했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적어도 증원이 오거나 있던 애들을 후퇴를 시켰거나 둘 중 하나는 했어야 했다.

사장님도 지금 상황이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혀를 찼다.

“허허, 그래. 다른 사람도 다 보고 있지.”

상식적으로 벗어난 이상은 곧 필연적으로 변화를 불러온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때다.

뭔가를 해야 할 때.

“사장님, 그 스파이요. 혹시, 지금도 연락이 되나요?”

내 말에 사장님과 재중이 형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흠?”

“그런 건가.”

둘 다 길게 말은 안 했지만 내 말에 뭔가를 떠올린 것 같았다.

만약, 우리 셋이 떠올리고 있는 것이 옳다면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몇 가지를 확인하자 바로 답이 나왔다.

“시간이 없어요. 바로 움직이죠.”

***

전사 형이 전방을 주시하면서 앞서 걷다가 물었다.

“정말 이걸로 되겠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죠.”

지금 이곳엔 나와 우리 팀 다섯만이 조촐하게 광산 지대를 걸어가고 있었다.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는 속도로.

누가 보면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아주 여유롭게.

“정말 연합을 죄다 떼어버릴 생각을 하다니.”

전사 형도 이건 꽤 부담되는지 긴장을 한 상태였다.

여긴 적들이 우글거리는 전장의 한복판이다.

그런 곳을 여섯이서 걸어 다닌다는 것은 죽여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사 형, 저 못 믿어요?”

“하하, 내가 왜 못 믿겠냐. 가자. 가.”

그러면서 전사 형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계속 전방으로 걸어 나갔다.

긴장은 늦추지 않은 채.

전사 형은 우리를 지켜야 한다는 그런 소명감이 있으니 다른 사람보다 더 긴장한 모양이다.

“잘 될 거예요.”

“그러면 좋겠네.”

아마도.

잘 되지 않을까?

챠밍과 나르샤 누나는 안쪽에.

양옆은 이쁜소녀와 재중이 형이 서고 후방은 내가 서서 광산 지대를 계속 가로질렀다.

그리고 멀리서 그런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속 따라오네요.”

구경꾼들.

이 매치가 어떻게 끝날까 구경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저 사람들이 지금 우리 행적을 그대로 채팅창에 올리고 있기도 했고, 반대로 적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주기도 했다.

문제는 적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돈 좀 더 주시지 그랬어요.”

재중이 형에게 투덜거리자 재중이 형이 어깨만 으쓱했다.

“돈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지?”

“하긴 그렇죠.”

스파이가 보내 준 정보는 확실히 맞았다.

다만 너무 노골적이기도 했고.

그런 이야기를 하며 광산 지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예의 조금 강한 해골들이 나오는 장소가 나왔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로그인을 할 때 나타나는 빛의 기둥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충 살펴봐도 수백 개는 넘어보는 빛의 기둥.

안 봐도 안다.

저게 전부 다 우리 적이라는 것을.

재중이 형은 그걸 보자마자 한마디 했다.

“역시인가.”

담담함.

놀란 기색도 별로 없었다.

곧 수백 명의 적 연합이 허공에서 나타나 접속했다.

그리고 그 배치가 딱 우리가 정중앙에 들어와 있는 모양새였다.

완벽한 포위.

이건 예전에 우리가 몇 번 써먹던 방식이었다.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주지 않고 동시에 접속해 포위하는 방법.

쟁에서 수많은 관람객의 눈을 피해서 한 방 먹이려면 이런 기만책은 필수였다.

그리고 그 수백 명 가운데 예전에 마주쳤던 말라깽이 간부 유저가 중간쯤에 딱 끼어 있었다.

저 인간은 자주 보네.

정들겠는걸.

“흐흐흐, 건방진 새끼들 드디어 걸렸구나.”

마치, 악당이나 할 법한 멘트.

어째 시대가 변해도 저런 것은 변하지 않을까.

지금 주변에 유저가 수백이 넘는다.

길드로 치면 적어도 열 곳 이상.

고작 우리 몇 명을 잡으려고 모인 숫자라면 과해도 너무 과했다.

원래 성격과 쪽수에서 오는 자신감까지 더해져 의기양양하게 우리를 노려보는 말라깽이에게 한마디 했다.

“오랜만이네. 멸치.”

“뭐? 멸치?!”

그냥 아이디보다는 멸치가 더 생각나서 말했는데 그게 설마 진짜 별명인가?

“고작 그 수로 여기를 들어오다니, 이번엔 확실히 죽여주마. 데스 나이트로 변해도 이 수에는 절대 안 되지.”

그러면서 자신만만하게 사방을 훑어봤다.

우리에게 보라는 식으로.

그런 멸치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 우리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수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

“뭐?”

내 말에 주변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랭킹 1위가 아주 미치셨구만.”

“여기서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 잡으면 뭘 떨굴지 기대되는데? 다 좋은 것 입고 있잖아.”

“저 무기 떨어지면 내가 가져야지.”

“어허! 내 거다.”

“난 갑옷.”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났네.

함정을 판 것까진 그럴 듯했다.

보통이었다면 여기서 죽었겠지.

다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 말 없이 기다리자 약속이나 한 듯 수백 명의 유저가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아주 촘촘하게 도망갈 구멍조차 없도록 딱 붙어서.

방진 형태로 탱커들을 겹겹이 쌓아 앞을 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 변신에 당하더니 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그렇게 안 해도 도망 안 가는데…….”

“이걸로 넌 죽은 목숨이다! 절대로 못 뚫는다!”

“딱히 뚫을 생각은 없고. 다들, 준비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을 비롯해 우리 팀 모두가 바로 다크 아머를 몸에 둘렀다.

그걸 보자마자 바로 손을 심장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외쳤다.

【 진(眞) 썬더볼트 소환! 】

“누가 죽은 목숨인지는 이제부터 확인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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