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2화 (340/1,404)

# 342

#342화 협상 테이블 (3)

“그거 말해도 돼요?”

안지운 팀장이 듣게 된다면 무조건 낭패다.

“안 팀장님? 괜찮아. 우리라면 치가 떨려서 보거나 듣기도 싫을 테니까.”

“하긴.”

나 같아도…….

정말 10년은 늙어보였으니까.

사람이 이렇게 안쓰러울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제 알면 뭐? 그저 이불 킥이지. 크큭.”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킥킥대면서 웃었다.

설마, 그 와중에 귓속말로 협박을 할 줄은 몰랐다.

“아직 터뜨릴 것이 또 있다고.”

내가 안지운 팀장이었다면 그저 두 손이 아니라 두 발까지 다 들고 털렸겠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기엔 이미 보여준 게 너무 많았다.

정말 숨겨둔 것을 터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피곤이라는 말로는 절대 안 끝나는 후폭풍이 기다리니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딱 그 격이다.

우리 팀도 어이없는 눈빛을 보냈지만, 재중이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어버렸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으니까.”

“형은 적이면 정말 피곤하겠어요.”

“아, 현역 때 그 소리 많이 들었지.”

재중이 형이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먼 곳을 바라봤다.

그래 봐야 벽밖에 없다만.

손에 쥐어진 9강 데스나이트를 들어 올려서 정보를 확인했다.

확인한 것이 맞다면 이 녀석 역시 충분히 괴물이다.

현 최종 템 수준.

『 +9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출혈 29(20+9) 타격 21(12+9)

회복 불가, 상처 저주+5 』

데스나이트 블레이드의 무서운 점은 높은 무기 대미지도 있지만 사실 이 상처 저주다.

나와 재중이 형이 가지고 있는 5, 6강 데스나이트 무기의 상처 저주는 고작 +1.

사실 6강까지는 보조를 해준다는 느낌이 강해서 무기 대미지에 의존하는 부분이 더 컸다.

직접 때려야 제대로 대미지가 박힌다는 느낌.

하지만 10강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를 써보고 난 뒤 느낀 점은 전혀 달랐다.

찌르거나 긋고 지나가도 된다.

무기 대미지가 보조를 하고 상처 저주가 알아서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

지금 받은 9강에는 상처 저주가 5.

“차이가 좀 나네요.”

“그러네.”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도 무기를 살펴봤다.

『 +9 데스나이트 스피어

출혈 28(19+9) 타격 28(19+9)

회복 불가, 상처 저주+5 』

『 +9 데스나이트 배틀 액스

출혈 25(16+9) 타격 31(22+9)

회복 불가, 상처 저주+5 』

균형적인 무기는 스피어, 타격 쪽에 특화된 배틀 엑스 그리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해머를 들면 된다.

일단 9강 무기 전부 상처 저주가 5였다.

재중이 형이 그걸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7, 8강 갈 때 1오르고 9강에서 2가 오른 건가?”

6강이 있으니 낼 수 있는 추론이었다.

“전사, 잠시만 대련 좀 해보자.”

그리고 바로 지하 연무장으로 내려가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한 번 맞부딪쳤다.

대체로 재중이 형이 공격하고 전사 형이 막으면서 체크하는 수준.

전사 형이 빠지는 체력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무기를 바꿔서 몇 번 해보다가 떨어지더니 서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사 형의 감탄.

“이건 꽤 굉장하네요. 6강하고는 완전 다릅니다. 피가 완전 줄줄 빠져요.”

“어느 정도 빠졌어?”

“1짜리 저주보다 대략 5배는 더 빠지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일일이 체크해야겠지만. 그냥 저주 수치대로 빠지는 모양이네요.”

전사 형이 그 말을 하더니 다시 자기 체력과 싸운 시간을 확인하고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체력이 낮은 것도 아닌데 그냥 붙으면 단시간에 저 죽습니다. 이거 물약 절대 못 따라갑니다.”

“나쁘지 않네.”

재중이 형도 흡족한 얼굴을 했다.

그럼 10강은 8배로 빠지는 거려나?

“전사 형, 10강이면요?”

그 말에 전사 형이 잠시 체크를 하더니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9강을 버틴 시간에서 절반? 아니, 물약 쿨 타이밍 때문에 더 빨리 죽겠다.”

“……그냥 싸워도요?”

“어, 평범하게 붙었을 때. 너처럼 급소만 찍어내면…… 아마 10초 컷? 크리가 터지면 효과도 더 커지니까. 아니, 이 정도 무기 대미지에 급소를 맞으면 그 자리에서 그냥 죽겠네.”

확실히 고강은 고강이네.

“못 얻은 10강이 아쉽긴 하네요.”

전사 형이 아쉬워하는 내 옆에 와서 옆구리를 턱 쳤다.

“아서라. 이것만 해도 충분히 지존 템이야. 욕심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 말에 아쉬움을 떨치고 웃어 보였다.

데스 나이트로 변신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 같았다.

그래, 여기서 더 쉽게 얻으면 그땐 정말 재미없지.

9강만 하더라도 현재 비교할 무기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때, 재중이 형이 박수를 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자자, 실험 끝. 이제 들어가서 좀 쉬고. 다시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쟁이다.”

나도 그렇지만 재중이 형도 절대 잊어먹지 않는다.

이번에 방해받은 것을.

“받은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죠.”

“크큭, 누가 가르쳤는지 몰라도 맘에 든다. 이제 진짜 들어가.”

때마침 서버 전체에 시스템 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 5분 뒤 임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역시 점검이네요.”

“그치, 손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니까.”

“그럼, 들어갑니다.”

팀원이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 접속을 종료했다.

VRS를 빠져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힘드네.

이번엔 정말 힘들었다.

오버된 데스나이트와 싸우고, 유저 수백과 싸우고, 운영자와 대면하고.

특히 데스나이트로 변신했을 땐, 감각이 미친 듯 솟구쳐 정말 힘들었다.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유저를 억지로 맞추는 모양인데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시도였다.

반면,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병기로 변한다는 것.

정해진 패턴만 사용하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너프되려나…….

이번에 내가 변신하여 유저들을 학살해 버렸으니, 분명 성토하는 말들이 엄청나게 나올 것 같았다.

정말 졸리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몸이 무겁고 귀찮음에 VRS에 기대 잠이 들어 버렸다.

***

-데스나이트 변신 뭐임?

-맞음! 변신해서 길드 수십 개를 작살내는 것이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함?

-솔까말 데스나이트가 쓰던 기술을 그대로 다 쓰면 무슨 수로 막음?

-와, 반달로 날아오는 기술은 도망칠 곳도 없더라. 걸리면 한큐에 죽어버리는데 게임할 맛이 나겠냐.

-광역 스턴이 더 심함. 도망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는데…… 그러다 눈앞에서 내려찍히는 걸 구경하다가 죽음.

-신화 애들 쓰는 광역기 너무 강함. 아무리 네임드 잡고 나온 스킬이라고 해도 유저들이 한 번에 녹는 것은 너무한 것 같음.

-아니, 잘나가는 건 잘나가는 거고, 수백 명씩 죽이는 건 범죄 아니냐?

-위에 이번에 당한 연합인가 보네. 열폭 쩌는 것 보소.

-레이드 하는 것 뒤치기하려다 탈탈 털려놓고 안되니까 운영자한테 징징거리네.

-쪽팔린 줄 알아라. 수백 명이 막타치려고 했으면서 ㅋㅋ

-난 주호 응원함. 잘했다. 아주. 더 쓸어버려라.

-돈으로 매수해서 연합 샀다는 소문이 자자함. 뒤치기해서 나중에 통제할 생각일거임.

-패턴이잖냐, 돈으로 눌러서 뺏어놓고 통제하기.

-돈 되니까 우르르 몰려온 것 보소.

푹 자고 일어났더니 게시판이 난리였다.

역시 데스나이트 변신 영상이 화제가 되어 제일 상단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 때문인지, 임시 점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떤 잠수함 패치가 됐는지,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알면 기절초풍하겠지만 운영자들은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 정말 중요한 일들은 조용히, 사람들 몰래 일어난다고 하는 거려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진실은 이미 묻혀 버렸다.

임시 점검과 함께.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2.

> 로딩 중…….

오버된 데스나이트를 소수로 잡으면서 다시 한 번 두 계단이나 레벨이 올랐다.

아마 다음에 이렇게 오를 일은 리치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접속 목록을 보니 모두 접속해 있어 바로 로테의 길드 건물로 들어갔다.

“왔냐?”

전사 형이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줬다.

“네, 형 몸은 좀 괜찮아요?”

“이 정도야 하루 쉬면 까딱없지. 어제는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풀리더라.”

이 형도 확실히 이쪽에 특화된 사람이구나.

컨디션 회복이 남다르다.

“오빠! 오셨어요?”

이쁜소녀가 등 뒤로 자기 키보다 큰 묵색의 데스나이트 배틀 액스를 차고 촐랑촐랑 뛰어왔다.

사람보다 큰 무기라니.

그냥 딱 보면 절대 못 뛸 것 같은데.

무기가 커질수록 몸에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걸 절묘하게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편안하게 뛰어다녔다.

재능은 확실히 재능인가…….

챠밍도 날 보자마자 반갑게 미소 지었다.

“푹 쉬셨어요?”

“그럭저럭. VRS를 침대 삼아.”

“……그러면 못 써요. 제대로 누워서 자야죠.”

“아, 어젠 진짜 너무 피곤하더라고.”

그러더니 챠밍이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왜? 뭐 묻었어?”

“아! 입 돌아갔는지 보려고요. 막 자니까.”

“그 정도는 아니란다.”

“아무튼 제대로 누워 자요. 허리 나가요. 저도 연습생 시절 때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피곤하다고 막 엎어져서 자면 큰일 나요.”

“혹시 그때 입 돌아갔어?”

“아! 진짜!”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고. 제대로 잘 테니까.”

내가 항복한다는 표시로 두 손을 들자 그제야 뽀루퉁한 표정을 풀고 만족한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아침부터 달달하구만. 난 누가 걱정해주는 사람 없나?”

재중이 형이 허리를 두들기면서 지나가자 챠밍이 얼굴이 빨개졌다.

“아, 아니거든요!”

“누가 뭐래?”

그러면서 재중이 형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

“칫, 됐어요.”

뭔가 할 말이 잔뜩 있는 듯했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소녀에게 가버렸다.

“좋을 때다, 좋을 때야. 난 언제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나네.”

“왜 괴롭히고 그래요. 진짜 애도 아니고.”

“하는 게 귀엽잖아. 아냐?”

“……아, 뭐, 그냥.”

“아이고, 너도 참. 답답하다.”

“하아, 그래서 연합은 어떻게 됐어요?”

“오, 말 돌리는 솜씨하고는.”

“연무장에서 한 판 뜰까요? 저 변신 할 겁니다.”

“아아, 알았다. 항복.”

재중이 형이 두 손을 들자 겨우 대화가 일단락됐다.

한 번, 저 페이스에 말리면 걷잡을 수가 없네.

“일단 사장님하고 영상에 있던 길드들 다 추려냈다. 오늘부터 피 터지게 싸울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바라던 바죠.”

“그럼, 시작하지.”

재중이 형이 사장님과 스칼렛, 이슬두잔에게 연락을 하더니 바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

그리고 시스템 음이 서버 전체로 울려 퍼졌다.

《 최강 길드와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신화 길드와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달 길드와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치맥 길드와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적대 시스템을 확인하자 천상 연합이라는 곳에 소속되어진 길드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

다 부수려면 꽤 고생하겠는데?

“아, 그리고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

“소개라뇨?”

재중이 형이 입구 쪽 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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