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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33화 (331/1,404)
  • # 333

    #333화 착각은 자유 (5)

    광산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데스나이트의 괴성이 벽을 타며 쩌렁쩌렁 울렸다.

    벽과 바닥이 진동으로 출렁거릴 정도의 음파.

    원래 가지고 있던 기질부터 달라진 느낌에 몸의 감각이 곤두서면서 경고를 울려왔다.

    위험하다고.

    그렇게 느껴지는 압박감.

    “역시 오버된 상태는 다르네요.”

    전사 형은 최대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오버 데스나이트를 단 상태로 아예 2층까지 내달렸다.

    방어구의 향상으로 전반적인 스탯 밸런스가 좋아지고 방어력까지 올라간 덕분인지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버티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사실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풀 세트의 스탯과 보조 옵션 시너지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정말 탐나네, 방어구. 크크.”

    재중이 형은 입술을 핥으면서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욕망을 품은 채 2층 중앙 방으로 달렸다.

    2층에서 데스나이트를 상대할 장소는 오직 그곳뿐이니까.

    중앙 방에 다다를 때쯤 사장님에게 연락을 했다.

    <주호> 잘 따라오고 계세요?

    <카이저> 그래, 지금 들어가는 중이다.

    <주호> 중앙 방에서 잡을 건데 잡몹 좀 부탁드릴게요. 3층은 몹이 너무 세서 부담이라.

    <카이저> 흐, 알았다. 그런데 정말 오버한 녀석을 너희끼리 할 수 있겠냐?

    <주호> 하다가 안 되면 손 좀 빌릴게요.

    우리도 믿는 구석 없이 무작정 일을 저지른 게 아니다.

    특히나 지금은 더더욱 우리 편이 필요하고.

    2층 중앙 방에 도착하자, 전사 형은 데스나이트를 달고 빙빙 돌고 있었다.

    그나마 빈 공터라, 저런 식으로 가능하지 리젠 되는 자리였으면 전사 형이 먼저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전사 형!”

    그 말에 전사 형은 고함과 함께 악을 썼다.

    “아, 이 새끼 너무 빨라. 벌써 물약을 몇 개나 들이켰는지 모르겠다. 빨리! 빨리! 야!”

    “사장님 오면 시작해요. 조금만 더 버텨 봐요.”

    “더 버티라고?!

    순간 전사 형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그러면 어쩌겠는가.

    버텨줄 사람은 전사 형밖에 없는데.

    그렇게 다시 시작된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데스나이트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진(眞) 비월참을 날리고 한 번의 가속으로 순식간에 전사 형을 따라잡기도 했다.

    심지어 달리던 전사 형 바로 앞쪽에 나타나 전사 형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데스나이트 방어구가 아니었다면 죽어도 이미 골백번은 죽었을 터.

    그런 돈 주고도 보기 힘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사장님과 최강 길드 일부가 중앙 방 입구로 들어섰다.

    “늦었구나. 사람들이 좀 많아야지.”

    “아직까진 괜찮아요. 그럼, 리젠 되는 몹 좀 부탁할게요.”

    “알았다. 고생해라. 죽지 말고.”

    “네, 저희 안 죽는 것도 잘하니까요.”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도 자리를 잡기 전 물었다.

    “괜찮겠냐?”

    “뭐, 도와줘?”

    “아뇨, 이번엔 저희끼리 해볼게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봐야 하거든요.”

    그 말에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길드원 사이로 사라졌다.

    이번 전투가 끝나고 재중이 형이 이야기한 길드 개편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재편하게 되면 당연히 프로게이머인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은 최강 길드에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다.

    다른 몇 명과 함께.

    그렇다고 최강 길드가 아예 없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할 때, 속속 도착한 최강 길드원들이 사장님을 필두로 중앙 방 곳곳의 리젠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몹들을 녹이기 시작했다.

    좀 더 넓은 자리가 생기자 전사 형의 운신 폭이 훨씬 좋아졌다.

    문제는 다른 유저들.

    사장님과 최강 길드를 따라 2층까지 내려온 길드가 적지 않았다.

    물론, 중앙 방에 들어오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지만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사장님이 엄중한 표정으로 바로 경고를 날렸다.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분명 말했습니다.”

    낮지만 중앙 방을 가득 채우는 외침에 중앙 방에 들어오려던 몇몇 길드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뒤늦게 달려온 달 길드와 치맥 길드 역시 우리에게 슬쩍 고갯짓만 하고 자연스럽게 라인을 형성해 주었고.

    동맹이 좋긴 좋네.

    최강, 달, 치맥 길드가 버티고 서자 유저들의 소리가 다소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저쪽은 어떻게든 된 것 같네요.”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지금껏 잘 버티던 전사 형도 서서히 한계인지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현재 관건은 속도.

    일단, 기본적인 속도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 해도 차이가 나면 그것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나름 우리 턱 밑까지 쫓아 왔다고(?) 생각한 길드의 유저들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이다.

    전사 형은 워낙 방어형이라 어떻게든 정면에서 버티지만 특별히 공세로 전환하거나 하지는 못했다.

    막는 것이 고작.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필드에서처럼 어글이 미친 듯 튀지는 않을 테니까.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사방을 에워싸자 데스나이트의 패턴이 바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전사 형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젠장, 엎드려!!”

    전사 형의 외침.

    최강, 달, 치맥 길드 유저들이 전사 형의 외침에 자리에 있던 몬스터를 그대로 무시하고 일단 바로 엎드렸다.

    심지어 통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유저들까지도.

    그러자 데스나이트의 배틀 액스와 팔이 검게 변하면서 예의 그 검은 기운을 그대로 270도 방향으로 쏘아냈다.

    차징 하는 시간 없이 쏘아낸 공격이었지만, 이미 한 번 당해봐서 그런지 방 안에 있던 우리 쪽 사람들은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폭발형이었다면 꼼짝도 못하고 다 죽었을지도…….

    그런데 전사 형의 외침을 듣지 못한 통로 바깥쪽 유저들에게선 비명이 들려왔다.

    “끄악!”

    “……발!”

    “뭐야!”

    유저들을 거치면서 파괴력이 줄어든 반달 기술이라고 해도 걸리면 그냥 즉사다.

    뒤쪽 통로에 모여 있던 유저 백여 명이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풀 오버를 시켜놔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체력과 마력을 모두 채워줄 뻔했다.

    통로에서 살아남은 유저들이 그 모습에 바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일단은 두고 보겠다는 건가?

    지금은 저쪽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 하울링! 】

    어글 스킬을 쓰는 순간 데스나이트가 전사 형을 돌아보고는 다른 유저들을 그대로 두고 전사 형에게 달려들었다.

    전사 형이 바로 어글을 끌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길드 사람들도 무사하지는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글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전사 형에게 어글이 고정되자 대쉬 스킬을 쓴 것인지 그 힘으로 날듯 달려들면서 배틀 액스를 강력하게 휘둘렀다.

    그 공격을 데스나이트 쉴드로 막았지만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고 뒤로 크게 튕겨 나갔다.

    “큭. 이 새낀 정말 미쳤어.”

    곧바로 두 다리를 굳게 땅바닥을 박차면서 다시 데스나이트에게 달려들어 초근접 상태로 격전을 벌였다.

    마치 떨어지면 죽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히 전사 형의 판단이 옳았는지 배틀 액스의 범위보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타격 범위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

    도끼날이 있는 부분으로 공격하려면 결국, 데스나이트가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다.

    그런 단점을 전사 형이 갑옷의 방어력을 믿고 철저하게 붙어서 파고드니 점점 공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 근접전.

    전사 형이 너무 붙어 버리니까 데스나이트도 방패로 쳐내는 것밖에는 할 게 없어 보였다.

    물론, 뒤쪽에서 찍어 내리는 경우는 위험하지만 그건 나르샤 누나가 빠르게 화살을 날려 위험한 경우를 넘기게 만들어줬다.

    이렇게 보면 충분히 공략하기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공수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저쪽은 마력이 거의 무한에 가깝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저쪽은 헤이스트를 달고 살고 우리는 차륜전으로 겨우 버틸 수밖에 없다.

    데스나이트의 속도가 더 올라가자 초 근접전도 힘든지 전사 형이 허리와 자세를 낮추고 겨우 버티는 그림이 계속 연출 됐다.

    쾅!

    쾅!

    포격 소리가 들리듯 연타와 함께 데스나이트가 다시 전사 형의 데스나이트 쉴드 위로 배틀 액스를 찍어 내렸다.

    그리고 데스나이트 쉴드로 막았음에도 더블 크래쉬가 들어와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

    【 저주 해제! 】

    그걸 보고 챠밍이 바로 저주를 풀어주자 다시 물약으로 회복을 시작했다.

    역시 1:1로 정면은 무리인가.

    데스나이트는 본체도 빠르고 강한데 오버까지 되어 있어서 더 빠르다.

    거기다 헤이스트를 늘 달고 움직였다.

    체력과 마력이 어마어마하니 할 수 있는 짓이고.

    전사 형도 헤이스트를 써서 대응을 하긴 했으나 이대로면 전사 형이 먼저 죽을 것이다.

    “가죠. 더 늦으면…….”

    다들 느끼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야 함을.

    이제까지 상대한 녀석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먼저 재중이 형이 나섰다.

    처음엔  붙어서 간만 보더니 몇 번 오버된 데스나이트의 공격이 스쳐 지나가자 바로 인상을 썼다.

    “속도에서 밀린…… 쳇, 아끼려고 했는데.”

    【 헤이스트! 】

    재중이 형이 잠시 떨어지더니 예전에 구해둔 윙 배틀 액스로 헤이스트를 쓴 뒤 다시 데스나이트 스피어로 교체했다.

    아직까지 막히지 않은 꼼수.

    헤이스트를 쓰면 대략 민첩이 10 정도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그만큼 체력과 마력이 동시에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초반부터 쓴 것은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지금의 데스나이트는 따라잡기 힘드니까.

    헤이스트가 걸리자 재중이 형이 다시 달려들었다.

    형이 사용하는 기술 중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한 점 찌르기.

    온몸을 한계점까지 뒤틀었다 풀어내어 창 하나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 방어를 뚫고 폭발적인 대미지를 내 순간적으로 경직을 만든다.

    헤이스트까지 사용한 상태라 평소보다 훨씬 컨트롤이 힘들지만 연습량이 그걸 모두 커버했다.

    전사 형에게 시선이 끌린 사이, 데스나이트 스피어가 뱀처럼 휘어져 데스나이트의 목덜미를 씹기 위해 쇄도했다.

    이건 통한다.

    보통은.

    순간 데스나이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리의 균형을 낮추더니 고개만 살짝 비틀어서 그 찌르기를 완벽하게 피해 버렸다.

    “뭐?”

    속도, 위력, 테크닉 모두 재중이 형이 정말 자신 있어 하는 기술이라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보지도 않고 피해 버렸다.

    그러더니 데스나이트가 몸을 반 회전하면서 라지 쉴드로 스피어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큭!”

    워낙 체중을 싣는 공격 일변도의 기술이라 스피어가 튕겨 오르자 재중이 형의 정면이 그대로 열렸다.

    그 사이 데스나이트가 양손으로 들 법한 거대 양손 도끼를 몸의 회전을 모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풍압에 몸이 밀려날 정도로 강력한 일격.

    그 속도는 헤이스트를 쓰기 전이라면 차마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그걸 보자마자 재중이 형이 튕겨 나가는 스피어를 오히려 휘둘리는 방향으로 더 강하게 휘두르며 반동과 함께 두 발로 크게 점프를 했다.

    그러더니 몸을 공중에서 바로 롤링했다.

    마치 서커스단에서나 볼 법한 묘기.

    그렇게 공중에서 뜬 재중이 형의 아래를 배틀 액스가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거나 실수했으면 몸이 두 동강 났을 위력.

    그 풍압에 공중에서 몸이 밀려 나간 재중이 형이 착지하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거 터무니없는 놈이로세. 보지도 않고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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