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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28화 (326/1,404)

# 328

#328화 자리 싸움 (5)

화련과 프로게이머들이 한 번씩 오간 뒤, 예정되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경매가 시작되었다.

주최는 사장님.

“본론부터 말하면 로테 바깥에서 사냥한 사람은 다 알거라 생각한다. 이 무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사장님의 그 말에 누구 하나 반론을 내지 않고 경청했다.

지금은 폭풍전야처럼 조용할 뿐.

앞으로 여긴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이야기와 인사를 위해 지불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정신 나간 가격에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오로지 지금 이 경매를 위해 주변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구경하기 위해 여기서 온종일 죽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길드를 대표해서 나온 사람들.

긴 시간을 기다린 만큼, 이미 돈다발을 풀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어 보였다.

그때,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바로 불을 끼얹었다.

“경매 시작하지.”

단 한마디의 말.

한껏 달아오른 주변의 열기가 경매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하르 무기들을 꺼내놓자 그 열기는 더 달아올랐다.

“시작은 천.”

천만 원이라는 말에 놀랄 법도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현재 하르 무기는 오직 나를 통해서만 유통이 된다.

이게 아니면 본 무기들을 써야 하는데 본 무기는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하면 얻을 수가 없으니까.

선택의 여지도 없고.

불평할 수도 없다.

지금 이걸 가지냐 못 가지냐에 따라 앞으로의 세력 차가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1000.”

“1100.”

“1300.”

이미 로테 바깥에서 지옥 같은 밸런스를 경험하고 온 사람들은 돈을 푸는데 전혀 거침이 없었다.

단순 수치만 봐도 트로아 요새에서 쓰던 무기의 5~6강 수준은 된다.

그럼 이 돈을 투자해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지금 얻지 못하면 손해라고 생각했는지 경매가는 계속 치솟았다.

편차는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2500에서 마무리 되었다.

준비한 무기는 대략 백 자루.

그 백 자루가 경매로 빠져나가기까지 단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모든 무기가 주인을 찾아가자 미처 낙찰 받지 못한 사람들의 아쉬운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더 없습니까?”

“조금 더 풀어주세요.”

웅성거림은 있었지만, 사장님은 이쯤에서 딱 장사를 접으셨다.

무려 수십만이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고 앞으로 이곳에서 사냥을 하게 될 사람들이.

문제는 이곳에서 사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

제대로 된 과정을 트로아 요새에서 거치지 않고 우리가 제공한 비공정을 타고 이곳 로가슈 왕국으로 넘어와 버렸기 때문에.

그럼 중간에 제공되는 이벤트 하르 무기가 공중에서 붕 떠버린다.

결국, 제대로 된 사냥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지금이 딱 그 꼴이 되어버렸다.

“당분간 자금 걱정은 없겠구나.”

사장님이 너털웃음과 함께 경매 자금 대부분을 내게 건네주셨다.

그리고 난 다시 그 돈을 사장님에게 돌려드렸다.

“이걸로 하르 핵, 원석 나오는 대로 다 구매해주세요.”

“음, 전부?”

“네, 어차피 만들어서 다시 팔아야 하니까요.”

“알았다.”

앞으로 하르핵이 계속 쏟아질 것이다.

그럼 그걸 사다가 다시 하르 무기를 만들고 되팔기를 반복.

그 와중에 기여도까지 쌓이니 지금 상황은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이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자금은 다른 외부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굴릴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놨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자 재중이 형이 사장님께 따로 부탁을 했다.

“그동안 제가 사냥한다고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안이하게 운영한 것 같습니다. 일단 주위에서 스카우트 가능한 유저 있으면 알아봐 주세요. 명단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겠네요.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안 됩니다. 오직 실력 위주로만.”

“아예 공개 채용을 하는 것이 어떠냐?”

“뭐,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프로 쪽으로 좀 더 알아볼 테니까.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이젠 양보다 질이에요.”

“자금이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많구나. 알았다. 계속 알아보마.”

“실력자 위주로 길드를 개편할 겁니다. 아예 새 팀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기존 길드원의 불만이 나올 텐데?”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에요. 우리가 웃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길드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예 네 안목에 맞는 유저들로만 다시 꾸리겠다는 거냐?”

그 말에 재중이 형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마치 뭔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

“네, 지금부터 붙을 녀석들은 어설픈 수십, 수백이 달라붙어도 못 이깁니다. 같은 무기, 같은 아이템으로 도배를 해도 컨 자체가 달라요. 분석 능력, 운영, 컨트롤 전반적으로 아예 상대가 안 됩니다. 지금 최강 길드 수준으로는 그냥 가지고 놀 거예요. 아마.”

“흐음, 정말이냐?”

“우스갯소리로 일당백이 정말 가능합니다. 프로 애들은. 나중에 최강 길드 전체가 유저 한 명에게 개박살 나는 걸 방송에 내보내고 싶진 않겠죠?”

“설마 그 정도까지…….”

“……끙, 말로만 해서는 실감이 안 나시나 본데. 주호.”

둘이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나를 불렀다.

“네?”

“너, 음, 보자. 수호하고 최종 병기, 저번 대회 때 수상했던 사람들 빼고 남은 최강 길드가 너하고 붙는다고 생각해봐.”

“저 혼자요?”

“어, 주변 도움 없이 너 혼자. 한 번 이미지 생각해 봐.”

“일단, 해보긴 할게요.”

그 말에 눈을 감고 최강 길드원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검을 스위칭해가면서 싸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 장소는 어두운 던전 안.

그리고 뒤에는 개활지, 필드 등등 여러 곳에서 기억나는 최강 길드원들과 싸움을 시작했다.

상상만 했는데도 재미가 느껴졌다.

딱히 이런 쪽에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상상하는 모든 장면에서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듯 고요함 속에서 나와 최강 길드 사람들이 싸우고 또 싸워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상황이 스쳐 지나가자 눈을 떴다.

그런데 눈앞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다들 주변으로 자리를 바꿔서 앉아 있었다.

“어?”

“야, 이놈 깼다.”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자리가 다 바뀌었네요? 순간이동?”

“아니, 너 한 번 빠져들면 진짜 무섭네. 경매하던 사람들 다 돌아가고 한참 지났어. 대략 삼십여 분 정도 됐으려나?”

“으음, 너무 집중한다고 몰랐네요.”

내 말에 옆에 앉아있던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가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챠밍과 이쁜소녀는 놀란 눈빛이고.

“그래서 어때?”

“음, 솔직히요?”

“니가 느낀 그대로.”

“말하기 곤란…….”

옆에서 이제껏 기다리고 있던 사장님을 흘긋 보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이걸 말해야 하나?

“……전멸요.”

“뭐?”

내 말에 사장님이 잘못 들었나 싶은지 바로 되물었다.

“필드에 따라 격차는 있지만, 엄폐물이 있는 던전에선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전멸시킬 수 있고, 한 번에 상대해야 하는 숫자가 많은 넓은 필드는 광역기에 어쩔 수 없이 맞긴 했어요. 그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혼자서?”

“상상만 한 거라 정확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이길 수 있냐 없냐만을 물어보시는 거면…….”

“거면?”

내 말에 사장님이 침을 꼴깍 삼키셨다.

“이길 수 있어요. 최강 길드 전체를 상대로.”

이건 내 몸이 기억한다.

일정 이상 컨디션이 올라가면 컨트롤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해도 흔들림 없이할 수 있다.

그게 높은 RTP에서 나오는 이점.

같이 검을 휘둘러도 매번 원하는 같은 코스에 정확하게 꽂아 넣을 수 있다.

“허, 이거 참…….”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사장님이 눈만 동그랗게 뜨셨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한 마디 더 붙였다.

“저도 마음만 먹으면 좀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나 차이가 난다는 거냐.”

“네, 확실하게요.”

“으음, 네가 그렇다면 정말 그런 거겠지. 주호도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제부턴 일반인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설 겁니다. 그간의 개인 개인 랭킹은 전부 잊으세요. 아마 학살하는 장면이 방송에 자주 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프로와 일반인이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거냐.”

“아, 물론 일반인 중에 RTP가 극도로 높은 애들이 있을 겁니다. 걔들은 좀 다를 수도 있겠죠. 뭐, 몇 번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테지만.”

“그건 또 왜 그러냐?”

“애초에 그 RTP가 극도로 높은 일반인이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완성된 존재가 프로게이머죠. RTP가 압도적으로 높으면 일반인이 프로를 이길 수 있겠지만, 가령 주호 같은 경우? 나머지는 희박하다고 봐야죠.”

“허허, 그럼 아예 프로게이머를 데리고 와야겠구나.”

“이미 어지간한 애들은 소속이 있어서 힘들 겁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팀 자체를 사버렸을 텐데…… 화련 말을 들어보니 너무 늦은 것 같고. 이건 제 실수입니다.”

“어쩔 수 없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규 유저가 많다는 거죠. RTP 평균이 프로보다 높은 애들도 간혹 있을 거예요. 걔들은 직접 찾아 스카우트해서 키우는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여기 챠밍이나 소녀 같은 애들. 정작 자기들은 모르지만 막상 키워보면 금방 따라옵니다.”

재중이 형 말에 챠밍과 이쁜소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으음, 알았다. 이거 사냥 좀 더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구나. 그 정도로 격차가 난다면. 최대한 영상이랑 인맥을 뒤져가면서 찾아보마.”

“네,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을 겁니다. 프로 애들에게 좋은 무기 하나만 줘도 일반인의 몇 배는 빠르게 레벨이 붙을 테니까요. 급소 공격이 생활화되어 있는 녀석들이라.”

“공개 모집이라도 해보마. 너하고 주호는 보면 구분할 수 있겠지?”

“영상만 봐도 척하면 척이죠.”

“알았다. 모인 자금이 이럴 땐 유용하겠구나.”

그 밖에도 길드 운영에 관련된 재중이 형과 몇 가지 의논을 하고 난 뒤 사장님이 돌아가셨다.

“형, 프로들 RTP 평균이 어떻게 돼요?”

이건 그동안 궁금하진 않았지만 막상 이제 눈앞에 닥친 일이라 궁금해졌다.

“흠, 대략 350~450. 우승컵 드는 애들은 한순간에 500에 다다를 거다. 팀에서 공개를 안 하는 편이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나하고 박빙으로 붙으려면 그 정도까지는 나와야 할걸.”

“굉장하네요.”

“니가 할 소리는 아니지.”

그 말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형하고 비슷한 사람도 있어요?”

“왜 없겠냐. 없었으면 내가 매번 우승을 밥 먹듯이 차지했게?”

“……그건 그렇네요.”

그렇단 말이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

일단, 영입에 대한 것은 사장님께 맡겨둔 채 로테 주변의 광산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지나가는데 이미 필드 곳곳에선 유저들이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고작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 엄청 많아요.”

“오랜만이네요. 이런 광경이.”

이쁜소녀와 챠밍의 감탄.

그도 그럴 것이 멀리 보이는 광산 필드까지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전사 형이 들은 것이 있는지 바로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쉬는 사이 비공정이 쉴 새 없이 왕복했다고 하더라. 이 근처 필드는 이미 사람이 꽉 찼다고 보면 돼.”

확실히 많긴 많구나.

새삼 로스트 스카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겠다.

이쁜소녀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언덕 너머를 가리켰다.

“아, 저기 싸워요.”

“응?”

모두 고개를 돌렸더니 몇몇 길드가 자리 하나를 놓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사 형이 웃으면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영역 중간에 뜨는 몹은 분쟁의 시초지.”

그 말대로 애매한 곳에서 언데드 한 마리가 리젠된 채 싸우고 있는 유저들 사이에 껴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잡몹 한 마리 때문에 저러고 있다니.

“정말 피곤하게들 사네요.”

내 말에 다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는데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심심하면 옆에 있는 길드와 싸움이 나기 일쑤였다.

전사 형이 미래가 보인다는 듯 말했다.

“조만간 여기도 전쟁터가 되겠네.”

“통제 말이죠?”

항상 있었다.

조금이라도 좋은 사냥터가 있으면 먹고 놓아주지 않는.

우리야 워낙 동떨어져서 사냥했으니까 겪을 일도 잘 없었지만 요즘은 그것 때문에 매번 게시판이 시끄러웠다.

그렇게 자리 싸움을 하는 유저들 사이를 지나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했던 나머지 광산 던전을 향해 걸어갔다.

남은 데스나이트를 잡기 위해서.

아직 두 마리를 더 잡아야 했다.

그런데 광산 던전 입구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수십 개의 길드가 광산 던전 입구를 막고 버티면서 주변에 뜨는 필드 몹들을 광범위하게 사냥했다.

그리고 그걸 아니꼽게 바라보는 몇 개의 길드가 서성이다가 항의하거나 발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광산 던전 입구를 막고 있던 길드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서 우리 앞길을 막았다.

“여기서부터는 지나갈 수 없다. 다른 데서 사냥해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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