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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27화 (325/1,404)

# 327

#327화 자리싸움 (4)

애초에 팔릴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재중이 형이 장담해서 못 이기는 척 올려놓고 나왔을 뿐.

그런데…….

팔렸다.

무려 두 자루나.

《 +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판매 완료. 》

《 +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판매 완료. 》

그리고 그 대금인 아르가 수수료를 제외하고 좌판에 들어와 있었고.

이게 진짜 팔리냐…….

보고도 믿지 못하는 상황.

<불멸> 왔냐?

<주호> 아, 형. 어디세요?

<불멸> 고개 돌리면 나 보인다.

그 말에 고개를 돌렸더니 재중이 형이 좌판을 보며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유저들의 시선이 잔뜩 몰려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인파를 제치면서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진짜 이게 팔렸네요.”

“그러네. 솔직히 나도 안 팔릴 줄 알았는데.”

뭐?

아니, 팔린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면서.

“형이 팔린다고 장담하지 않았어요?”

“아, 그건 그냥 이 정도 무기가 있으니까 와서 구경하라는 거였지.”

그 말을 하면서 재중이 형이 다시 입매를 올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지금 딱 그만큼의 사람이 몰려들었고.”

“하아, 보여주기?”

“야, 노강 무기에 2억은 솔직히 오버지. 아무리 나라도 이건 아니야. 물론, 트로아 요새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보다는 훨씬 좋은 것은 맞아. 대략 5~6강이면 이 하르 블레이드 노강하고 비슷할걸?”

“그건 사실이죠.”

솔직히 좋다.

트로아 요새에서 쓰는 무기와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재중이 형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성문 쪽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여기 오면 제일 먼저 뭘 할 것 같아?”

“……사냥?”

“그치. 퀘스트 좀 찾다가 사냥부터 하겠지. 그럼, 우리 애들이 어떻게 됐지?”

“완전 발렸죠.”

실제로 그랬다.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로 털려서 대규모로 사냥을 했었다.

우리가 오기 전까지.

“그럼 얘들은 어땠을까?”

“……비슷하겠죠. 아마.”

“빙고, 언데드한테 털리고 나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에? 여기 기웃거리는 사람이 전부 그런 사람이라 그거죠?”

“그래, 신성력 달린 무기. 혹은 더 강력한 무기. 그게 짜자잔, 하고 있네?”

이 형,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라 장사에도 소질이 있구나.

“애가 타게 만들어서 실제보다 가격을 좀 더……?”

“너도 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네. 예전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는데.”

“그때가 언젠데요. 지금은 다 컸죠.”

내가 재중이 형을 보면서 표정을 흘기자 재중이 형이 그저 키득거리며 웃기만 했다.

그러다 남아 있는 하르 무기가 걸려 있는 좌판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했다.

“그런데 실제로 팔릴 줄은 나도 몰랐네. 진짜 어떤 미친놈이 저 돈 주고 사 간 거야?”

재중이 형 입에서 미친놈이라는 말이 나오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친놈이다.

아무리 무기가 좋다고 해도 최종 무기도 아닌데 그 큰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친놈 아니거든?”

그때, 우리 옆으로 누군가가 인파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 련?”

“놈이 아니라니까? 니들 말로 하면 미친년이지. 안 그래?”

우리말을 듣다 내심 걸렸는지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깜박했다.

이 동네 현질 끝판왕.

화련, 이 여자를 잊고 있었구나.

예전에도 선착장에서 경매하던 무기를 최고 가격으로 사간 적이 있었다.

본인이 잘 사용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주인이 돈이 많다는데 무기가 할 말이 있겠는가.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까 한참 쌍검을 드는 것이 유행이라 그랬다는데…….

슬쩍 손을 바라보니 우리에게 산 하르 블레이드를 들고 있었다.

예전처럼 쌍검을 드는 객기는 부리지 않고.

우리 앞에 다가온 화련이 하르 블레이드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말했다.

“왜? 놀랐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화련이 나와 재중이 형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정한 호갱님을 만나서 기뻐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본인이 눈앞에 있다 보니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무려 2억이다.

무기 하나 값으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

그걸 동네 마트 가서 사탕 고르듯 쉽게 고르는 여자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래서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사신 겁니까?”

“어차피 팔려고 내놓은 것 아냐? 사줬는데 표정이 왜 그래?”

“틀린 말은 아니네.”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저 웃기만 했다.

그 모습에도 화련은 느긋하게 하르 블레이드를 갈무리했다.

“내가 왜 기다리고 있었는지 안 궁금해?”

재중이 형이 잠깐의 지체도 없이 대답했다.

“전혀?”

“야! 더 있지?”

역시 화련은 화련이네.

앞뒤 다 끊고 딱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더 있지.”

그걸 또 재중이 형이 귀신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어차피 저 가격에 사라고 내놓지 않았을 거잖아. 초기가 낮춰서 경매할 생각 아냐?”

“오, 아가씨.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장사 하루 이틀 해? 장난은 됐고. 전부 다 가져가고 싶은데 조건 불러. 내가 미쳤다고 저 가격에 사준지 알아? 이 정도 협상은 되지 않나?”

……전부?

방금 전부, 라고 한 건가?

“형, 전부 다 원한다는 말 맞죠?”

“잘 들었네. 그거 맞아.”

이번엔 내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한 길드에 저 물건들이 싹 다 들어가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미안한데 그건 안 되겠어.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재중이 형이 이번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케이, 그럼 총 서른 자루. 무기 종류 원하는 대로 준비할 수 있어?”

“맡겨놓은 것은 아닐 텐데?”

“여기 고객 관리 형편없네. 정말.”

적어도 자기가 고객이라는 인식은 있어 보였다.

하긴,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모르면 저쪽이 더 이상한 거겠지.

“개당 3천.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거기까지야. 그 이상 바라면 나도 안 돼.”

무기 하나에 차 한 대 값이라.

트로아 요새의 노강 무기를 고강하면 어차피 비슷한 가격대가 나오니까 아주 엇나간 가격은 아니지만.

재중이 형이 머리에서 주판을 두들긴다고 생각에 잠기자 화련이 잠시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이러면 손해지만, 앞으로 한 달간 불가침조약. 어떤 경우라도 그쪽 길드와 분쟁을 일으키지 않겠어. 원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도움?

방금 도움이라고 한 건가?

저 말은 듣기에 따라서 같은 편에 설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었다.

“아, 진짜 나도 이번은 어쩔 수 없어.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일시불. 아니면 패스.”

“역시, 이제 좀 불멸답네.”

……?

원래도 알고 있었나?

“혹시 예전에 형 알고 있어요?”

“……그냥 해본 소리야. 아무튼 내 제안은 아직 유효해. 이번에 새로 팀을 만들었거든. 그 자리에 네가 들어왔으면 딱 좋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길드 마크가 바뀌었네요.”

지배자 길드에서 지금은 아예 다른 길드로 바뀌어 있었다.

헤라.

이걸 내가 어디서 들었더라?

얼마 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이 헤라, 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제이엔씨 팀을 통째로 사들인 사람이 너였냐?”

“으음? 잘 아네? 그래서 요즘 좀 간당간당해.”

그 말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제이엔씨요?”

“1군 프로팀, 단체 우승 경력 4회에 개인 우승자도 다수 있어.”

프로팀을 그대로 사들인 거야?

이 여자는 진짜 볼 때마다 상상 이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예전에 있던 팀이기도 하지.”

“……정말요?”

“하아, 이거 참. 할 말이 없게 만드네. 이 아가씨가.”

재중이 형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화련을 노려봤다.

그런 재중이 형을 보면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똑같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요즘 우리 사이에, 프로팀을 사들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서. 그중 제일 괜찮은 곳을 골랐을 뿐이야. 다른 감정 같은 것은 없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는 말지?”

“……그 팀 가지고 장난질 치면 네가 제일 먼저 죽는다. 진심으로.”

이제껏 저렇게 화를 내는 형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내가 대체 얼마에 사들였는지 알고는 있어? 그 정도 돈을 장난으로 쓸 만큼 나도 넉넉하진 않아.”

재중이 형의 표정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화련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아, 알았으니까 화 좀 풀지? 어중이떠중이와 진짜는 나도 구분할 줄 알아. 명품은 옷이나 가방만 있는 게 아니니까. 늦은 만큼 이쪽도 이쪽대로 최고로 키워야 한단 말이야. 당신이나 주호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화련의 답을 듣고 난 뒤에 조금 감정이 내려간 듯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말, 끝까지 기억해야 할 거다.”

“그래서 줄 거야, 말 거야?”

“……주호, 창고에서 꺼내 줘.”

별다른 말없이 그냥 재중이 형이 말하는 대로 주기로 했다.

제이엔씨 팀이라…….

아니, 이젠 헤라인가?

화련에게 9억을 받은 뒤 원하는 무기 종류대로 하르 무기를 꺼내서 건네줬다.

“이러려고 2억에 샀어요?”

“이 정도도 안 하면 이야기도 안 들어줬을 것 아냐?”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네요. 그런데 혹시 두 자루를 샀나요?”

“아니, 왜?”

분명히 두 개가 팔렸는데?

그럼, 누가 다른 한 자루를 사 간 거지?

***

“형,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

이걸 지금 물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으로 만날 수도 있는데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제이엔씨는…….”

“아, 그놈들?”

“친했나 보네요?”

“뭐, 거진 내가 키웠었지. 하나부터 끝까지.”

형이 키웠다라…….

“잘하겠네요.”

“너만은 못 해도. 어디 가서 괴물 소리 들을 정도는 되지. 누가 키웠는데.”

“와, 방금 엄청 재수 없었던 것 알아요?”

“크크, 아무튼 그렇다고. 정말 밑바닥에 있던 애들로 우승 한 번 해보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걔들 다 악바리 같은 놈들만 남았어. 그런데 화련이라…….”

왠지 모르게 재중이 형의 표정이 안 좋게 보였다.

“내가 너무 일찍 은퇴했는지도 모르겠네…….”

“형 없어도 잘할 정도로 키워놨다면서요. 그러면 그때부턴 알아서 해야죠.”

“크, 그러냐. 아무튼 추억의 녀석들을 곧 마주하게 되겠네. 그놈들 말고도 매번 승부처에서 부딪히던 놈들도 많은데…… 또 고생하겠구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중이 형은 추억에 잠긴 듯했다.

그렇게 얼마 시간이 지난 뒤 우리 팀이 모두 접속했다.

그리고 전부 살펴봤는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몇 자루가 더 팔렸다.

전사 형의 말.

“미, 친… 놈…… 들이 이렇게 많았나?”

챠밍과 이쁜소녀도 눈을 깜빡거리면서 놀라워했다.

“정말 생각 이상이네요. 설마 진짜 사갈 줄은…….”

“……저 이렇게 쓰면 쫓겨나요.”

소녀의 말이 더 놀랍네.

어떻게 쓰려고 하면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물론, 본인이 로스트 스카이를 하면서 더 벌고 있으니 크게 상관없는 말이기는 했다.

그때, 하르 무기를 든 몇 명의 사내와 여인이 우리에게 걸어왔다.

저 사람들이 사 간 거였나?

각자 다른 길드에 속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재중이 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 진한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사내가 앞으로 나오더니 재중이 형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불멸?”

“그거 니들이 샀냐?”

“신고식 같은 겁니다. 인사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서 모두를 바라봤다.

대부분 아는 사람인지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았다.

“그렇지, 너희도 다 넘어왔네. 나 잡으려고 이렇게 총출동 한 거냐?”

“이번엔 다를 겁니다.”

“은퇴한 나도 못 넘으면 현역이 울겠지. 좀 살살 하자?”

그 말에 사내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 자리 조금만 더 즐기고 계십시오.”

“넌 여전히 건방져. 그래 어디 원대로 해봐라.”

재중이 형의 말에 잠시 눈을 찡그리던 사내가 날 한 번 슥 훑어보고는 바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사내가 자리를 뜨자 다른 사람들도 인사를 하더니 역시 자리를 떴다.

진짜 프로들인가…….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이제 제대로 연습 좀 하자. 저것들 다 네 발밑에 찍어 누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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