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
#323화 뼈의 무덤 (5)
데스나이트가 쫓아 올라오자 부산스럽게 자리를 박찼다.
십여 발이 넘는 비월참이 우리가 있던 계단을 폭격했으니까.
콰쾅!
챠밍이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에 계단에서 쓰러질 뻔했지만 내가 챠밍의 팔을 붙잡은 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오빠, 고마워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일단 튀자.”
나와 챠밍을 마지막으로 모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벗어났다.
이제 괜찮겠지, 란 생각을 했지만 아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올라오는군.
계단을 올라오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2층은 우리 말고도 수많은 최강 길드원이 있었으니까.
급하게 사장님에게 귓말을 연결했다.
<주호> 사장님, 지금 당장 길드원들 전부 대피시켜요.
<카이저>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
<주호> 3층에서 완전 괴물을 만났어요. 저희 팀으로도 잡기가 힘들어요.
<카이저> 진짜냐? 네임드를 밥 먹듯 잡는 너희가 힘들 정도면 보통 녀석이 아니겠구나.
<주호> 묘한 기술을 써요. 거기다 거의 모든 공격에 디버프가 있구요. 이건 뭐, 물약이 소용없는 수준이라.
내 의견을 듣던 사장님이 잠시 생각을 하시는 듯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을 꺼내셨다.
<카이저> 흐음, 우리가 붙으면 승산이 있겠냐?
<주호> ……잠시만요.
이걸 왜 생각을 못 했지?
우리만으로 벅차면 길드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것 아니었나?
2층의 통로를 달려가면서 재중이 형에게 의견을 물었다.
“형, 지금 길드원들 전부 붙으면 잡을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앞서 달리던 재중이 형이 고민하는 듯 말을 아끼다가 다시 말을 했다.
“으음, 그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재중이 형이 급하게 여기저기 귓말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전사 괜찮아?”
재중이 형의 말에 육중한 갑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따라 달리던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남는 것이 체력이죠.”
“오케이. 너하고 수호, 슬이아빠가 교대로 간다. 네가 메인이고. 다른 사람들은 방어가 후달리니까 최대한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해.”
“혼자서도 버텨봤으니 옆에서 도와만 줘도 될 겁니다.”
“좋아, 챠밍은 무조건 공격 쪽으로 나서고. 힐은 길드에 마법사 애들이 다 해줄 거다.”
“네, 그렇게 할게요.”
“이쁜소녀는 타격조 선두, 최종병기하고 딜러들이 옆에서 도와줄 거다. 방어는 애들한테 맡기고 공격에 최대한 붙어.”
“네!”
그리고 나와 나르샤 누나를 봤다.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네. 아까 한다는 거 빨리 감 잡고 와라. 너무 오래 걸리면 너 빼고 잡아버린다.”
“저 없으면 잡을 수 있어요?”
“어차피 있어도 그거 못 막잖아. 그럼 너도 다른 녀석들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도움 되고 싶으면 가서 빨리 익히고 와.”
“……시간이 될까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뭔가를 해야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잠시 주저했는데 재중이 형이 날 돌아보더니 자신 있게 말을 건넸다.
“아마 지금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좀 더 널 믿어봐라.”
그 말에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르샤는 저 녀석 좀 도와주고. 당장 비슷한 스킬 쓰는 게 너밖에 없다.”
“접수.”
그렇게 팀원들이 재중이 형을 선두로 달려나가자 나와 나르샤 누나는 전혀 다른 통로로 길을 꺾었다.
어글 자체는 저쪽이 먹었는지 데스나이트가 전사 형 쪽을 따라 쫓아갔다.
통로에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서 다행히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장소는 좋다.
다만, 이번엔 빠듯하려나.
과연 제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을지.
“빨리 시작하죠.”
“알았어. 한 번 해보자.”
나와 나르샤 누나가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리자, 나르샤 누나가 나를 향해 활시위를 매겼다.
그리고,
【 더블 샷! 】
단순해 보이는 화살.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반투명한 또 하나의 화살이 겹쳐져 있는 기술.
얼핏 봐서는 잘 분간이 안 된다.
특히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이라면 더욱.
쇄도하는 화살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자세히 보니 깃 부근이 일렁이는 것 같은 이펙트가 보였다.
바로 하르 블레이드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그러곤 숨어서 달려드는 두 번째 이펙트를 향해 블레이드의 각도를 기울였다.
텅!
원래 일반적인 화살이라면 튕기거나 흘려서 방향을 바꿀 수 있었는데.
첫 번째 화살만을 튕겨 냈을 뿐.
숨겨진 두 번째 화살은 하르 블레이드로 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손목에 충격이 전달되었다.
“큭.”
파워는 약했지만, 데스나이트와 비슷한 방식이라 그런지 억지로 꺾인 손목이 시큰했다.
“괜찮아?”
“네, 대미지가 그대로 들어오네요. 첫 번째 화살을 쳐내면서 하르 블레이드가 살짝 밀리는데 그 뒤에 날아오는 걸 체크하고 다시 조작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첫 번째 화살을 거의 아무런 미동 없이 밀어내야 두 번째 화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 정도로 미세하게 조절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익숙하지 못했다.
하,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는데…….
아무리 감각이 좋다고는 해도 이건 단순히 흘려내는 것 몇 배의 집중력을 요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로 만들어진 스킬을 사람의 컨트롤로 억지로 파훼하는 기술.
운영자가 보면 기겁을 하겠지만, 지금은 무조건해야 했다.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그 뒤로는 오직 연습이었다.
나르샤 누나가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화살을 날려주면 거기에 맞춰서 일일이 쳐내는 연습을 계속했다.
시간은…….
모르겠다.
나르샤 누나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내가 신경 쓸까 봐 내색하지 않고 내 연습에만 계속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두 발을 연속으로 제대로 튕겨낼 수 있었다.
팔의 각도와 손목의 움직임을 좀 더 미세하게. 좀 더 유려하게 만들어 첫 번째 화살의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두 번째 화살에 대응하는 식의 연습을 계속 했다.
단 1초도 걸리지 않는 순간 두 번의 틀어냄은 정말 고난이도의 집중력을 요했다.
“진짜 대단하긴 하네. 몇 번에 한 번은 정말 튕겨내고 있잖아.”
“아직 멀었어요.”
성공률이 0%에서 10% 정도로 올랐을 뿐.
연습은 했지만 실전에선 아무런 도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고작 이 정도의 성과를 얻고자 재중이 형이 날 따로 보낸 것이 아닐 것이다.
완벽한 컨트롤.
오직 그것이 해결책이지.
다시 집중하여 나르샤 누나의 더블 샷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성공률이 30%에 달했지만, 아직도 불안정했다.
실수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는데 이 수치는 너무 낮았다.
다만, 시간이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나르샤 누나에게 손짓을 해 그만하자는 표시를 했다.
연습하는 동안에도 레이드가 한참 진행됐을 텐데 이 이상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이럴 거라면 나중에 정비를 하고 다시 붙는 편이 나았으려나.
막상 그만하려고 하니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때, 활을 챙겨 넣던 나르샤 누나가 뭔가 생각났는지 의외의 말을 했다.
아마 활을 집어넣다가 뭔가가 떠오른 것 같았다.
“다른 검은 안 써?”
“네?”
“너, 두 개 다 잘 쓰잖아. 검 하나로 동시에 화살 두 개를 쳐내는 게 어려우면 두 개를 동시에 쓰면 안 돼? 그게 더 어려워?”
“아……!”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거 참, 허탈하네.
나르샤 누나의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렸다.
이걸 왜 생각 못 했지.
“아뇨, 이쪽이 난이도가 훨씬 낮죠. 가요. 더 연습 안 해도 되니까.”
***
2층 던전에서 가장 넓은 중앙 방.
그곳에선 길드원 대부분이 몬스터 하나를 빙 둘러싸고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치열한지 방 전체가 눈부실 정도로 번쩍거리는 이펙트가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힐의 하얀 빛과 각종 마법의 향연.
거기다 스킬도 장소 불문하고 데스나이트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숫자는…….
꽤 많이 줄었네.
기억하기론 이곳에서 사냥하던 길드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3/4 정도만 남아 있었다.
그중 일부는 주변에서 소환되는 잡몹을 잡는 역할을 맡았고.
그 잡몹의 숫자가 적지는 않아 방해가 됐겠지만 아마 장소가 여기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됐다.
이 정도 인원이 동시에 싸울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중앙에서는 전사 형이 메인 탱을 하면서 버티고 있고 그 주위로 와이드 힐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힐량은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해도 확실히 힐러가 많으니까 전사 형의 떨어지는 체력을 돌아가면서 계속 채워주고 있었다.
힐을 저렇게까지 많이 쓰는 것은 역시나 디버프로 회복이 안 되기 때문일 테고.
주변을 둘러보니 디버프에 당한 유저가 한둘이 아니었다.
경험했던 것처럼 분명 어글이 풀려 혼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주변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호 형과 슬이아빠가 딜을 넣으면서 언제든지 교체할 준비를 했다.
두 사람 역시 디버프 때문에 고생한 태가 역력했고.
다른 길드원들을 마법 부대, 궁수 부대, 타격 부대를 따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치고 빠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우리 팀이 존재했다.
재중이 형, 이쁜소녀, 챠밍이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다.
쓰는 스킬 자체가 달랐으니까.
특히 챠밍은 힐이라는 족쇄가 풀리자 가장 무섭게 돌변했다.
【 썬더 캐논! 】
현 최강의 마법인 썬더 캐논이 데스나이트를 쓸고 지나가자 순간적으로 데스나이트가 경직이 되었다.
혹시 몹 수에 따라 위력이 분산되나?
전과 달리 데스나이트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하자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빈틈이 생기자 이쁜소녀가 바로 뛰어들었다.
【 휠 윈드! 】
두 개의 배틀 해머를 쥐고 돌려 데스나이트의 갑주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 공격에 데스나이트의 갑주가 움푹 파이는 효과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뒤로 길드원들의 각종 공격 스킬이 동시에 쏟아졌다.
눈으로 전부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화려한 이펙트에 순간 입이 벌어졌다.
굉장하네.
그리고 바로 데스나이트의 경직이 풀리자 일사불란하게 자기 위치를 찾아가면서 유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싸이클롭스의 외침! 】
어글이 튀려는 것을 전사 형이 다시 잡고 난 뒤 원래와 같은 진형으로 레이드가 다시 시작됐다.
갑자기 데스나이트가 사라져 약한 뒤쪽을 공략하자 유저 한 명이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건 어쩔 수 없나.
전사 형이 잡아줄 수 있는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죽지 않고 빠르게 회피를 해 꽤 많은 길드원이 살아남았다.
바로 힐이 들어오고 탱이 가능한 유저들이 달라붙어 잠시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다시 진형을 맞춰냈다.
돌발 상황 대처능력도 좋고.
보랏빛으로 데스나이트가 변해 있고, 처음 접하는 속도에 당황할 법도 한데 어떻게든 잘 버텨내고 있었다.
힐을 집중해서 죽어가는 유저들도 간신히 명을 붙여놓기도 하고.
공격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 날 텐데 그걸 한 명이 안 되면 두세 명이 공격을 나눠 받으면서 겨우 버텨냈다.
위기 순간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네다섯 명이 달라붙어서 억지로 버티는 모습도 수시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잘 버텨냈다.
사장님도 목이 터져라 오더를 내리면서 그사이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아이꿍, 체리, 천둥, 현역여대생, 발키니 아주머니같이 아는 얼굴들이 중간 중간 보였고 활약 역시, 길드원들 중에서는 최고였다.
최종병기 형은 프로답게 캔슬을 정말 잘하고 있었고.
그동안 소수로 사냥해서 잊고 있었는데 길드원 대부분 다른 곳에 가면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었다.
치고 들어갈 타이밍과 방어할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나눠서 레이드를 진행했다.
다만, 블링크도 블링크인데 더블 공격이 나오기 시작하자 진형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전사 형조차 버틸 수가 없어 주변에서 대기하던 수호 형과 슬이아빠가 라지쉴드를 들고 나섰지만, 역시나 경직이 되고 어글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나갔다.
단 하나의 스킬에 진형이 저렇게 무너지다니.
정말 피곤하고 까다로운 스킬이다.
“참전할게요.”
“왔냐?”
어쩔 수 없이 나서서 데스나이트를 묶어 두고 있던 재중이 형이 날 보자마자 표정이 확 펴졌다.
“할 수 있겠어?”
“보면 알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데?”
“제게 붙일게요.”
잠시만 잡고 있다가 전사 형에게 어글만 넘겨주면 된다.
【 다크 웨폰! 】
【 라이트 웨폰! 】
【 강격! 】
달려들면서 데스나이트의 뒷목을 하르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로 강하게 베어냈다.
“크억!”
그러자 단 한 번에 뒤를 돌아보면서 내게 더블 공격으로 검은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더블 공격인 것을 보자마자 첫 번째 공격은 하르 블레이드로 올려쳤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두 번째 반투명한 검은 카스카라를 동시에 휘둘러 튕겨내 버렸다.
완벽한 클리어.
하나의 검으로 걷어내는 것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면 검 두 개를 동시에 휘두르면 되는 문제 아닌가.
이렇게 간단한 것을…….
사실 쌍검을 쓰는 내게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컨트롤이었다.
그렇게 확연히 낮아진 난이도에 데스나이트의 검이 위로 튕겨 나가자 최강 길드원들이 모두 중간 방이 떠나가라 환호를 했다.
“역시!”
“주호 최고다!”
“확실하네!”
검이 튕겨 오르며 빈틈이 생긴 순간 데스나이트의 품을 파고들면서 사정없이 허리를 베어 나갔다.
【 헤이스트! 】
【 연격! 】
횟수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대미지가 올라가는 스킬.
내 성향에 가장 잘 맞는 스킬이기도 하다.
거기다 헤이스트를 써 보랏빛으로 변한 데스나이트의 최고속과 나란히 맞춰줬다.
지금이라면 속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그렇게 데스나이트 주변을 돌면서 목, 팔, 다리, 허리, 어깨 할 것 없이 갑주의 빈틈 사이로 연격을 계속해서 적중시켰다.
그러다 더블 공격이 나오면 바로 걷어내 버리고 다시 파고들어 연격으로 데스나이트를 공략했다.
쳐내기와 반격, 그리고 초근접 전투.
이제야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자 대미지가 쭉쭉 뽑히기 시작했다.
거기다 내가 거의 맞지 않고 운영을 하자 여유가 생긴 사방에서 힐을 시전해 오히려 데스나이트를 노리기 시작했다.
【 힐! 】
【 힐! 】
【 힐! 】
힐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수십 발이 쏟아지면 절대 무시 못 한다.
성향상 정반대인 데스나이트는 더더욱.
검은 기운이 힐에 맞아 사방으로 흩어지자 데스나이트가 괴로운지 괴성을 질러댔다.
“크어억!”
온몸을 뒤틀면서 빈틈이 생긴 것을 보고는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데스나이트의 목의 앞뒤로 검과 창을 동시에 박아 넣었다.
【 강격! 】
하르 블레이드와 하르 스피어가 동시에 목을 박혀 들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데스나이트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경직이 된 적은 있어도 스턴처럼 완전히 쓰러진 것은 처음이다.
“나이스!”
“지금이다!”
“있는 대로 공격!!”
“아끼지 말고 퍼부어!”
“마력 아끼는 놈 죽는다!”
또다시 환호가 나오면서 데스나이트 위로 길드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걸 얼마나 반복했을까.
블링크 때문에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어졌다.
전사 형과 주거니 받거니 어글을 토스하면서 버티고 또 버티자 어느 순간 시스템음이 귓가에 울렸다.
《 데스나이트가 사망했습니다. 》
그렇게 데스나이트의 검은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아이템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이예!”
“드디어 죽었다!”
하, 진짜 빡시네.
길드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정말 게거품을 물고 잡아야 했을 것이다.
기존 몬스터들과 속도가 워낙 달라서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
이렇게 제대로 몸을 써서 싸운 것이 얼마 만인지…….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 어깨를 툭 건드렸다.
“수고했다.”
“형도 고생했어요.”
“니가 다 했지. 아이디어 죽이더라.”
“나르샤 누나가 알려줬어요. 왜 한 쪽밖에 안 쓰냐고.”
“크큭, 진짜 그랬네. 다음엔 한 자루만 가지고도 막을 수 있게 연습해와. 나도 좀 해봐야겠다.”
“네, 그럼? 한 번 보죠?”
나무를 쓰러뜨렸으니 이제 열매를 확인할 순간이 왔다.
그중에서 가장 탐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주 통짜로 떨어진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