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18화 (316/1,404)

# 318

#318화 이상한 제안 (4)

“네? 방금 얼마라고?”

“50억요.”

“일시불로요?”

“네, 허락만 해주시면 지금 바로 드릴게요.”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는 아시죠?”

“물론이죠.”

당당한 스칼렛의 말에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50억이라는 돈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냥 턱, 하고 내놓겠다니.

과거 고강 아이템이 몇억이라는 수준으로 언급이 되었지만 그건 정말 몇 개 없는 아이템이고.

그런 아이템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다.

보통은 남 걱정은 잘 안 하지만, 그 돈을 주면 손해를 볼 수 있지 않나?

나야 팔면 그만이지만.

그런 생각에 내가 재중이 형을 바라봤더니 재중이 형은 재밌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만 으쓱거렸다.

상관없다는 표정.

이번엔 사장님을 한 번 봤더니 사장님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딱히 말린다는, 그런 행동을 보이진 않으셨다.

둘 다 이런 반응이라는 것은 이 가격에 팔아도 좋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가격에 민감한 사장님이 별다른 말이 없다는 것 자체가 팔아먹어도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말이니까.

그래도 혹시 해서 물어봤다.

이런 큰돈이 걸린 거래를 그냥 ‘알았습니다.’라면서 진행할 수는 없으니까.

“사장님, 이거 괜찮은 건가요?”

“허허, 뜬금없긴 하지만.”

그러면서 사장님이 스칼렛을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어머, 그렇게 보시면 제가 부끄러운데.”

“사고 나면 물릴 수 없는 데 정말 괜찮나?”

“제 걱정 해주시는 건가요?”

“걸린 돈이 크니까. 이런 돈을 가지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이쪽이나 그쪽이나 피곤해져. 알 만큼 알지 않나.”

“그건 제가 감당할 일이에요.”

“흐음, 진심이군.”

“저 이런 걸로 농담하지는 않는답니다.”

“그럼, 이쪽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좀 기다리게나.”

“물론, 좋게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네요.”

스칼렛과 잠시 이야기를 마친 사장님이 내게 돌아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파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다.”

“그런가요?”

“그래, 원래는 경매하든, 우호적인 길드에 돈을 받고 넘겨주든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괄적으로 다 사가는 그림은 없었거든. 이러면 우리가 엄청나게 편해지지.”

“돈은요?”

“다시 되파는 것까지 고려해도 괜찮은 가격이다. 아니, 상당히 괜찮지.”

“으음, 대당 억은 넘을 것 같은데 62대라면 너무 싸게 넘겨주는 것 같아서요.”

내 말에 사장님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물론, 그 지적도 맞겠지, 다만, 이쪽은 대부분 반파된 비공정이야. 수리비가 만만치 않아. 이러면 대당 몇천 단위로 떨어지겠지.”

확실히 수리 문제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스칼렛에게 물어봤다.

“수리는요?”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스칼렛이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할게요.”

그 말에 다시 사장님을 보니 사장님이 내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바로 스칼렛에게 시선을 돌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어머, 쿨하시네요? 좀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쪽에서 그 정도 성의를 보이는데 빼는 것은 예의가 아니죠.”

솔직히 스칼렛이 미룬다고 할까 봐, 바로 허락을 했다.

수리비만 해결된다면 무조건 이득이 많이 남는 장사였다.

비공정 수리비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으니까.

그런 제약을 알아서 지고 간다는데 오히려 고맙지.

62대의 스탄을 거래에 올려놓고 바로 VRS에 연결된 온라인 거래를 열어서 거래를 시작했다.

50억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스탄을 넘겨주었다.

깔끔하네.

돈이 돈인 만큼 긴장하며 진행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손쉽게 처리가 되었다.

이 정도 돈을 한 번에 벌어본 적이 있기는 했나?

주변에 보는 사람이 많아 떨리는 가슴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가진 게 많을수록 불안하다더니…….

내가 가진 자산 이상의 자금이 들어오자 놀란 마음을 진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그냥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사실 쉬운 돈은 아니죠.”

역시.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쉽게 굴릴 수 있는 돈은 아니겠지.

“팔고 나서 물어봐서 좀 죄송하지만, 정말 괜찮은 건가요?”

“어머? 제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아니라고 하면 제가 좀 나쁜 놈이죠.”

무려 일시불로 50억.

그저 공성전 한 번 뛰었다고 받기엔 상당히 과한 금액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미쳤다고 할 만한 그런 상황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만큼 큰돈을 쓴 스칼렛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스칼렛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일을 벌였을 리는 없겠지만.

“음, 수리비는 일단 나중에 되파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렇게 크게 부담이 되진 않아요. 당장 큰돈이 들어가는 문제는 있지만 이건 제 쪽에서 알아서 하니 패스.”

자신 있다는 표정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그리고 저 정도 수의 스탄을 가지고 있으면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나거든요.”

“그건 무슨?”

“폭풍 지대에 비공정을 띄우면 방어 병력을 많이 태워야 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비공정이 있으면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죠.”

“으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쵸, 아예 근처에 오기도 전에 녹아버릴 테니까요. 단순 계산으로 한 발씩만 쏴도 무려 62발의 하르포가 나가니까요. 아예 접근 불가죠. 이 정도면.”

“그 말은?”

“계속 돈을 잡아먹었던 방어 병력을 승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엄청나게 올라간다고 보시면 돼요.”

그 말에 사장님과 재중이 형도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의 수완은 확실히 좋다.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전투가 벌어져 승객이 죽거나 비공정이 추락하기라도 한다면 그것도 전부 마이너스죠. 하지만 다수로 운영한다면? 전부 플러스가 돼요!”

“시간 단축과 안전성입니까?”

“네, 지금 많은 사람이 칼바람 둥지를 거쳐 로가슈 왕국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성공률이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저야 잘 모르죠.”

애초에 폭풍 지대를 건너는 것에 실패한 적이 없다.

“아, 제가 물어볼 필요가 없는 질문을 했네요. 추락한 적이 없으셨지. 음, 아무튼 대략 1/3 정도는 중간에 추락한다고 보시면 돼요.”

“……엄청나네요.”

“폭풍 지대에서 유저를 수송하는 사람들은 꽤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수송비도 굉장히 많이 들어요. 여차하면 추락하는 비공정까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만약, 그런 부담을 싹 없애면요? 떨어질 확률이 제로가 되면?”

그러면서 스칼렛이 나를 바라보면서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더 이상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건 된다.

무조건.

요금, 안정성, 시간.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이다.

50억?

모르긴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 뽑아내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로가슈 왕국으로 넘어오지 못한 유저는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돈이 나올 곳은 충분하다.

그렇게 운영하다 기회를 봐서 처분까지.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왔네.

그리고 우리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쪽이지.

앞으로 칼바람 둥지에서 나오는 통과료가 엄청나게 누적될 것이다.

“물론, 네임드는 꾸준히 잡아주셔야 해요.”

“그쪽은 당연히 해드리죠.”

“서비스가 좋네요.”

어차피 스칼렛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무조건 잡아야 한다.

스칼렛도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일을 벌인 거겠지.

아라의 할아버지도 그렇고 스칼렛도 그렇고.

생각하지 않았던 제안을 주변에서 던져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안전운행하세요.”

“어머? 전 안 해요.”

아, 이런 사람이었지.

밑에 맡길 사람이 충분하다는 소리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일단, 광산 던전부터 활성화하자. 스칼렛하고 이슬두잔네 길드도 같이 가게 될 거다.”

공성전을 도와준다면, 광산 던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있었다.

“그럼 다들 움직이자꾸나.”

사장님의 말을 끝으로 모두 비공정이 세워져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

우림 팀을 비롯해, 접속 가능한 최강 길드원들, 스칼렛과 이슬두잔의 길드원까지 비공정을 타고 로테로 향했다.

날아오는 도중 챠밍과 이쁜소녀가 뭐가 재밌는지 둘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멀리 앉아서 그저 그 모습을 지켜만 봤다.

“여기서 뭐 하냐?”

“아, 형.”

재중이 형이 옆에 털썩 앉더니 내가 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는 음흉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진짜, 그렇게 좀 웃지 마요.”

“크크, 그래. 신경 쓰여?”

“……저도 사람인데 신경 안 쓰이면 이상하죠.”

“좋을 때다. 나도 너 같은 때가 있었는데.”

“형은 아직도 그러잖아요.”

“이 녀석이!”

재중이 형이 내 머리에 헤드록을 걸고는 막 눌러 버렸다.

“항복!”

여전히 아프네. 이건.

“그래서 어때?”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아라는 정말 친한 동생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런 동생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느낌…… 알다시피 저 혼자잖아요.”

“흐음, 그러냐.”

“사실 가족 같은 느낌이 더 강하죠. 우리 팀 모두…….”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알듯 말듯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참고 있는 그런 표정이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한 명을 딱 집어서 말을 꺼냈다.

“은하는?”

“네?”

순간 뭔가 덜컥한 느낌과 함께 손이 움찔거렸다.

재중이 형은 못 본 것 같지만.

“으음, 그쪽도 아닌가?”

재중이 형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뭐, 하긴 저쪽은 백만 안티하고 싸워야 할 거니까 어렵지.”

“백만 안티요?”

“어, 모르긴 해도 그 정도는 안 되려나? 바로 칼 들고 날아올 녀석들이 그 정도는 될걸. 로스트 스카이는 바깥하고 달리 환경이 좋잖아? 진짜 와서 칼침 놓을 수도 있고. 아주 그냥 혼을 실어서 칼을 찌를지도 모르겠다.”

“하하…….”

농담인 것 같은데…….

저게 농담처럼 안 들려서 문제다.

“그렇게 인기가 있어요?”

“으음, 뭐 좀 그렇지. 쟤 방송에서 1등 먹고 뽑힌 애잖아. 너 안 봤냐?”

“……네.”

“아이고, 너 어디 산에서 살다 왔냐? 진짜?”

“……할 말이 없네요.”

“쟤하고 같이 그룹 하는 애들 전부 상위권 애들 모아서 만든 그룹이야. 그래서 전에 내가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고.”

“그게 무슨?”

“보통은 1년, 2년 계약을 하거든. 활동 시기로.”

“끝나면요?”

“각자 흩어져서 자기 매니지먼트로 돌아가는 거지. 더 이상 그룹에 묶여 있을 필요도 없고.”

“흐음, 그런가요.”

“사실 좀 위태롭긴 해.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데 다리 때문에 대부분을 날렸거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쟤도 꽤 속이 탈 거다.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 거고. 그 정도 활동을 못 하면 잊힐 수도 있는 거고.”

그 말을 듣자마자 시선이 챠밍에게로 향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있는 동안 잘 해줘.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인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

로테에 도착해서 내려 로테 안쪽에 있는 광산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 그대들은 자격이 있다. 들어가라. 』

경비병으로 보이는 NPC가 우리 얼굴을 확인하더니 차례대로 광산 던전 입구를 열어주었다.

“미리 다 등록해놨지.”

그렇게 스칼렛과 이슬두잔, 그리고 달 길드, 치맥 길드도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

“진짜 전용 던전이네요? 잘 쓸게요.”

“고마워요. 저희도 잘 다닐게요.”

스칼렛과 이슬두잔이 던전 안에 들어서면서 감사를 표했다.

사냥이 보장된 확실한 길드 전용 사냥터.

그것도 지금 알려진 곳 중에 가장 상위 사냥터다.

이런 보상은 어디 가서도 받을 수 없다.

사장님이 그때 말을 꺼내셨다.

“일단, 광산 던전은 몇 개나 더 있더구나. 우리 말고는 그쪽에서 사냥을 하게 되겠지.”

하긴, 아예 이 근처에서 우리만 사냥 가능하다면 밸런스가 말도 안 된다.

“그러니까 이쪽은 특혜, 나머지는 아등바등하면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그런 그림이네요.”

“그래. 그렇지.”

“물약이나 아이템은 전부 이곳 로테에서 거래해야 하고요?”

“거리상으로는 여기 밖에 없다. 그래서 좋은 거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백여 명이 넘는 사람이 던전에 진입했다.

던전 형태는 전과 유사.

미니맵은 까맣게 변한 것이 전과 완전 다른 장소로 인식되었다.

“일단 가볼까요?”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작 장소에서부터 조금씩 움직였다.

통로 벽은 전과 달리 뼈가 많이 장식되어 있었고 더 울퉁불퉁하다는 점만 빼면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계속 통로를 지나가는데 몬스터가 전혀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왜 이렇게 몬스터가 없지?

전용 던전이라 그런가?

의외로 몬스터가 적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뭔가를 본 재중이 형의 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던전 속을 울려 퍼졌다.

“전부 피해!”

그리고 갑자기 통로의 벽들이 터지면서 박혀 있던 뼈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뼈가 마치 폭탄이라도 되듯.

심지어 바닥까지도.

“으악!”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사방에서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수십의 사람이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먼 통로를 통해 수없이 많은 뼈가 부딪히면서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여긴 대체 뭐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