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12화 (310/1,404)

# 312

#312화 칼바람 둥지 쟁탈전 (3)

강화 하르포가 한 번씩 불꽃을 내뿜어 브링어들을 떨어뜨리자 칼바람 둥지를 향해 날아들던 브링어 대부분 속도를 늦추거나 선회해서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달려들면 죽는다.

그런 생각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아 넣었다.

“돈이 좋긴 좋네.”

나와 함께 썬더볼트를 탄 재중이 형이 키득거리며 전방을 주시했다.

“들어간 돈이 얼만데요. 이 정도 못 하면 잠도 못 자요.”

베록에 들어가는 강화 하르포를 잔뜩 배치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일단, 브링어의 기본 장갑으로는 못 버틴다.

베록이 화려한 전투를 위한 기동력을 가지진 못했으나 설치된 강화 하르포의 위력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강한 포대를 여럿 가진 기함이라고 해야 하나?

반면에 브링어는 날렵하지만, 방어력과 공격력이 우리 기준에미치지 않고 있었다.

베록과 브링어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내릴 수 있는 사실.

그럼 남은 것은 스탄.

그렇다면 남은 것은 스탄인데, 과연 스탄을 가진 사람들이 무작정 달려들까?

“스탄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의외지만, 저놈들은 계속 지켜보다가 틈이 생기면 들어오겠지. 먼저 달려들진 않아. 저놈들 입장에선 스탄은 비장의 무기쯤 되니까.”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시간은 벌었네요.”

상대편에 스탄이 있든 없든 달려들지 않는 이상 원래 원했던 그림대로 확실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베록의 부재로 강화 하르포의 쿨타임, 그리고 위력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달려들어, 빈틈을 찾으려는 일부 브링어들을 향해 강화 하르포가 불을 내뿜었다.

지금은 길드원 전부 탑승한 상황이라, 예전과 달리 모든 하르포의 구동이 가능했다.

베록 세 대에 달린 하르포만 해도 수십 발.

날아다니는 포탑과 다를 게 없어 달려드는 브링어들을 아주 손쉽게 격추했다.

<스칼렛> 클리어 했어요!

<이슬두잔> 이쪽도 깔끔하게 클리어!! 정말 스탄 좋네요! 브링어하고 비교조차 할 수 없어요!

두 길드에 배치된 스탄만 해도 스물한 대나 된다.

베록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저렇게 모이면 하나의 함대로 충분하다.

적당한 쪽수로 밀어붙이면 분명 난전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들어왔을 텐데…….

오히려 눈치만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대편 역시 어떻게 뚫어야 하는지, 한참 의논을 하고 있겠지?

그렇게 사람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어느새 압축 하르포의 쿨타임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사실 스탄과 베록으로 깔끔하게 저지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쪽수로 밀어붙인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다.

“아직 연합과 비슷한 상태긴 하지만, 막 밀어붙이진 않을 거야. 욕심이 있거든. 먼저 나서서 브링어를 잃는다면 공성전에서 힘을 잃는 것과 똑같으니까. 뭐, 우리처럼 수직적인 명령체계가 있다면 또 모를까.”

재중이 형이 한심하다는 듯 칼바람 둥지 주변에 잔뜩 모여 있는 비공정들을 바라봤다.

심리전.

공성전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은 꽤 이기적이다.

일단 내가 아니면 된다.

내 전력은 최대한 아끼고 누군가 희생하길 기다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손해가 나더라도 누군가 나서주길.

저런 마인드 덕분에 서로 눈치만 보면서 시간은 점점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은 현재 우리 편이다.

날아다니는 동안에도 번개 폭풍이 꾸준히 비공정의 내구도와 타고 있는 사람들의 체력을 갉아먹으니까.

칼바람 둥지가 보호해 주는 우리를 제외한 모든 병력에 광역딜이 들어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마, 다른 공성전과 다르게 이번 공성은 단기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걸 사람들도 아는지 등이 떠밀리듯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칼렛> 다시 움직여요. 그런데 좀 움직임이 이상하네요.

<이슬두잔> 저희 쪽으로 비공정들이 몰리는 것 같아요. 지원 올 수 있나요?

둘의 상반된 연락에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호오, 한 곳을 뚫어보겠다? 의외로 단합이 잘 되잖아?”

“우리도 움직이죠.”

사방으로 덤벼봤지만 일제히 추락.

이쪽의 하르포가 쿨타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모르고.

그래서 아예 하르포가 적게 포진된 한 지점을 뚫기 위해 뭉친 것 같았다.

사장님도 상황을 파악하시고 바로 베록의 위치를 수정했다.

우리도 이슬두잔이 맡은 위치로 자리를 옮겼고.

“하르포 위치 옮길 수 있어?”

“지금은 무리죠.”

칼바람 둥지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NPC들을 조작해야 하는데 지금으로는 그건 무리였다.

전투에 아주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동력이 거의 없는 하르포를 일일이 옮기다 보면 분명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빈 곳이 나올 것이다.

그러려면 그냥 인력으로 막아버리는 편이 좋겠지.

그걸 위해 두 길드를 불러들인 거니까.

사장님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모든 비공정의 위치가 재배치되었다.

그리고 이슬두잔이 맡고 있던 방위를 바라보자 안 그래도 많았던 브링어가 더욱 바글바글하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 저런 곳에서도 통하네. 누군가 나 대신 떨어져 주길 바라는 건가?”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그런 심리로 모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뭉쳐 있어도 제각각 행동하는 것을 보면.

<카이저> 온다. 다들 대비…….

사장님의 외침과 동시에 사람들이 이번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주호> 챠밍! 앞 라인에…….

<챠밍> 네! 지금 가요!

원래는 돌발상황이 생기면 쓰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전사 형의 베록 갑판에 착지해 있던 트리스탄이 떠오르더니 나와 재중이 형의 썬더볼트 사이로 날아왔다.

나와 잠깐 눈이 마주친 챠밍은 다시 수많은 브링어가 날아드는 정면을 주시했다.

그리고 순간 트리스탄의 하르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 압축 하르포! 】

기함 베록에 딱 하나 배치된 압축 하르포가 트리스탄에는 무려 세 개나 달려 있었다.

썬더볼트마저 한 번에 마비시킬 정도의 화력.

단지 브링어 한 대를 격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브링어와 또 바로 그 뒤에 있는 브링어를 격추시키기 위한 최고의 화력이었다.

압축 하르포 범위 내에 있던 브링어들에게 선사한 가공할 위력은 이내 시스템음으로 변해 울리기 시작했다.

《 ……선장이 사망했습니다. 주변에서 새 주인을 찾습니다. 유저 검색 중……. 》

:

《 ……선장이 사망했습니다. 주변에서 새 주인을 찾습니다. 유저 검색 중……. 》

《 챠밍 님이 료 님을 죽였습니다! 1 Kill. 》

《 챠밍 님이 콜라 님을 죽였습니다! 2 Kill. 》

:

《 챠밍 님이 구만리 님을 죽였습니다! 71 Kill. 》

그것도 단 한 발에.

그리고 두 번째 압축 하르포 발사.

【 압축 하르포! 】

그것에 다시 시스템음이 주르륵 울리기 시작했다.

“휘유!”

재중이 형의 휘파람 소리, 그만큼 만족한 모양이다.

“형 아직 메인이 남았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트리스탄의 주포인 썬더볼트 압축포가 파랗게 달아오르다 이내 광대한 뇌전으로 변하여 쏘아졌다.

주변 공기를 찢어발기며 쏘아져 나가는 뇌전의 다발에 관통된 브링어는 말할 것도 없고, 흩어져 나오는 뇌전 줄기만 스쳤음에도 브링어들이 다운되며 그대로 동력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정면에 걸리는 모든 것들을 터뜨리거나 멈춰 버리는 썬더볼트 압축포의 위력.

마지막 페이즈의 썬더볼트도 다운시킬 정도의 위력인데 브링어가 버틸 수 있겠는가.

단 한 발에 수십 대의 브링어가 추락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경악했다.

채팅창이 터져 나갈 듯 올라갔고 시스템음도 정신없이 울려댔다.

“이건 뭐, 압도적이란 말도 부족하잖아?”

재중이 형의 감탄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삭제.

트리스탄 단 한 대가 나섰을 뿐인데 거의 백여 대에 가까운 브링어가 추락했다.

전투력 면에서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챠밍> 생각보다 훨씬 잘 먹히네요.

<주호> 그러게. 쟤들 쫀 거 봐.

어느 정도껏 강해야 상대할 생각이 들 텐데 지금은 그것도 뛰어넘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아예 트리스탄 정면으로는 그 어떤 브링어도 날아들지 못했다.

심지어 트리스탄의 앞머리가 조금만 돌아가도 그 직선 궤도에 있는 브링어들이 죄다 도망가는 엽기적인 일까지 생겨났다.

초기의 기세는 이미 한풀 꺾여 우왕좌왕하는 상황.

그럼에도 워낙 수가 많아 결국, 전면전이 일어났다.

수성 측에서는 강화 하르포, 그리고 베록과 스탄의 지원에 힘입어 라인을 겨우 유지했고, 공성 측은 그저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전개가 계속 이어졌다.

이미 추락한 브링어만 모아놔도 눈이 번쩍 뜨일 돈이 나오겠지.

이 싸움의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빈털터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저 죽어서 아이템 하나 떨어뜨리고 마는 단순한 공성전 수준은 이미 넘어갔다.

이젠 어느 한쪽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스칼렛> 뚫렸어요!

“우리도 가죠.”

브링어가 하나둘 하르포의 방어선을 뚫고 지나오면서 더 이상 하르포만 믿고 있을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라인을 뚫고 들어온 브링어가 기세 좋게 칼바람 둥지의 중앙을 향해 날아가려고 하자 곧장 가속을 붙여서 따라붙었다.

음?

생각보다 더 빠르잖아?

기존의 속도보다 지금이 훨씬 빠른 것 같은 느낌.

아니, 확실히 빨랐다.

속도가 꽤 많이 상향되어 있었다.

패치에 민첩 수치에 따라 속도가 올라간다더니 확실히 좋아졌네.

순식간에 브링어의 뒤꽁무니에 달라붙었다.

“뒤에! 붙었어!”

“썬더볼트! 주호다!”

상대가 급하게 발사한 하르포는 썬더볼트를 반회전 롤링시키면서 스치듯 피했다.

묘기에 가까운 기동력, 역시 기동력 면에서는 역시 압도적이다.

거기다 반응속도가 월등해 트리스탄보다 더욱 자율적인 행동이 가능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오는 움직임에 만족하면서 썬더볼트의 큰 이빨로 브링어의 뒷부분에 있는 추진 기관을 그대로 강하게 씹었다.

단순히 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썬더볼트에서 뇌전이 흘러나가 퍼지더니 브링어의 추진기관을 아예 정지시켜 버렸다.

그리고 크게 한 번 흔들자 브링어에 타고 있던 유저들이 충격을 버티지 못해 허공으로 튕겨 나가 추락해 버렸다.

“으악! 추락한다!”

“나 고소공포증 있다고!”

“야! 이…….”

다시 한 번 뒤흔들자 이번엔 아예 뭔가를 잡고 버티고 있던 사람들까지 손을 놓치고 튕겨 나갔다.

만족스럽네.

충분히 원하는 수준의 파워가 나왔다.

하긴 네임드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그때, 뒤쪽에서 방어진을 뚫고 온 두 대의 브링어에서 동시에 하르포가 뿜어졌다.

방어진이 더 뚫린 건가?

순간 썬더볼트를 뒤로 크게 반회전시키면서 입에 물고 있던 브링어를 풍차 돌리듯 돌렸다.

방패처럼.

그러자 날아오던 하르포 모두 썬더볼트가 물고 있던 브링어에 처박히면서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입에 물고 있던 브링어는 반쯤 터져서 박살났지만.

“미친……!”

“뭐, 저런 게 다 있어!”

바로 썬더볼트를 조작해 입에 물고 있던 브링어를 공격했던 브링어 중 한 대를 향해 강하게 날렸다.

그렇게 내가 날린 브링어와 기동력이 약해 도저히 피하지 못한 브링어 한 대가 공중에서 강하게 충돌하면서 둘 다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그리고 남은 한 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오지 마!”

“저거 누가 좀 떨어뜨려!”

브링어의 주포가 쿨타임에 걸리면 그때부터는 그냥 날아다니는 샌드백일 뿐이다.

스치듯 브링어의 뒤로 돌아간 뒤 썬더볼트로 다시 추진 기관을 씹었다.

그러자 털컹거리는 느낌과 함께 브링어 한 대를 다시 포획했다.

보자…….

이건 어디에 선물로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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