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05화 (303/1,404)

# 305

#305화 균열 (2)

《 균열이 한계를 넘어 언데드 군대가 로가슈 왕국으로 진격합니다. 곧 로가슈 왕국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

베록을 타고 날아가는 중에도 계속해서 채팅창에 방어전이 시작된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베네아 방어전하고 다르게 주위에 있는 모든 유저에게 전체 알림이 계속되는 상황인 듯했다.

이것은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쌓아둔 기여도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만약 사장님에게 아무런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다면 우리가 원인이었을 확률이 아주 높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반드시 방어전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평범한 일반 유저라면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일을 위해 제3 광산 지대로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전사 형이 베록을 운전하면서도 실룩샐룩 웃는 것을 참지 못했다.

“넌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은 거냐?”

옆에 있던 날 보면서 말하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RTP가 높아서 그런 건지 아닌 건지.

요즘 들어 어쩌면 단순히 반응만 빨라지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중에 유혜선 팀장에게 한 번 물어봐야 하나?

사실 이런 일은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서 아마 증명하기도 힘들 것 같다.

“아, 전사 형. 정기 점검 때 시간 있어요?”

“응? 나야 괜찮지. 무슨 일 있냐? 회식 한 번 하게?”

회식이라는 말에 우리 팀의 고개가 일제히 나에게 향했다.

음, 요즘 뜸했지.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 하기에는 서운한 그런 일이긴 하다.

게임에서 매일 본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맛있는 것을 먹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불판 위에서 아름답게 구워지는 삼겹살의 좔좔 흐르는 기름기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로스트 스카이는 갈 길이 멀다.

언젠가는 이것도 구현해 내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것도 괜찮죠. 사실 전에 이야기한 DS 사에 한 번 같이 가보려고요. RTP 검사도 받으면 좋겠고.”

내 말에 전사 형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했다.

“아, 난 그거 예전에 해봤어.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네. 한지 하도 오래돼서.”

“그래요?”

전사 형은 해봤구나.

혹시나 했는데.

“나르샤 누나도 검사 해봤어요?”

“나?”

“네.”

내가 시선을 돌려 나르샤 누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하자 나르샤 누나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해봤어. 나도 꽤 된 것 같기는 한데…… 아마 몇 년 됐을걸? 갑자기 그건 왜?”

“아, 그게 DS에 아는 팀장님이 있는데 같이 오면 RTP 검사 해준다고 해서요. 물론, 검사비 없이!”

“오, 인맥 좀 있네?”

나르샤 누나가 기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사실, 그 인맥이 끝입니다.

내가 아닌 인맥 중에는 유혜선 팀장이 제일…….

아니,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도 있지만 내게 제일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은 유혜선 팀장뿐이다.

시선을 돌리자 나와 눈이 마주친 이쁜소녀가 수줍게 손을 올리더니 말을 꺼냈다.

“음, 저도 해보기는 했어요.”

소녀는 유혜선 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도 가장 관리를 잘 받는 사람일 것이고.

마지막으로 챠밍을 바라봤는데 챠밍은 그저 고개만 저었다.

“전…… 없어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뭐, 요즘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없을 거야,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기기가 발달했으니까. 챠밍 넌 4세대가 처음이라고 했지?”

“네, 그전에는 할 시간도 없었고. ……가 아니었으면 딱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챠밍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응?

잘못 봤나?

날 잠시 바라봤던 것 같은데…….

“잘됐네. 주호 따라가서 이번에 검사 좀 받아봐. 이젠 검사에 큰 의미가 없기는 해도 수치를 알아두면 꽤 재밌을 거야.”

재중이 형 말에 내가 한숨을 쉬었다.

“재미입니까…….”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는 것을 지금 느껴 버렸다.

기기가 발달해서 더 이상 RTP 검사가 필요 없는 시대라…….

유혜선 팀장도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4세대가 나오면서 굳이 비싼 돈 내고 검사를 받지는 않는다고.

돈에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나 좀 받고 가는 정도지 일부러 하는 경우는 잘 없다고 했다.

전사 형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내게 물었다.

“음, 그러고 보니 궁금하기는 하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수치 꽤 높지? 평소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불멸 형님하고 거의 동급일 것 같은데.”

“아, 그게…….”

내가 당황하자 말을 듣던 재중이 형이 오히려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너, 쟤 수치 알면 엄청 놀랄 건데?”

내가 주저하니 재중이 형이 괜찮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마치 문제가 없으니 편안하게 하라는 것 같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예전에는 콤플렉스에 가까운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그냥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이젠 더 이상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니까.

더 이상 나를 감출 필요는 없다.

“휴우, 이젠 말해도 되겠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난 뒤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렇게 하기 힘들었던 한 마디를.

“500요.”

사실은 더 높지만.

어차피 구현 한계가 이 수준이라.

더 이상은 말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응?”

“뭐?!”

그런데 그 수치만 듣고도 나르샤 누나와 전사 형이 번갈아 가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전사 형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진짜? 레알? 실화?”

전사 형이 잔뜩 흥분한 채로 내 양어깨를 강하게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전사 형. 이거 좀 놓고요.”

“아, 그래. 내가 좀 놀라서. 500이 존재할 수 있는 수치였나? 그런데 네가 이런 것 가지고 장난칠 애가 아니니 더 무섭네.”

그 말에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 존재하는 수치 때문에 엄청 고생했었다.

그리고 500이 최대치가 아니라 평균치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하려나…….

“늦게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뭘 미안하기까지야. 대충 사정은 알겠네.”

역시 이쪽으로 잘 알아서 그런지 수치만 듣고도 이해를 했다.

그리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오히려 전사 형이 크게 웃어 보였다.

나르샤 누나 역시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야 높으면 당연히 좋지. 사실 수치를 몰랐어도 큰 상관은 없잖아?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리 에이스.”

그때, 이쁜소녀가 날 보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오빠, 정말 힘들었겠네요.”

예전에 유혜선 팀장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현실에서 행동에 제약받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얘도 한동안 고생을 했다는 것을.

RTP에 대해서 재중이 형 다음으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너도 고생했다.”

자세하게 파고들면 나와는 다르게 타의로 집안에서 못하게 막은 거라 케이스는 좀 다르기는 하겠지만.

뜻이 많이 함축된 내 말에 이쁜소녀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전사 형이 뭔가를 발견하고 외쳤다.

“자자,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 아래를 봐.”

어느새 광산 지역으로 날아온 베록의 아래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데드 군단이 한 방향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로가슈 왕성 쪽인가?

“와, 끝이 안 보여요.”

이쁜소녀가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다.

나르샤 누나도 놀란 듯 말했다.

“대체 수가 얼마나 되는 거야?”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중에서 바라보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엄청난 규모라는 거니까.

재중이 형도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저기 위에다가 광역기 한 방 쏘면 재밌겠는데?”

“재미는커녕 쫓겨 다니다가 죽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나라도 저 대규모 무리에는 답이 없다.

성벽을 끼고 싸우지 않는 이상은.

“아쉽네. 완전 걸어다니는 경험치인데…….”

“그건 그렇죠.”

쓸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르긴 해도 수십 레벨은 그냥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저 무리를 보면서 그대로 진행하려고

“흠, 좋아. 가보자.”

재중이 형의 신호로 지상에 착륙해서 보니 그동안 광산 지역을 가득 채웠던 몬스터들이 씨도 남기지 않고 싹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리젠도 되지 않는 상태로.

전에는 전진한다고 몹을 수차례 죽여도 길이 트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사 형이 앞장서서 나가는데 걸리적거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필드만 따로 만들어둔 것 같은 적막함까지 느껴졌다.

“이건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은데…….”

전사 형의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럼, 어디로 들어갈 겁니까?

그 말에 재중이 형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광산 지대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열 개가 넘는 광산 입구가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황.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자. 어차피 모르잖아.”

그 말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까이 있는 광산 입구로 진입하자 우리도 역시 따라 들어갔다.

광산 높이나 넓이가 모두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게 파여 있어 빛이 그나마 있는 입구에서는 편하게 들어갔지만 진입할수록 빛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 라이트! 】

챠밍이 라이트를 시전하고 나서야 겨우 시야가 밝혀졌다.

지력이 올라가서 그런지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넓게 빛이 퍼져나갔다.

“저만 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응, 부탁해.”

챠밍은 지력이 높아 한 번에 쓸 수 있는 스킬도 많아 이 정도는 크게 부담이 안 되었다.

밝혀진 광산 내벽을 바라보니 곳곳에 하르를 캐다만 흔적들이 가득했다.

예전에 베네아 지하 던전에서 보던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였다.

“여기 광부 취직해도 되겠는데? 생각보다 하르가 많아.”

전사 형이 손으로 외벽을 훑다가 뭔가를 보고 놀란 듯 갑자기 벽에서 튕기듯이 멀어졌다.

“허, 이건…….”

“왜 그래요?”

“이거 봐라.”

전사 형이 가리키는 벽을 보니 누가 봐도 깜짝 놀랄만한 것이 있었다.

해골의 잔해들이 광산 벽 가득히 박혀 있었다.

그렇게 반쯤 파묻혀 절규하는 것 같이 보이는 해골들에 전사 형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벽에서 떨어졌다.

“……여기 대체 뭐하던 곳이냐?”

“단순한 광산은 아닌가 보네요.”

왜 언데드가 여기 그렇게 많은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움직이는 해골도 잘 잡으면서 뭘 쫄고 그래. 가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광산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하긴 그렇군요. 그래도 분위기 하나는 죽여줍니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움직이는 전사 형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조금씩 전진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전사 형이 미스트 쉴드를 앞으로 내밀면서 전진하는데 한참을 걸어가는데도 어떤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몬스터가 싹 빠져나간 것 같네요.”

“넌 진짜 난 놈이야.”

전사 형이 감탄을 하면서 점점 걷는 속도를 끌어올리자 미니맵의 검은 부분이 확 걷히기 시작했다.

“이거, 몬스터들 많을 때 들어왔으면 진짜 개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완전 미로에요.”

확인해보니 누가 봐도 굉장히 복잡한 미로였다.

예전에 늑대 던전은 그냥 일자형 던전처럼 생각될 정도로.

선택이 필요한 갈림길이 수시로 나오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된 점이 있었다.

“여기 다른 광산 입구입니다.”

전사 형의 말에 재중이 형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입구들이 전부 연결되어 있겠네. 개미굴처럼.”

“아무래도 내려가는 입구를 찾으려면 고생 좀 하겠습니다.”

다행히 몬스터가 없어 미로를 찾는 일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하고 내려갔으나…….

“여기도 몬스터가 없어요.”

챠밍이 캐스팅된 마법을 다 풀면서 안도했다.

층을 내려가면 갈수록 강한 녀석들이 나올 텐데 지금은 몬스터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광산 탐험.

중간에 함정이 있긴 했지만 몬스터가 없어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한참을 더 내려가 나르샤 누나가 이제까지 내려온 미니맵을 확인해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 정말 넓어.”

7층에 달하는 던전인데 지상과 비교해보니 총넓이가 근처 산맥 전체 면적만큼이나 넓었다.

여기 몬스터가 우글우글했으면 끔찍했겠네.

아무런 제지도 없이 어느새 7층의 끝에 도달하자 시뻘건 핏빛 마법진이 눌러 붙어 있고 거대한 뼈로 만들어진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위기가 네임드겠네요.”

내 말에 다들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전사 형, 들어가죠.”

“뭐가 시작될지 모르니 뒤에 바싹 붙어.”

전사 형의 신호에 모두 전사 형 뒤쪽으로 섰다.

그리고 전사 형이 두 손으로 뼈문을 그대로 밀어서 열었다.

《 미치광이 리치의 연구실에 입장합니다. 》

리치?

흔히 아는 그 리치가 맞나?

그런데 입장하자마자 어이없는 시스템음이 울렸다.

《 미치광이 리치가 연구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 미치광이 리치의 비밀방이 열립니다.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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