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04화 (302/1,404)

# 304

#304화 균열 (1)

일단,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베록을 띄웠다.

라이덴을 잡을 때, 썬더볼트도 리젠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아 그냥 돌아왔었다.

언제 리젠 될지 모르는 썬더볼트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에.

만약 썬더볼트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팀이 있었다면 시간을 버리더라도 확실하게 잡고 왔을 것이다.

게다가 광산에서의 사냥 때문에 거의 잊고 있었다.

그저 리젠 시간이 굉장히 길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러다 썬더볼트가 짠, 하고 나타났다.

“전사 형, 리젠 시간이 어떻게 돼요?”

“대략 70시간 정도.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만.”

“엄청 기네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밖에 못 잡겠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네.

아직 썬더볼트를 잡아서 얻을 것이 많은데 좀 아쉬웠다.

“스칼렛 하고 약속한 것도 있으니 잡아줘야죠.”

애초에 계약 자체가 하늘길을 우리가 안전하게 열어주면 스칼렛이 오가면서 돈을 쓸어 모아 우리에게 넘겨주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차질을 빗게 되면 우리나 스칼렛이나 모두 손해다.

비공정 한 대만 떨어져도 그 안에 탑승한 사람들까지 모두 추락했을 테니.

안전하다는 이미지야 둘째로 치더라도 손해가 제법 예상되었다.

내가 그 말을 재중이 형에게 했더니 그냥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

“어차피 대안도 없잖아. 감수하면서 했겠지. 스칼렛이 그렇게 어수룩한 여자도 아니고. 이미 조건에 다 넣었을걸? 추락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정도의 조항이려면 되려나.”

“확실히 그런 식이라면.”

보험은 미리 다 들어놨다는 소리네.

스칼렛도 이런 쪽이라면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간다.

뭔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사항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오직 이득만 보는 방법으로.

“흐음, 3일에 한 번은 너무 적은데 리젠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면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쯤 됐으려나.”

“잡으라고 놔둔 네임드가 아닌 느낌이네요.”

“뭐, 그런 거겠지.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을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왕국 쪽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억지로 우리가 돌파한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왕국 쪽에서 갈 수 없는 지형이 많았던 거네요.”

“어, 사장님이 돌아다니다가 막혀서 돌아온 곳도 많아. 아직 열어놓지 않는 곳도 있었고. 조만간 풀어주겠지.”

사장님 말로는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지나갈 수 없는 지형이 몇 곳 있다고 했었다.

분명히 반대편은 존재하는데 갈 수 없는 곳.

아마 준비가 덜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그런 곳이 아닌 곳을 뒤지다가 찾아낸 곳이 지금 광산 지대다.

“남들이 몇 달 해야 하는 콘텐츠를 며칠 만에 아작내고 있으니 개발 속도가 따라갈 수가 없을걸. 아무리 미리 준비해놨다고 하더라도.”

“운영자들이 우릴 정말 싫어하겠네요.”

“못 잡아먹어서 난리지. 전부터. 요즘에 그 양반 잠은 제대로 자면서 일하나 몰라.”

“전에 그 팀장요?”

대회 때 다크써클 가득한 상태로 내게 인사했던 사람은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쪽은 알아서 하겠지. 방해만 좀 안 했으면 좋겠다만.”

재중이 형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마치 누군가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요즘엔 잠잠하네요. 예전엔 하나 했다 하면 패치를 해버리더니.”

“흠, 나도 좀 이상하긴 해. 누가 압력이라도 넣었나?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때 전사 형이 약간의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주변에 사람도 많을 텐데…… 썬더볼트 잡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그냥 어깨만 으쓱 해보일 뿐.

“보라고 해. 어차피 따라 할 수도 없을 거니까.”

“하긴, 그렇군요.”

그 말을 하면서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동시에 날 바라봤다.

틀린 것은 아니네.

내가 아니면 그런 식으로 올라타서 잡는 것이 말이 안 되니…….

고속으로 롤링하면서 자기 멋대로 몸을 뒤트는 썬더볼트에 딱 칼 두 자루를 꼽아놓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

누가 들으면 정말 미쳤다고 할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 스펙이 더 높아지면 어떻게 가능할지는 몰라도 지금 수준에서 가능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하자 어느새 스칼렛이 불러준 좌표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었다.

나르샤 누나가 싸이클롭스의 눈으로 폭풍 너머를 먼저 확인하고는 이야기 해주었다.

“두 대 밖에 안 보여.”

두 대뿐이라…….

열 대 넘게 넘겨줬었는데 그게 혹시 전부 추락한 건가?

이 짧은 사이에?

바로 스칼렛에게 연락을 넣어봤다.

<주호> 상황은 어때요?

<스칼렛> 아, 도착했어요?

<주호> 두 대가 쫓기고 있는 것까지 확인했어요. 설마 전부 당한 거예요?

<스칼렛> 아뇨, 썬더볼트를 보자마자 바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게 만들었어요.

순간의 판단으로 다른 비공정들을 전부 살렸구나.

확실히 이런 면에서 머리를 잘 썼다.

만약 쪽수를 믿고 그대로 싸운다거나 같은 방향으로 도망갔으면 거의 다 추락했을 테니까.

<스칼렛> 알려준 정보도 있는데 썬더볼트와 맞붙는 건 미친 짓이죠. 최대한 피해는 줄였지만 두 대는 떨어져 버렸네요. 바로 못 피해서.

재중이 형이 그걸 옆에서 듣더니 말을 꺼냈다.

“이쪽이 약속한 것이 있으니 보상은 해줘야겠지. 지금은 손해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한 번 약속을 어기다 보면 나중에는 신용에 문제가 생기니까. 돈 관계는 확실히 하는 게 좋아.”

“그럼, 그렇게 하죠.”

<주호> 두 대 분의 스탄은 나중에 따로 공급해줄게요.

<스칼렛> 어머? 정말요? 솔직히 안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주호> 그런 계약이니까요.

<스칼렛> 흐음, 생각보다 확실하시네요. 맘에 들어요.

이건 이쯤에서 됐고.

이제 썬더볼트를 잡아야 했다.

베록이 더욱 접근하자 썬더볼트가 스탄의 뒤꽁무리를 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원거리 공격을 함에도 스탄이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틀면서 공격을 거의 다 피해내고 있었다.

저 느린 스탄으로 압도적으로 빠른 썬더볼트의 공격을 계속 피해 다녔다.

누구지?

운전 실력이 굉장한데?

<주호> 지금 누가 운전하고 있어요?

<스칼렛> 아, 칼이 하고 있어요. 덕분에 아직까지 안 떨어지고 버텼죠.

재중이 형이 눈을 반짝이면서 감탄을 했다.

“호오, 그 친구가? 제법인데?”

또 나왔네.

인재 탐색.

좀 잘하는 사람만 보면 어떻게든 끌어오려고 하는 저 눈빛.

“체할 거예요. 스칼렛이 내어줄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썬더볼트 움직임을 잘 읽고 있네. 이런 종류의 상황을 많이 해본 것 같은데?”

지금도 위험천만한 상황을 계속 넘겼다.

계속 구경할 수는 없지.

<주호> 지금부터는 우리가 맡을게요. 최대 속력으로 빠져나가세요.

<스칼렛> 그럼, 좀 부탁할게요. 슬슬 칼도 한계거든요.

그런 말과 동시에 스탄 두 대가 동시에 좌우로 갈라졌다.

변한 상황에 잠시 멈칫했던 썬더볼트가 고개를 돌리더니 왼쪽의 스탄을 따라가려고 몸을 돌렸다.

“나르샤 누나, 한 방 부탁해요.”

내 말에 썬더볼트를 계속 조준하고 있던 나르샤 누나가 압축 하르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베록이 뒤로 밀리면서 압축 하르포가 쏘아져 썬더볼트의 등을 강하게 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압축 하르포를 맞은 썬더볼트가 그대로 경직이 일어나면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스칼렛> 방금 뭐죠? 어떻게 썬더볼트를 한 방에…….

스칼렛이 깜짝 놀랐는지 바로 내게 연락을 했다.

<주호>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가자.”

재중이 형과 함께 썬더볼트에 올라타고, 챠밍과 이쁜소녀는 트리스탄에 올라 바로 추격했다.

어느새 경직이 풀려서 움직이려고 하자 이번에도 역시 탈것으로 들이받고 난 뒤 썬더볼트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렇게 이어진 상황에 썬더볼트로 건너가 하르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를 들고 비늘 사이를 찍어 눌렀다.

【 라이덴 하트! 】

그러자 사방으로 전기가 튀었는데 모자란 마력을 빠르게 채워주기 시작했다.

【 다크 아머! 】

【 다크 웨폰! 】

【 라이트 웨폰! 】

“전 준비 끝.”

각종 스킬을 전부 사용하면서 버티기에 돌입하자 썬더볼트가 날 떨어뜨리기 위해 온몸을 뒤틀어댔다.

하르 블레이드가 고강이 되면서 대미지가 더 잘 박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이후에는 어렵지 않았다.

재중이 형이 타고 있는 썬더볼트 탈것이 계속 목을 물어 체력을 떨어트리고 주변에서 날고 있던 트리스탄의 압축 하르포와 썬더볼트 압축포로 대미지를 계속 누적시켰다.

베록의 지원사격까지.

<스칼렛> ……지금 제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죠?

스칼렛의 경악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주변에 피해 있던 스탄 두 대가 보였다.

그리고 탑승한 사람들이 아예 한쪽 갑판으로 몰려들어 우리가 썬더볼트를 잡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촬영 동영상도 다 돌아가고 있으려나?

“또 난리가 나겠네요.”

“아아, 그렇겠지.

지금 영상이 올라가면 아마 게시판이 또 폭주할 것 같았다.

썬더볼트를 물어뜯고 매달리고 기절시키고.

비공정의 함포로 공중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 깨부수고 있으니까.

전기 저항 스킬과 흡수 아이템의 조합.

이 조합이 없으면 절대 못 따라 하겠지만 얼핏 보기에는 한 번쯤 따라 해보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썬더볼트의 밥이 되어주면 우리야 감사할 뿐이다.

“형, 이대로 잡아요? 테이밍 해요?”

“테이밍.”

내가 계속 매달려 있으면 테이밍이 되고, 중간에 몇 번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하면 테이밍이 풀려 버린다.

3일에 한 번 나타나는 썬더볼트는 테이밍 조건에도 걸리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확실히 우리 레벨과 이이템의 전력이 올라가다 보니 전보다 짧은 시간에 테이밍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 썬더볼트의 체력이 일정 일하로 떨어졌습니다. 》

《 썬더볼트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하시겠습니까? 》

역시 Yes를 누르자 썬더볼트가 인벤에 들어왔다.

그러자 근처에 떠 있던 두 대의 스탄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들려왔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챙겼으면 뜨자.”

재중이 형과 함께 썬더볼트를 타고 베록으로 귀환하자 이미 챠밍과 이쁜소녀가 올라타 있었다.

“몸은 어때요?”

챠밍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아, 전에 쓰러졌던 것 때문에 그런가?

“생각보다 오늘은 괜찮네. 시간이 짧기도 했고, 이젠 요령도 많이 붙어서.”

어떤 식으로 몸을 붙이고 또 힘을 분배하는 요령이 생겨 전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여유가 생겨 억지로 감각을 혹사할 필요도 없었고.

정말 처음이 어렵지 지금은 훨씬 수월했다.

내 표정이 좋은 것을 본 챠밍은 그제야 안도의 눈빛을 보였다.

“너무 걱정되는 일은 안 할게.”

“네, 고생했어요. 그럼 이제 돌아가요?”

“아무래도? 형, 어떻게 해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자. 여기선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관객들이야 즐겁겠지만.”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어느새 사방으로 스탄이 잔뜩 모여 있었다.

도망갔던 스탄이 전부 돌아왔나 보네.

“구경거리는 저도 좀 사양이라서.”

<주호> 먼저 갑니다. 뒤처리 부탁해요. 스탄은 돌아가는 대로 보내드릴게요.

놀란 표정과 당황한 표정이 뒤섞인 스칼렛이 흥분한 듯 말을 꺼냈다.

<스칼렛> 잡는 것까진 알고 있었지만 정말 테이밍까지 하시네요. 썬더볼트 탈것을 불멸 님이 타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주호> 운이 좋았죠. 저거 진짜 힘드니까 혹시라도 해볼 생각은 안 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굳이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해보면 알겠지.

우리가 움직이자 주변에 모여 있던 스탄이 일제히 갈라지면서 길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다시 폭풍 지대를 나와 로가슈 왕성으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시스템 음이 울렸다.

응?

《 균열이 한계를 넘어 언데드 군대가 로가슈 왕국으로 진격합니다. 곧 로가슈 왕국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

방어전?

여기서도 방어전을 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아직 제대로 파악도 안 된 몬스터들을 대상으로.

“형, 봤어요?”

“그래, 갑자기 방어전이라…… 이거 재밌는데? 우리에게만 뜨는 건지 아닌지는 확인이 좀 필요하겠네. 우리 기여도가 지금 좀 많긴 하지.”

형의 말대로 우리의 기여도가 비정상적이다 보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재중이 형이 확인 차 바로 사장님에게 영상을 걸었다.

<불멸> 사장님, 혹시 방어전 메시지 뜨던가요?

<카이저> 허허, 이거 참. 우리도 뜨기는 했는데 지금 사냥터가 엉망이다. 애들이 많이 죽었어.

<불멸> 그게 무슨?

<카이저> 갑자기 광산 입구에서 듣도 보도 못한 몬스터가 전부 튀어나왔다.

방어전…….

이 확실히 몬스터들이 몰려드는 것이었지.

그 시작점이 광산이라는 건가?

<카이저> 일단 애들은 전부 피신시켰다.

<불멸> 잘하셨어요. 왕성에서 만나죠.

<카이저> 아, 그리고 네임드로 추정되는 몬스터도 발견했다. 유독 강해 보이더라.

<불멸> 호오, 그런가요? 확실히 재밌겠네요.

사장님과 재중이 형의 대화를 듣다 보니 위화감이 생겼다.

이 시점에서 네임드가?

으음, 네임드라는 말이지…….

물론 전에 했던 방어전을 보면 오우거 로드가 네임드로 나서기는 했었다.

그런데 자꾸 걸리는 것이 있었다.

왠지 지금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리고 무심결에 말이 나왔다.

“형, 네임드까지 튀어 나왔으면 지금 광산에 뭐가 있죠?”

“응? 그게 무슨?”

내 말에 어리둥절하다가 재중이 형도 뭔가 생각났는지 날 보면서 웃기 시작했다.

“크큭, 이놈 봐라? 그래서 빈집털이 가자고?”

빈집털이라는 말에 모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모두를 마주 보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 빈집털이요. 광산 속에 뭐가 있나 한 번 털어보죠? 지금. 아무도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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