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
#303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6)
어깨에 한 방.
목에 한 방.
단 두 번의 공격에 해골 병사가 죽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요.”
내가 주로 사용하는 블레이드는 출혈 대미지가 높고, 타격 대미지가 낮다.
그 사실만 가지고 봤을 때, 이곳에서 사냥하는 것은 완벽한 난센스다.
해골 몹은 출혈 대미지에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아, 오직 타격 대미지로만 잡아야 하니까.
이러한 이유로 해골 종류가 많은 이곳은 내게 있어 굉장히 불리한 사냥터였다.
기본적으로 페널티를 먹은 채, 싸울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
그 페널티를 하르 블레이드 두 자루가 깔끔하게 날려 버렸다.
일단 신성력.
기존에 사용하던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보다 10강 하르 블레이드에 더 높은 신성력이 붙었다.
거기다 9강 하르 블레이드까지…….
그리고 9, 10강쯤 되면 블레이드라고 해도 타격 대미지가 꽤 높았다.
거기다 크리티컬 수정.
하나도 아니고 양쪽 무기에 다 붙으면 크리티컬 대미지 +10 이 올라간다.
예전에 수치가 낮을 때도 대미지가 확 늘어남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보다 수치가 훨씬 높았다.
그렇게 대미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단 두 번의 공격이라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이곳 사냥터에선 페널티를 먹음에도 불구하고.
“전에 열 번은 공격하지 않았어?”
타격 대미지가 높은 재중이 형은 일곱 번, 내 쪽은 거의 열 번은 쳐야 겨우 죽었었다.
“네, 정말 많이 줄었네요.”
사냥 효율로 치면 몇 배나 좋아진 셈이다.
무기 좀 바꿨다고 이 정도로 좋아지다니.
이래서 고강, 고강 노래를 부르는구나.
“나도 빨리 바꿔야겠는데?”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결론을 내렸다.
“일단 당분간 여기서 작업하자. 경험치도 나쁘지 않고, 댐지도 잘 뽑히니까. 적어도 우리 무기는 최상으로 맞춰놓고 이동하는 걸로.”
어차피 이곳 사냥터야 당분간 독점이나 마찬가지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최대의 효율을 뽑는 곳.
정제 강화석을 최대한 잘 써먹으려면 지금 이곳이 우리에겐 제일 좋은 사냥터였다.
다들 재중이 형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다른 말은 없었다.
일단, 최강 길드원들이 사냥하는 장소에서 좀 떨어진 곳을 찾았다.
우리가 워낙 여러 자리에서 몹을 끌어당겨서 근처에선 사냥이 힘드니까.
한 번 몰이를 하면 주변의 몹이 싹, 증발한다.
사냥했던 장소에서 좀 더 이동하자 최강 길드원들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졌다.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마음껏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거기다 눈만 돌리면 가득한 몹에 다들 어깨가 들썩였다.
“이거 잘만 몰면 어제보다 훨씬 많이 털 수 있겠습니다.”
“언덕을 끼고 돌아야 해서 좀 걸릴 수는 있겠는데?”
광산이 있는 산맥 안쪽으로 좀 더 들어온지라 평지보다는 언덕이나 나무가 더 많았다.
시야가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장소.
불편하다면 불편할 수도 있었다.
다만, 몹이 많았다.
산맥 초입인 평지에서 보다 훨씬 많이.
눈으로 대충 훑어도 돌아다니는 해골이나 구울을 바로 목격할 수 있었다.
몰이하다가 잘못해 뒤를 잡히면 몹들 사이에 갇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체 몹이 얼마나 많은 거지?
거기다 몹의 종류도 약간이나마 변했다.
색도 조금씩 짙은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해골 병사들이 손에 검 정도만 들고 다니던 것에서 방패를 든 해골 강화병, 긴 장창을 든 해골 강화 창병, 팔다리가 훨씬 길고 손끝의 색이 퍼렇게 짙어진 강화 구울 등 전부 ‘강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느 정도일까?
일반 해골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 여기서 사냥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잠시 확인 좀 할게요.”
내가 먼저 달려가서 따로 떨어져 있던 해골 강화병의 시야를 끌었다.
그러자 해골 강화병이 뼈로 만들어진 방패와 검을 들고 내게 바로 붙었다.
강화병이라 그런지 속도는 해골답지 않게 꽤 빨랐다.
방패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자 해골 강화병이 점프를 하면서 강하게 내려쳤다.
확실히 점프부터 내려치는 속도까지 모두 해골 병사와 눈에 보일 정도로 차이가 났다.
다만, 내 쪽이 훨씬 빠를 뿐.
아주 자연스럽게 옆으로 슬라이딩하면서 큰 간격을 두고 공격을 피해냈다.
피하면서 바로 하르 블레이드로 팔이 들려 있던 해골 강화병의 옆구리를 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타격을 받자마자 해골 강화병의 눈빛이 꺼져 버리더니 점프한 자세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설마 한 방은 아니겠지.
돌아봤는데 해골 강화병이 경직이 된 채,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쯤 되니 점점 의심이 간다.
이거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급소를 친다고 전부 경직되지는 않는다.
일정 대미지 이상을 주거나 누적시키면 경직이 오니까.
지금은 단 한 방에 경직이 될 수 있는 일정 대미지 이상을 줬다는 말이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미소 지었다.
“일반 몹은 찍소리도 못하겠네. 아주 좋아.”
마무리를 짓기 위해 버둥거리는 해골 강화병의 등을 밟고 하르 블레이드로 두 번 더 찍었더니 바로 가루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의외의 아이템이 떨어졌다.
『 +0 강화 본 블레이드 / 출혈 15 타격 7
언데드 대상 대미지 상승. 』
『 하르 핵 (x1) 』
완제품?
해골 병사와 달리 완제가 떨어지는 것도 신기한데 대미지가 하르 블레이드와 같았다.
스탯이 붙지 않는 것은 좀 문제였지만 옵션이 하르 블레이드와는 달랐다.
“형, 이거.”
드랍템을 보자마자 재중이 형이 잽싸게 달려왔다.
“호오. 이건 또 생각 외네.”
“그렇죠?”
우리 팀 모두 역시 다가와 드랍된 템을 관심 있게 바라봤다.
“잠시 빌리자.”
재중이 형이 강화 본 블레이드를 3강까지 만들고 난 뒤 여분으로 있던 하르 블레이드와 해골 강화병을 상대로 비교를 시작했다.
각각 두 마리를 잡고 난 뒤 재중이 형이 애매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흐음, 둘이 언데드 잡을 때는 비슷해. 나머지 상황은 하르 블레이드가 압승이네. 심장까지 돌리면 마력을 올릴 수 있는 하르 블레이드가 더 좋아질 거고.”
“이건 그럼?”
“하르 블레이드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차선책으로 쓸 수 있을 정도? 거의 이 사냥터 한정이야. 언데드가 아니면 그냥 좀 잘 드는 칼이고.”
“또 강화를 해야 하나 걱정했네요.”
“나도 하르 무기가 없었으면 이쪽을 썼을 거야. 기본은 충실해. 쌓아뒀다가 팔면 꽤 쏠쏠하겠어. 일반 해골은 템도 안 주더니. 무기 강화되는 대로 더 파고들자.”
해골 강화병도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변에서 몰이하기 괜찮은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전사 형, 이쯤이 좋겠어요.”
전사 형이 주변을 싹 둘러보더니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궁수병은 없네. 좋았어!”
다행히 궁수병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를 사냥터로 잡은 이유도 궁수가 없기 때문.
궁수병은 몰이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지금 나와 재중이 형, 나르샤 누나가 따로 돌아다니면서 몰아와야 하는데 궁수는 한 곳에 모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전사 형이 언덕 여러 개가 나란히 있어 뒤가 막힌 지형을 고르더니 신호를 했다.
“여기로 몰고 오면 딱 좋아. 어글 잡기도 편하고. 언덕 위에 챠밍이 올라가 있으면 광역기 타이밍도 한눈에 나와. 중간에 소녀가 뛰어들기도 좋고.”
“네, 그럼 이쪽으로 몰아올게요.”
그렇게 시작된 몰이.
각자 세 방향으로 흩어져 몹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언덕을 돌아다니면서 몰려 있던 해골 강화병, 해골 강화 창병, 강화 구울 등을 화살로 풀링해, 쭉 끌어들인 다음 큰 나무들을 돌면서 다시 언덕을 탔다.
그리고 다른 언덕 아래에 모여 있던 몹들을 다시 끌어당기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방향을 꺾었다.
몇 개의 언덕을 타고 넘으면서 몹을 모으자 내 뒤쪽으로 뼈가 맞부딪히는 소리와 구울의 울음소리가 뭉쳐서 들려왔다.
음, 한 열넷~열다섯 정도?
한 번에 녹이지는 못할 테니 이 정도만 모아서 다시 전사 형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와 재중이 형, 나르샤 누나가 몰아오자 전사 형이 산을 등지고 한 곳에 대기하다가 몹을 싹 끌어당겨 자신에게 붙였다.
【 오우거의 외침! 】
거의 오십여 마리에 육박하는 강화 해골이 우르르 뒤가 막힌 언덕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전사 형을 향해서.
막다른 곳에서 자세를 낮춘 전사 형은 바로 미스트 쉴드를 앞으로 내세우고 버텨냈다.
【 다크 아머! 】
【 라이트 쉴드! 】
일부러 좁은 공간에 전사 형이 들어가 있어서 한 번에 다 뭉치진 못하고 일자로 줄을 선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위로 한 줄기 강력한 뇌전이 쏟아졌다.
【 썬더 캐논! 】
일자로 몹들을 싹 쓸자 해골 몹 대부분의 뼈대에 뇌전이 흘러 경직되었고, 구울들은 싹 몸이 타들어 갔다.
그럼에도 거의 대다수의 몹이 남아서 버텨냈다.
초입 몹과 달리 체력이 꽤 높아서 죽지 않는 몹이 대부분이었다.
【 휠 윈드! 】
【 멀티 샷! 】
이쁜소녀도 달려들어서 휠 윈드를 써봤지만 워낙 반경이 작아 몇몇 몹들만 죽였을 뿐이었다.
원래라면 쭉 밀고 가면서 녹여야 정상인데…….
나르샤 누나의 공격도 그렇게 많은 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안 죽는데?
상대하는 것은 쉬웠지만 체력은 생각보다 많았다.
여기서 몰이를 제대로 하려면 팀원들의 무기를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 싸이클롭스의 외침! 】
전사 형이 보다 못 해 주변 몹들을 스턴 시켰는데 사거리가 좁아 외곽의 몹들 대부분을 놓쳐 버렸다.
그리고 그 몹들이 챠밍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형, 먼저 가요!”
총 이십 마리 정도의 몹이 챠밍을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지금 저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의 숫자.
전엔 겨우 서너 마리였는데.
몰이 숫자를 줄이든지 화력을 더 높이든지 둘 중 하나인가…….
【 대쉬! 】
달려가는 몹들을 빠르게 따라붙으면서 자세를 확 낮췄다.
그리고 하르 블레이드로 앞서 달리는 해골의 무릎 뒤쪽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크리티컬이 터지고 무릎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리면서 해골이 그 자리에서 나뒹굴었다.
다음.
속도를 그대로 살려 달려가던 강화 구울 옆구리에 날을 박아 넣었더니 역시 허리가 틀어지면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돌아갔다.
그 뒤로 발목, 무릎 옆, 허리 골반 등 관절이 있는 약한 부분을 차례대로 헤집어놓자 순식간에 이십여 마리의 몹이 바닥에 뒹굴어 버렸다.
달리던 녀석들을 따라잡아 정확한 속도로 정확한 관절 부위에 들어간 공격이라 죄다 크리티컬이 터져 쓰러졌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하르 스피어로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마무리해 버렸다.
“오빠,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챠밍이 어느새 다가와 감사 인사를 했다.
블링크로 빠지면 되기야 했겠지만…….
연속으로 계속 도망 다닐 수는 없으니까.
저 정도의 숫자는 확실히 부담이다.
그리고 썬더 캐논을 쓰면 마력 대부분이 날아가기도 하고.
확실히 몰이가 점점 힘들어지네.
어느새 몹을 정리한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 전사 형, 나르샤 누나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빠르게 달려가는 녀석들의 급소를 그 정도로 정확하게 찍어 넣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형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잖아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어깨만 으쓱했다.
전사 형이 상황을 다 지켜봤는지 말을 이었다.
“몰이 숫자를 좀 줄여야겠다. 생각보다 안 죽어. 하르 블레이드로 경직을 그렇게 넣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거야.”
전사 형도 같은 생각이구나.
이쁜소녀도 마찬가지.
“깜짝 놀랐어요. 너무 안 죽고 막 언니한테 달려가니까. 쫓아가려고 해도 휠 윈드 상태에서는 안 되고…….”
그때 재중이 형이 두 손을 들었다.
“미안, 미안. 내가 너무 과도하게 잡았네. 지형에 맞추면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음엔 반만 줄여서 안전하게 가자. 고생했다. 템 수거하고.”
재중이 형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드랍 템을 다 찾아보니 하르 핵이 한 번에 5개나 나왔다.
무기도 3개나 나오고.
“음, 이래서 몰이를 포기할 수 없다니까. 얘들이 훨씬 보상이 좋네.”
전사 형이 드랍템을 보고는 금세 표정이 풀렸다.
확실히 보상이 좋다.
전에는 구울 파수꾼을 잡아야 나오던 템이 여기서는 제법 잘 떨어졌다.
그렇게 초입보다 좀 더 들어간 곳에서 한참 사냥을 해서 템을 모으다가 복귀하려는 쯤에 사장님에게서 급히 연락이 왔다.
<카이저> 스칼렛 비공정, 지금 ㅤㅉㅗㅈ기고 있단다.
<주호> 네?
<카이저> 썬더볼트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미 한 대는 박살 났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스칼렛에게서도 연락이 들어왔다.
<스칼렛> 지금 좀 와주실 수 있나요? 급해요.
이런, 드디어 올 게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