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
#302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5)
“우와!”
이쁜소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탄성을 질렀다.
전사 형도 마찬가지.
“미쳤네…… 진짜 10강이야?”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내 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10강 하르 블레이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챠밍도 신기하다는 듯 하르 블레이드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빠, 10강은 처음 아니에요?”
“아. 처음이지.”
“아뇨, 서버 전부 다 해서요.”
그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전사 형에게 돌아갔다.
“음, 9강은 있었어도 10강은 처음일걸?”
전사 형이 바로 확인을 해주었다.
다른 서버의 이슈도 잘 아는 전사 형이 그렇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나르샤 누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전에 10강이 떴으면 게시판이 완전히 뒤집어졌을 거야. 자랑 안 하고는 못 버텼을 테니까.”
나르샤 누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스템 음이 울렸다.
무슨 일이지?
설마 또 점검인가?
《 주호 님이 【 +1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응?
전체 공지?
그것도 채팅 창에만 뜬 것이 아니라 정면의 하늘에 하얀색 시스템 글자가 큼지막하게 떴다.
마치, 서버의 모든 인원이 볼 수 있도록.
거기다 시스템 글자 양옆으로 폭죽 이펙트까지 터졌다.
운영자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걸 공지로 올려 버리다니.
그걸 본 재중이 형은 바로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이거 참 일냈네. 전체 공지라니.”
문제는 채팅창.
머리 위의 허공에 보란 듯 공지가 뜨자마자 채팅창은 초 단위로 셀 수 없는 글이 올라오면서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ㄷㄷㄷ. 미쳤다.
-10강? 이거 실화냐.
-하르 블레이드?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긴데? 무슨 10강부터 튀어나오냐.
-야, 정보 클릭 된다. 눌러봐라.
-와, 돌았네. 대미지 봐라. 이거 진짜 블레이드 맞냐? 타격치가 양손 무기하고도 비슷하네.
-출혈 대미지는 이미 우주돌파인데? PK 때 걸리면 진짜 한방에 찢기겠다.
-맞아, 샤르르~
-무기에 많이 붙어봐야 스탯은 3 아니었냐? 오우거 본 블레이드에 근력 3 붙는 것까지는 봤는데.
-ㄴㄴ, 아님. 7강 이상부터 스탯 더 붙더라. 스탯 붙어 있는 무기에 한해서. 울 길마가 오우거 본 블레이드 8강 만들 때 봤음.
-와, 그렇다고 해도 저 수치는 너무 한데. 어떻게 10단위로 붙냐.
-근데 신성력 대체 뭐임?
-뭔지도 모르는데 17이나 붙어 있다니. 주호 이 인간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저렇게 노니까 못 따라가지.
-진짜 가지고 싶네. 얼마쯤 하려나?
-설마 팔겠냐. 한 자루밖에 없을 건데.
-사는 건 생각도 안 함. 그냥 가격이 궁금함. 저 수치면 현 지존 템 아님? 부르는 게 값이겠네. 부럽다.
-랭커 애들 입에 침 줄줄 흐르겠구만.
채팅창의 내용을 보자 자연스럽게 이마에 손이 올라가고 한숨이 나왔다.
설마 무기 정보창이 클릭이 되다니…….
채팅창에 올라온 시스템 글귀에 나와 있는 【 +1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를 클릭하면 정보창이 세세하게 떠버렸다.
“난감하네요.”
이런 식으로 정보를 풀 생각은 없었는데…….
그동안 시스템 메시지로 강화 내용이 뜬 적이 없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전사 형도 난감해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벌어진 일 어떻게 하겠냐.”
전사 형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채팅창을 끄려고 하는데 그때 귓속말들이 막 날아들기 시작했다.
<사장님> 허허, 죽이는구나. 장하다.
<스칼렛> 어머? 축하해요! 설마 했는데 벌써 10강이라니…….
<이슬두잔> 와, 미쳤네요. 주호 님 대박. 그런데 저희 혹시 그 무기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전설> 무기 정보 방금 확인했습니다. 혹시 제대로 된 거래가 필요하면 연락 주십시오. 그리고 하르 무기 구할 수 있으면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폭군> 흠흠, 축하드립니다. 한 번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새 무기가 정말 궁금하군요.
<리더> 주호님 혹시 그 무기들 대량 구매 가능합니까? 애들이 보채고 난리입니다.
<화련> 그거 대체 뭐야? 나한테 안 팔래? 얼마면 돼? 부르는 대로 줄게. 나한테 먼저 팔아. 꼭 연락해!
나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귓속말이 왔다.
하나하나 답하기 곤란할 정도로.
“하아, 벌써 피곤하네요.”
내게 온 귓속말들을 재중이 형에게 보여줬더니 재중이 형이 씨익, 웃어 보였다.
“저 아이템 보고 침 안 흘리면 이미 랭커 탈락이지. 자존심이고 뭐고 없을걸.”
“무기가 좀 미치긴 했죠.”
내가 봐도 정상적인 무기가 아니긴 했다.
비슷한 무기를 찾자면 썬더볼트 블레이드밖에 없는데 한 자루밖에 없는 무기로 이 정도 강화에 도달하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 한꺼번에 4단계가 뛰는 강화가 터지지 않는 이상…….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그냥 하던 대로 해야지. 똥줄 타는 게 쟤들이야, 우리가 아니고.”
“알아서 가격이 올라가겠네요.”
광고를 워낙 거창하게 해버려서.
신성력이 알려지는 것도 이젠 시간문제다.
효용을 알고 나면 안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일단 유통은 스칼렛에게 맡겨두면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어주겠지.
“정제 강화석은 숨겨야겠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중에. 알고 나면 정말 뒤집어질 거다. 지금 정도로는 안 끝나지.”
“일단 귓속말은 전부 끌게요. 사장님한테 오는 건 따로 받아주세요.”
특히 화련에게서 귓속말이 끊이지 않고 오고 있어서 꺼둘 필요가 있었다.
“화련은 정말 살 생각인가 보네.”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다른 사람은 어쩔지 몰라도 화련은 정말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가격을 부르든지 간에.
“10강. 9강 두 자루…… 그대로 쓸까요?”
내 말에 우리 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르샤 누나마저 이번엔 놀란 듯 물었다.
“설마, 더 하려고?”
두 개 중 하나에 정제 강화석을 사용할 생각인데 왠지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네.
“음, 그냥 써야겠네요.”
“응, 다음에 해봐. 이미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보다 좋으니까. 한쪽이 날아가면 밸런스 무너질 거야.”
“알았어요, 확실히 한쪽만 강하면 그쪽으로만 컨이 치중될 거니까 여러 가지로 불편하겠죠.”
내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강화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라이덴 붉은 봉인 수정을 꺼냈다.
그리고 10강 하르 블레이드에 수정을 인챈트 시켰다.
『 +1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 25(15+10) 타격 17(7+10)
/ 마력+13 / 신성력+17 / 크리티컬 증폭 +5 』
퀘스트로 받은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가 거의 8강급 위력은 낸다.
하지만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와 다른 점은 수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수정을 인챈트 하면 무기 성능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퀘스트 무기를 계속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크리티컬 수정은 하나 더 필요하겠네.
9강 하르 블레이드에도 넣으려면.
“전사 형, 라이덴. 리젠 될 시간이죠?”
시간을 체크한 전사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자.”
***
베록을 띄워서 바로 폭풍 지대로 들어갔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에 진입하셨습니다! 》
“나르샤 누나, 썬더볼트 나타나면 알려주세요.”
“응, 잘 보고 있어.”
라이덴이 나와 있다면 아마 썬더볼트 역시 나와 있을 것이다.
그때, 이쁜소녀가 내게 물었다.
“썬더볼트가 이미 라이덴을 잡았으면 어떻게 해요?”
한 장소에 네임드가 두 마리가 있을 경우.
이럴 때가 곤란해진다.
특히 한쪽을 우리가 잡아야 할 경우에는 더욱.
“썬더볼트한테 화풀이해야지.”
“으음, 썬더볼트도 수정으로 만들면…….”
“나쁘지 않네. 그것도.”
전처럼 썬더볼트를 잡는다고 퀘스트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키면 냅다 수정으로 만들어도 된다.
“다만, 제작 아이템을 못 얻으니까 굉장한 손해겠지. 다른 것은 몰라도 썬더볼트 압축포는 꽤 필요하지 않으려나?”
“아, 한 방!”
이쁜소녀 말대로 한 방이다.
어지간한 비공정은 그냥 떨어뜨릴 수 있는.
썬더볼트 압축포로 도배한 비공정 하나만 있어도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푹풍 지대를 돌아다니는데 썬더볼트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안 보여요?”
“응. 전혀. 나도 이상하네. 왜 이렇게 안 보이지?”
나르샤 누나에게 안 걸릴 정도면 아예 주변에 없다는 말인데…….
“누가 잡았을까요?”
내 말에 나르샤 누나가 웃어버렸다.
“에이, 설마.”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으음, 아마 리젠 시간이 좀 다른 모양이네? 썬더볼트는. 적어도 하루 이상?”
“그런가요?”
“응, 아니면 설명이 안 되네. 라이덴은 아까 발견했잖아.”
“그럼 일단 라이덴부터 잡아놓죠.”
“전사, 방향 돌려.”
나르샤 누나의 말에 전사 형이 라이덴을 발견했던 지역으로 베록을 이동시켰다.
라이덴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날듯 올라타서 10강과 9강 하르 블레이드를 박아놓고 테이밍을 시도했다.
뭔가 스킬을 쓰려고 하면 챠밍과 이쁜소녀가 탄 트리스탄과 베록의 하르포가 계속 불을 뿜어 중요한 스킬들을 캔슬 시켜 버렸다.
거기다 재중이 형이 탄 썬더볼트가 라이덴을 목을 물고 놓아주지 않자 라이덴이 도망도 못 가고 계속 붙들려서 체력을 잃었다.
“누가 이거 보면 기겁하겠어요.”
“크크, 그렇지?”
공중 네임드 하나를 요리하듯 가지고 놀고 있으니…….
그렇게 한동안 테이밍을 시도해 라이덴을 얻었다.
《 라이덴의 체력이 일정 일하로 떨어졌습니다. 》
《 라이덴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하시겠습니까? 》
Yes를 누르자 바로 인벤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수정으로 만들었다.
《 테이밍 펫 : 라이덴을 수정화 하겠습니까? 》
역시 Yes를 누르자 청색의 빛이 나오면서 변환이 되었다.
『 라이덴 붉은 봉인 수정 / 크리티컬 증폭 +5 』
“바로 나왔어요. 푸른 수정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미 이야기가 끝나있어 9강 하르 블레이드에 라이덴 붉은 수정을 박아 넣었다.
『 +9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4 (15+9) 타격 16(7+9)
/ 마력+11 / 신성력+14 / 크리티컬 증폭 +5 』
이로써 두 자루 전부 완성된 건가.
“썬더볼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거 한 마리 잡자고 여기서 죽치고 기다릴 수도 없으니까. 리젠 시간이 하루 이상, 혹은 이틀 이상이면 썬더볼트 기다리다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 다 보낼 수도 있어.”
“난감하네요.”
폭풍 지대의 네임드를 쓸어주는 조건으로 스칼렛과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뭐, 이럴 땐 어쩔 수 없지. 스칼렛한테 알아보라고 해야겠네. 여기 돌아다니는 건 스칼렛밖에 없으니.”
“그래도 될까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뭐, 스탄 날아가면 하나 사주면 돼.”
하긴 그 정도 기여도는 넘쳐 난다.
지금도 기여도가 너무 많아서 주체를 못 하는데.
“그럼 가죠?”
새 무기들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빨리 써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
그대로 베록을 타고 다시 제3 하르 광산으로 넘어왔다.
주변에는 전과 다르게 꽤 멀리까지 여러 개의 사냥터를 동시에 잡고 사냥을 하는 최강 길드원들이 보였다.
이젠 익숙해져서 그런지 우리가 왔음에도 딱히 모여들거나 하지는 않았고.
지상에 착륙하고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었다.
“다들 사냥한다고 정신이 없구만.”
그 말에 전사 형이 역시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칼이 잘 박히니까 한참 재밌을 겁니다.”
“그럼 우리도 한 번 놀아볼까?”
재중이 형의 신호에 우리 근처에 리젠 되어 있는 몹에게 다가갔다.
“한 번 해봐.”
고개를 끄덕이고 눈앞에 있는 해골 병사에게 달려가 9강 하르 블레이드를 어깨 관절 사이로 그어 내렸다.
그러자 바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뼈로 된 팔 한쪽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어?”
관절 사이를 정확하게 공격해서 크리가 터진 것은 알겠는데…….
한 방에?
다시 10강 블레이드로 해골 병사의 목뼈를 쳤더니 그대로 목이 분질러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굴렀다.
그러자 해골 병사의 뼈다귀들이 그 자리에서 내려앉아 부서져 가루로 흩어져버렸다.
“두 방?”
뒤에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우리 팀이 경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끄러미 내 손에 들린 하얗게 빛나는 하르 블레이드들을 바라봤다.
10강 하르 블레이드.
이거 최곤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