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1
#301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4)
이건…….
의외인데?
이제껏 단 한 번도 NPC가 먼저 찾아와서 퀘스트를 제안한 적이 없었다.
전과 지금이 바뀐 것이라고는…….
딱 하나인가?
“기여도.”
전사 형의 흘리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트로아 요새에서도 기여도가 일정 이상이면 NPC들에게서 다른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곳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재중이 형이 쉴라의 말을 듣고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쉴라 이 여자, 다짜고짜 부탁부터 하네. 내용은 쏙 빼먹고.”
“확실히 그렇네요.”
부탁한다고 말은 건넸는데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없었다.
“뭐, 일단 받자. 설마 우릴 죽이기야 하겠냐.”
“못 먹어도 고?”
“고.”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바라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받아볼까?
쉴라의 정면에 뜬 선택지에서 Yes를 선택하자 쉴라가 반가운 미소를 짓고 설명을 시작했다.
『 그대라면 반드시 허락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
『 혹시 하르의 유례를 아시나요? 』
쉴라가 물었으나 고개만 저었다.
알 리가 없지.
로가슈 왕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NPC와 이야기를 나누어봤으나 그들은 그저 주민일 뿐이었다.
심지어 수송 부대장인 페터도 여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 했다.
그리고 왕에게 묻기엔 문제가 있었고.
항상 옆에 두 명의 기사가 자리를 지키고 서서 접근조차 불허했다.
『 하르는 잊혀진 신의 파편, 혹은 신의 유해라고 불리는 물질입니다. 수백 년 전 우연한 기회로 처음 발견된 이후,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었죠. 당시 마법계를 뒤흔들 정도로 획기적인 물질이었으니까요. 』
재중이 형이 팔짱을 끼고 한마디 했다.
“뭐, 신물질 같은 거려나?”
딱히 대답을 원해서 말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쉴라도 거기에 따로 답변을 주지는 않았다.
『 하르는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답니다. 기존의 마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까지요. 그렇게 두 번째 마법 시대가 열리게 됐어요. 생활, 문화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죠. 비공정이 날아다니고, 마차를 끌고, 빛을 내는 돌을 만들어냈죠. 』
전사 형도 집중해서 듣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 식으로 치면 산업혁명쯤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네. 이야기만 들어보면.”
재중이 형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 심지어 기사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기물까지 만들어졌어요. 반대로 마법사도 기사들처럼 강해질 기회도 생겼고요.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달라졌어요. 』
지금 우리가 그런 식이겠네.
누구나 스탯에 따라 기술도 쓰고 마법까지 쓸 수 있는 그런 존재들.
『 하지만 과욕이 너무 심했던 걸까요? 각기 다른 나라마다 서로 앞 다투어 성과를 내고 넘치는 그 힘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침범했어요. 하르가 많이 쌓인 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하르가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
『 서로 죽고 죽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그렇게 시작됐고,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답니다. 단 몇 해도 지나지 않아 세상이 온통 시체로 가득했어요. 』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입니다.”
듣고 있던 이쁜소녀도 한마디 했다.
“사람이 문제네요. 문제.”
전사 형의 한숨에 재중이 형이 동감한다는 듯 어깨만 으쓱했다.
“욕심이 과하면 뭐든 안 좋지.”
『 그렇게 세력이 밀려서 벼랑 끝에 다다른 국가들에서 결국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손을 대고 말았어요. 』
“뒤는 안 들어봐도 알겠네. 그래서 지금 이 꼴이 났다. 그건가?”
재중이 형의 예상대로 쉴라의 이야기에서는 이 세계가 어두운 하늘에 묻히게 된 몇 가지 이유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균열.
『 이미 열어버린 후에는 늦어버렸어요. 도저히 저희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요. 하르로 세상을 호령하던 국가들도 지금은 다 숨어들었어요. 살기남기 위해서. 그들이 버리고 간 하르가 풍부했던 수많은 도시가 지금은 유적지로 남아 있어요. 』
유적지가 그런 존재였나?
『 그리고 유적지나 광산, 산맥에 존재하는 하르를 변질시켜 흡수한 존재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어요. 그들의 심장은 하르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어 모두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요. 』
이건 네임드를 말하는 것이겠네.
고대의 마수쯤 되는.
심장은…….
이미 경험해서 안다.
심장 자체가 규격 외의 아이템이니까.
그때 챠밍이 의외의 말을 했다.
“마법사가 기사처럼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기물과 비슷한 것이 오우거의 심장 아닐까요?”
“아, 그렇겠네.”
듣고 보니 유사하다.
마력만 높으면 힘만 계속 찍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힘을 순간적으로 낼 수 있으니.
『 이런 균열에서 나오는 존재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답니다. 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반격하기 위해 제3 하르 광산에 있는 균열을 막아주세요. 』
《 메인 퀘스트 : 제3 하르 광산 균열 봉인.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2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 』
『 왕국 수호 창고 이용권 (x1) 』
나쁘지 않다.
기여도는 둘째 치더라도 정제 강화석이 정말 필요했는데 상당히 많은 수를 보상으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창고 이용권.
일단 창고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지금 가진 천만의 기여도로 정제 무기 강화석을 싹 쓸어오면 된다.
정제 강화석에만 기여도를 다 쓰면 무려 서른세 개를 더 챙겨올 수 있다.
보상까지 합치면 마흔세 개.
“이건 무조건해야겠네요.”
쉴라는 볼 때마다 보상을 줄줄이 엮어 주는구나.
NPC 중에서도 유독 좋아 보였다.
그렇게 볼 일을 다 보자 쉴라가 알아서 돌아가 버렸다.
“그럼, 내일 제대로 해보자.”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쉴라가 준 퀘스트는 당장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줄여보려면 강화가 최우선이겠지.
인벤을 살펴보니 총 열두 개의 정제 무기 강화석이 있었다.
하르 블레이드는 기존에 만들어둔 6강까지 해서 총 서른네 개.
그럼에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목표한 강화까지 가기에는.
“그럼 내일 봐요.”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84.
> 로딩 중…….
온종일 몰이를 해서 레벨이 2가 더 올랐다.
다만, 필요한 경험치가 워낙 올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크게 올랐다고 보긴 힘들었고.
우리가 사냥터보다 레벨이 높은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접속하자마자 우리 팀과 만나 제3 하르 광산 지역으로 날아가 몰이를 시작했다.
주변을 보니 이젠 사장님을 비롯한 최강 길드원들도 하얗게 빛나는 하르 무기를 들고 제대로 된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아마 곧 레벨이 쭉 올라올 것이다.
이렇게 며칠만 앞서 나가면 다른 랭커들을 앞지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종일 사냥을 해서 다시 하르 핵을 약 백 개가량 모았다.
그걸 전부 하르 블레이드로 바꿔서 총 백사십 자루의 하르 블레이드를 눈앞에 뒀다.
“……우리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것 같지 않아요?”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일까?
괜히 세어보았다가 강화를 못 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전부 지를 거지?”
“당연한 말씀을.”
적어도 8강은 나와 줘야 지금 쓰던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보다 효율이 좋아진다.
백사십 자루?
다 날리더라도 딱 한 자루만 건지면 목표 달성이다.
일단 노강 하르 블레이드를 3강까지 만드는 작업을 했다.
여기까진 일단 수월하다.
그냥 일반 강화석을 올려놓고 강화만 하면 되니까.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3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8(15+3) 타격10(7+3)
/ 마력+5 / 신성력+5 』
백삼십구 자루의 3강과 한 자루의 6강.
“일단, 일반 강화석으로 해봐야겠죠?”
“음, 당장 정제 강화석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은. 정제 강화석은 마지막에 지르는 걸로.”
재중이 형의 말에 따라 일반 강화석으로 강화를 시작했다.
어차피 하르 블레이드는 계속 구할 수 있으니 이번엔 제물 같은 것을 따로 구하지 않고 그냥 바로 강화석을 올렸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하, 이거 봐라.
연속으로 시도했는데 쭉쭉 날아가 버렸다.
전사 형이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너도 참 시작이 왜 이러냐.”
“시작부터 영 안 좋네요.”
그럼에도 아까울 때는 아니어서 바로 진행했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4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9(15+4) 타격11(7+4)
/ 마력+5 / 신성력+5 』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4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9(15+4) 타격11(7+4)
/ 마력+5 / 신성력+5 』
그냥 눈 딱 감고 막 질러대니 어느 정도 성공해서 육십한 자루의 4강 하르 블레이드가 남았다.
“생각보다 저조하네요.”
이제 정제 강화석을 써야 하나 생각했다가 잠시 뒤로 미뤘다.
그러기엔 약간 아쉬운 감이 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올리고 해봐야겠지.
그렇게 다시 시작된 강화.
한두 자루만 가지고 있던 네임드 무기가 아니라 예전보다 부담이 적었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0(15+5) 타격12(7+5)
/ 마력+5 / 신성력+5 』
: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0(15+5) 타격12(7+5)
/ 마력+5 / 신성력+5 』
일반 강화석으로 강화를 해 남은 것이 총 스물다섯 개.
생각보다 잘 뜬 상황이라 기분은 괜찮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강화.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6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1(15+6) 타격13(7+6)
/ 마력+5 / 신성력+5 』
살아남은 것이 총 여덟 개.
가지고 있던 한 개와 합쳐 6강이 아홉 개 남았다.
재중이 형 말로는 평균적으로 그냥 적당히 괜찮게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제 갈게요.”
지금부터는 무조건 정제 강화석으로 간다.
6강에 손을 올리고 눈을 질끈 감은 상태로 정제 강화석을 올렸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시스템음이 거슬리네.
다시.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원래 이렇게 안 되는 건가?
3까지는 안 바란다.
딱 2강만…… 올라라.
올라라.
올라라.
그런 소망이 통했을까?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8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3(15+8) 타격15(7+8)
/ 마력+9 / 신성력+11 』
“떴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와! 떴어요!”
“대박 사건!”
챠밍과 이쁜소녀 모두 깜짝 놀라서 동시에 외쳤다.
나르샤 누나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후, 목표했던 8강은 건졌네.”
나르샤 누나의 그 말에 긴장했던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을 느꼈다.
전사 형이 그때 바로 외쳤다.
“자자! 이 기운 살려서 쭉쭉 가자. 아직 많이 남았어.”
전사 형의 외침과 모두의 기대하는 눈빛을 받고는 남은 하르 블레이드도 마저 강화에 들어갔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진짜 확률 거지 같네.
한 번 터지면 대박이지만 그전에는 정말 사람 피를 말리게 했다.
매번 강화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라니.
세 개째 날리고 난 뒤에는 잠시 손이 멈췄다.
겨우 세 개 남은 상황.
휴, 가자.
이젠 정말 뒤가 없지.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7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2(15+7) 타격14(7+7)
/ 마력+7 / 신성력+8 』
음, 겨우 하나인가?
붙은 것이 어딘가 싶긴 하지만 진한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하아, 정말 잘 안 되는구나.
마지막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바로 강화석을 올렸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8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3(15+8) 타격15(7+8)
/ 마력+9 / 신성력+11 』
됐어!
무려 8강이 두 자루나 나와서 그런지 우리 팀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8강 두 개, 7강 하나…….
그리고 남은 정제 강화석도 딱 세 개다.
정말 미친 것 같지만.
“끝장 볼게요.”
“마음대로 해.”
재중이 형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아니면 이런 기회가 당분간 없을 거니까.
세 개 중 딱 하나만 뜨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제 강화석을 8강 하르 블레이드에 올렸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9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4(15+9) 타격16(7+9)
/ 마력+11 / 신성력+14 』
살았다.
날아가지 않고 붙어준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했다.
“아! 이왕 붙는 거 두 개쯤 붙지!”
물론, 그렇지 않은 재중이 형도 있었지만.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과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으로 갈렸다.
“남은 것도 전부 지를까요?”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가 8강 언저리에서 노니까 나쁘진 않겠지.”
“그럼, 갑니다.”
어차피 그냥 들고 있어도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 이상의 위력은 내지 못할 것이다.
다시 8강 하르 블레이드에 정제 강화석을 올렸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역시 쉽게는 안 되네.
떴으면 진짜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애써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목표 이상을 구해서 그런지, 아까와 같은 간절함은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7강 하르 블레이드와 정제 하르석을 가져다 붙였다.
많이 떠봐야 2강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아무 기대 없이.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1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5(15+10) 타격17(7+10)
/ 마력+13 / 신성력+17 』
뭐?
10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