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
#300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3)
“정말 떴네요!”
“와, 대박!”
깜짝 놀란 챠밍과 이쁜소녀의 함성이 달갑게 느껴졌다.
혹시, 라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무려 세 계단이 한꺼번에 붙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행운.
“이거 좋은데?”
전사 형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6강을 만들려면 적어도 십여 자루가 넘는 템들을 준비해놓고 한 번 강화할 때마다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었다.
+6까지 가는 도중에 깨지는 무기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단 몇 자루의 무기만으로 좀 더 높은 곳까지 닿을 방법이 생겼다.
물론, 운이 정말 따라야 하겠지만.
“좀 더 해요?”
“음, 적어도 7강은 만들어야 완성된 하르 무기와 대미지 면에선 밀리지 않겠지.”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는 다 좋은 데 단점이 있었다.
더 이상 강화가 안 된다는 점.
그리고 거래도 안 되고, 심지어 수정조차 박을 수 없다.
순정 상태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물론, 순정 상태도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좋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게 될지 모르는데 스펙을 올릴 수 있다면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남은 하르핵이…….
113개인가.
정신없이 사냥하다 보니 꽤 많이 모았다.
이걸 전부 교환하면?
기여도가 천만이 넘어가게 된다.
재중이 형도 교환 퀘스트를 보고는 그저 웃어버렸다.
“기여도가 하늘을 뚫겠네.”
“일단 다 바꿀까요?”
“안 돼. 하르 원석이 모자라.”
하르핵은 여유가 있어 교환이 가능했지만 같이 들어가는 하르 원석에서 재중이 형이 난색을 표했다.
하르 가루, 조각 등을 모아서 변환시켜야 나오는 하르 원석.
단 한 개의 가격만 해도 백만 단위가 넘는다.
물약, 강화석과 더불어 한 번씩 공성전을 할 때마다 시세가 들쑥날쑥하는 대표적인 아이템.
최소한의 시세를 유지하지만, 언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번엔 사장님 손을 빌려야겠네요.”
솔직히 이 정도로 하르핵을 구할 줄 몰라, 하르 원석을 많이 준비해놓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대량 구매는 우리보다는 사장님이 훨씬 낫다.
인맥 면에서나 흥정하는 능력에서나 모두.
바로 사장님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사장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카이저> 무슨 일이냐?
<주호> 하르 원석이 많이 필요해요.
<카이저> 많이? 어느 정도?
<주호> 하르 핵하고 하르 원석, 뼛조각이 제작하는데 들어가거든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당장 길드원들에게 하르 무기를 뿌리려면 적어도 백 개 이상요.
<카이저> 허, 그렇게나 많이?
사장님도 백 개 이상을 요구할지는 몰랐는지 깜짝 놀라셨다.
<주호> 각자 하르 무기가 있어야 광산 지대에서 사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카이저> 흠, 알았다. 구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구해보마. 공성전이 코앞이라 가격이 좀 비쌀 텐데…….
<주호> 가격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싹 쓸어주세요. 어차피 다시 다 뽑아내면 돼요.
<카이저> 흐, 알았다. 내 여기저기 연락을 해두마.
<주호> 저도 최대한 구해 볼게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이쪽은 해결인가?
일차적으로 하르 무기를 만들어 길드원들에게 판다.
그 과정에서 받는 기여도와 자금.
그것으로 비공정을 질러도 되고, 모아두었다가 기회가 올 때 창고로 들어가 정제 강화석을 구해도 된다.
완벽한 선순환.
시간이 흘러 하르 무기의 값어치가 떨어진다면 이득을 볼 수 없겠지만 지금은 그 흔한 경쟁자도 없다.
먹으면 먹는 대로 이득이 되는 그림.
사냥터 역시 독점이라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몰아서 잡기까지.
“앞으로 바쁘겠네요. 강화는 계속할 거예요?”
“일단 하르 원석이 좀 모여야 제대로 해보겠네. 하르 원석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이…….”
“사람이?”
잠시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있지.”
그 말에 나 역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스칼렛.”
“스칼렛.”
동시에 입에서 나오는 말에 서로 보고 웃어버렸다.
이쪽은 스칼렛만한 사람이 없겠지.
어디 얼마나 가지고 있나 한 번 확인해 볼까나?
* * * * *
<주호> 또 뵙네요.
<스칼렛> 어머? 요즘 연락 자주 하시네요? 아직 통행료 정산할 때는 아닐 텐데 무슨 일이에요?
의아한 눈빛을 하면서도 기대하는 욕망을 감추지는 않았다.
<주호> 이거 제가 오히려 먹잇감처럼 보이는 것 같네요.
<스칼렛> 설마요? 기분 탓이겠죠.
그 말에 스칼렛과 마주 보고 그냥 웃어버렸다.
어차피 둘 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
<주호>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드릴게요. 하르 원석 얼마나 가지고 있으세요?
내 질문에 스칼렛의 눈이 살짝 내려앉으면서 흔들렸다.
얼핏 보면 모를 정도의 미묘한 흔들림.
<스칼렛> 흐음, 요즘 하르 원석이 꽤 귀해요.
<주호> 알아요. 공성전.
사장님이 알려주신 것도 있고.
<스칼렛>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솔직히 가격이 좀 올랐어요. 미리 좀 사둔 것이 있지만 평소 가격은 아니죠.
아예 없다고는 안 하네.
분명히 사재기로 비축한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물어본 것이니까.
<주호> 수익은 충분히 보장해드릴 테니까 전량 이쪽으로 넘기세요.
<스칼렛> 네? 전부요?
내 말에 스칼렛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체 얼마나 가지고 있기에……?
<스칼렛> 어디에 쓸 건지 물어보면 실례겠죠? 솔직히 하르 원석을 그 정도로 구매하는 건, 저희 말고는 없거든요. 거기다 지금 가격으로는 수익이 하나도 안 날 텐데.
말해주어야 하나?
하긴, 상관없으려나.
가격을 더 올린다고 해도 이쪽은 거기에 가격을 더 붙여서 팔아버리면 된다.
지금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하르 원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공성전 특수로 조금 이익 보고 파는 것 이상의 수익으로 직결되니까.
이건 서로 웃으면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다.
<주호> 하르 무기요.
<스칼렛> 네?
<주호> 새 지역에서 사냥을 하려면 하르 무기가 필요하거든요.
<스칼렛> 혹시 폭풍 지대 말씀하시는 거예요?
물론, 폭풍 지대의 썬더볼트를 잡으려면 필요하겠지만, 나처럼 썬더볼트에 매달려서 싸울 것이 아니라면 굳이 폭풍 지대에서는 필요없었다.
<주호> 아뇨, 그다음 지역요.
<스칼렛> 으음, 하르 무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당연히 처음 들어볼 것이다.
이제껏 공개한 적이 없으니까.
<주호> 아무튼 왕국에서 하르 무기가 없으면 제대로 사냥이 안 될 거예요. 기존 무기를 전부 폐기해야 할 정도로.
<스칼렛> 어머? 그럼 무기 티어가 전부 바뀌겠네요.
<주호>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될 거예요.
<스칼렛> 그래서 그 하르 무기를 독점적으로 쥐고 계시고요? 그런데 하르 원석이 부족하다? 제 쪽에서 열심히 공급할 정도로?
<주호> 이야기가 빨라서 저도 좋네요.
하나를 이야기하면 나머지는 척척 알아듣는다.
<스칼렛>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모으고 있었는데 그럼 방법을 바꿔야겠네요.
가격이 오르든 말든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소리네.
거래 성사다.
<스칼렛> 그 하르 무기, 지금 볼 수 있나요?
<주호> 어렵진 않죠.
물건을 보여주지도 않고 팔 수는 없으니까.
『 +6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1(15+6) 타격13(7+6)
/ 마력+5 / 신성력+5 』
퀘스트로 받은 것은 보여줄 필요 없이 일반 하르 블레이드를 꺼내 정보창으로 보여주었다.
<스칼렛> 대미지가…… 그리고 신성력?
무기에 달린 신성력 스탯을 보자마자 스칼렛의 표정이 호기심과 놀람으로 가득했다.
<주호> 사실 무기 자체는 큰 차이가 없는데, 이쪽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 없으면 사냥이 힘들 정도로.
<스칼렛> 흐음, 충분한 값어치가 있네요. 알겠어요. 손이 닿는 곳까지 싹 쓸어서 구해볼게요. 아, 그리고 가능하면 저희 쪽도 공급을 받았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하다.
만들면 만들수록 이득이니까.
그리고 우리 길드 사람들은 당분간 레벨업을 한다고 정신없을 테니 이쪽 일은 아예 맡길 생각이다.
사장님 쪽도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주호> 빠르게, 그리고 많이 구해 주시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스칼렛> 오랜만에 정말 열심히 뛰어야겠네요. 앞으로 판매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주호> 가능하면 맡길 생각인데…… 바쁘시면 다른 사람 알아볼게요.
<스칼렛> 아뇨, 아뇨. 저 진짜 엄청나게 한가해요.
스칼렛이 혹시나 내가 말을 바꿀까 봐 잽싸게 이야기를 끊었다.
<주호> 하르 원석 대금은 통행료에서 까는 걸로.
힘들게 여러 번 주고받을 필요 있나.
바로 제하고 난 뒤 일괄적으로 받으면 되지.
<스칼렛> 저도 그쪽이 편하겠네요, 그럼 지금 가진 분량부터 넘길게요. 총 오백 개랍니다.
이 여자.
사재기를 얼마나 하고 있는 거야?
저것만 해도 엄청난 돈일 텐데…….
물론, 그 덕에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되었다.
재중이 형 말대로 이쪽으로 연락한 보람이 있었다.
<주호> 그럼, 이쪽에서 준비되는 대로 물량을 넘겨드리죠.
<스칼렛> 네, 앞으로도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주세요.
그렇게 스칼렛과 연락을 마치고 얼마 뒤 폭풍 지대를 오가는 비공정을 통해 하르 원석들을 전부 건네받았다.
그리고 사장님에게 전달받은 목록을 통해 최강 길드원들이 필요한 무기 종류에 맞춰서 하르 무기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
《 기여도 10만을 획득했습니다. 》
《 로가슈 제식 하르 롱보우가 완성되었습니다. 》
《 기여도 10만을 획득했습니다. 》
《 로가슈 제식 하르 스태프가 완성되었습니다. 》
:
《 로가슈 제식 하르 배틀 해머가 완성되었습니다. 》
《 기여도 10만을 획득했습니다. 》
종류별로 맞춰서 만들다 보니 어느샌가 1000만이라는 기여도를 채우게 되었다.
이제껏 가장 많이 모은 것이 왕에게서 받아 모은 250만 정도인데 그것을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1000만을 넘자 갑자기 시스템음이 울렸다.
《 기여도 한계 1000만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기여도를 쌓을 수 없습니다. 》
《 로가슈 왕국의 모든 NPC의 호감도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
《 로가슈 왕국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형, 이거 기여도 한계라고 뜨는데요?”
“천만?”
“네, 천만.”
“하긴, 이렇게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는데 당연한 건가?”
“이제 어쩌죠?”
NPC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당연히 좋다.
하나를 물어봐도 좀 더 좋은 정보를 줄 테니까.
그리고 모든 서비스는 무슨 말인지 확인을 해봐야 알 테고.
“어쩌긴 다른 사람이 만들면 돼.”
내가 생산을 중단하자 재중이 형이 마저 기여도를 올리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작이 끝나자 사장님과 최강 길드원 몇몇을 불러서 하르 무기들을 나눠주었다.
대금은 확실하게 받으면서.
제일 먼저 하르 무기를 받은 사장님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허허, 이렇게 빨리 구하다니.”
“스칼렛이 잔뜩 쌓아뒀더라고요.”
“음, 나도 개인적으로 이백 개 정도는 구해 놨다.”
그러면서 창고에서 바로 하르 원석 이백 개를 꺼내서 넘겨주었다.
애초에 가지고 있던 물량도 없었고, 급하게 부탁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을 구해주셨다.
“감사합니다.”
“허허, 길드 애들이 다 만세를 부르더구나.”
“그럼, 사냥으로 들어오는 하르 핵하고 뼛조각 좀 부탁할게요.”
이제는 오히려 하르 핵과 뼛조각이 부족하게 됐다.
“알았다. 그럼, 애들 데리고 사냥터 굴리고 있으마. 이거라면 전보다 훨씬 넓게 사냥터를 가져갈 수 있겠어.”
장비 성능이 부족해 사냥을 못 했지, 프로 형들이나 다른 길드원들이 컨이 모자라서 밀린 것이 아니니까.
이제 정말 폭발적으로 사냥 속도가 늘어나겠지.
이걸로 최강 길드 쪽은 해결했다.
몬스터에 둘러싸이지 않고 광산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된 셈이다.
팔십 개 분량을 넘겨주고 남은 것은 서른세 자루.
그 전부를 건네받았다.
“우리는 급한 게 아니니까. 어차피 당장 박을 수정도 없고. 먼저 해.”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 같은 생각인지 내게 양보를 했다.
“그럼, 먼저 할게요.”
그렇게 자리를 잡고 강화를 하려고 하는데 주변으로 하얀빛을 내며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지?
NPC?
저 빛은 꽤 익숙한데?
좀 더 가까이 오자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법 부대장 쉴라.
싸이클롭스를 상대로 엄청난 마법을 사용했던 그 여자 NPC가 여기에 와 있었다.
그러고는 우리 앞에 와서 섰다.
이 여자, 트로아 요새 담당 아니었던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앞에 서더니 정확히 우리를 바라보면서 큰 눈망울로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 그대들에게 요청할 것이 있어요. 그대들의 활약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