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99화 (297/1,404)

# 299

#299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2)

이 미친 짓을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한 손을 거들었으니.

지금 활을 꺼내 들고 사냥하던 곳에서 꽤 멀리까지 나와 있었다.

솔직히 툭툭, 검으로 치면서 몰아도 되기는 하지만 몇 마리일 때야 좋지…….

수십 마리가 따라붙으면 그때부터는 지옥이다.

그래서 바로 활을 들었다.

전사 형처럼 어글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몸으로 때워야지.

일단 한 발.

달리면서 화살을 쏘자 제일 앞에 있던 해골 도끼병이 화살을 맞고는 바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링크되어 있던 네 마리의 해골까지 일제히 풀링되어 뛰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링크된 몹이 편하기는 하다.

정말 강한 몹이 우르르 링크되어 있다면 죽음의 사냥터가 되겠지만 이렇게 만만한 곳에서 몰이하는 경우에는 확실히 좋았다.

몹을 뒤에 붙이고 빠르게 달려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최강이 독점으로 사냥한다고 해도 넓은 맵이기에 주변으로 조금만 나가도 어슬렁거리는 몹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조금 떨어진 곳으로 화살을 날려 다시 네 마리를 붙인 다음, 또 달려 나갔다.

그리고 다시 다섯 마리.

총 열네 마리를 등 뒤에 붙이고 맵을 계속 가로질렀다.

여기를 둘러봐도 몬스터.

저기를 둘러봐도 몬스터.

사람이 없는 이곳은 완전 몬스터의 천국이었다.

나조차 산맥이나 터널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둘러싸여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몹이 많았다.

던전인 광산으로 바로 들어가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무리겠지.

조금씩 계속 파고들거나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야 제대로 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개의 리젠 장소를 쓸다 보니 중간에 구울 파수꾼들이 멀리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걸 끌어가?

아직은 날 못 본 것 같지만…….

<주호> 형, 여기 구울 파수꾼들 있는데 끌어가요?

만약, 풀링 후 화력 부족으로 한 번에 못 녹이면 정말 피곤해질지도 모른다.

한 마리씩이야 얼마든지 녹일 수 있겠지만.

<불멸> 몇 마린데?

<주호> 세 마리요.

<불멸> 음, 세 마리면 일단 끌어와. 못 녹이면 잠시 전사한테 붙였다가 다시 녹이면 되니까.

<주호> 수신 양호.

열네 마리의 해골 시리즈를 뒤에 달고 바로 구울 파수꾼들에게 차례로 달려가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세 마리가 거의 동시에 날 바라보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화살이 굉장히 빠르게 날아왔다,

도저히 다 찢어져 가는 시체가 날린 것으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파공성을 내면서 세 발의 화살이…….

응?

소리가 전혀 달라?

귓가로 울리는 소리는 절대 세 발이 아니었다.

한 발씩이면 바로 올려쳐서 막을 생각이었는데 들리는 소리가 그보다 훨씬 많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스킬로 자리를 피했다.

【 대쉬! 】

옆으로 몸을 틀면서 자리를 옮기자마자 원래 있던 장소에 무려 여섯 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무슨 화살이?

분명히 쏠 때는 한 발씩이었는데?

총 세 발이었어야 할 화살이 두 배로 불어나서 같은 장소에 박혀 있었다.

스킬 같은 건가?

쏘는 것은 한 번이었는데…….

멀티 샷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같은 곳을 공격했다.

만약, 한 발을 걷어낸다고 해도 한 발이 남아 그대로 공격당하면 이쪽이 굉장히 피곤해질 것이다.

꽤 까다로운 기술이 나왔네.

일단 무조건 화살을 피하는 식으로 움직이자 열네 마리의 해골 시리즈가 굉장히 짐으로 다가왔다.

원래라면 화살을 쳐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해 조금 불편한 면이 있었다.

거기다 돌아오면서 해골 다섯 마리가 더 붙어 꽤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총 스물두 마리.

그중 구울 파수꾼 세 마리는 원거리 공격에 탈것을 타고 있어 속도까지 빨라 계속 따라붙으면서 화살을 쏘아댔다.

꽤 거슬리네, 저것들.

어찌어찌 화살을 피하면서 원래 사냥 자리로 돌아가는데 주변에서 놀란 함성이 들려왔다.

“윽, 저게 뭐야.”

“다들 떨어져.”

“벌써 몰이를 해?”

“와, 우린 한 마리 잡는 것도 이 고생인데 저걸 몰아 잡아?”

“어글 안 튀게 멀리 떨어져. 잘못하다 죽는다.”

웅성거림과 함께 우리가 지나치는 장소에서 길드원들이 다들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은 어디쯤 왔지?

다행히 형들 쪽은 구울 파수꾼이 붙지 않아 무난하게 몹을 몰고 오고 있었다.

숫자는…….

졌네.

둘 다 내가 몰고 오는 몬스터 숫자를 보고 난 뒤 씨익 웃는 게 보였다.

구울 파수꾼이라는 민폐 몬스터가 없다 보니 나보다 훨씬 많은 해골을 몰고 왔다.

“일단 다 붙어.”

재중이 형이 멀리서 외치자 세 방향에서 달려오던 우리 셋이 모두 한 곳에 모였다.

그리고 정확히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가 대기 중인 방향으로 달렸다.

뒤에 거의 팔십 마리에 가까운 몹을 데리고.

“이거 다 녹일 수 있어요?”

“되게 해야지.”

재중이 형은 모처럼 진지해 보이고 전사 형은 이제부터 있을 상황에 온 신경을 집중한 듯 말 한 마디 없었다.

전사 형이 실수하면 이 많은 몬스터가 제각각 흩어져서 재밌는 상황이 연출 될 거니까.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차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전사 형이 순간 자리에서 멈췄다.

“그럼 간다.”

【 다크 아머! 】

전사 형이 다크 아머를 몸에 두른 뒤 곧장 뒤로 돌아 몹들 사이로 달려 나갔다.

【 돌진! 】

그리고 곧장 스킬을 날렸다.

【 오우거의 외침! 】

그렇게 돌진하다 중앙에서 오우거의 외침을 쓰니 모든 해골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나 재중이 형이나 이런 상황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강력한 광역기가 없으니까.

그나마 블랙 아쿠아 캐논 정도가 있는데 이건 위력이 꽤 떨어져서 아마 먹히진 않을 것 같았다.

비월참은 전부 다 먹여야 대미지가 좀 나오겠지만 그렇게 하면 웨폰 인챈을 소모해 지금은 쓰기가 애매했다.

“애들한테 맡겨야지.”

전사 형이 멈칫거린 해골들 사이를 그대로 통과해 뒤에서 따라오던 구울 파수꾼 세 마리에 달려 나갔다.

<주호> 전사 형, 화살이 더블로 날아와요. 조심해요.

정보를 알고 있음과 모르고 있음은 대처할 때 천지 차이일 거다.

<방패전사> 접수.

전사 형이 미스트 쉴드를 앞세우고 자세를 바싹 낮추고 충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여섯 발의 화살이 미스트 쉴드를 강하게 가격하자 전사 형이 잠시 뒤로 밀렸다가 다시 일어섰다.

역시 잘 버텼네.

순간 미스트 쉴드를 기울여서 피해를 최소로 한 모양이다.

아니었으면 뒤로 확 튕겨 나갔을 테니까.

【 대쉬! 】

멈췄던 자세에서 스킬의 힘을 받아 완전히 구울 파수꾼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전사 형을 보고 좌우 사방으로 튀어 도망가려던 구울 파수꾼을 전사 형이 곧바로 잡았다.

【 싸이클롭스의 외침! 】

순간 구울 파수꾼들이 전부 스턴에 걸려서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그리고 전사 형을 향해 모든 해골 시리즈가 몰려들었다.

원거리는 스턴으로 묶고, 근거리는 모두 어글을 먹고 본인에게 끌어들였다.

완벽한 일자 형태로.

평지에서도 저 정도로 몰이를 하다니.

“지금!”

전사 형이 신호하자 챠밍이 소녀 라미아를 옆에 소환하고 이제껏 쭉 차징한 스킬을 쏟아 부었다.

무려 중첩된 세 개의 청색 마법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 라이트닝 웨폰! 】

【 썬더 캐논! 】

썬더볼트의 브레스를 거의 유사하게 재현한 거대한 한 줄기 뇌전이 대지와 주변 공기를 모두 태우고 녹여가면서 일자로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경로에 있던 모든 해골 시리즈가 일제히 뼈가 타들어 가고 터져 나가면서 그 자리에 모두 주저앉아 버렸다.

구울 파수꾼들도 역시 뇌전에 지저지고 불타오르면서 쓰러졌다.

‘한 방에는 못 끝내나?’라는 생각을 할 때, 나르샤 누나의 멀티 샷이 계속 쏘아져 나갔다.

【 라이트 웨폰! 】

【 투사! 】

【 멀티 샷! 】

투사로 강화된 멀티 샷에 꽂힌 몇몇 해골이 그 자리에서 증발하고 나머지 해골들도 거의 반파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쁜소녀가 그 아수라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한쪽에는 하르 해머, 다른 한쪽에는 썬더볼트 해머를 든 채.

【 라이트 웨폰! 】

【 휠 윈드! 】

빠르게 돌아가는 휠 윈드에 그나마 살아남아 움직이던 해골들이 완전히 바스러져 가루로 변해 버렸다.

이쁜소녀가 지나가는 모든 장소, 모든 공간이 삭제되면서 경험치가 미친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머라서 더 대미지가 잘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기술 역시 강하다 보니 거칠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검은색을 하얗게 지우면서 전진했다.

그리고 전사 형이 잡아두었던 구울 파수꾼들도 휠 윈드의 강력한 회전에 계속 타격당하더니 곧 한 줌의 가루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휘유!”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레벨이 바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길드원들의 입이 다 벌어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친 것 아냐?”

“대체 몇 마리냐…….”

“어디서 또 모르는 스킬들을 구해왔네. 너 저거 무슨 스킬인지 아냐?”

“저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저렇게 사냥하니까 못 따라가지. 무슨 몰이를 해도 저렇게 무식하게…… 흡.”

주변의 웅성거림.

그중 프로 형들이 멀리서 우릴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우리가 쩔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은 최종병기 형의 넉살에 그저 웃고 말았다.

“이쪽도 갈 길이 바빠서요. 얼른 따라와 보세요.”

“도발이 깜찍한데?”

이대로 하르 무기만 들면 빠르게 따라붙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하르 무기에 신성력까지 높다 보니 강력한 스킬 하나씩만 날려도 그 자리에서 녹아서 죽음의 빛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떨어지는 하르핵.

확실히 어느 등급 이상의 몹을 잡아야 주는 건가 보네.

그냥 해골을 잡았을 때는 전혀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스킬.

『 더블 샷 』

아까 화살이 두 개로 겹쳐 날아오던 그 스킬이었다.

이건 나르샤 누나에게 바로 주고 난 뒤 다시 몰이를 시작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요령이 충분히 생겨 간혹 몇 마리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나와 재중이 형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줬다.

얼마나 그런 식으로 몰이를 했을까.

그렇게 사냥터를 돌면서 하르핵을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가자 어느새 백여 개가 넘는 하르핵을 모았다.

“이제 돌아가죠?”

“어차피 물약도 모자라고, 좀 지치네.”

전사 형이 연이은 몰이로 꽤 지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고.

주변 길드원들은 수시로 마을을 오간 것에 비해 우리는 꾸준히 사냥을 했다.

하지만 몰이를 하면서 아예 안 맞을 수는 없고 물약은 계속 소비가 되다 보니 모두 이쯤에서 손을 털었다.

일단 지금은 해야 할 것도 있고.

“사장님, 다녀올게요.”

바로 로가슈 왕국으로 귀환해 무기 상인 NPC부터 찾았다.

그리고 하르핵과 부가 재료인 하르 원석, 뼛조각까지 주자 바로 하르 무기를 만들어서 주었다.

《 반복 퀘스트 : 하르핵을 찾아서 완료.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만 』

『 +0 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 15 타격 7

마력 +5 / 신성력 +5 』

좋네.

기여도 10만을 벌면서 하르 블레이드까지 얻었다.

“원래는 정말 잡기 힘든 몹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기여도만 보면 정말 잡기 힘들어야 정상이겠죠?”

10만이면 폭풍 속을 왕복하는 난이도였어야 했다.

애초에 이 시점에 7강급 하르 무기를 들고 사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우리가 너무 앞서서 진행해 버리자 퀘스트 동선이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어때? 강화 한 번 갈래? 크리티컬 수정도 박아야 하고.”

“하르핵도 많이 모아왔는데 좋죠.”

거기다 정제 강화석도 많지.

일단 기본 강화석으로 강화를 시작했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1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6(15+1) 타격8(7+1)

/ 마력+5 / 신성력+5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2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7(15+2) 타격9(7+2)

/ 마력+5 / 신성력+5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3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18(15+3) 타격10(7+3)

/ 마력+5 / 신성력+5 』

여기까지는 좋다.

“바로 가요?”

“어차피 많잖아. 질러.”

재중이 형의 신호와 이쁜소녀의 초롱한 눈빛, 챠밍의 기대하는 눈빛을 동시에 받아들고 정제 강화석을 하르 블레이드에 올렸다.

실패해도 앞으로 많이 있으니까.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6로가슈 제식 하르 블레이드 / 출혈21(15+6) 타격13(7+6)

/ 마력+5 / 신성력+5 』

정말 단 한 번에…….

세 계단이나?

이건 진짜 제대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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