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
#298화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1)
구울 파수꾼을 잡고 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산 지역.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 보기에도 채광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몇몇 터널의 입구와 그 주변으로 철로, 곡괭이, 삽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한, 해골과 좀비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검은 기운을 몸에서 진하게 내뿜으며 무리 지어 돌아다니기까지.
시간이 좀 더 지났을까?
공중에 떠 있던 베록이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착륙했다.
그렇게 베록에서 제일 먼저 내린 사장님이 곧장 달려와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내 등을 팡팡 쳤다.
“허허, 저걸 그냥 잡는구나.”
“저도 이 정도로 잘 통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대미지 자체가 잘 들어가는 것 같아요.”
베록에서 내린 모두가 한곳에 모이자, 최종병기 형은 내 어깨를 잡고 정말 반갑게 웃었다.
“여! 저놈 때문에 진짜 개고생 했는데 이렇게 쉽게 잡아버리네.”
설명을 하려다 바로 하르 블레이드의 정보를 앞에 띄워줬다.
말로 해봐야 직접 보는 것만 못하겠지.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하르 블레이드를 보던 최종병기 형도 역시 입을 쩍 벌렸다.
“어우, 씨- 무슨 템이 이래?”
“이 정도 있어야 녹일 수 있어요. 아까 구울 파수꾼요.”
“이거 또 못 구하냐?”
“음, 한 명씩 계속 설명하면 힘드니까. 전부 모이면 설명할게요.”
최종병기 형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베록에 타지 않고 주변에서 사냥을 하던 길드원까지 전부 모이자, 설명을 시작했다.
새로운 지역과 하르 무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내 말을 경청하던 현역 여대생이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트로아 요새에서 기여도를 쌓고 구했어야 했네요. 다시 돌아가야 하려나…….”
“아,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
“방법이 있어요?”
언제 실망했냐는 듯 현역 여대생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물론, 길드원 전부 기대하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솔직히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는 구하기 힘들 거예요. 시간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제 곧 사람들이 로가슈 왕국으로 들어올 테니 왕복하기에는 힘들겠죠.”
“으응, 그건 그래요.”
“하지만 미완성 하르 블레이드와 동급인 아이템은 당장 구할 수는 있어요. 그리고 이쪽은 미완성 하르 블레이드와 달리 강화, 거래도 가능하고.”
그 말에 주변에 모인 모든 길드원이 화색을 띄웠다.
“일단 이거.”
『 하르핵 / 하르 무기 제작 재료 』
하르핵.
구울 파수꾼을 잡고 나온 아이템.
무기 상인 NPC가 말해준 바로 그 아이템이었다.
“이게 있으면 하르 무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일단 사냥 좀 해보고 나오는 대로 하르 무기를 구해드릴게요.”
남들을 정말 개고생 해야지 잡을 수 있는 구울 파수꾼을 나를 포함한 우리 팀은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하르 무기를 제작해서 하나씩 넘겨주다 보면 압도적으로 사냥 속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후발 주자와는 차이가 벌어지겠지.
재중이 형이 앞으로 나서더니 말을 꺼냈다.
“일단 주변 구울 파수꾼은 우리가 잡아줄 테니 자리 벗어나지 말고 나타나면 바로 길드 채팅에 좌표 올리세요.”
그 말과 함께 길드원들은 정말 빠르게 원래 사냥하던 자리로 흩어졌다.
사장님 역시, 간단한 인사와 함께 사냥터로 향하셨고.
모두 주변에서 사라지자 재중이 형이 바로 내게 물었다.
“붙어보니까 어때?”
구울 파수꾼 말하는 건가?
“음, 꽤 쉬웠어요. 체력은 그렇게까지 많은 것 같진 않고, 딱히 위협적이진 않아요.”
“그럼 그냥 한 번 붙어보자. 하르 무기 빼고.”
응?
빼고?
“굳이 어렵게 잡을 필요가 있어요?”
“신성력 스탯 당 대미지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확인해 봐야지. 그래야 스탯 배분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일단 구울 파수꾼으로 실험해야겠어. 더 들어가면 실험도 실험이지만, 상대하기 벅찰 테니까.”
“지금이 딱 적당하다는 말이네요.”
“한 방에 죽지도 않고 몇 방 때렸는지도 알 수 있는 데다가 일단 만만하잖아?”
하긴 네임드 상대로는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반대로 블러디 가고일은 너무 빨리 녹아서 확인이 어려웠고.
“오케이, 그러면 우리도 한 자리 잡아야겠지?”
재중이 형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옮기자 팀원 전부 졸졸 따라갔다.
자리를 찾아가면서 본 몬스터들은 대부분 해골 종류, 혹은 잠시 상대했던 구울 시리즈인데 이쪽은 느리면서 꽤 약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다른 길드원들은 꽤 힘들어했다.
공격이 생각보다 안 들어가서.
그와 상대적으로 힐로 잡는 쪽이 오히려 빨라 보였다.
신성력만 좀 보완되면 제대로 사냥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해골과 해골 도끼병, 창병 등 세 마리가 한 자리에 있는 곳으로 일단 움직였다.
“전사는 도끼병, 주호는 창병 잠시만 상대하고. 챠밍, 소녀, 나르샤는 혹시나 위험해지면 보조만. 일단 부족하지만 실험부터 해야겠다.”
“네.”
【 징벌의 사슬! 】
전사 형이 해골 도끼병에게 징벌의 사슬을 사용하자 해골이 잠시 묶였다가 도끼를 한껏 치켜들고 곧 전사 형에게 달려들었다.
속도는…….
느린 편인가?
기존보다 상위 사냥터라서 대부분 빠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움직임 자체가 꽤 느렸다.
그리고 주변 몹과 링크가 되는지 같이 있던 해골과 해골 창병 역시 동시에 방패전사에게 달려들었다.
“이거 참, 어글 스킬 따로 쓸 필요가 없겠습니다.”
도끼병의 묵직한 공격을 전사 형이 미스트 쉴드로 그대로 받아냈다.
그리고 공격을 받아낸 전사 형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
꽤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보다 약해.”
해골 도끼병의 누런 도끼가 미스트 쉴드 위를 찍었지만 전사 형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압도하는 것 모습.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오우거 하트 이펙트가 몸에 흐르고 있었다.
저러니 힘에서 안 밀리지.
여기서 마력을 그렇게까지 요구할 일은 없을 테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 쪽으로 다가오는 창병의 공격을 하르 블레이드로 밀어치자 창대가 휘면서 위로 튕겨 나가 버렸다.
“형, 얘들 너무 약해요.”
속도나 힘 자체가 그렇게 강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맵의 처음에 나오는 기본 몹처럼 느껴질 정도로.
“뭐, 우리 레벨도 있고. 장비까지 치면 그럴지도.”
재중이 형은 어느새 해골을 상대로 썬더볼트 스피어를 써서 같은 부위를 맞추는 공격만 했다.
저렇게 공격 횟수를 맞춘다고 했던가?
저렇게 하면 몇 방 정도에 죽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나야 일단 최고의 대미지가 나올 곳만 공격하는 편이라 저런 것을 꼼꼼히 살피진 않지만.
재중이 형이 한참 썬더볼트 스피어로 해골과 씨름하다가 겨우 해골을 쓰러뜨렸다.
“하, 이거 하르 무기 없이 죽이는 데 한참 걸리네.”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고 바로 물었다.
“몇 방입니까?”
“61.”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오래 걸리는 것은 알았지만 저 정도로?
보통 일반 몹이 스무 방 안팎으로 죽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이 때려야 했다.
분명히 지금 오우거 하트를 돌리고 있을 텐데…….
대미지가 엉망으로 나와 버렸다.
“썬더볼트 스피어가 최상위 무기인데도, 여기선 쓸모가 없네. 이 정도면 그냥 다른 곳에서 사냥하는 게 좋아.”
그러더니 이번엔 하르 스피어를 들고 내가 잡아두었던 해골 창병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고생을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손쉽게 해골 창병을 눕혀 버렸다.
“15.”
“완전 많이 줄었네요.”
대략 1/4 정도.
“신성력 수치가 영향을 많이 주네. 그럼, 여기서.”
【 라이트 웨폰! 】
원래도 하얀 하르 스피어에 라이트 웨폰을 입히곤,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치.”
그 말과 함께 라이트 웨폰으로 해골 도끼병을 잡자 이번에도 횟수가 확 줄어들었다.
일곱 방인가?
거의 절반씩 깎여 내려가네.
라이트 웨폰보다 확실히 신성력이 대미지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 같았다.
“라이트 웨폰을 사용하면 잡기는 하겠지만, 비효율적이야. 차라리 사냥터를 바꾸는 게 속 편하겠다.”
재중이 형 말에 듣고 있던 팀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고 있는 무기는 미완성 하르 무기 7강과 비슷한 성능이었으니까.
여기서 사냥하려면 이 정도 장비는 필수라는 소리네.
아니면 사냥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질 것이다.
“신성력을 더 높일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거고. 아니면 스탯 외적으로 크리티컬 정도인가?”
그렇게 세 마리를 모두 눕혔는데 가장 간단한 재료템 밖에 나오지 않았다.
『 뼛조각 / 제작 재료 』
짜네.
일단 잡기는 쉽긴 한데…….
몹 리젠이 생각보다 느렸다.
“이동하죠? 어차피 주변에 전부 우리 사냥터잖아요.”
우리와 최강 길드를 빼고는 아무도 없다.
그야말로 우리만 쓰는 최고의 사냥터다.
“전사 몰 수 있겠어?”
재중이 형이 전사 형에게 묻자 전사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습니다.”
“오케이, 그럼. 빠르게 가자. 일단 여기서 최대한 하르핵을 모은 뒤,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걸로.”
주변 광산 사이엔 넓은 공터가 제법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몬스터가 리젠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우린 아예 돌아다니면서 몹을 잡기 시작했다.
“전사 형, 저쪽. 다섯 마리.”
언덕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눈에 들어오자마자 전사 형도 앞으로 내달렸다.
【 돌진! 】
전사 형이 돌진으로 빠르게 해골들 사이로 가로질러 지나가자 자연스럽게 해골들이 전부 전사 형을 따라갔다.
“컴온.”
그리고 일렬로 해골들이 뭉쳐서 따라가자 챠밍이 기다렸다는 듯 썬더볼트에게서 얻은 스킬을 썼다.
【 썬더 플레어! 】
총 열 발의 압축된 전기 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날아가 해골들이 뭉쳐서 따라가던 곳에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해골 다섯 마리를 강력하게 지져 놓았다.
한 방에 뼈까지 시커멓게 변해 사방으로 튕겨 나간 것을 보면 하르 스태프가 대미지는 확실하게 주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나르샤 누나도 스킬을 이어갔다.
【 라이트 웨폰! 】
【 투사! 】
【 멀티 샷! 】
관통과 웨폰까지 합쳐지자 나르샤 누나의 하르 보우에서 나간 한 발, 한 발이 강력하게 해골들의 뼈들을 깨부수고 파고 들어갔다.
그 위로 이쁜소녀가 달려들어 다시 스킬을 쏟아부었다.
【 대지 강타! 】
마치 날개라도 달린 양 하늘 높게 점프를 하더니 거대한 하르 해머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지면서 해골들을 이리저리 날려버렸다.
“저건 다 좋은데…… 몹들이 싹 퍼지네.”
재중이 형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싸이클롭스가 쓸 때는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보니 몹을 사방으로 퍼뜨려 버렸다.
땅을 헤집는 어스퀘이크와 달리 이건 충격파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거라 저렇게 된 것 같았다.
상위 스킬인 만큼 해골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까지 나설 것도 없네.”
“그러게요.”
재중이 형과 내가 멍하니 스킬을 쓰는 것을 정말 구경만 했다.
그렇게 압도적인 스킬 난사로 두세 곳의 해골 자리를 옮겨 다니며 몰이를 시작했다.
몰이가 궤도에 오르자 그간 안 오르던 경험치가 쭉쭉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모처럼 사냥할 맛 나네.”
재중이 형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는데 왠지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전사 형이 바로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좀 더 갈까? 네다섯 마리는 좀 부족하고. 그래, 열 배! 딱 오십 마리만 가자.”
오십 마리?
이 형, 아예 작정했구나.
전사 형이 완전 폭주해 버렸다.
무리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반대는 아니지.
“이래서 전사 형을 좋아한다니까요. 저도 같이 몰게요.”
“나도 같이 몰자.”
심지어 재중이 형까지…….
이거 일이 점점 커지는데?
챠밍과 이쁜소녀를 보면서 말을 건넸다.
“챠밍! 이레이저 준비해줘. 소녀도 남으면 휠 윈드로 쓸어버리고. 잘 할 수 있지?”
“네, 오빠. 다녀오세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원거리인 챠밍과 나르샤 누나는 이번에 몰이에 끼지 않고 한 방을 준비했다.
광역기가 있는 이쁜소녀도 마찬가지고.
챠밍이 마무리를 못 하면 그땐 전부 나서야 했다.
의논을 끝내고 나와 재중이 형, 전사 형이 세 방향으로 나눠서 뛰기 시작했다.
“적게 몰아오는 놈이 오늘 밥 사는 거다?”
“흐흐, 광역 어글이 있는 제게 도발을 거시다니. 아직 십 년은 이릅니다요.”
“의욕이 활활 타올라요. 저 진짜 비싼 거 먹을 겁니다.”
어쩌다 보니 저녁밥 내기가 되어버렸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개인 몰이 목표는 서른 마리.
오늘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