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
#297화 보물 창고 (2)
심장이라니.
일부 네임드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핵심 아이템.
성능은 말할 것도 없이 항상 최고였다.
그리고 드랍률 역시 정말 토 나올 지경이라고 한다.
이건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서버의 네임드 공략 랭커들이 하는 말이었다.
‘더럽게 안 나온다.’
랭커 길드가 최초로 잡고 나면 그 뒤로는 핵심 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누구보다 먼저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었다.
특히 심장.
서버에 한 개?
혹은 많아 봐야 두 개 정도?
2서버에서 15서버를 통틀어도 채 서른 개를 넘지 못한다고 전사 형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거기다 최초 성공을 밥 먹듯 하는 우리 역시 심장은 몇 개 없다.
그나마 네임드를 오버시키면서 좀 더 많이 획득하게 됐지만 네임드를 오버시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이나 몬스터를 제물로 줘야 하는데 그게 과연 쉬울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만큼 개수 자체가 적은 템이다.
당연히 부르는 것이 값.
그러다 보니 가격 자체가 천정부지로 올라 어지간히 돈이 많지 않고선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돈만 있다고 차지할 수 있는 템이 아니었다.
헉, 소리 나올 정도의 돈과 함께 운도 그만큼 따라줘야 했다.
로스트 스카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갖기를 원하는 그런 아이템.
그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 아이템이 다른 아이템들과 함께 창고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전사 형은 아이템들을 확인하더니 넋이 나가 버렸다.
“설마, 이곳에 이렇게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나도 생각도 못 했다. 거기다 심장까지 있을 줄은…….”
이젠 다른 아이템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모든 시선이 심장에 쏠려 있었다.
현재 라이덴 심장은 썬더볼트를 잡는데 제일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오우거 로드의 심장.
근접 공격이 가능한 모든 캐릭터가 원하는 아이템이다.
심지어 궁수 계열도 마찬가지고.
현재 오우거 로드의 심장은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각기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오버된 오우거 로드를 잡아 심장을 몇 개 구한 것이지 아니었다면 이 정도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이상은 솔직히 구할 시간과 방법이 없어서 머릿속에서 지웠었다.
전사 형, 나르샤 누나.
없어서 못 쓰는 것이지 있다면 누가 가져도 좋다.
“이거 고를 거예요?”
내가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에게 물어보자 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거 고를 확률이 꽤 높겠네.
다른 아이템들이야 어떻게든 비슷한 것으로 구할 확률이라도 있지.
심장.
특히 오우거 로드나 라미아 여왕의 심장은 성능 면에서는 아예 비슷한 것을 찾기 힘들었다.
전사 형이 마음을 굳혔는지 바로 오우거 로드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흠칫 놀라면서 손을 떼었다.
왜 저러지?
“기여도 250만.”
“그게 무슨?”
“250만이 필요하다네. 기여도. 그냥 이용권이 있다고 막 주는 게 아닌 모양이야.”
“으음, 기여도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네요.”
가진 기여도 중 200은 왕이 줬지만 만약, 미리 모아둔 기여도가 없었으면 이것들을 그냥 구경만 하다가 나갔겠네.
전사 형은 바로 오우거 로드의 심장을 손에 들었다.
우리가 강력해지는 만큼 전사 형도 그만큼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나르샤 누나 역시 오우거 로드의 심장을 잡았다.
“항상 한 방이 부족했으니까.”
나르샤 누나가 매번 아쉬워했던 것이 파워다.
민첩이 높은 만큼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이로써 챠밍 빼고는 다 오우거 로드의 심장을 가지고 있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려나.
한 길드, 한 팀에서 이 정도로 심장을 가지게 되다니.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는 이걸로 그간 벌어둔 기여도를 전부 소진했다.
“여기 이용권은 하나뿐이니까.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고. 기여도가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전사 형이 아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표정도 함께 보였다.
으음, 우린 뭘 골라야 하나.
사실, 대부분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굳이 없어도 되는 아이템들이라 고민이 되었다.
심장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고, 오우거 로드의 심장이 아니면 라이덴 심장인데…….
라이덴 심장도 썬더볼트를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지 범용성을 따지면 오우거 로드 심장에 많이 밀린다.
선택권을 너무 많이 줘도 문제네.
단순히 돈만 벌자면 심장을 사다가 내다 파는 것이 가장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우거 로드의 심장만 내다팔아도 엄청난 돈을 얻겠지.
다만 돈은 스칼렛을 통해 충분히 들어올 예정이고 칼바람 둥지에서도 꽤 많은 세금과 통행세를 걷을 것이다.
팔기 위한 아이템은 굳이 필요가 없다.
앞으로 큰 도움이 될 만한…….
굳이 지금 필요한 아이템을 하나 꼽자면 라이덴 봉인 수정인데 이건 앞으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눈을 돌리는데 이쁜소녀가 한쪽 구석에서 의외의 템을 찾아냈다.
“오빠, 여기에 이것도 있어요.”
『 정제 무기 강화석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
“이건 꽤…… 좋네.”
다 쓰고 나면 어디서 구할지 막막한 템이었는데.
앞으로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은 계속 나오니 왕에게 받은 다섯 개로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어설프게 예전 네임드 템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좋아 보였다.
정제 무기 강화석은 기여도 30만, 정제 방어구 강화석은 기여도 20만.
기여도를 터무니없이 먹어치우기는 해도 강화 한 번만 잘 뜨면…….
“전 이걸로 할게요.”
그 자리에서 고민 없이 바로 정제 무기 강화석을 여덟 개 교환했다.
이로써 왕이 준 것과 합치면 열세 개인가?
무기가 두 개라 금방 소모될 것을 생각해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다.
재중이 형도 역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정제 무기 강화석으로 골랐다.
“당장은 이곳 아니면 못 구하니까. 나쁘지 않네.”
이쁜소녀도 다른 아이템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어 우리와 똑같이 선택했다.
예전부터 강화만 하면 신났으니까 다른 아이템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챠밍은 몇 가지 아이템을 보고 오더니 똑같이 골랐다.
마법서도 정말 많았는데 대부분 챠밍이 가지고 있거나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았다.
“아, 아쉽다.
심장을 고른 전사 형이 입맛을 다셨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사 형이나 나르샤 누나의 선택이 맞다.
선택이 끝나자 모두 보물 창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심장을 저렇게 교환할 수 있다니 앞으로 꽤 재밌겠어.”
“당분간은 기여도를 최대한 모아야겠어요. 언제 다시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기여도가 남으면 비공정을 사서 굴려볼까도 고민했는데 지금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단 최대한 모아둘 필요가 있었다.
입장권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챙겨 나오려면.
“나중에 여기 도박하다 깨지는 애들 많겠어. 정제 강화석이 있는데 다른 아이템에 눈이 돌아가겠냐.”
그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우리도 정제 강화석을 골라 버렸으니까.
“사장님 기다리시겠다. 나가자.”
그렇게 곧장 지상으로 올라가는 재중이 형의 뒤를 따랐다.
***
“베록에 타세요. 지금 가죠.”
사장님을 만나 다 같이 베록을 타고 곧장 사장님이 알려주신 위치로 날아갔다.
얼마나 날아갔을까.
사장님이 말하는 북동쪽 산맥쯤에 다다르자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이곳 근처는 완전히 새까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지자 챠밍이 바로 스킬부터 시전했다.
【 라이트! 】
그제야 베록의 갑판 위에만 빛이 감돌았다.
“사장님 용케 여기까지 오셨네요.”
“우리는 지상으로 뛰어다녔지.”
한 치 앞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하늘이라…….
“나르샤 누나 뭐 보여요?”
“으음, 내 눈으로도 보이지 않아. 마법적인 문제인가 봐.”
싸이클롭스의 눈으로도 안 보이다니.
적어도 어설픈 구름은 아니라는 소리다.
아니면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두었거나.
구름 사이로 베록이 들어가는 순간, 모두의 HP가 미친 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단순히 구름에 닿았을 뿐인데……?
【 와이드 힐! 】
챠밍이 바로 와이드 힐을 계속 사용했지만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HP가 줄어들었다.
“으으, 힐이 못 따라가요.”
“칫, 전사! 바로 하강!”
“일단 내려갑니다.”
체력이 많은 전사 형도 도저히 안 되겠는지 바로 베록을 하강시켰다.
어느 정도 하강하다 보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어들던 HP가 물약의 효과를 받아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일단 원인은…….
저 짙은 구름.
마치 저주라도 걸린 듯 HP를 깎아내리는데 더 나아갈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단순히 구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구름이 아니었다.
산맥 아래에 뛰어다니는 어떤 존재들이 뿜어내는 검은 기운이 뭉쳐서 구름 같은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끔찍하게 일그러진 시체들이 줄지어 산맥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그저 멍하게 바라봤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이쁜소녀, 챠밍이 그걸 보자마자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건 너무 잘 만들어서 문제네.
시체에서 살이 흘러내리는 부분은 좀 덜 신경 써서 만들었어도 좋았을 텐데.
여긴 독 지대의 벌레만큼이나 사냥하기 싫은 곳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장님, 다른 사람들 어디에 있어요?”
“외곽에. 저쪽으로 가자꾸나.”
사장님이 전사 형에게 방향을 가리키자 바로 베록을 움직였다.
그때, 시스템 음이 울렸다.
《 폐쇄된 제3 하르 광산 지역에 진입합니다! 》
일단 제대로 온 건가?
베록이 조금 더 낮은 고도로 낮춰서 움직이는데 베록의 선체가 쿵쿵 울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격 당하고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몇 몬스터가 공중을 향해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
사거리도 꽤 되는지 고도를 낮추고 날아가는 베록을 맞출 정도였다.
“원거리도 많네요.”
전사 형이 바로 고도를 좀 더 올리자 충격이 사라졌다.
그렇게 잠시 날아가자 일단의 무리가 모여서 한 장소에서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길드원들 전체가 뭉친 거예요?”
한두 개 파티가 아니라 그냥 전부 모여서 한 자리에서 사냥하는 중이었다.
“언데드가 잘 안 죽으니까. 워낙 강하기도 하고. 힐로 공격할 수 있는 마법사 애들 보호 못 하면 진영이 금방 무너져서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외곽인데도 이래.”
“사냥 자체가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네요.”
“그래도 사람 많은 블러디 가고일 잡는 것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렇게 사냥을 하는데 어떤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나자 최강 길드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몬스터 한 마리 때문에 자리를 떠?
엘리트? 네임드?
우리의 시야에 홀로 다니는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다 말라비틀어진 헬하운드를 탄 조금 기형적으로 생긴 시체.
특이할 정도로 길고 검은 활을 들고 있는데 활과 시체 모두 검은 기운이 풀풀 풍겨 나왔다.
매우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면서 다가오는데 이미 최강 길드 사람들은 거리를 벌리고 멀어진 지 오래다.
“저거에요?”
내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저렇게 다른 몬스터를 타고 다니는 놈도 있네요.”
처음 보는 형식에 우리 모두 궁금해했다.
사장님이 그 녀석을 보더니 한숨부터 쉬셨다.
“저렇게 보여도 실제 싸우면 엄청 빨라. 범위 안에 들어가면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화살은 어찌나 강한지.”
“공격은요?”
“해봤지. 씨알도 안 먹혀. 힐로 완전 샤워를 시켜줘도 안 돼서 결국 저놈만 나오면 다 자리를 옮겨.”
이름이 구울 파수꾼이라…….
한 번 해볼까?
“형, 저 한 번 붙어볼게요.”
“바로 하게?”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하나를 통째로 도망가게 만드는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한 번 해보던가.”
범위 안에 들어가면…….
그럼 아예 그런 범위가 없게 만들면 되지 않나.
카스카라와 하르 블레이드를 꺼내 들고 기술을 시전했다.
【 라이트 웨폰! 】
【 다크 웨폰! 】
【 다크 아머! 】
“그럼 갑니다. 천천히 오세요.”
바로 베록의 갑판을 뛰어서 난간을 밟고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야, 저거 또 시작이네.”
뒤에서 재중이 형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빠르게 구울 파수꾼이 탄 비틀어진 헬하운드의 머리를 향해 낙하했다.
그리고 낙하 속도를 이용해 발로 헬하운드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버렸다.
“컹!”
공중에서 공격하면 대미지는 들어가지 않지만, 그래도 충격은 줄 수 있지.
낙하 충격을 받은 헬하운드가 단 한 방에 뻗어서 기절해 버렸다.
발을 묶어놓으니 구울 파수꾼이 피하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활이 크면 그만큼 단점이 있다.
근접한 공격에 무방비가 된다는 것.
정면을 파고들어 하르 블레이드를 가슴을 가르자 검은 기운이 바로 찢겨 나갔다.
역시 신성력.
온전한 하르 블레이드에 달린 신성력 15라는 수치로 인해 전보다 훨씬 검은 기운이 넓고 깊게 찢겨져 사라졌다.
그리고 그 속을 카스카라가 파고들어 강하게 헤집어댔다.
그러자 구울 파수꾼이 온몸을 비틀면서 괴로워했다.
“그오오!”
그대로 반격하기 위해 휘두르려는 검은 활을 새하얗게 변한 하르 블레이드로 강하게 쳐내자 하얀 기운에 잘린 검은 활이 맥없이 팔에서 튕겨 나갔다.
이놈 때문에 다 도망갔다고?
지금의 내겐 긴장한 것이 아까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붙어 몇 번 더 하르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로 그어대자 곧 시체가 무너지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엎어져 비틀어진 헬하운드까지 목과 머리를 하르 블레이드로 찍어서 잡아냈다.
대미지가 쭉쭉 들어가는지 몇 번 긋지도 않았는데 죽어버렸다.
허무할 정도로.
단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
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베록을 향해 고개를 들자 난간 아래로 날 보면서 경악하는 사장님의 표정이 보였다.
사장님.
미안한데.
여기 너무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