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
#294화 칼바람 둥지 (2)
“테이밍.”
Yes를 선택하자 라이덴에서 환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라이덴의 눈물 조각 (x1)을 소모합니다. 》
그렇게 라이덴의 등 위에서 바로 라이덴을 회수하자 기다리고 있던 재중이 형이 썬더볼트로 날 받아줬다.
“고생했다.”
“썬더볼트에 비하면 껌이죠.”
“남들이 들으면 욕한다 ”
“들을 사람도 없는데요 뭐.”
그렇게 농담을 하면서 트리스탄과 함께 베록으로 바로 복귀했다.
“고생했어. 소녀는 탈만 했어
“네, 오빠. 언니가 도와줘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챠밍은 전에 재중이 형이 조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그런지 이쁜소녀에게도 쉽게 알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썬더볼트 때처럼 격하게 움직일 일도 거의 없기도 하고.
“다음에도 부탁해. 또 탈 일이 있을 거야.”
“네 ”
내 말에 이쁜소녀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쁜소녀는 조작하는 게 취향에 안 맞는가 보네.
그래도 할 수 없지.
우린 사람이 적으니까.
당분간은 맡길 수밖에.
다 올라타자 전사 형이 다시 칼바람 둥지를 향해 베록을 이동시켰다.
옆에서 테이밍이 된 라이덴을 인벤에 놓고 잠시 고민을 했다.
예전에 케르베로스를 테이밍해서 마력+5 수정으로 만든 뒤 제법 재미를 봤었다.
양쪽 무기에 전부 박아 넣으면 무려 마력이 10이나 올라갔으니까.
오우거 하트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라이덴을 테이밍하자마자 잊고 있던 사실을 생각해냈다.
이걸 수정으로 만들면 어떨까
얼마 전 같았으면 절대 엄두도 못 냈을 일이었다.
일단, 탈 수 있는 테이밍 가능한 네임드라고 해봐야 미스트 윙과 라이덴 정도뿐이었다.
좀 더 내려가면 케르베로스까지 갈 수 있었지만 케르베로스는 섬을 지나야 해서 시간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라이덴은 한 번 나타나고 난 뒤 보이지가 않아서 못 했고, 미스트 윙은 그렇게 많이 발견하지 못한 것도 있고 좀 익숙해져서 노릴 수 있었을 때는 이미 산맥을 건너온 뒤였다.
다시 돌아가서 하기에는 여건도 안 됐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던 세 마리 밖에 안 되는 라이덴과 미스트윙을 수정으로 바꾸기엔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런 생각조차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원하면 언제든지 라이덴을 테이밍 할 수 있게 됐다.
내 의견을 들은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네. 나도 사실 까먹고 있었거든.”
전사 형도 마찬가지.
“그걸 용케 기억해냈네. 솔직히 나도 재중이 형처럼 까먹었어.”
나 외에도 대부분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챠밍이 물었다.
“혹시 미스트 윙도 수정 만들 거예요 ”
“으음,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현재 미스트 윙은 딱 두 마리.
사실 이제 테이밍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굳이 미스트윙을 테이밍하러 다시 돌아가기에는 물리적으로 너무 멀었다.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두 개 있으니까 하나만 해보자. 어차피, 지금은 필요 없으니까. 하나 정도는 남겨놓고. 위력보다는 유틸성이 좋잖아.”
“괜찮네요.”
다시 구하러 가긴 귀찮으나 하나만 남겨놓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모두 같은 생각인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해볼게요.”
《 테이밍 펫 : 미스트윙을 수정화 하겠습니까 》
오랜만에 보는 시스템이네.
보자마자 주저 없이 Yes를 눌렀다.
그러자 번쩍이면서 미스트윙이 하얀 수정으로 변환되었다.
『 미스트윙 봉인 수정 / 민첩 +7 』
민첩 +7
이건…….
나쁘지 않다.
민첩에 올인한 내게 있어 극 민첩을 만들고 싶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옵션이다.
다만 지금 효율 면에서는 마력이 더 좋은 옵션이었다.
물론, 이걸 좋아할만한 사람은 따로 있지.
고민 없이 나르샤 누나에게 미스트윙 봉인 수정을 건넸다.
“내가 써 ”
“어차피 지금은 하르 무기 때문에 못 쓸 건데 놔뒀다가 써요. 아니면 썬더볼트 무기에 넣으면 되죠.”
당장 민첩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르샤 누나다.
썬더볼트 무기를 쓴다면.
지금의 하르 무기는 안타깝게도 강화도 안 되고 수정 인챈도 안 된다.
그냥 주는 대로 쓰라는 것 같은 느낌이려나.
그렇기에 당장 수정이 있다고 해도 하르 무기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었다.
다만, 내 경우는 다르다.
한쪽에 하르 무기.
다른 한쪽에 카스카라나 썬더볼트 블레이드 같은 것을 쓰면 효과를 전부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마력이 나왔으면 했는데.
라이덴은 어떠려나.
“이번엔 라이덴 갈게요.”
랜덤 같은 경우가 아니라서 누가 해도 차이가 없기에 내가 전부 맡아서 수정으로 변환했다.
《 테이밍 펫 : 라이덴을 수정화 하겠습니까 》
역시 Yes를 누르자 청색의 빛이 나오면서 변환이 되었다.
『 라이덴 붉은 봉인 수정 / 크리티컬 증폭 +5 』
이건
“형.”
“아, 나도 봤어. 상위 수정이 안 나오나 했더니 이제야 나오네.”
한때 크리티컬로 재미를 많이 봤는데 중간에 다른 스탯에 비해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묻어뒀었다.
그런데 지금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답을 내놓았다.
“증폭이 5 정도 되면…… 대략 강화 두 단계 이상의 대미지는 더 낼 수 있겠네. 특히 네가 쓴다면 더 효율이 좋을 거고.”
“그 정도나 돼요 ”
“힘을 최대한 올려도 정해진 무기 대미지에선 최대치가 있는데 이건 한계점에서 추가로 더 올려주는 거니까. 쓰기에 따라서 대미지가 월등하게 폭발할 거다.”
“주변에 알려지면 피곤해지겠네요.”
“라이덴이 씨가 마를걸 물론, 라이덴을 잡을 수 있다면 말이지.”
재중이 형이 어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아직 라이덴은 잡는 것조차 벅차니까 저런 반응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 이쁜소녀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어, 오빠, 그러면 전에처럼 푸른 수정도 나와요 ”
푸른 수정
아…….
크리티컬 확률.
재중이 형이 대신 대답해줬다.
“나올 것 같은데 음, 이거 라이덴은 보이는 족족 테이밍해야겠네. 솔직히 라이덴 템은 이제 별 미련이 없어서 그냥 패스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그냥 넘기려던 사냥터가 반드시 들려야 하는 장소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금의 챠밍이나 소녀가 크리티컬 확률을 올리면 정말 재밌겠네. 얘들 대미지도 장난 아닌데.”
“어글 관리가 더 힘들어지겠네요.”
재중이 형 말에 전사 형만 울상이었다.
“그만큼 빨리 잡으니까 감수해야지. 자, 그럼 여기까지 하고 바로 유적지로 넘어가자.”
정말 이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은 것 같다.
유적지부터 왕의 보상에 뜻하지 않게 라이덴이 이런 것까지 터뜨려주다니.
전사 형은 라이덴이 죽은 시간을 적기 시작했다.
다음에 언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
칼바람 둥지 유적지.
이제껏 봤던 유적지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무려 공중에 떠 있었으니까.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마을.
위는 평평한데 아래는 돌무더기가 떠받들고 있는 섬 같은 장소에 조심스럽게 베록을 내려 앉혔다.
수십 대의 비공정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장소가 이렇게 떠 있을 수 있다니.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체들이야 밖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건 아니다.
밖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에 다들 신기해하면서 유적지를 배경으로 스크릿샷을 찍기 시작했다.
이 정도 여유야 괜찮겠지.
“오빠! 같이 찍어요.”
챠밍이 환하게 미소 지으면 내 팔을 잡아끌고 이쁜소녀와 나르샤 누나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어 난, 그다지.”
“그래서 안 찍을 거예요 ”
“으음. 사진은 잘.”
“찍어요! 우리끼리 찍은 적도 잘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챠밍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듯 고개를 돌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집중하지 않으면 잘 안 들릴 정도로 작게.
“……까지나 ……있을 ……없…….”
응
무슨 말이지
“방금 뭐라고 ”
“아 아니에요. 제가 무슨 말 했어요 ”
“그래 ”
“네, 정말 아무 말 안 했어요.”
챠밍이 당황하면서 손을 내젓는 것을 보고는 일단은 모른 척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다시 환하게 웃는 챠밍이 날 끌어들여 같이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여! 우리는 같이 찍자는 소리도 안 해 ”
전사 형이 다가와 중간에 끼면서 시끌벅적해지자 곧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흩어져 사라졌다.
“형도 같이 찍어요.”
하긴 이렇게 찍을 일이 잘 없으니까.
그렇게 돌아가면서 함께 있는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난 뒤 바로 유적지를 활성화시켰다.
《 유적지 칼바람 둥지를 활성화시킵니다. 》
《 유적지 주변 번개 폭풍이 완화됩니다. 》
《 유적지 : 칼바람 둥지가 열립니다. 모든 유저분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5분 뒤 임시 서버 점검이 시작됩니다. 》
역시, 이번에도 점검인가
우리가 칼바람 둥지를 활성화하자마자 바로 점검 공지가 떴다.
“또 난리가 나겠네요.”
트로아 요새와 번개 폭풍에만 가던 관심이 이젠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뭐, 그렇지. 점검 끝나고 보자.”
“들어가세요.”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로스트 스카이를 빠져나왔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82.
> 로딩 중…….
일시적인 점검이 끝나자마자 접속을 했다.
이번 경우는 정해져 있는 유적지를 업데이트하는 거라 특별히 연장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레벨은 썬더볼트를 잡아서 한 번에 4레벨이 올랐다.
요구 경험치가 점점 많아져 우리끼리 네임드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정도만 해도 다른 유저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느껴지겠지.
-칼바람 둥지 여긴 또 어디야
-와, 이건 뭐 들어보지도 못한 지역이 유적지가 되어버리네.
-누가 했을지는 뻔하고…….
-진짜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냐
-슬슬 좀 견제해야지 않나
-어딘지도 모르는데 무슨 견제를 하냐.
-솔직히 걔들은 사냥을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음.
-우리도 상위 길드인데 솔직히 사냥터에서 걔들하고 마주쳐본 적도 없다.
-트로아 요새에서 놀 때가 아니네.
-주호 레벨이 몇 개씩 팍팍 뛰는 중. 벌써 82레벨이야.
-선두 다음 그룹하고 벌써 10레벨 넘게 차이 남. 갈수록 필경 높아질 건데 저게 말이 됨 랭커끼리 이 정도 차이 날 수가 있음
-야, 우리도 최선을 다하는 중인데 계속 벌어지는 걸 어떻게 하라고.
-대체 뭘 잡고 다니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고.
오우거 로드라던지, 싸이클롭스라던지, 썬더볼트 같은 것을 잡고 다니지.
다음은 잘 모르겠다.
그냥 우린 우리대로 열심히 하는 것뿐.
접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이 차례대로 접속을 시작했다.
“이번엔 패치가 없네요 ”
재중이 형이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쓴 것도 아니고 다 허용 범위 안이기도 하잖아, 그리고 내 생각엔 타협을 본 것 같은 느낌도 있어.”
그게 무슨 소리지
“점검 끝나고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유적지 활성화하려고 운영자가 작업한 것 같은데 ”
듣고 나니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나
“……설마 우리 때문에 이번 퀘스트를 만들어 끼웠다는 소린가요 ”
재중이 형이 내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비슷하다는 소리네.
“아마도 추측이긴 한데 굳이 유적지 활성화를 위해 NPC가 그렇게 나설 이유가 없더라고. 뭐, 이유야 가져다 붙이려면 ‘왕국을 위해서 ’ 정도 ”
“우리가 유적지를 활성화 안 시키고 그냥 가버리니까 운영자들이 오히려 당황했겠네요.”
“그럴 수도 있고. 이대로 가면 격차가 한도 끝도 없이 벌어지니까. 그래서 큼지막한 떡밥도 풀어줬잖아. 정제 강화석에다가 왕실 보고 이용권.”
“이거 먹고 좀 도와달라, 그런 느낌이네요.”
“뭐, 아닐 수도 있고. 걔들 속을 우리가 다 알 수가 없으니까. 좋게 넘어가자고. 성심껏 포장한 선물까지 준비했는데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그렇다면 일단 지금 방식으로 썬더볼트 잡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건가
무리하면 다른 방법으로도 어떻게든 잡을 수는 있기는 하지만.
굳이 쉬운 방법을 놔두고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유적지야 빠르든 늦든 어차피 개방하려고 했으니까.
그 시기가 조금 빠르게 온 것뿐이다.
“화련 쪽을 비롯한 상위 길드가 트로아 요새에서 기여도를 쌓는 속도를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분명히 넘어올 수 있을 거다. 지금 블러디 가고일이 주는 기여도가 장난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스칼렛이.”
스칼렛과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 생각 이상으로 기여도를 빨리 쌓는 것 같았다.
“그 아래 길드들은 견제해 봐야 별 의미가 없어. 정작 막아야 할 녀석들은 못 걸러내니까. 오히려 오래 묶어둘수록 상위 길드만 웃게 해주는 셈이야.”
“운영자가 오히려 우릴 도와준 셈인가요 ”
“어차피 해야 할 거 보너스 좀 더 받고 하니까 우리로선 땡큐지.”
“으음, 그럼 이왕 하는 거 상위 길드들 좀 불편하게 만들어 줄까요 ”
이번엔 내가 재중이 형을 보고 웃어 보였다.
그래, 할 거라면 제대로 빅엿을 먹여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짜증 날 정도의 빅엿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