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
#291화 선택의 기로 (2)
완성된 하르 블레이드를 넘겨받고 난 뒤, 성능에 깜짝 놀랐다.
양손검의 육박하는 스탯.
대미지 수치가 어느 정도 오른 것이 아니라 확 올랐다.
지금이라면 상대가 무엇이라도…….
최강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거기다 마력과 신성력이 +5 추가되었다.
스탯만 해도 어지간한 악세 두 개를 차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치.
썬더볼트를 잡은 것은 이 아이템 하나만으로 이미 설명이 끝났다.
현 시점에서 최강의 블레이드라 불릴 수 있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
다른 네임드 템으로 이 정도 수준까지 오려면 거의 7강이나 8강을 만들어야 된다.
대부분 몇 개뿐인 네임드 템을 이 정도로 강화하기란 정말 어렵다.
거기다 붙어 있는 스탯.
여기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줬다.
이건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템이다.
당분간 무기 걱정은 없겠는데
지금까지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끝판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걸로 끝이 아니지 ”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 장인 NPC에게 말을 걸어 무기 제작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흔쾌히 된다고 했다.
역시 호감도가 최고다.
그리고 드랍 재료를 이 정도로 많이 준 것은 알아서 원하는 아이템들을 만들라고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보여주는 목록엔 분명히 전과 달리 썬더볼트 블레이드라는 목차가 새로 생겨나 있었다.
확인한 결과 양손 무기가 대부분 재료를 많이 잡아먹었다.
대략 원하는 무기들은 하나씩 제작이 가능할 것 같은데
“썬더볼트 블레이드, 제작.”
어디 그럼, 이것도 한 번 기대해 봐야 하나.
하르 블레이드가 보여준 임팩트가 너무 거대해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무기 장인 NPC가 잠시 재료들을 가지고가 두들기더니 빛이 번쩍이면서 뭔가를 만들어서 나왔다.
“쉽네요. 무기 하나를 뚝딱 만들고.”
재중이 형이 내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기 하나를 며칠 동안 만들고 있으면 이거 못하지.”
구하는 데 정말 힘들었는데 만드는 건 순식간이라 좀 허탈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그렇네.
“또 나왔다.”
청록색의 검신에 썬더볼트의 모습이 길게 검신을 따라 각인 되어 있는 화려한 블레이드였다.
특이한 것은 하르 블레이드처럼 검신과 손잡이가 일체형이었다.
손잡이조차 청록색의 가죽으로 감겨 있어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이쪽이 유행인가
그렇게 무기 장인 NPC에게서 블레이드를 받자마자 스탯부터 확인했다.
『 +0 썬더볼트 블레이드 / 출혈 16 (16) 타격 8 (8)
민첩 +5 / 뇌전+1 』
좋다.
대미지 수치가 라이덴 블레이드보다 세 단계나 위였다.
스탯도 몇 단계가 더 올라간 민첩이 5나 붙었고.
무기만 당장 살펴보면 라이덴과 급수가 이 정도까지 차이 난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싸이클롭스는 따로 아이템을 안 뱉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우거 로드와 비교해서 두 단계쯤 위가 아니었을까
뇌전은…….
일단 써봐야 아나
썬더볼트 블레이드를 한 손에 들고 살짝 휘둘러 봤다.
가볍게 휘둘렀는데도 휘두르자마자 청색의 뇌전이 검날을 따라 지지직거리면서 타올랐다가 사라졌다.
“어 ”
이건
예전에 재중이 형이 쓰던 스파크 윙드 스피어하고 비슷한가
그때와는 이펙트 색이 다르기는 한데…….
성능은 어떨까.
“형, 잠시만 상대해줄 수 있어요 ”
“어렵진 않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무기 성능을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만들었다.
재중이 형의 라이덴 미늘창과 내 썬더볼트 블레이드가 공중에서 맞닿았는데 순간 재중이 형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렇게 몇 번 더 격돌하고 난 뒤 재중이 형이 먼저 창을 거둬들였다.
“와, 이거 따끔한데 무기를 통해서 전류가 계속 밀려오네. 심지어 내 무기도 전기 속성인데도 불구하고. 내 쪽도 반응이 점점 느려지고. 조금만 오래 싸우면 내 쪽이 무기를 떨어뜨릴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예요 ”
“어, 그냥 기본 이펙트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네. 이걸로 급소라도 치면 한 번에 다운이야.”
스파크 소드의 확장판인가
그것도 성능 면에서는 비교도 안 되었다.
재중이 형 스펙이 낮은 것도 아닌데 이 정도 효과라니…….
다른 사람들과 붙으면 아마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굉장히 재밌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카스카라가 필요 없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네.
이건 나중에 따로 실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자자, 다들 구경 그만하고 무기들 건져보자고. 재료 템은 넉넉하니까.”
재중이 형 말대로 여섯 명 모두 무기를 만들어도 남을 만큼 재료가 넉넉했다.
애초에 여섯 명이 잡으라고 만들어둔 네임드가 아니라 그런지 재료가 정말 많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 쓰기도 아까우니까.
전사 형이 그때 의외의 말을 했다.
“이거, 원래 나오는 것보다 적게 나온 것은 아닐까요 ”
무슨 말이지
전사 형이 뭔가를 게시판에서 찾아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공지사항
그것도 좀 한참 지난 공지였다.
“예전에 업데이트할 때 네임드를 최초로 잡으면 수량이 줄어든다고 했었더군요.”
확실히 그랬었네.
챠밍이 전사 형에게 궁금한지 물어봤다.
“그럼, 종류가 줄어든 게 아니네요 ”
“아마도 그렇겠지.”
그때는 최초로 잡으면 떨어지던 아이템에서 몇 개가 빠져서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종류가 아니고 수량이었나
지금 재료템이 우수수 떨어진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재중이 형이 지나가듯 말했다.
“썬더볼트가 잡힐 거라고 예상한 패치인지, 앞으로를 생각한 패치인지는 모르겠다만…… 종류가 줄어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만약, 종류가 줄어들었으면 몇 번은 더 잡으려고 개고생했어야 할 텐데 적어도 그런 일은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의 말을 듣고 다시 말을 이었다.
“썬더볼트를 오버시킬 필요가 있겠네요. 다음번에도 저 정도 수량을 기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긴 그러네. 넘어오는 애들 잡아먹고 무럭무럭 크길 기다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썬더볼트를 얼마간은 그대로 두는 것.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정도로 스펙을 올리면 썬더볼트가 오버 된다고 해도 가능할 거야. 썬더볼트 압축포도 실험해야 하고.”
재중이 형이 그러면서 날 바라봤다.
그 시선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에도 매달려 있으라는 소리라서.
또 개고생하겠네.
차례대로 하르 무기들을 완성하고 이어 썬더볼트 무기들도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동안 남은 아이템들을 다 분배했다.
썬더볼트 탈것은 내게 돌아왔고 내가 가진 라이덴은 별다른 탈것이 없는 나르샤 누나에게 넘겨주었다.
“라이덴은 곧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썬더볼트에게 했던 것처럼 매달려 있을 수 있다면 아마 라이덴은 손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압축 하르포와 썬더볼트 하르포를 이용하면 라이덴의 체력을 깎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
리젠 시간도 줄어서 제법 빠르게 다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베록과 트리스탄이 있어서 굳이 얻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비공정을 쓸 수 없는 지역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법은 일단 챠밍에게 다 배우게 하고, 나머지 남는 마법서는 따로 모아두었다.
구(球) 형의 번개 다발을 날리던 썬더 플레어가 아홉 권.
주변으로 전기를 흘려 느리게 만들었던 썬더 웨이브 두 권.
하늘에서 번개를 광역으로 뿌리는 썬더 레인도 두 권
브레스와 같았던 썬더 캐논이 한 권.
이걸 경매에 붙여도 상당히 나가지 않을까
다크 아머는 다 한 개씩 나눠 가지고, 라이트닝 웨폰도 나눠가진 뒤 다섯 개나 남아서 경매로 붙이기로 했다.
“사장님, 사용하실 것 몇 개 빼 드려요.”
챠밍이 말하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인 사장님의 힘이 있어야 우리도 편하다.
“재료 템이 상당히 많이 남는데 어떻게 할까 ”
재중이 형은 여전히 창으로.
전사 형은 방패와 해머.
나르샤 누나는 라지 보우.
챠밍은 스태프.
이쁜소녀는 또다시 라지 해머를 만들었다.
손맛이 좋다나
아마 쟤는 이제 다른 무기를 못 쓸 것 같은데……
“전사 형 방어구부터 맞춰요. 가죽하고 뼈, 비늘이 많이 남아서 풀세트가 되지 않아요 ”
“으음, 확실히 되긴 하겠지만. 내가 너무 많이 쓰는데 ”
“형이 버텨줘야 넘길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올 거예요. 지금까지 그랬듯.”
“그럼, 알았다.”
전사 형이 플레이트 풀셋으로 템을 맞추는 사이 우리도 남는 재료 템으로 경갑 상하의만 따로 맞추었다.
게다가 썬더볼트의 피가 많이 남아, 챠밍의 로브는 아주 손쉽게 맞추었다.
전부 썬더볼트의 상징이 박혀 있는 청색의 갑옷으로 맞춰 입고 뿌듯하게 웃었다.
썬더볼트의 비늘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대체로 날카롭고 뾰족하게 마감이 되어 더 슬림한 느낌이 들었다.
『 썬더볼트 경갑 상의 17
민첩+2, 지력+2 / 뇌속성 대미지 30% 감소 』
『 썬더볼트 경갑 하의 16
근력+2, 지력+2 / 뇌속성 대미지 30% 감소 』
일단 수치는 굉장히 높았다.
잠시 사용하던 트로아 제식 경갑보다 두 단계나 더.
거기다 뇌속성 대미지 감소까지.
그리고 스탯.
일단 스탯이 훨씬 더 붙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형, 이거 스탯 랜덤인 것 같은데요 ”
“진짜 그러네.”
내가 뽑은 장비와 다른 사람들이 뽑은 경갑 장비의 스탯이 달랐다.
재중이 형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경갑들을 바라봤다.
“썬더볼트 열심히 잡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네.”
“음, 전 일단 만족해요. 부족했던 스탯도 좀 채웠고.”
스탯 자체가 많이 부족해서 대부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라면…….
오버된 썬더볼트를 상대로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싸이클롭스 역시.
지금이라면 그냥 정면에서 치고받아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모두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무기 장인 NPC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 썬더볼트를 잡은 그대들이라면 분명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네. 이건 내 추천장일세. 그 무기에 걸맞은 기술을 배울 수 있을 테니 찾아가보도록 하게. 』
《 로가슈 왕국 무기 상인 NPC의 추천장을 받았습니다. 》
『 그리고 가는 길에 이걸 배달 좀 해주고. 요즘 허리가 아파서, 허허. 』
《 비공정 무기 납품 상자를 손에 넣었습니다. 》
무기 상인 NPC의 추천장을 받자 화살표가 생겨나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바로 알려줬다.
화살표가 없더라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비공정 무기를 납품하라는 내용이라 모를 수가 없지.
“어차피 잘 됐습니다. 퀘스트도 있고, 썬더볼트 압축포도 어떻게 적용되나 확인해야 하니까요.”
전사 형이 앞장서자 모두 뒤따라 움직였다.
중간에 포탈을 타고 바로 북쪽 끝까지 온 뒤 비공정 지역에 들어가 개조를 하는 NPC에게 궁금했던 썬더볼트 압축포를 보여줬다.
그랬더니 개조 목록에 썬더볼트 압축포가 생기면서 트리스탄에 추가로 장착할 수 있게 변경이 되었다.
“오, 땡큐.”
재중이 형이 확인하더니 냅다 썬더볼트 압축포를 트리스탄에 달아버렸다.
정확히는 트리스탄 위쪽에 달았다.
이로써 네 발을 쏠 수 있네.
위력은 쏴봐야 알겠고.
그 뒤 자리를 옮겨 수송부대 부대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썬더볼트를 잡는 퀘스트를 완료하자 부대장인 페터가 우리에게 호감을 잔뜩 표시했다.
거기다 왕복 퀘스트로 받을 10만 기여도도 받고 비공정 무기 납품 상자를 넘겨주면서 무기 상인 NPC의 추천장도 보여줬다.
그랬더니 추가로 기여도를 5만을 더 받아낼 수 있었다.
기여도를 다 썼는데 순식간에 65만을 채워 버렸다.
이제 기여도를 어디다 써야 하나.
더 이상 비공정을 늘릴 이유도 없으니까 다른 선택지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 정말 썬더볼트를 잡을 줄이야. 그대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뜻에서 추천장을 써주지. 앞으로 왕국의 번영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도록. 』
《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의 추천장을 받았습니다. 》
“이거 잘하면 전 NPC에게 추천장 다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
“그러게. 정말 썬더볼트가 효자네. 효자.”
이미 두 부대장의 추천장을 받아냈다.
싸이클롭스와 썬더볼트를 각각 잡아내면서.
이건 무기 공방과 잡화점의 추천장과 질적으로 틀리다.
쓰기에 따라서 정말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지도.
추천장을 받자 이번에도 화살표가 생겨났다.
그대로 건물을 나와서 화살표대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 한 곳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내성 진짜냐 ”
재중이 형이 화살표를 놀라면서 바라봤다.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고.
웅장하고 철옹성처럼 굳게 닫혀 있는 내성문.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바로 그곳이었다.
드디어 들어갈 수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