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
#286화 화련의 역습 (3)
“전부 올라타세요.”
화련의 행동을 지켜보다 그대로 로가슈 왕국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
베록은 전 길드원을 다 태울 정도로 크기도 하고.
베록에 올라탄 길드원들은 타자마자 모두 감탄을 내뱉었다.
브링어와는 차원이 다르니까.
감탄, 부러움…….
그런 것들이 섞인 눈빛을 받으면서 전사 형이 베록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때, 사장님이 우리 근처로 오시더니 크게 웃으셨다.
“허허, 이거 생각 이상이구나.”
“직접 타는 것은 역시 다르죠 ”
“흐, 승차감이 좋아. 브링어하고는 확실히 달라. 이거 또 구할 수 있어 ”
우리를 보는 사장님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났다.
엄청 가지고 싶으신가 보네.
길드 하나를 통째로 옮길 수 있는 비공정이라 그런지 더 그러신 것 같았다.
“돈만 있으면 당분간은요. 기여도가 좀 모으기 힘들기는 해도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베록의 가격을 들은 사장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식은땀을 흘리셨다.
“허허허허, 일단 생각해보자꾸나.”
베록은 아무리 사장님이라도 무리가 있다.
우리도 여기저기서 떼먹은 돈이 없었다면 부담이 가는 액수니까.
당분간 그렇게 필요한 곳도 없을 테고.
특히, 백만포.
한 번 쏘는데 백만 원이라는 거금이 사라지는 것을 알면 무슨 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맥 상공까지 베록을 몰고 올라갔다.
“나르샤 누나가 좀 봐줘야겠어요.”
“응, 맡겨둬.”
나르샤 누나가 제삼의 눈을 열자 주변에 있던 현역여대생과 발키리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뒤로 떨어졌다.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은 신기한 것을 본다는 눈빛으로 나르샤 누나를 바라봤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했다.
깜짝 놀라거나 신기해하거나.
이 스킬은 지금까지는 아예 나타난 적이 없는 특수 스킬이니까.
최종병기 형이 내 옆에 오더니 팔꿈치로 툭툭 쳤다.
“저거 대체 뭐냐 ”
“아, 싸이클롭스 잡고 나온 스킬요.”
입이 무거운 형들이니 말해줘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싸이클롭스를 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싸이클롭스 그건 또 뭐야 ”
“으음, 트로아 요새 쪽에서 나오는 네임드인데…… 소환 조건이 좀 어려워요.”
사실 우리도 다시 불러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인위적으로 불러내는 것은 이미 막아놔서.
“오우거 로드보다 강해 ”
“네, 많이요. 그것도 오버가 안 된 상태에서도 오버된 오우거로 로드를 잡을 정도예요.”
“……너희 요즘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이 커다란 비공정도 그렇고.”
“하하…….”
이건 그저 웃어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설명을 시작하자면 너무 길지.
“이거 프로 체면이 말이 아니네. 우리도 분발해야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수호 형을 데리고 재중이 형에게로 갔다.
아마 자세한 설명은 재중이 형이 해주겠지.
“보여요 ”
“응, 지금 화련이 산맥 위로 올라왔네. 잠시만. 어라 이거 재밌어.”
무슨 일일까.
한참을 바라보던 나르샤 누나가 저장된 동영상을 빼내서 우리에게 다시 보여줬다.
“흐음, 이것들 봐라 ”
어느새 다가온 재중이 형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브링어를 구매한 이유가 있었네.”
재중이 형 말처럼 브링어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일단 쪽수.
퀘스트를 진행 중인 브링어 주변으로 추가 브링어를 투입해서 한 번에 전투할 수 있는 인원을 대폭 늘렸다.
다만 핵심은 따로 있었다.
아무리 쪽수를 늘려봐야 블러디 가고일 같은 악마형은 보호막을 깨지 못하면 대부분의 공격이 무용지물이다.
과연 이 보호막을 어떻게 깰지가 궁금했는데 나르샤 누나 덕에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브링어에 올라탄 대부분 인원이 마법사인 기형적인 파티 구조.
그리고 그 마법사들이 블러디 가고일을 향해 공격 마법을 쓰지 않고 무작정 힐만 남발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웃기게도 그게 통했다.
미세하지만 검은 방어막이 조금씩 벗겨지고 그 사이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거기다 블러디 가고일이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힐에 힐을 겹쳐서 시전하자 블러디 가고일의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 덕분일까 라이트 웨폰을 켠 격수들이 겨우 앞을 가로막아 진형을 유지했다.
브링어 다섯 대에 저 많은 마법사라니…….
이건 아예 작정하고 들어온 것이다.
챠밍이 그걸 보더니 예전에 싸이클롭스와 싸우던 때를 기억해냈다.
“아! 분명히 싸이클롭스도 힐에 대미지를 입었어요.”
“그리고 블러디 가고일도 악마형이지. 좀 약하기는 해도.”
예전에 챠밍이 와이드 힐을 쓰다가 싸이클롭스를 맞춘 적이 있는데 대미지가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그것을 지금 화련이 똑같이 재현하는 중이었다.
정보를 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었던 거지
내 표정이 이상했는지 재중이 형이 설명을 해주었다.
“이상할 건 없어. 쟤들도 온갖 방법을 다 시도했겠지. 물론, 우리만 할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지만…….”
“정말 무시할 수 없네요.”
한참 앞서나간다고 방심했더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이건 우리가 브링어를 주든 주지 않았든 조만간 해봤을 거야. 아예 퀘스트를 여러 팀이 동시에 진행한다던지 해서.”
우리만큼이나 유저들도 절실하게 돌파구를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련도 그중 하나고.
“그리고 저걸 과연 화련만 알아냈을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
“설마 다른 팀도 ”
“뭐, 조만간 핫 플레이스가 되겠지. 블러디 가고일이 방어막이 무섭지 전투력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잖아. 게다가 경험치도 많지, 기여도 막 주지, 스킬북도 좋아. 조만간 사람들 미어터질걸 ”
“그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그때 나르샤 누나가 백만포에 손가락을 넣고 우리를 바라봤다.
“어때 한 번 떨어뜨려 줘 ”
백만포가 정확하게 화련의 브링어가 있는 방향으로 조준되어 있었다.
허락만 떨어지면 바로 떨어뜨릴 수 있도록.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나르샤 누나를 말렸다.
“미래의 큰 고객님한테 너무 각박하게 굴지 말자고. 황금알을 낳는 닭은 배를 째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 말에 나르샤 누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면서 손가락을 놓았다.
“하긴, 줬다가 바로 뺏으면 다음에는 안 살지도 모르겠어. 이번엔 봐주지 뭐.”
화련은 과연 알까
방금 본인 목숨이 오갔다는 것을.
“그리고 곧 저 사냥법 다 퍼질 것 같아. 저기 뒤쪽에 화련 쪽 말고 다른 길드도 따라왔네. 몰래 붙는다고 붙은 것 같은데…….”
나르샤 누나의 시야에 퀘스트를 진행 중인 다른 길드가 보인 모양이다.
“혹시 어딘지 알 수 있어요 ”
“으음, 길드 마크가…… 타락 쪽 같은데 아, 그 뒤에 또 있다. 악마도 따라붙었어. 그리고 모르는 길드 마크도 있고. 한둘이 아냐.”
재중이 형이 그걸 듣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화련 이 여자가 시선을 어지간히 끈 모양이네.”
전사 형도 마찬가지.
“죽지 않고 계속 올라가니까 다른 길드가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를. 아니면 굳이 저렇게 따라올 수 없죠. 추락해도 어차피 이벤트용 브링어니까 손해 볼 것도 없고.”
“진짜 남 이목에 신경을 안 쓰는구나. 화련은.”
재중이 형이 결국 피식 웃었다.
마치 ‘볼 테면 봐라’ 하는 식으로 돈을 써서 다 찍어 누르는 상황이라 우리도 이젠 방법이 없었다.
이쁜소녀가 그때 궁금한 것이 있는지 손을 살짝 들었다.
“응 왜 ”
“혹시 저걸로 싸이클롭스를 잡을 수 있을까요 ”
“으음, 그건 나도 모르겠네.”
솔직히 쪽수로 밀어붙이면 나도 결과를 잘 모르겠다.
이쁜소녀의 질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대답해줬다.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다면 우리가 이 고생 안 하지.”
그 말에 이쁜소녀가 안심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힐만으로 싸이클롭스 같은 네임드를 잡을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있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가 한 번 잡는 바람에 이번엔 레벨업 계속할 거다. 맨땅에 헤딩한다는 식으로는 절대 안 돼.”
“아! 맞아요. 으음, 그럼 진짜 못 잡겠네요 ”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싸이클롭스를 처음 잡을 때는 NPC들이 죽어 나가도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잡히기 전에는 레벨이 안 오르는 시스템 덕분에.
“썬더볼트도 마찬가지야. 당분간은 그대로 일 거야.”
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썬더볼트가 유저들을 잡아먹고 더 강해지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어졌을지 모른다.
이쪽은 그나마 다행인가.
“자자, 여기서 오래 끌 일이 아니네. 우린 바로 넘어가자.”
재중이 형의 신호에 베록을 돌려 로가슈 왕국을 향해 날아갔다.
***
“크에엑!”
백만포를 한 대 거하게 얻어맞고 구름 아래로 추락하는 썬더볼트를 다들 멍하게 바라만 봤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최종병기 형이 얼떨떨하게 물었다.
“저거, 영상에 봤던 그 녀석 아냐 ”
“맞아요.”
“그놈을 한방에 떨어뜨려 진짜 이 비공정 대박이네.”
“대박은 맞죠. 한 발에 백만 원이라는 것만 빼면.”
“뭐 ”
“저거 한 발 쏠 때 하르 백만 원어치가 소모되거든요.”
내 말에 최종병기 형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해 버렸다.
“하아, 완전 돈 지랄이네. 이거 빗나갈까 봐 겁나서 못 쏘겠는데 ”
“나르샤 누나는 정확하니까요.”
“쟤도 진짜 강심장이네.”
최종병기 형이 나르샨 누나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썬더볼트를 떨어뜨리고 난 뒤 하르 부스터를 써서 폭풍 지대를 계속 돌파했다.
워낙 비공정이 좋아서 전기 충격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아 길드원들도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자 폭풍 지대가 끝나고 로가슈 왕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둘러보시고 정보를 모아주세요. 사장님. 솔직히 우리끼린 정보 얻기가 쉽지가 않았거든요.”
로가슈 왕국 주변은 상당히 넓었다.
우리도 거의 로가슈 왕성 내에서만 비공정 관련된 일만 하다 보니 제대로 정보를 모으지 못했었고.
그래서 아예 길드원들을 모아온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로가슈 왕국을 털려면 정보는 필수니까.
“허허, 알았다. 애들도 지금 의욕이 넘치니 금방 필요한 정보를 얻어올 거다.”
“네, 그럼 부탁해요.”
이쪽은 이걸로 됐고.
우리는 따로 할 것이 또 있었다.
수송부대 부대장을 구워삶기 위한 지금까지의 일들을 마무리할 때였다.
비공정 지역으로 가서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에게 비공정을 넘겨주면서 친밀도를 올리고 판매 NPC에게 비공정을 사는 일을 계속 반복했다.
《 브링어를 샀습니다. 기여도 10만이 차감됩니다. 》
:
《 브링어를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에게 판매합니다. 》
《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가 기뻐합니다. 》
《 친밀도가 오릅니다. 》
:
《 친밀도가 오릅니다. 》
《 친밀도가 오릅니다. 》
전사 형이 그걸 보고 있다가 혀를 내둘렀다.
“하, 돈이…….”
“화련한테 돈 뜯지 않았으면 지금은 절대 못 했을 거예요.”
아마, 하게 되더라도 한참 뒤
혹은 돈이 부족해서 못하는 경우도 생겼을지도 모른다.
돈이 계속 줄어들면서 바닥에 가까워지자 우리 모두 초조한 표정으로 페터를 바라봤다.
“아, 진짜 이 인간 얼마나 처먹을 생각이야 ”
보다 못한 나르샤 누나가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의 반응이 바뀌었다.
《 수송부대 부대장 페터가 매우 흡족해합니다. 》
『 그대들의 노고에 수송부대가 정상화 되어 하르 운반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로가슈 왕국의 안녕에 기여한 바를 인정해 로가슈 왕국 전투형 비공정을 보답으로 드리겠습니다. 썬더볼트의 퇴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 보조 퀘스트 : 폭풍 속의 악마 퇴치를 위한 무기. 》
- 퀘스트 보상
『 비공정 : 트리스탄 』
어
뭐지
이렇게 비공정을 줘
그것도 그냥 비공정이 아니라 전투형
퀘스트를 완료하자 아무 조건 없이 바로 아이템이 들어왔다.
《 비공정 : 트리스탄을 습득했습니다. 》
후……
그렇게 돈을 처바른 보람이 있네.
화련한테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한 번 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