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84화 (282/1,404)

# 284

#284화 화련의 역습 (1)

썬도볼트가 브링어의 선체와 갑판을 거세게 문 채 좌우로 흔들어대자 마치 놀이기구에 탄 사람들처럼 신나게 비명을 질러댔다.

“꺄!!”

“야이! ……발! 저게 뭐야! 막아!”

“추락한다! 뛰어내려!”

“미쳤어 여기서 어떻게 뛰어내려!”

“그럼 같이 추락하던가!”

이건 다름 아닌 본좌의 게임 방송이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저 어머어마한 네임드가! 전 서버 최초로 제가 보여드립니다! 하늘을 나는 패자의 모습이군요! 진짜 강력합니다!”

그리고 절규하는 본좌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지금 제 브링어가 개 박살 나고 있습니다! 아! 아까워 죽겠네! 이게 얼마짜린데에!!!! 즐겁게 보시는 분들은 별 좀 팍팍 쏴 주세요! 아이고! 오백 개! 캄쏴~ 합니다!”

브링어를 박살 내며 크게 포효하는 썬더볼트의 모습에 채팅창도 미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와, 돌았네.

-번개 폭풍 속에 저런 게 있다고

-꼬리도 잘 안 보이네. 엄청 크다.

-주호가 타고 다니던 라이덴은 상대도 안 되겠네.

-재수 진짜 없나 보다. 날아가다가 저런 걸 만나고.

-어쩐지, 로가슈 왕국 가기가 쉬울 리가 없지.

-전에 패치할 때 썬더볼트 나오더니 뭔가 했는데 이놈이었네.

-썬더볼트 뚫어야 지나감

-아닌 듯. 본좌가 진짜 재수가 없는 거 아냐 저 넓은 곳에서 저거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음

-아닌데 전에 패치한 것 못 봤음 썬더볼트 시야 거리가 넓어졌다고 했잖아.

-진짜 저걸 뚫고 지나가야 한다고 가지 말라는 소린가…….

그러는 사이 본좌의 브링어가 반 토막 나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또 추락이군요. 이상! 추락 전문 방송! 본좌였습니다! 아윌 비 백!!”

-ㅋㅋㅋㅋ 추락 전문 방송이래.

-그러게 전에도 추락했지.

-진짜 본좌가 최고다. 자해 방송 잘 봤다.

그렇게 본좌의 브링어가 추락하면서 영상도 끊겨 버렸다.

보고 있던 본좌의 영상을 그대로 껐다.

사실, 영상을 보기 직전에 타락과 제우스, 그리고 악마가 동반 추락을 했다.

타락은 마지막까지 버티다 브링어와 함께 추락해 버렸고, 제우스, 그리고 악마는 썬더볼트에 씹혀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마치 경쟁이나 하듯 날아올랐던 인원 모두 브링어를 토해놓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반대로 바닥에 처박힌 브링어는 다시 우리 손에 들어왔고.

“회수 다 했냐 ”

“네, 알뜰하게 전부 챙겼어요.”

본좌를 마지막으로 브링어 여섯 대 모두 회수했다.

단순히 소유하는 것이라면 몇 대라도 괜찮다.

한 번에 불러낼 수 있는 비공정이 하나일 뿐.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일을 벌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쉴라와 직책상 동급인 수송 부대 부대장과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서.

잡화 상점 NPC와 친밀도를 올려서 그런 도움을 받았는데 과연 수송 부대 부대장인 페터는 어떤 도움을 줄까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시스템상으로 수송 부대가 전멸했다고 하니 브링어를 계속 팔아주면 분명히 무언가 답이 나올 것이다.

이건 재중이 형도 긍정한 부분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일단, 자금.

주황 물약으로 큰돈을 벌기는 했지만, 베록을 구매하는데 다 사용했고 거기다 이번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기여도야 10을 쓰고 8을 되돌려 받는 중이지만 비공정은 되팔면 무려 산 가격의 절반을 떼먹으니까.

친밀도 하나 올려보겠다고 계속 진행하면 우리가 먼저 파산할지도 모른다.

아마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끌어 모아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이 일을 벌였다.

그 대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인 길드 위주로 선정했고.

이왕이면 적 전력을 깎아놓으면 더 좋으니까.

사실 브링어를 전량 회수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우리가 저들이 언제 뜰지 알고 하루 종일 지키겠는가.

분명히 놓치거나 혹은 못 찾아서 버려지는 비공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못 먹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경쟁하듯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과 자금을 더욱 아끼게 되었다.

“솔직히 우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했을 텐데…… 이 정도로 나올진 몰랐어요.”

우리가 뿌린 영상.

현재 로가슈 왕국에 도달할 팀이 우리 말고 있을까

없다고 본다.

이건 누가 봐도 뻔하다.

그리고 저들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스칼렛을 통해 숨겼다고는 해도 비공정이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지.

일단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 중간에 한두 단계를 거쳐서 팔았을 테니까.

“거기다 스칼렛이 너무 잘해줬거든.”

“네 ”

“한 푼도 안 깎아줬어. 오히려 가격을 계속 올렸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

“어떤 목적이 있다면 어떻게든 싸게 넘겨서 끌어들이려고 했을 텐데 안 살 거면 말라는 식으로 계속 가격을 올렸다는데 대놓고 니들보다 더 낼 놈들 깔렸으니까 돈 없으면 꺼지라고 했다더라.”

스칼렛도 대단하네.

“그래서 저 미친 가격이 나왔어요 ”

“어, 누가 비공정을 네 배나 주고 사냐. 호구도 아니고. 스칼렛한테 완전히 말렸어. 의심이 많이 희석되기도 했을 거고. 아마 싼 가격에 사 가라고 했으면 단번에 의심했을 거다. 비공정을 얻을 방법이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원래 가격을 알았으면 기절하겠네요.”

“필요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지. 솔직히 우리가 너무 앞서나갔잖아. 자기들은 이제 트로아 요새에 도착해서 먼저 도착했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무려 왕성에 도착한 동영상이 돌고 있으니…… 심적으로 꽤 쫓겼을걸 ”

“그래도 화련이 그렇게 급하게 나올 줄 몰랐어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좀 지켜보고 띄울지 알았는데.”

“뭐, 어차피 그놈들 몇 분 간격으로 다 띄웠잖아. 빠르고 늦고도 없었을걸 서로 눈치 보면서 언제 띄우나 하고 있었을 테니까. 화련이 띄우니까 죄다 띄우는 거 봐. 그리고 비공정.”

“비공정은 왜요 ”

“걔들은 비공정 터지면 소유권 넘어가는 걸 아예 모르잖아.”

“아…… 그렇죠.”

주인이 죽고 브링어가 터지면 소유권이 바뀌는데 저들은 이제까지 이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비공정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거기다 썬더볼트. 그런 네임드는 아예 본적도 생각한 적도 없을걸 우리가 아는 정보에 비해 쟤들이 가진 정보는 너무 빈약해. 우리 관점에서 보면 어이없는 것투성이지만 쟤들은 어떨까 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 지금은.”

정보의 부재가 제대로 된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띄우고 본 거야. 실패해도 브링어를 타고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띄우고 늦게 띄우고는 별 의미가 없어. 먼저 도착하느냐 늦게 도착하느냐에 의미가 있을 뿐이지.

“그런가요 ”

“그리고 어차피 지들끼리 정보를 나눠 주겠냐 절대 공유 안 할 걸 다 경쟁자인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우리에게는 최선의 상황이 되었다.

다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그래도 자금을 좀 더 확보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방법은 일회용이다.

어차피 저들 중 한 명이 영상으로 올리면 폭풍 지대에 썬더볼트가 있다는 것을 다 알게 될 테니까.

저들도 바보가 아닌데 또 브링어를 타고 폭풍 지대를 건너려고 할까

아마 지금부터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기여도를 올려서 이벤트용 스탄을 타고 오면 썬더볼트를 만나지 않고 지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건너왔으니까.

솔직히 지금 상황은 괜찮다.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폭풍 지대를 넘어오지 못하고 트로아 요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금 역시 늘어난다.

다만, 급전이 필요한데…….

세금은 한참 뒤에 들어오는데 우린 당장 큰돈이 필요했다.

이건 사장님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거금이라 손 벌리기도 어렵고.

무슨 게임이 돈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물론, 사장님이 대신 팔아주고 있는 템들이 다 팔리면 어느 정도 돈이 돌기는 하겠지만.

이것도 역시 조금 기다려야 했다.

새 수익 모델이 필요해.

그놈의 친밀도가 뭐라고.

영웅급 NPC하고 좀 놀아보려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어디 돈 나올 곳이 없어요 ”

“으음, 모르겠네. 결국은 사냥인데…… 새 지역 파볼까 ”

“그러든지 해야겠네요.”

비공정은 여기서 접는 것이 현명하다.

기여도를 올려서 브링어를 아무리 사와도 정작 살 사람이 없으면 오히려 우리가 개털이 될 테니까.

악성 재고는 사양이다.

하지만 그때, 내게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아이디가 익숙하네.

“누군데 ”

옆에서 재중이 형이 물었다.

그리고 챠밍, 이쁜소녀도 고개를 돌려서 날 바라봤다.

“음, 화련요.”

“걔가 왜 ”

“……설마 물어달라고 연락한 건 아니겠죠 ”

“에이, 우리가 판 것도 아닌데. 무조건 잡아떼. 안 되면 배 째라 하고.”

이 형.

자기 배 아니라고 막 째라고 하네.

“아, 끊겼다.”

재중이 형하고 이야기한다고 못 받았더니 끊어져 버렸다.

그런데 바로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형, 이 여자 좀 무서워요.”

“아, 집착 쩌네. 나도 무섭다. 너 혹시 얘랑 썸 타냐 이거 여친이 전화 안 받을 때 하는 건데.”

썸 탄다는 소리에 챠밍의 눈초리가 확 올라갔다.

“……그게 무슨 소리죠 ”

이쁜소녀도 눈망울이 그렁그렁하면서 날 바라봤다.

여긴 또 왜 이러냐.

“……올해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무서운 이야기네요.”

이런 건 딱 잘라줘야지.

내 말에 챠밍과 이쁜소녀의 눈빛이 다시 평온하게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가 킥킥거리면서 웃어댔다.

화련만 나오면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네.

“하아, 일단 받아볼게요. 가만 놔두면 하루 종일 걸어댈 것 같아서.”

화련과 영상 통화를 연결하자마자 바로 고성이 들려왔다.

<화련> 야!! 너지 !!

<주호>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일단 잡아떼자.

<화련> 로가슈 왕국 동영상 니네가 뿌렸잖아.

<주호> 뭐, 그냥 새 왕국에 최초로 도착해서 기뻐서 뿌렸죠. 다들 그러지 않나요 새삼스럽게.

<화련> 으, 일부러 엿 먹으라고 브링어도 니네가 팔았잖아!

너무 잘 아네.

아주 팩트만 콕콕 찌르고 있었다.

<주호> 하아, 무슨 재주가 있어서 그 많은 비공정을 팝니까. 우리가 판 것도 아니잖아요.

<화련> 이씨! 몰라서 물어본다고 생각해 뭐, 됐고.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브링어 스무 대만 팔아.

<주호> 네

브링어 스무 대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브링어 스무 대라는 말에 우리 팀도 모두 깜짝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말이 스무 대지 돈이…….

화련 이 여자 스케일 하나는 알아줘야겠다.

<화련> 귀가 먹었어 안 들려 잘 들리게 송곳으로 확 뚫어줄까

<주호> 너무 의외의 말이라…… 그런데 이쪽에 얘기해도 못 구합니다. 우리가 파는 게 아니라니까요.

돈이 걸리긴 한데 잡아떼야지.

녹음이라도 하고 있으면 진짜 곤란하다.

말 한마디 잘못 해서 훅 가는 사람들도 있고.

<화련> 녹음 같은 거 안 하고 있으니까 그냥 말해. 그따위 걸로 물고 늘어질 생각 없으니까. 솔직히 그런 애들 장난엔 관심도 없어.

이 여자 독심술도 익혔나

<화련> 에이, 그냥 그 판매상한테 전해. 브링어 스무 대. 내일까지 준비해 놓으라고. 계좌에 똑같이 쏴 준다고 해. 내일 오전까지다

마지막에 자기 할 말만 딱 하고 뚝 끊어버렸다.

“지금 제가 뭘 들은 거죠 ”

“아아, 진짜 스케일 하나는 알아줘야겠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끝판왕이다. 이 정도면.”

재중이 형의 말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화련 이 여자, 도대체 브링어를 스무 대나 사서 뭐에 쓰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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