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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76화 (274/1,404)

# 276

#276화 로가슈 왕국 (6)

번개가 치는 폭풍 속으로 비공정 스탄 1호가 속도를 끌어올린 채 진입했다.

폭풍 속으로 진입했기 때문일까

커다란 비공정의 동체가 거침없이 흔들렸다.

“꺄악!”

동시에 들려오는 비명.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이런 상황이라면 주위의 사물을 잡고 비명을 지르거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높은 고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제 죽는구나 싶을 테니까.

설상가상으로 번개가 스탄 1호를 때릴 때마다 전기가 사방으로 튀면서 우리의 HP를 깎아나갔다.

분명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정전기 방출기 같은 게 있을 텐데도 번개는 내부까지 침투해 이리저리 날뛰다 소멸했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단순한 게임 설정이라기엔 무슨 번개의 대미지가…….

이렇게 세지

한 번에 반 정도의 HP가 날아가 버렸다.

그동안 올린 스펙이 적지 않은데 여기서는 오랫동안 버티기가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번개(전기)로 인해 스턴이 걸리듯 몸이 저릿저릿한 것이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이거 없었다면 우리 다 죽었겠는데 ”

그러면서 전사 형은 새로 맞춘 방어구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맞다.

전에 사용하던 장비였다면, 물약의 회복력을 상회하는 대미지로 빠르게 아웃 당했을 것이다.

“대미지가 너무 많이 들어오네요.”

이제 겨우 초입인데 이런 대미지라…….

아무리 설정이라지만, 이건 심했다.

최초 적중된 번개가 스탄 1호에 닿으며 사방으로 타격을 입혔는데 저것을 제대로 저지하거나 버티지 못한다면 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재중이 형은 이런 상황에서도 날 바라보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

갑자기 왜 웃지

무섭게…….

“너, 그거 아껴놨다가 국 끓여 먹을래 ”

재중이 형의 말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아! 진짜. 삽질했네요.”

생각이 나자마자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 라이덴 하트! 】

그 순간 몸 전체에 전류가 흐르면서 몸이 전혀 다른 성질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치자 주저 없이 몸을 움직여 번개를 온몸으로 거침없이 막았다.

음…… HP는

순간 온몸이 찌릿했지만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피해 전무.

라이덴을 잡고 얻은 심장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간헐적인 비명과 긴장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이쁜소녀와 챠밍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최고!”

“정말 위험했어요.”

챠밍의 힐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속적인 피해가 생기자 ‘마력’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리 팀 전부 물약을 들이켜고 있었으니까.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데 체력 소모까지 극심하면 정말 난감하다.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 전사 형 역시 날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빠르게 장비를 스위칭했다.

평소에는 방어력이 낮아서 안 쓰던 뇌전 갑옷으로.

뇌 속성 대미지가 50% 감소하는 옵션이었던가

저걸 입으면 아마 번개도 간지러운 수준까지 내려올 것이다.

“으하하, 난 무적이다.”

“무적은 제가 무적이죠.”

“너 빼고.”

내 옆에 선 채, 이야기를 하며 퍼져 나가는 번개 다발을 미스트 쉴드로 막아내는데 엄청나게 낮아진 대미지로 인해 자주 꺼내 마셨던 물약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스탄 1호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번개란 번개는 모두 몸으로 때운 나와 전사 형의 활약으로 우리 팀의 체력은 안전해졌다.

또한 NPC들도 우리 덕분에 여유가 생겼는지 좀 더 안정적으로 스탄 1호를 몰기 시작했다.

후…….

겨우 한숨 돌렸나

그런데 그때 또 다른 무언가가 스탄 1호의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어두운 폭풍 속에서 그림자를 남기며 지나가서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큰데

네임드보단 작지만 확실히 크기가 있어 보였다.

“오빠! 방금 뭔가 지나갔어요!”

“옆에! 또 지나가요!”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

챠밍과 이쁜소녀가 똑같이 폭풍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우리 팀 모두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를 봤다.

이것도 설마 보이려나

우리야 그림자 정도밖에 보이지 않지만 시스템의 이득을 볼 수 있는 나르샤 누나라면 다를 것이다.

그런 나르샤 누나가 살짝 눈을 찡그리더니 답을 내어놓았다.

“……썬더 와이번 ”

썬더 와이번

그게 여기 왜 있어

썬더 와이번이라면 예전 안개 협곡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그 몬스터였다.

“확실히 썬더 와이번이야.”

“설마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때, 친절하게 시스템 음이 바로 들려왔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에 진입하셨습니다! 》

맞다.

칼바람 둥지.

썬더 와이번의 서식지로 알려진 곳.

“잠시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던 썬더 와이번이 폭풍 사이로 나타나더니 몸뚱이째 스탄 1호를 들이받았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동시에.

“꺅!”

폭풍으로 흔들거리는 것보다 더욱 심하게 흔들거리는 동체에 균형을 잃고 챠밍이 쓰러지려고 하자 빠르게 움직여 팔을 잡곤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고마워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초강력 갈고리를 꺼내 챠밍의 허리와 기둥에 줄을 묶어 쓰러지지 않게 만들었다.

챠밍은 민첩이 낮아서 아무리 센스가 좋아도 이 정도 흔들림에는 균형을 잡을 수가 없다.

그간 별 위기가 없어 화력 위주 세팅을 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어 스탯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르샤 누나 맞출 수 있겠어요 ”

“아니, 안 돼. 폭풍 때문에 방향이 휠 거야.”

이쪽은 안 되나

챠밍을 바라보자 챠밍도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이 정도 폭풍이면 마법도 별 효과가 없을 거예요.”

생각에 잠겨 있는 재중이 형 모습을 바라보자 별반 확실한 방책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스탄 1호의 밖으로 뛰어나가서 싸우기에는 폭풍이 너무 강했다.

라이덴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할 무렵 NPC들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마법포를 이용해 썬더 와이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록 격추는 안 됐지만, 위력이 제법 있었는지 달라붙던 썬더 와이번들이 흩어져서 다시 폭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빠, 저기 빈자리 있어요!”

이쁜소녀가 손가락으로 몇 곳을 가리키는데 확실히 마법포를 쏠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

“주호하고 전사는 계속 번개 막아주고, 나르샤, 소녀는 나하고 같이 포 하나씩 잡자. 챠밍은 힐 좀 바로 써주고.”

재중이 형의 오더가 떨어지자 바로 다 행동에 옮겼다.

셋이 마법포에 붙기 무섭게 다시 썬더 와이번이 번개를 맞아가면서 폭풍 속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썬더 와이번을 향해 마법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처음 몇 발은 빗나가더니 나르샤 누나와 재중이 형이 감을 잡았는지 빠르게 한 마리씩 맞춰서 추락시켰다.

그리고 이쁜소녀도 어느 정도 감각이 올라와서 역시 한 마리를 맞춰 폭풍 속으로 떨어뜨렸다.

이쁜소녀가 손맛을 느꼈는지 바로 외쳤다.

“이거 재밌어요!”

확실히 재밌어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해보지는 못하겠네.

몸으로 번개를 맞아가면서 우리 팀을 보호하는 것이 지금 내 몫이라 마법포는 우리 팀에게 맡겼다.

그렇게 번개를 계속 맞다 보니 마력이 계속 풀로 차 있었다.

이거, 챠밍에게 마력을 넘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아마 챠밍이 가지고 있는 마법이란 마법은 다 날려서 이곳을 초토화할 몰랐다.

넘치도록 쌓이는 통장의 돈을 사용하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려나.

한참을 마법포에 의지해 썬더 와이번을 격추하다 보니 점점 더 강한 폭풍 지역으로 스탄 1호가 비행해 들어갔다.

전사 형이 왠지 불안한지 말을 꺼냈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 ”

“설마 이상한 곳으로 가겠어요.”

“하도 당한 게 많으니까.”

음,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

한참을 쏘아댄 마법포의 활약으로 썬더 와이번이 모두 떨어져 나가서 겨우 동체가 안정되었는데 또다시 어두운 폭풍 속에서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가장 먼저 확인한 나르샤 누나가 급하게 외쳤다.

“라이덴!”

역시 이곳이 라이덴이 나오는 지역이었구나.

재중이 형이 온몸이 전기에 휩싸여 폭풍 속에서 나타난 라이덴을 보고 인상을 썼다.

“이건 꽤 힘들겠는데…….”

약한 소리를 전혀 하지 않는 재중이 형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전에는 라이덴을 미스트 윙과 하위 엘리트들의 다구리로 겨우 잡은 것이었고, 지금은 다른 상황이었다.

“여기 번개 전부 저 녀석의 힘이니까.”

라이덴 하트로 인한 무한 마력.

혹은 번개 속성으로 인한 대미지 증가.

재수가 없으면 체력 회복까지.

유리한 지역에서 싸워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여기는 완전히 저 녀석의 안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라이덴을 보자마자 선장 NPC가 다급하게 외쳤다.

『 전속력으로 빠져나간다. 하르 부스터! 』

《 하르 부스터가 시전됩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

“빨리 아무 곳이나 붙잡아!”

재중이 형이 외치자 우리 모두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을 강하게 붙들었다.

그와 함께 스탄 1호의 후방에서 강력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폭풍 속을 질주하듯 뚫고 지나갔다.

빠르잖아

이런 때를 위해 아껴뒀는지 모르겠지만 아껴둔 값은 했다.

확실히 빨랐으니까.

다만, 라이덴을 속도에서 따돌리기는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우리 뒤를 라이덴이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그대로 따라붙었다.

“챠밍!”

“네! 준비됐어요!”

라이덴이 나타난 순간부터 혹시 몰라 아까전부터 계속 차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탄 1호의 추진 기관을 물어뜯기 위해 날아든 라이덴의 주둥이를 향해 챠밍이 마법을 시전했다.

【 이레이저! 】

순간 주변을 물들이는 섬광.

어두운 폭풍 속에서 한줄기 강력한 희망의 푸른빛이 한가득 모여 라이덴의 입속으로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강력한 폭발이 라이덴의 입속에서 터져 나왔다.

크에엑!!

완벽한 한 방.

다른 것은 몰라도 이레이저 하나만큼은 확실히 라이덴의 등급을 상회했으니까 완벽하게 대미지가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단 한방에 경직이 온 듯 라이덴의 그 큰 몸뚱이가 힘을 잃고 곧바로 추락해 폭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이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따라붙어요 ”

내 질문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무리지. 너 혼자는 어찌어찌 따라붙어도. 저거 번개 속에서는 금방 회복할걸 ”

이쪽은 제대로 딜을 할 수 없는 반면에 저쪽은 무한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떼어낸 것만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겠죠.”

이것도 챠밍이 있었으니까 한 번에 떼어낸 것이다.

만약, 챠밍 수준이 딜이 안 나오면 아마도 폭풍이 끝날 때까지 따라잡혀서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이쪽의 비공정이 먼저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은 저걸 어떻게 떼어내려나

모르긴 해도 개고생을 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번개 폭풍 속을 지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재중이 형이 잠시 견적을 내보더니 말을 이었다.

“저거 잡으려면 적어도 라이덴 탈것 몇 마리가 있거나 번개 폭풍 바깥으로 끌어내야겠지. 아니면 비공정이 몇 개 더 있으면 가능할지도.”

“그렇게까지 해서 잡고 싶지는 않아요.”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라…….

보상이 좋기는 한데 조건이 너무 안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다 보니 번개 폭풍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를 벗어납니다! 》

“확실히 칼바람은 맞네. 폭풍이니까.”

“다시 오고 싶은 장소는 아니네요.”

재중이 형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스탄 1호가 칼바람 둥지를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 날아가지 않아 시스템 음이 다시 울려왔다.

《 마지막 빛이 모이는 곳, 로가슈 왕국 대공에 진입합니다. 》

드디어 왕국인가

멀리 바라보니 무려 세 개의 빛이 기둥이 동시에 올라가 있는 커다란 왕성의 모습이 보였다.

무려 빛의 기둥이 세 개나 올라가 있었다.

기존에 봤던 다른 유적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다들 눈을 빛내면서 바라봤다.

왕성의 크기도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컸다.

베네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얼마나 많은 꿀이 숨어 있을지 기대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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