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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73화 (273/1,404)
  • # 273

    #273화 로가슈 왕국 (3)

    전체 서버 임시 점검.

    갑작스럽게 날아온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바로 다음 날이 정기 점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이었다.

    보통 임시 점검이나, 정기 점검엔 완료 시각을 적어두는 것이 상례였는데 이번엔 명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내용조차 알리지 않은 채.

    정기 점검 하루 전날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유저들은 결국 들고 일어났다.

    그것도 게시판에서.

    운영자를 까는 내용이 가득하게.

    -아놔, 한참 터널 지나서 앞서나가는 중인데 먼 놈의 점검이야.

    -점검 좀 작작 해라. 이번이 몇 번째냐.

    -터널 뚫렸다는 말에 밤새우면서 버텼는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 잠 와 죽겠네.

    -아, 점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 각

    -앞서나갈 기회인데 여기서 끊네. 일단 난 버텨본다.

    -크크, 다들 일단 자라. 한두 번 당해보냐.

    -맞음. 점검했다 하면 반나절이다.

    -이놈들 뜬금없이 점검하면 진짜 길게 하더라.

    -근데 이번에는 대체 왜 점검함

    -설마, 1서버 터널 뚫렸다고 하는 거 아니지

    -에이, 너무 간 듯. 다른 서버는 오우거 로드도 없었는데.

    -그거 말고 점검할만한 게 있음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음.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우왕좌왕.

    현재까진 누구도 정보가 없었다.

    우리만 제외하고.

    사실 찔리는 것이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었다.

    시작은 비공정 퀘스트.

    추락하는 비공정을 날로 챙기고, 유저들을 추락시켜 비공정과 함께 드랍 템도 챙겼었다.

    그리고 운영자들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겸사겸사 오우거 로드로 산맥 터널을 막아버렸다.

    이때, 오우거 로드가 날뛰면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유저들이 죽어 나갔고 수많은 아이템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길드 간의 전쟁.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족보가 개판으로 꼬여 버렸다.

    물론, 이건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트로아 요새에서는 아예 몹을 몰아와서 기여도를 엄청나게 쌓아 올렸다.

    많던 기여도는 하르 무기를 구하는데 다 써버리고 다시 몰이를 해서 채워 넣은 뒤, 싸이클롭스를 트로아 요새로 불러들였다.

    그 과정에서 쉴라, NPC의 힘, 오버된 오우거 로드의 몸빵 겸 빡딜을 빌려 싸이클롭스를 억지로 잡았다.

    지금 당장 잡으라고 준비한 녀석은 아니었을텐데, 그것을 꼼수에 꼼수를 더해서 잡았으니…….

    거기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우리 길드원 전부 기여도를 1만 넘게 올려주었다.

    이것 말고도 자잘하게 사용한 꼼수가 많다 보니 대체 어디까지 칼질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일단 점검은 오래 걸릴 것 같고…….

    간만에 부족한 잠이나 푹 자야겠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잠들었을까.

    시간을 보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난 새벽이었다.

    10시간을 내리 잔 건가

    한 번도 깨지 않고 오래도 잤네.

    아마도 꽤 피곤했던 것 같다.

    싸이클롭스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었으니까.

    게임 속이라고 해도 집중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피로가 쌓인다.

    특히, 내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심했고.

    이번은 점검을 오래 할 것이라고 마음 놓고 자버렸더니 정말 몸이 원하는 만큼 잠이 들어버렸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자서 그런지 몸 상태는 굉장히 좋았다.

    바로 시원한 냉수를 한 잔 마시고 나니 흐릿했던 정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보자.

    아직도 점검 중인가

    스마트폰에는 푹 잘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해두어서인지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었다.

    점검이 빨리 끝났다면 들어오라고 연락이 왔겠지만.

    게시판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리젠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시 점검.

    -연장 점검.

    -긴급 점검.

    4대 명검 중 3대 명검이 모두 나와 있었다.

    오픈 초기를 제외하고 이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점검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진짜 점검을 대체 얼마나 하는 거냐

    -아놔. 자고 왔는데 아직도 점검하고 있네.

    -다시 자야 하나

    -크크, 너님들 맨날 밤새서 게임한다고 좀 자라는 운영자의 배려다.

    -웃기고 있네.

    -넌 밥은 먹고 다니냐

    -난 안 자고 버텼는데 점검 연장으로 공지사항 한 페이지 채운 것은 처음인 듯.

    -중간에 게시판도 여러 번 터졌음.

    -보니까 1서버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전 서버 같이 하잖아.

    -이쯤 되니 진짜 궁금하다. 뭐 때문에 점검하는지.

    -새 지역 패치가 덜 됐나 한참 유저들 쏟아지니까 문제 생긴 것 같기도 하고.

    - 그런 건 됐고. 빨리 왕국 구경해보고 싶네.

    -요새 먼저 가야 할 것 같던데, 주호 쪽도 요새까지 간 게 전부인 듯.

    -걔들 원래 공개 안 하잖아. 실제로 어디까지 갔을지 누가 아냐.

    -점검만 끝나봐라. 바로 따라 잡아준다.

    -크크, 누가 누굴 잡아

    -수억 꽂아 넣으면 가능할지도

    -돈으로 해결될 것 같으면 벌써 뒤집혔지. 화련 봐봐라. 그 돈 써가면서 매번 발리잖아.

    -음, 인정.

    -나 같으면 그 돈으로 그냥 신화 길드를 통째로 사겠다.

    -신화 애들 한 주에 수억 벌지 않나 사려고 해도 쉽지 않을걸.

    -설마, 그 정도겠냐.

    -모르지. 실제로 안 까보면.

    -지금 걔들 버는 게 중요하냐. 나 살기도 바쁜데. 점검이 안 끝나잖아! 점검 좀 그만하자.

    -제발 점검 좀 끝내주세요. ㅠㅠ.

    자고 왔는데도 점검이 끝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게시판은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뭘 얼마나 뜯어고치고 있기에…….

    이제 슬슬 겁이 나는데

    분명히 우리 때문에 점검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 점검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고칠 것도 많다는 이야기고.

    하지만 곧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정기 점검 시간이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연장 점검이 정기 점검으로 바뀌었다.

    하…….

    대박이네.

    전설의 4대 명검이 모두 등장했다.

    최소 5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나

    설마, 하면서 기다렸던 사람들도 게시판에 욕을 한 바가지씩 부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홈페이지마저 멈춰 버렸다.

    갈수록 태산이구나.

    어쩔 수 없네.

    포장되어 얼려두었던 순대국을 조리해 맛깔나게 먹어치웠고, 그렇게 다시 배부른 채 잠을 청했다.

    그렇게 빠져든 꿈속에선 링거를 맞아가며 밤새 점검을 하는 운영자들이 시뻘겋게 변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 *

    “헉!”

    악몽도 아니고.

    이런 꿈을 꾸냐…….

    시간을 보니 이번엔 점검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와 있었다.

    드디어 점검이 끝난 모양이네.

    총 열여섯 시간에 걸친 대 점검.

    꿈속에서 운영자들이 나올 만 했나

    이쪽은 정말 오랜만에 푹 잤지만 운영자들은 밤새도록 일을 했겠지.

    일단, 접속 전에 점검 내용부터 확인했다.

    * * *

    [ 공지사항 ]

    ▷ 비공정 퀘스트의 난이도를 소폭 하향합니다.

    ▷ 비공정 퀘스트에서 비공정을 얻을 수 없도록 패치합니다.

    ▷ 기존의 비공정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 비공정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 수가 줄어듭니다. 기존 6종의 네임드 템에서 2종의 네임드 템으로 변경됩니다.

    ▷ 고도가 높은 공중에서 사망 시 드랍된 아이템은 죽은 위치에 드랍되도록 변경됩니다.

    ▷ 오우거 로드의 자율 활동 반경이 넓게 설정됩니다.

    ▷ 오우거 로드가 오랜 시간 터널에 머무르지 않도록 변경됩니다.

    ▷ 오우거 로드가 산맥 터널 입장 시 터널에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알림이 뜹니다.

    ▷ 공중 탈것에 밧줄을 엮을 시 탑승 시와 마찬가지로 공중 판정이 나도록 변경됩니다.

    ▷ 미스트 망토와 안개화 스킬을 몬스터들이 인식하도록 수정됩니다.

    ▷ 미스트 망토와 안개화 스킬을 윤곽으로 확인할 수 있게 색상이 변경됩니다.

    ▷ 미스트 망토나 안개화 스킬을 시전해도 어글이 풀리지 않습니다.

    ▷ 미스트 망토나 안개화 스킬을 유지하면서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변경됩니다.

    ▷ 인위적으로 트로아 요새에 몬스터가 접근할 시, NPC들이 인식하여 기여도와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 트로아 요새에 피해가 있다고 인식할 시, 성벽 NPC들이 관련 유저들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 경비 NPC와 친밀도가 낮을 시 트로아 요새의 입장이 제한됩니다.

    ▷ 아군 중에 기여도를 만족하지 못하는 인원이 존재하면 관련 NPC나 퀘스트가 발동하지 않습니다.

    ▷ 몬스터 사냥 시 마지막 타격이 아닌 대미지를 준 만큼 기여도를 부여합니다.

    ▷ 몬스터 사냥 시 NPC의 대미지 기여도만큼 드랍 확률이 하락합니다.

    ▷ 최초 사냥 시 드랍하던 아이템의 수량이 기존 수치 보다 하락합니다.

    ▷ 로가슈 왕국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 신규 사냥터가 추가됩니다.

    ▷ 신규 네임드가 추가됩니다.

    ▷ 기존 네임드의 난이도가 하락합니다.

    ▷ 언데드, 악마형이 추가됩니다.

    ▷ 미믹과 보물상자가 출현하지 않던 상황을 수정했습니다.

    ▷ 어두운 장소에서 미믹과 보물상자의 출현 확률이 대폭 상향합니다.

    ▷ 기념주화는 로가슈 왕국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트로아 왕국과 기존 유적지, 베네아를 텔레포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다만, 트로아 왕국에서 일정 이상의 기여도를 획득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

    앞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대부분 사전 차단한 것 같았다.

    한참 업데이트를 확인하던 중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중> 여! 일어났냐

    <승호> 네, 패치 내역 보고 있었어요.

    <재중> 완전 죽이지

    <승호> 뭐, 죽겠네요. 이번엔 정말 악을 쓰고 막은 것 같은데요

    <재중> 생각해보면 아주 나쁜 건 아니야. 이번 패치 덕분에 후발 주자들이 우릴 따라올 방법까지 막혔으니까.

    <승호> 그런가요

    <재중> 우리가 해먹은 방법을 그대로 써먹어도 따라올까 말까 한데, 이 정도로 틀어막아 버리면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겠지. 돈을 미친 듯이 쏟아붓지 않는다면 말이야.

    <승호> 흐음, 그건 좀 불안하네요.

    그렇게 현질을 해댈 인간은 제법 많으니까.

    <재중> 비공정을 더 못 얻는 것은 아쉬운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다른 녀석들은 이 퀘스트로 비공정을 가질 수 없어. 적어도 로가슈 왕국까지 가지 않는 이상은. 거기서도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확실히 그랬다.

    비공정을 얻을 루트를 원천 차단해 버렸으니까.

    비공정이 손에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

    이 차이는 크다.

    오우거 로드 패치는 안 하면 이상한 것이니까 넘어가고.

    패치를 했음에도 그대로 나눴으면 아마 게임사에 항의가 쏟아졌을 것이다.

    공중 탈것도 마찬가지.

    하늘에서 지상을 공격할 수 있게 되면 지상 몬스터가 씨가 마를 거니까.

    패치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하지.

    <승호> 미스트 망토는 아쉽게 됐네요.

    <재중> 뭐, 이건 나도 좀 아쉽지. 쏠쏠하게 써먹었는데 말이야.

    <승호> 이제는 써도 다 보이겠네요.

    <재중> 회피기나 탈출기 정도 어글이 풀리지 않아서 전사가 쓰기에는 더 좋아졌으려나. 어글 풀리면 다시 잡으려고 개고생 안 해도 되고.

    <승호> 하긴 그렇네요.

    아마 탱커용으로 굳어질 확률이 높았다.

    혹은 체력이 약한 유저들의 회피용 수단으로.

    그리고 몬스터들 싸움 붙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조금 편한 방법이었지, 필요하면 다른 방법을 써도 된다.

    이 경우는 난이도는 좀 있겠지만 나나 재중이 형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재중> 기여도도 벌어질 대로 벌어져서 후발 주자들 따라오려면 한세월이야. 우리가 못 먹는 만큼 쟤들은 훨씬 더 못 먹어. 이제 NPC한테 몰아가서 막타 치는 것도 못 하니까. 다 막아버렸더라.

    확실히 운영자들이 다방면의 패치로 더 이상의 꼼수는 원천 봉쇄당했다.

    <재중> 우리도 너 아니었으면 걔들하고 같이 뒹굴었을 건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승호> 그러지 않으려고 그 고생을 했죠.

    기여도는 돈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다.

    쌩 노가다.

    시간을 들인 만큼 기여도가 올라가는 시스템.

    그동안 돈으로 해결하던 화련이나 타락 같은 사람들이 아주 질색할 만한 시스템이었다.

    운영자가 기여도 시스템으로 우리를 붙들 생각이었겠지만 어림도 없지.

    우린 이미 새장을 뚫고 날아갈 준비를 끝마쳤다.

    솔직히 기존 네임드가 약해지니 텔레포트가 연결되느니 하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이제는 로가슈 왕국을 털러 가는 일만 남았을 뿐.

    나와 재중이 형의 관심은 온통 그쪽으로 몰려 있었다.

    <승호> 형, 근데 우리 방어구가 너무 부실하지 않아요

    <재중> 응 무기에 비해 그런 감이 없잖아 있지.”

    다크 아머가 있다고는 한들 기본 방어력이 너무 약하면 다크 아머도 빛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왕국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도 모르겠고.

    거기다 분명히 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을 터.

    철저한 대비만이 완벽한 결과를 가져온다.

    <승호> 형, 저랑 작업 좀 할래요 점검 할까 봐 아껴둔 게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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