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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71화 (271/1,404)

# 271

#271화 로가슈 왕국 (1)

솔직히 말한다면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퀘스트 진행.

꼼수에 꼼수를 더 하고.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잡을 수 없는 네임드의 공략.

네임드에 네임드끼리 싸움을 붙이는 것은 이미 몇 번이나 시도한 일.

하지만 유적(도시)의 NPC까지 동원해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즉, 몇 번의 패치로 변경된 사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템이 떨어질까 걱정을 했었다.

우리가 잡긴 했지만 완벽히 우리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보긴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재중이 형이 들어 올린 스킬 북을 보고는 어느 정도 안심을 했다.

『 다크 아머 』

『 다크 웨폰 』

『 이레이저 』

『 대지 강타 』

『 강격 』

『 연격 』

『 투사 』

『 대쉬 』

『 백스탭 』

『 돌진 』

『 징벌의 사슬 』

『 피부 강화 』

『 싸이클롭스의 외침 』

『 싸이클롭스의 눈 』

『 싸이클롭스의 핵 x6 』

스킬북만 십여 권.

몇 가지는 이미 접했던 스킬이지만 몇 가지는 정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싸이클롭스의 핵.

딱 사람 수대로 나온 핵이라…….

이건 대체 어디다 쓰는 걸까

일단 그중 재중이 형이 제일 먼저 들어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이번에 우리가 정말 고생을 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싸이클롭스를 싸이클롭스답게 만들어준 스킬.

이것만 아니었으면 오우거 로드가 오히려 더 까다로울 정도로 무지막지한 공수밸런스를 자랑했었다.

파훼하는 방법을 모르면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그런 스킬.

『 다크 아머 』

다른 스킬북도 있었지만,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눈여겨보는 유일한 템이기도 했고.

그것도 착용할 수 없는 스킬북이었다.

한번 쓰면 끝나는.

이걸 가격으로 치면 얼마나 할까

싸이클롭스가 보여준 성능으로 봐선 책정 불가의 스킬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나왔네.”

재중이 형이 검은색 바탕에 금색 테두리가 있는 스킬북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역시나 지금까지 그랬듯 어디에도 스킬 설명은 없었다.

“익혀봐야 안다 이거지…….”

재중이 형이 다크 아머를 손에 쥔 채, 나와 전사 형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거 보니까 나 아니면 전사 형에게 우선권을 주려는 것 같은데…….

“형은 욕심 안 나요 ”

“나 ”

“이거 굉장한 거잖아요.”

모두 싸이클롭스를 상대해봐서 안다.

이게 얼마나 굉장한 스킬인지.

열화판인 이 스킬 하나만으로 싸이클롭스라는 네임드 하나를 다 가졌다고 해도 무방했다.

핵심 중에 핵심.

그만큼 압도적인 스킬이었다.

“내가 이거 없다고 죽을 것 같아 ”

저 철철 넘쳐흐르는 자신감.

기본기와 응용기가 다른 이들보다 충실한 것에서 나오는 그런 자신감이었다.

뭐,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하니까.

“있으면 좋겠다만. 내가 이거 없다고 밸런스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야.”

밸런스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사람에게 먼저 주겠다는 확신이 어린 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사, 아니면 너.”

주웠을 때부터 이미 확정한 것 같았다.

현시점에선 부족한 방어력이나 체력을 보조할 최고의 스킬이다.

그런 면에서 항상 몸으로 때우는 전사 형이나 방어력이 빈약한 나와 저울질을 했다.

전사 형이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음, 전 차라리 방어력이 올라가는 편이 좋습니다. 그 스킬을 사용해서 마력이 바닥을 치면 답이 없습니다. 어글 스킬도 꾸준히 돌려줘야 하구요. 가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는 기술로 쓰면 좋겠지만…….”

“너에겐 아깝다 ”

“뭐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생존 스킬은 방패에도 달려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미스트 망토도 있구요. 탱킹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는데 굳이……. 거기다 가장 중요한 마력이 부족해서 심장도 제대로 못 돌리지 않습니까 이거 제가 가지면 분명히 계륵입니다. 계륵.”

전사 형이 강조하는 것은 딱 하나.

효율.

본인이 사용한다면 가끔가다 생존 스킬로 한 번 정도 쓸 수 있지만 그걸로 끝.

그리고 마력을 지불해 생존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면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 이게 있잖습니까.”

『 스톤 아머 』

예전에 골렘을 잡고 나온 스킬 북이었다.

쓰면 정말 돌처럼 변한다.

방어력

좋다.

다만, 못 움직이는 것이 문제.

그래서 전사 형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쓰지 않은 스킬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을 한 번 넘기기에는 오히려 저쪽이 더 나을 것이다.

“너 아직도 로브 입지 ”

“……뭐, 그렇죠.”

전사 형이 날 바라보면서 물어보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여왕의 로브를 아직도 입고 다니는 중이었다.

지력과 마력회복 때문에.

검은 여왕의 서클릿도 여전히 끼고 있고.

근접 캐릭터가 이런 것을 입고 다니는 것을 누가 본다면 정말 욕할지 모르겠다.

지원받은 코스튬으로 보이지 않으니 망정이지.

누가 봐도 지금은 괴랄한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전사 형과 방어력을 비교하면 거의 배는 넘게 차이 나는 수준이었고.

“용케도 이때까지 살아 있었네. 너 싸이클롭스에 스쳐도 죽지 않냐 챠밍하고 방어력 같을 건데.”

“죽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 했죠.”

내 스탯 특성상 다른 스탯에 여유를 주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위험한 짓을 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다니는 거 말리진 않는다만, 이제는 정말 한 방 맞으면 훅 갈 수 있어. 그러니까 여기서 끝낼 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저보고 쓰라는 말이네요 ”

“부족한 체력, 방어력. 저거만 한 게 있냐 ”

없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르고.

나중에 나오기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마력은 전사 형보다 월등하다.

심지어 카스카라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으니까.

“그럼, 결정 났네.”

재중이 형이 다크 아머 스킬북을 내게 건넸다.

다크 아머를 받자마자 바로 익혔다.

검은색 기운이 몸을 가득 돌면서 움직이다가 내 심장으로 흡수되었다.

“생각보다 심플하네.”

“써봐요 ”

챠밍이 궁금한지 시선을 바짝 당겨서 나를 보자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시전을 했다.

【 다크 아머! 】

분명히 계열은 어둠 쪽인지 몸 전체로 육각의 작은 파편들이 세밀하게 모여들었다가 내 몸 주위로 검은색의 투명한 갑옷을 만들어냈다.

팔과 허리를 돌려 이리저리 움직여봤는데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방어력이 높아진다기보다는 마력으로 대미지를 커버하는 식이었다.

마력을 카스카라로 계속 땡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것보다 좋은 스킬은 없을 것 같다.

느낀 점을 전부 설명하니 모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스킬.

『 다크 웨폰 』

이건 싸이클롭스가 공격 시에 주먹을 물들였던 그 스킬로 보였다.

이거 조만간 색깔 별로 다 모으겠는데.

“뭐, 그것도 네가 하는 편이 낫겠지.”

비월참을 여러 발 날릴 수 있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내 쪽을 밀어주려는 것 같았다.

일단, 여기까지는 확실히 내 몫이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스킬북이 분배되었다.

한 번에 세팅할 수 있는 스킬은 한정되어 있으니 필요한 사람이 적절하게 나눠 가지는 것이 좋다.

이레이저는 싸이클롭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성벽을 날려버렸던 바로 그 스킬이었다.

이건 당연히 챠밍의 몫이었다.

원판이 성벽을 날려 버릴 정도인데 열화판이라도 충분히 강할 것이다.

대지 강타는 싸이클롭스가 점프해서 내려찍던 것이라 이쁜소녀에게 돌아갔다.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싸이클롭스의 외침은 바로 방패전사가 받아갔다.

무려 광역 스턴.

오우거의 외침이 광역 경직으로 잠시 움찔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이쪽은 정말 광역 스턴이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딱 한 마디 했다.

“이게 더 대박 같은데 대인전이나 쟁에서는 정말 무시무시하겠네.”

그리고 강격.

휘두르는 것 이상의 충격과 함께 보너스 대미지가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이건 어글을 잡기 위해 전사 형이 먼저 받아갔다.

“음, 난 이 정도인가 ”

재중이 형은 피부 강화와 연격을 집었다.

피부 강화는 예전에 이쁜소녀가 받아간 방어스킬과 것과 동일했다.

경갑의 미흡한 방어를 보조할 수 있는 스킬.

그리고 연격은 같은 공격이 연속으로 들어갔을 때 후속타에 대미지가 붙는 개념이었다.

일종의 패시브였고.

“강격이나 연격 같은 기술 때문에 그렇게 싸이클롭스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막으면서 평소보다 대미지가 많이 들어온다 했더니…… 이런 기술일 줄은.”

싸이클롭스의 공격을 온몸으로 부딪혀본 전사 형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분명히 막았음에도 전사 형의 체력이 출렁거릴 때가 있었는데 이런 종류의 스킬들이 피해를 가중했던 것 같았다.

이쪽은 내가 쓰나 재중이 형이 쓰나 마찬가지라서 바로 양보했다.

이미 받아놓은 것이 많기에.

다음에 나오면 눈치 안 보고 챙길 생각이었다.

연격은 나나 재중이 형의 공격 스타일을 살릴 좋은 스킬이니까.

언제 다시 잡으러 와야겠는데

그리고 싸이클롭스의 눈.

가장 정체를 모를 스킬이었다.

“이레이저는 이미 봤고, 이건 정체가 뭐지 ”

“시야 시력 같은 종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수 스킬일 수도 있지.”

재중이 형, 전사 형, 나르샤 누나의 의견이 엇갈렸다.

“나르샤, 이거 어때 써볼래 ”

“나 ”

싸이클롭스가 쓰지 않아 잘 모르는 스킬.

잠시 고민하던 재중이 형이 나르샤 누나에게 싸이클롭스의 눈을 건네주었다.

“밑져도 본전이야 ”

나르샤 누나가 피식 웃더니 받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익혔다.

스킬 설명이 있거나 네임드가 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확실하게 구분했을 텐데.

이럴 때가 제일 어렵다.

싸이클롭스의 눈을 사용하자 하얀 스킬북이 빛으로 변해 나르샤 누나의 이마로 흡수됐다.

그리고.

나르샤 누나의 이마 정중앙이 갈라지더니 눈이 하나 생겨났다.

“언니, 이마에…….”

“눈이 세 개에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어 정말 ”

그 말에 의외로 나르샤 누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으로 이마 부근을 이리저리 가려봤다.

이 누나도 참.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지.

눈이 하나 더 생겼는데도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스킬을 쓸 때만 생기긴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짝 놀라겠는걸 어떻게 보여 ”

전사 형이 물어보자 나르샤 누나가 잠시 여기저기 확인하듯 쳐다보더니 대답해줬다.

“으음, 실제로 보이고 그런 건 아니야. 헤에, 그리고 이거 좋은 거야.”

좋은 거

어떻게 좋다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보면 정말 멀리까지 보이거든. 마치 줌을 땡기듯이. 평소의 시야 이상으로 시원하게 보여.”

다행히 궁수 특화 스킬이었네.

다른 사람이 익혔으면 난감할 뻔했다.

눈이 세 개라.

보기에 따라선 정말 신기해 보이네.

챠밍과 이쁜소녀도 신기한지 연신 나르샤 누나의 주변에서 떨어지지 않고 구경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투사인가

“원거리겠지. 일단 싸이클롭스가 쓰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 눈을 보면 아마도…….”

재중이 형이 이번에도 투사를 나르샤 누나의 손에 올려주면서 씨익 웃었다.

“뭐, 익혀 볼게. 근데 아니면 나도 몰라 ”

“걱정 말고 배워봐. 아니면 또 잡으면 되니까.”

또 잡는다는 말에 우리 모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NPC의 도움과 이런 저런 준비가 없다면 솔직히 무리지.

나르샤 누나가 거리낌 없이 투사를 배우고 난 뒤 바로 만족한 표정으로 변했다.

“이것도 좋아. 화살에도 적용되는데 투사하는 물체의 관통력을 올려줘. 투사체 위력까지 모두 상승하고.”

싸이클롭스의 핵은 아직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적절한 스킬들을 가지고 갔다.

싸이클롭스,

너란 녀석.

최고의 선물이구나.

거기다 오버된 오우거 로드의 템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이게 대체 얼마나 남겨 먹는 건지 모르겠네.

그때 챠밍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기, 쉴라가 돌아가려고 해요.”

“그럼 안 되지. 오우거 로드는 좀 있다가 풀고. 일단, 저쪽부터.”

재중이 형이 재빠르게 달려가더니 쉴라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라도 안쪽으로 사라져서 못 만날 수도 있으니.

우리도 재빨리 쉴라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 저 강력한 싸이클롭스를 퇴치하다니…… 그대들이라면 로가슈 왕국이 처한 위험을 해결할 수 있겠네요. 로가슈 왕국 신성 부대 부대장의 이름으로 위임장을 드리겠어요. 』

띠링!

《 쉴라에게 로가슈 왕국 통행 위임장을 받았습니다. 로가슈 왕국으로 가는 비공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 그대들에겐 트로아 요새와 제2 하르 광산을 구해준 공적을 높이 사 개인적인 선물을 드릴게요. 』

띠링!

《 제1 하르 광산 수수료와 세금 중 일부를 한 달 동안 정산 받습니다. 트로아 요새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금이 늘어납니다. 》

《 로가슈 신성 부대 제식 악세서리 중 하나를 부여받습니다. 》

『 로가슈 신성 부대 제식 링 / 올 스탯+2 』

거기다.

『 싸이클롭스를 퇴치하고 얻은 핵을 로가슈 왕국의 대장장이에게 가져다주세요. 그대들의 미완성 하르 무기들을 완전하게 고쳐줄 거예요. 』

띠링!

《 보조 퀘스트 : 완전한 무기를 찾아서가 진행됩니다. 》

10만짜리 기여도 퀘스트가 맞기는 맞구나.

정말 아낌없이 주네.

갑자기 쉴라가 너무나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할 일 없이 논다고 욕해서 미안.

쉴라.

네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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