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64화 (264/1,404)

# 264

#264화 트로아 요새 (5)

강제 방어전을 시작할 때 0이었던 기여도가 이쁜소녀와 챠밍의 맹활약으로 순식간에 수직으로 상승했다.

몬스터를 잡아 기여도를 올리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요새에 위협이 되는 몬스터를 단순히 제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여도를 쌓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몬스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적게는 4500에서 많게는 6000까지 랜덤하게 기여도가 올랐다.

기여도 수치가 다른 것은 아마 몬스터 레벨이 달라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수치에서 파티원 수에 따라 알아서 분배되는 모양이고.

마리당 거의 800, 900 정도.

라이트닝 플레어가 쓸고 간 자리에서 죽은 몬스터만 얼핏 봐도 열 마리 이상이었고, 지금까지 쌓은 기여도는 벌써 1만에 육박했다.

트로아 요새의 ‘아주 짠’ 기여도 퀘스트만 했을 경우 거의 천 번 이상의 노가다를 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를 한 번에 메워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터널이다 뭐다해서 정체되어 있었던 레벨도 바로 한 계단 더 올라 67이 되었고.

물론, 우리 팀 역시 한 계단씩 더 올랐다.

거기다 짭짤한 부수입도 생겼다.

『 +0 파워글러브 / 방어력 6 / 근력+5 』

『 +0 트롤 벨트 / 방어력 6 / 체력+5 』

모든 서버, 모든 유저가 가장 원하는 아이템들이 막 쏟아져 내렸으니까.

드랍된 아이템은 보자마자 재빠르게 인벤으로 쑤셔 넣었다.

다른 몬스터들이 밀고 들어오기 전에 루팅하지 않으면 전부 사라져 버릴 테니까.

“크크, 역시 우린 이쪽이 맞아.”

재중이 형이 라이트닝 플레어가 쓸고 간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더니 흡족한 표정과 함께 웃어 보였다.

아이템, 경험치, 기여도.

현재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확실히 그렇죠 ”

“그래, 오늘 한번 놀아보자고.”

라이덴 미늘창을 꺼낸 재중이 형이 나와 같은 선상에 서서 다시 밀려들어 오는 몬스터 중 하나에게 스킬을 시전했다.

【 뇌격! 】

시커먼 구름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하얀 섬광이 트롤을 직격했다.

뇌격을 정통으로 맞은 트롤은 이내 죽음의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 기여도 획득 : 5500 포인트 》

“잘 찾네요.”

“자세히 보면 녹색 이펙트로 양념 발라진 녀석들 있어. 소녀 덕분에 지금 HP 간당할 거니까 그놈들만 찾아서 녹여.”

그렇다면야.

바로 라이덴 블레이드를 꺼내 역시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몬스터에게 뇌격을 썼다.

【 뇌격! 】

정확하게 떨어진 뇌격은 기여도를 넘겨주었다.

《 기여도 획득 : 5000 포인트 》

이번엔 레벨이 좀 낮은 녀석이었나.

NPC들에겐 강력한 화살 공격을, 이쁜소녀에겐 꾸준히 이어지는 타격을, 챠밍에겐 라이트닝 플레어를 골고루 맞은 녀석들은 대부분 HP가 얼마 남지 않아 뇌격 한 방으로 충분히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아쿠아 블레이드로 스위칭하면서 정면으로 크게 휘둘렀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동시에 날아간 검은 물줄기가 녹색으로 물든 오우거와 트롤을 덮쳤지만, 이번엔 하나도 죽지 않고 그대로 버텨냈다.

“안 죽네요.”

“이놈들 HP가 적은 것은 아니니까.”

그러더니 재중이 형도 블랙 아쿠아 캐논을 시전해 몹들을 싹 밀어내자 그중 몇 마리는 HP가 다 달았는지 죽어서 사라졌다.

《 기여도 획득 : 55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50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4500 포인트 》

“이렇게 둘이 쏘면 좀 녹겠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는데 그걸 보고 그냥 웃어버렸다.

우리가 몇 마리를 더 녹여주는 동안 성벽에서 챠밍의 신호가 왔다.

“지금 쏴요!”

이건 피하라는 소리.

“움직여.”

재중이 형이 재빠르게 성벽 쪽으로 빠지자 나도 같이 성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풀 차징된 챠밍의 광역기가 쏟아졌다.

【 파이어 소닉! 】

이건 오우거 로드의 궁극기.

지금 상황에선 라이덴의 스킬과 맞먹는 유일한 스킬이었다.

강력하게 압축된 화염의 덩어리가 다시 한 번 오우거와 트롤, 골렘들을 밀고 지나가자 또 시스템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 기여도 획득 : 55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50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6000 포인트 》

:

《 기여도 획득 : 55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4500 포인트 》

역시 이런 집단전은 챠밍이 최고였다.

최강의 마법들만 골라 배웠으니까.

풀 차징이 방해받지 않는 안전한 성벽 위에서 소녀 라미아를 소환해 라미아 하트를 돌리고 있는 챠밍은 그 자체로 최강의 마법사였다.

“휘유. 오늘 챠밍 덕을 많이 보겠는데 우리가 몇 발 쏘는 것보다 혼자 쓸어버리는 몹이 더 많아.”

재중이 형이 감탄할 정도로 광역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다시 떨어지는 파워글러브와 트롤 벨트.

오늘 풍년이네.

이대로 모여 있는 저 몬스터 부대를 전부 잡으면 정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저! 마력 바닥났어요!”

챠밍이 바로 자신의 상태를 알려왔다.

하긴.

워낙 마법이 강하다 보니까 요구하는 마력의 양도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리 우리의 스펙이 남들보다 높다고 해도 최강의 마법을 연달아 남발할 정도는 아니니까.

바로 챠밍이 소녀 라미아를 소환 해제 하고 케르베로스를 소환해서 올라탔다.

조금이라도 마력을 더 채우려면 지금은 저 방법밖에는 없겠지.

그 사이 물약을 콸콸 들이켜 체력을 회복한 이쁜소녀가 다시 성벽 아래로 뛰어내려 착지했다.

“오빠, 저 왔어요.”

그러면서 포이즌 해머를 앞에 내세우고 뛰어왔다.

사실 소녀가 맡아줘야 할 몬스터가 있었다.

바로 골렘.

골렘은 출혈 대미지가 아예 먹히지 않아 내 무기로는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없는 몬스터였다.

반면에 이쁜소녀의 둔기로는 최고의 대미지를 집어넣을 수 있었고.

“골렘 좀 부탁할게.”

“네! 골렘만 때리면 되죠 ”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쁜소녀는 아직도 죽지 않고 있던 골렘들에게 다가가서 강력하게 포이즌 해머를 휘둘렀다.

그와 함께 골렘들의 표면이 해머에 닿자마자 여기저기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공격할 때와는 사뭇 다른 이펙트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한숨 놓았네.”

재중이 형도 이쁜소녀의 활약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늘창이 출혈과 타격에서 밸런스가 좋지만 단단한 몹에 좋은 무기는 아니니까.

물론, 다른 무기로 스위칭해서 싸우면 되지만 강화가 낮아서 그렇게까지 큰 위력을 낼 수가 없었다.

“자, 골렘은 소녀에게 맡겨두고.”

이렇게 성벽 아래에서도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것은 NPC들이 꾸준히 화살을 날려 몬스터를 견제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활에서 나오는 화살이 신기할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만들었다.

저건.

어떻게든 구해야겠어.

아마 그 무기 상점 NPC가 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궁수 NPC 사이에서 나르샤 누나도 제 할 일은 충분히 다 하고 있었다.

【 검은 가시! 】

【 멀티 샷! 】

모처럼 성벽 위에서 풀 차징할 여유를 가진 나르샤 누나가 그간 잘 쓰지 않던 묵직한 조합으로 우리 주변의 몬스터들을 타격했다.

챠밍이 쓴 마법에 비하면 낮은 랭크의 스킬이지만 저 조합 한 방이면 마력이 그냥 다 떨어질 정도로 강력했다.

검은 화살 십여 발이 동시에 우리 주변으로 떨어지면서 아직 죽지 않고 버티던 오우거와 트롤을 폭격하자 바로 죽어서 사라져 버렸다.

《 기여도 획득 : 50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5500 포인트 》

《 기여도 획득 : 4500 포인트 》

그리고 마력을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격으로 뇌전 화살을 날려 골렘을 제외한 다른 몬스터들을 계속 전기 충격으로 경직시켜주었다.

전사 형은 궁수 NPC들의 공격을 뚫고 어떻게든 성벽에 오르는 오우거와 트롤, 골렘 등을 다른 근접 NPC들과 함께 막아냈다.

【 돌진! 】

아니, 오히려 올라오자마자 다시 온몸으로 차징을 해서 떨어뜨려 버렸다.

사실상 성벽 위로 올라오면 막기가 힘드니 강한 힘을 이용해 아예 몸으로 밀어내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보다 안전하게 딜링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성벽 위에서 풀 차징 된 챠밍의 마법이 시전됐다.

【 포이즌 레인! 】

이건 거대 지네 스킬의 열화판으로 얻어 놓고도 쓸 기회가 없어서 그동안 쓰지 못했던 광역기다.

스킬이 시전되자 하늘에 구름이 잔뜩 모여들더니 녹색으로 점점 물들기 시작했다.

녹색으로 물든 하늘에서 역시나 녹색 비가 쏟아져 내리자 오우거와 트롤의 피부가 시커멓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쿠어어!

그런 산성비에 맞은 오우거, 트롤이 모두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면서 발광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반응이 없던 골렘까지도 표면이 거칠게 그을라며 타들어 갔다.

골렘에게도 대미지가 먹힌다면 좋은 거겠지.

그사이 내게 달려든 오우거가 주먹으로 내려치는 공격을 라이덴 블레이드를 휘둘러 옆으로 쳐냈다.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텐데 확실히 무기와 힘이 받쳐주니까 여유가 생겨났다.

그리고 바로 카스카라로 오우거의 허리를 긋고 지나가자 빠르게 마력이 차올랐다.

바로 오우거 주변을 돌면서 허리와 팔꿈치, 뒷다리 등을 집중적으로 긋자 오우거가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오우거가 이렇게 쉬웠나

초창기 베네아 방어전 때는 오우거 한 마리를 상대로 죽자사자 붙어서 겨우 버텼는데 지금은 확실히 달랐다.

이제 이 정도로는 자극이 약한 그런 느낌까지 들 정도로.

오우거 로드를 몇 번 상대해봐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고.

카스카라로 마력을 빠르게 회복하자마자 바로 HP가 소진되어 비틀거리는 오우거나 트롤, 골렘에게 기술을 난사했다.

【 비월참! 】

【 비월참! 】

:

【 비월참! 】

라이트 웨폰, 포이즌 웨폰, 아쿠아 웨폰으로 번갈아 가면서 비월참을 날려 머리에 맞추자 차례대로 몬스터들이 죽어 사라졌다.

잘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궁수 NPC들이 체력을 깎아놓은 몬스터들을 마무리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다음으로 라이트닝 웨폰을 써서 다시 주변 몹들을 경직시키고 다녔다.

이렇게만 해줘도 우리 팀이 자리 잡고 있는 성벽 앞에서는 충분히 수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좀 많이 몰리면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광역기로 계속 몹을 줄여줬다.

이 와중에 재중이 형은 지금은 잘 안 쓰는 광아를 꺼내서 트롤들만 집중적으로 치고 다녔다.

응 저걸 왜

아!

회복 불가.

거대 개구리에서 얻은 광아에 찍히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트롤이 체력이 높고 회복력이 좋아 아예 광아로 회복을 막아버리고 있었다.

적재적소에 무기를 활용하는 능력은 확실히 최고다.

재중이 형이 광아로 트롤들의 회복을 막아버리자 죽어 나가는 트롤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기도 벨트.

저기도 벨트.

풍년이네.

그리고 이쁜소녀가 신기한 아이템들을 주웠다.

“어라 저 처음 보는 거 주웠어요!”

『 스톤 아머 』

『 마력핵 』

저건 골렘이 떨어뜨리는 건가

일단 나중에 확인해야겠고.

나와 재중이 형은 교차하듯 자리를 바꾸면서 서로를 커버해줬다.

그리고 이쁜소녀가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블링크로 다가가서 같이 막아줬고.

그렇게 궁수 NPC들의 화력 지원을 받아 순조롭게 몬스터들을 계속 녹여갔다.

“순조롭네요.”

“확실히 생각 이상으로 페이스가 좋아.”

시작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약 10만 기여도를 채웠다.

아직도 남아 있는 몬스터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충분히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약은 충분한 편이고 마력은 카스카라 덕분에 충분히 유지가 되고 있었다.

거기다 한 번씩 레벨업을 해서 벌써 레벨 3개를 더 올렸다.

궁수 NPC들이 딜을 많이 해서 실제로 경험치가 그렇게까지 많이 들어오지 않는 것만 빼면 다른 면은 다 좋았다.

드랍 물품이나 기여도 면에서.

이대로 쭉 갈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물약이 떨어지기 전까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몹을 거의 2/3 정도 줄였을까

이젠 물약이 없어서 더 버티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형, 이제 무리에요.”

“아아, 나도 안 되겠다. 물약이 없네.”

“오빠, 저도 없어요.”

다시 요새에 들어갔다가 나오기에는 그사이에 NPC들이 몹을 다 녹여 버릴 거라 어차피 지금 그만두나 나중에 그만두나 똑같아서 다들 손을 놓으려는 찰나.

크어어어!!

요새의 성벽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외침이 사방을 강타했다.

레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리 하나에 경직과 타격을 받을 만큼 강력한.

뭐지

이 진동은

이건 오우거 로드가 아닌데

오우거 로드가 낼 수 있는 출력을 분명히 넘어섰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외침이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먼 산에서도 눈에 또렷하게 보일 만큼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는 거대한 몬스터가 보였다.

오우거 로드보다도 커

양쪽에 큰 붉은 뿔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눈은 이제껏 처음 보는 외눈에 피부가 온통 검은 근육질의 몬스터.

마치 악마가 그대로 현신한 것 같은 모습에 침을 삼켰다.

이름이…….

싸이클롭스

악마형 몬스터인가

그런 싸이클롭스가 트로아 요새를 향해 지축을 들썩이며 뛰어들었다.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어느 정도 달려오다가 갑자기 제자리에 멈춘 싸이클롭스의 커다란 외눈에 불길한 붉은 빛이 잔뜩 모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모아진 눈이 부실 정도의 붉은 광선이 곧장 뻗어 나가더니 트로아 요새를 강타했다.

후폭풍만으로 근처의 공간을 모두 흔들리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위력에 다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처참했다.

성벽이…….

날아갔어

광선에 맞은 한쪽 성벽이 그대로 터져나가 무너지고 그 위에 있던 NPC도 모두 죽어서 없어져 버렸다.

이건 미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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