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
#257화 혼란의 1서버 (3)
<주호> 사장님, 그쪽 분위기 어때요
<카이저> 흐음, 순화해서 말해줄까 그냥 말해줄까
<주호> 그냥 들을게요.
<카이저> 완전 개판이지. 기존 연합, 동맹 할 것 없이 엉망이다. 깨진 연합도 너무 많고.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확인조차 힘들 정도로 꼬여버렸어.
생각보다 더 심각한 모양이네.
<주호> 우리 쪽 연합은요
공식적으로 달과 치맥 길드가 우리와 연합이다.
전설과 소수정예는 예전에 떨어져 나갔고.
<카이저> 달 치맥 일단 양쪽 사이에는 별문제가 없는데…….
<주호> 네 무슨 일 있어요
<카이저> 달하고 치맥 길드가 적대 선포한 길드가 제법 된다. 그래서 지금 골치가 아프네.
으음,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되겠는데
겉으로는 분명히 우리와 동맹 관계다.
그럼, 문제가 생겼을 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의무가 있다.
작은 것조차 하지 못하면 동맹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해지니까.
다만, 이번 경우는 너무 나가 버렸다.
과연 이걸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는 사장님이 판단해야 할 문제가 됐다.
<주호> 그게 얼마나 되는데요
<카이저> 스칼렛이 9강 스태프 하나를 떨어뜨렸단다. 그걸 다른 길드에서 가져갔고. 그래서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슬두잔도 고강 방어구를 떨어뜨렸고. 그런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아. 차마 다 세기 힘들 정도로. 두 길드에서 들은 것만 벌써 서른 건이 넘어.
<주호> 흐음…….
스칼렛이 그 정도로 템이 좋았던가
아니, 생각해보면 안 좋은 게 더 이상하다.
재력이나 세력 면에서는 누가 봐도 한 가닥 하니까.
그나저나 달 길드도 끼어들었을지는 몰랐네.
좀 더 지켜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호> 의외네요. 솔직히 달 길드는 좀 더 지켜볼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동안 같이 싸워온 정도 있고 미리 말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했지만 사실 이번엔 우리가 절대 드러나면 안 되는 작업이라 사장님 외에는 누구도 몰라야 했다.
이런 이유로 사장님도 입을 꾹 다물어 버리셨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다.
<카이저> 달 길드도 엄연히 상위 길드라, 우리와 함께한다고는 해도 다른 길드에게 밀리고 싶진 않았겠지, 이건 어느 길드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보를 잡고 있는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었을 거다.
하긴, 우리가 비행선을 타기 이전부터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정보를 캐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설마 터널에 오우거 로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
좀 미안하긴 하네.
<주호>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카이저> 일단, 상황을 좀 보자꾸나. 너무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손을 떼야겠지. 지금 이리저리 엮인 길드가 한둘이 아니다. 잘못 엮이면 수십 길드와 동시에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주호> 네, 그건 알아서 해주세요. 필요하면 저희도 넘어갈게요. 괜히 저희 때문에 고생하시네요.
<카이저> 아니지. 잘하고 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조만간 우리도 여길 털고 넘어가야지. 어차피 경쟁해야 하는 상대들이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데 최대한 앞서나가도 모자라.
<주호> 거대 지네는 어떻게 됐어요
<카이저>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지. 전력을 다해 막긴…….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페르타의 안전 문제였다.
우리 팀이 넘어와 있는 이상 거대 지네를 잡을 사람이 없으니까.
아쉽게도 트로아 요새에서 산맥 너머의 유적지로 바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텔레포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 문제든, 다른 문제든.
산맥을 쉽게 넘을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방법 하나면 모든 문제가 바로 처리가 가능했다.
꿩 먹고 알 먹으면서 하나 더 챙겨 넣는 보너스.
<주호> 문제를 좀 일으킬 거예요.
그러면서 비공정 퀘스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사장님께 해주었다.
<카이저> 흐흐, 재밌겠구나. 그리고 그거면 거대 지네도 문제가 없겠지.
<주호>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이번에 터널에서 얻은 템들 좀 처분해주세요.
<카이저> 흠흠, 역시. 많이 챙겼냐
이건 신호군.
<주호> 섭섭하지 않게 떼어드릴게요. 이번에 정말 많이 주웠거든요.
<카이저> 오케이! 좋아. 다만, 문제가 있다.
<주호> 드러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번엔 다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금 팔리는 고강 아이템은 그 자체로 장물이다.
터널에서 사람들이 떨어뜨린.
자기 아이템이 매물로 올라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역추적 당할 수도 있고.
<카이저> 그래, 어떤 식으로 거래를 하던지 물건을 건네줄 때는 서로 얼굴을 봐야 하니까. 나는 당연히 안 되고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더 안 돼.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찾으려고 할 테니까. 팔아야 할 물건이 한두 개도 아닌데 꼬리가 길면 분명히 밟힌다.
<주호> 까다롭네요.
장물은 많은데 팔기가 애매하다라…….
<카이저> 뭐, 지금 워낙 장물 아이템들이 쏟아지는 때라 큰 문제야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문제는 있지.
우리가 드러나면 정말 직격탄이다.
이번엔 정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카이저> 원래 쓰던 거래망은 아예 쓰지 않을 생각이다. 그쪽이 가격을 더 쳐주겠지만.
<주호> 흠, 이쪽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재중이 형에게 말해야 하나
아니, 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카이저> 다 방법이 있지.
<주호> 있어요
<카이저> 우리 마누라.
<주호> 네
<카이저> 가족 찬스 한 번 써야겠어.
하긴, 사모님이면…….
원래 게임을 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이번엔 하고 빠지시면 된다.
게임을 계속하다가 역추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
초보지만, 주변에서 바로 코치가 가능한 사람.
딱인데
<주호>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아, 그리고 네임드 무기 좀 사들여주세요. 트로아 요새 입장 조건이라.
<카이저> 그래, 이쪽은 맡겨둬라.
일단, 이쪽은 처리된 건가
사모님이라니.
생각도 못 했네. 진짜.
***
사장님에게 전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서버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나야 귀찮지만 전사 형은 중요한 때 동영상 촬영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 비공정 퀘스트 영상 역시 촬영을 했다.
중간 과정을 완전히 날린 반쪽짜리 동영상.
전사 형이 올린 그 단순한 동영상 하나가 전체 서버를 전부 뒤집어 놓았다.
특히, 터널 반대편을 넘어가지 못하고 막혀 있는 우리 서버는 그 파장이 더욱 심했다.
<< 비공정 퀘스트 영상 - 방패전사 >>
영상은 우리가 베네아에서 붉은 제복의 군인 NPC들과 만날 때부터 시작되었다.
베네아의 광장에 끝없이 모여 있는 유저들.
그 사이에서 오직 우리 팀만이 NPC와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잡템이 반짝이는 것까지.
『 미스트 윙의 부러진 깃털. 』
『 브락크의 다리 조각. 』
『 라미아 여왕의 손톱. 』
『 거대 개구리의 침. 』
『 해적 선장의 술병. 』
『 레서 크라켄의 빨판. 』
여섯 개의 네임드 잡템을 보여주고 브링어 1호에 탑승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안개 새를 타고 따라붙은 유저들을 마법포로 추락시키는 것 역시 영상에 나왔다.
그렇게 모든 추격을 뿌리치고 산맥이 나오자 고도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으로 영상이 끝나는가 싶더니.
배경이 완전히 바뀌면서 트로아의 한 장소가 나왔다.
바로 폐쇄된 비공정 조선소.
주변에 비공정이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아주 짧게 스치듯 보여주고 지나갔다.
그리고 문제의 노병 NPC.
『 오! 이것은! 고대 마물의 파편들, 죽어버린 비공정을 살릴……. 』
『 ……그것들을 내게 줄 수 있겠나. 』
NPC의 말에 전사 형이 인벤토리에서 네임드 잡템들을 꺼내 노병 NPC에게 건네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갑자기 환하게 빛이 번쩍이고 노병 NPC의 손에 악세서리가 나타난 모습까지도.
『 그대는 자격을 증명했다. ……이 이어링이 증표가 되어 줄 것이……. 』
노병 NPC의 그 말을 끝으로 전사 형이 이어링을 받는 장면까지 필요한 부분은 모두 나왔다.
마지막으로 전사 형이 인벤토리에 넣기 전에 아이템의 정보를 창에 띄웠다.
『 고대 파편의 이어링 / 올 스탯 +2 / 비공정 수리 재료 / 거래 불가 』
전사 형이 아이템 정보를 열어둔 상태의 이어링을 슬쩍 보여주는 것을 끝으로 그대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조회 수가 폭발하면서 일시적으로 영상을 볼 수 없게 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이끌어내었다.
이제껏 이 정도의 상위 정보를 한 번에 풀어주는 경우는 없다.
거기다 지금 트로아 요새에 도착한 유저가 한 명도 없다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완전 파격적인 정보를 풀었다.
그렇게 게시판은 폭발했다.
-올 스탯 2 악세라고
-……미쳤네. 진짜 올 스탯 2짜리다. 대박.
-이거 실화냐
-어디서 얻나요
-보면 몰라 새 지역에서 얻는 거잖아. 영상 보니까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네.
-터널 넘어가면 나오는 갑다.
-비행선도 엄청 깔려 있네요. 비행선 한 번만 타봤으면.
-비공정 수리 재료라는데 저거 있으면 비공정 가질 수 있는 것 아냐
-심지어 로가슈 왕국으로 가는 증표라고 하잖아. NPC 말하는 것 다시 들어봐라.
-저기가 왕국 아니었음
-딱 들어보니까 아니네. 중간 지점이거나 거쳐야 하는 곳으로 보임.
-저 비행선 퀘스트 무조건 해야겠는데 아이템도 아이템인데 증표라고 하니까. 거기다 비공정까지.
-그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장난 아님. 올 스탯 2면 스탯 10개인데 레벨로 치면 20레벨임.
-레벨 올리는 것도 힘든데 20레벨이면…….
-진짜 미쳤지. 저 템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심할 듯.
-스탯 한두 개 차이로 랭커들 순위 뒤집히는데 저건 진짜 파격적이다.
-그러게, 랭커면 무조건 가져야 하는 템이잖아.
-랭커만 필요하냐 누구라도 저거 쓰는 순간 순위 수직 상승임. 딜 자체가 달라지는데.
-와, 근데 조건이 너무 빡세다. 네임드 잡템을 여섯 종류나 모아야 함
-그 정도쯤 되니까 저런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지.
-1서버는 터널 통과도 못 하는데 저걸로 넘어갈 수 있으면 대박이겠다.
-거기다 다음 지역까지 생각하면 필수일 듯.
-근데 이거 우리가 가능하기는 하나 다른 네임드면 몰라도 호수의 여왕하고 미스트 윙까지 있네.
-1서버 호수의 여왕 오버 됐던데 망했네. 그거 누가 잡음.
-미스트 윙도 마찬가지지. 예전에 개떼처럼 몰려가서 털렸잖아.
-저거 다 모은 주호 팀은 진짜 넘사벽이었네.
-그러니까 랭킹 1위지.
-진짜 부럽다.
-오늘부터 네임드 주변 장난 아니겠다.
-ㅇㅇ. 서로 잡으려고 난리일 듯.
-미스트 윙이나 검은 호수의 여왕은 몰라도 다른 네임드는 그래도 잡아볼 만은 하잖아.
-하지만 역시 그 두 마리가…….
-근데 올 스탯 악세면 도전할걸 비공정에 다음 지역으로 가는 열쇠까지 걸려 있는데 나라면 다시 도전한다.
-주호 팀 네임드 잡템 좀 안 남나 다 쓰지는 않았을 것 아냐.
-그러게, 좀 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판다면 난 무조건 삼.
-1서버는 주호 팀이 있어서 살 수라도 있지. 다른 서버는 아직 무리임.
-완전 비쌀 듯.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올라왔나
전사 형이 올려준 영상 덕분에 트로아 요새와 이어링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올랐다.
“네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진짜 궁금하다.”
전사 형이 영상을 올려놓고 반응을 보던 중 날 신기한 사람 본다는 듯 쳐다봤다.
“물건을 비싸게 팔려면 홍보를 해야죠.”
“그걸 그 자리에서 생각해낸 너도 참.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잡템 팔아먹는데 쓰다니.”
“어차피 알아도 통과할 사람이 없을 텐데요.”
“흐, 확실히 그렇지. 적어도 네임드 탈것이 없으면 뛰어내릴 생각조차 못 해.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가속 때문에 낮은 높이에서 겨우 소환한다고 해도 탈것하고 같이 바닥에 찌그러져 버릴 거다.”
우리가 한 번 해봤기에 나온 결론이다.
적어도 네임드 탈것과 높은 고도에서 소환할 수 있어야 했다.
덧붙여 높은 힘으로 붙들어 버틸 수 있어야 하고.
거기다 타이밍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바로 추락이다.
오죽하면 재중이 형하고 전사 형 둘 다 두 번은 하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니…….
“자, 그럼 마침표를 찍어보자고.”
전사 형이 다시 게시판에 들어가더니 새로운 글을 추가했다.
<< 미스트 윙의 부러진 깃털, 라미아 여왕의 손톱 사실 분 방패전사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참가 자금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선별하여 비공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일단, 미끼는 던져놓았고.
두 개만 경매를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나머지를 얻으려면 반드시 잡아야 할 테니까.
글을 올리자마자 전사 형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메일이 엄청나게 쇄도하는 것 같다.
“전사 형,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
“응 갑자기 무슨 ”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 있어요 ”
내 물음에 전사 형이 날 보다가 그대로 폭소했다.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네.
옆에 있던 재중이 형도 이 상황이 재밌는지 똑같이 웃어버렸다.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도 마찬가지고.
“전 태우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 ”
“음, 예를 들면 타락요.”
비공개 경매는 정말 미끼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물론, 돈을 벌면 더 좋고.
“이번에 싹 몰아서 한 번 태워 봐요. 죽음의 비행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