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
#256화 혼란의 1서버 (2)
-터널 입구 개꿀인데 대체 어떻게 찾았음
-그러게, 입구 위치가 완전 골짜기 안쪽이라 그냥 보면 절대 안 보임.
-심지어 와서 큰 돌까지 치워야 하잖아.
-ㅋㅋㅋㅋ 발견한 새끼 진짜 대박이다.
-새끼라니! 형님이라 해야지.
-나 여잔데
-그럼 누님 나 한가한데 누님 몇 섭이야
-미친 새끼들ㅋㅋㅋㅋㅋㅋ 왜 여기서 썸 타고 있냐.
-꼼짝없이 산 타는가 했는데 터널 정보 공유 감사요.
-2서버 르반트는 이미 터널 뚫던데
-3, 4서버도.
-아르쉴라, 포르네 서버도 진행 중.
-뒤쪽 서버도 전부……. 터널이 진짜 꿀이긴 꿀인갑다.
-터널 안에 오우거랑 트롤 있어서 자리 싸움 진짜 치열함.
-그러게 터널 안에 자리 잡으려고 얼마나 싸워댔는지 모르겠다.
-길드 파워 거기서 결정 나더라 정말.
-오우거나 트롤 못 잡고 썰려 나가는 애들도 많던데ㅋㅋㅋㅋ
-자리 못 잡을 것 같으면 제발 터널 좀 오지 마라. 너무 복잡하다.
-일단 자리만 잡으면 그때부터는 개꿀임.
-ㅇㅇ. 나 트롤 잡아서 5스탯 체력 벨트 먹었잖아. 완전 탱커용임.
-탱커만 좋냐 벨트 슬롯 비어 있는 인간들 천진데. 누가 써도 다 좋다. 체력 5면 몇 방은 더 버티는데.
-재수 좋으면 파워글러브도 나옴.
-주호가 왜 그렇게 강한가 했더니……. 파워 글러브 차이였음. 근력+5 되니까 박히는 게 완전 신세계임. 안 박히던 공격도 다 박힘.
-파워 글러브 삽니다. 가격 적어서 보내주세요. 무조건 삽니다.
-내 쓸 것도 모자란 데 누가 팔겠냐ㅋㅋㅋㅋ
-예전에 주호가 오우거 잡고 다녔지
-파워글러브 떠나서 나긴 난 놈임. 협곡 템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오우거 잡고 다녔잖아. 지금 우르르 모여서도 잡기 힘든데.
-근데 1서버 필리언 쪽은 소식이 없네 보통 여기가 제일 먼저 지나가지 않음
-거기 터널 통로에 오우거 로드 있다고 하지 않았음
-ㅇㅇ. 1서버 완전 저주받음. 어떻게 통로에 오우거 로드가 있냐.
-ㅋㅋㅋㅋㅋㅋ. 뚫어보려다가 영혼까지 털렸다고 하더라.
-아놔, 나 1서버인데 말도 마라. 지나갈 수가 없다.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 지옥문이다, 1서버 터널은.
-아, 왜 우리 서버만 오우거 로드가 터널에 있냐고!!!
-장난하냐!! 운영자 나와 봐라.
-거기다 지금 1서버 개판임. 랭커고 상위 길드고 할 것 없이 죄다 템 떨구고 서로 먹고 난리 남.
-채팅창 보면 템 내놓으라고 지랄하는 길드 진짜 많음.
-근데 죽어서 떨어지면 그냥 줍는 사람 임자 아님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냐. 9강 템이라도 떨어지면 그냥 너님 ‘드세요’ 하고 보내줄 수 있음
-오, 1서버 재수 좋으면 9강 줍는 각이냐
-대신 목숨 내놓으면 됨ㅋㅋㅋㅋ. 터널 들어가면 일단 죽어서 나오니까.
-나 같으면 죽어도 9강 줍고 죽지. 팔고 째면 그만 아님
-그래서 지금 완전 전쟁터임. 템 안 내놓으면 척살한다고 난리 났음.
-1서버 진짜 재밌겠네ㅋㅋㅋㅋㅋㅋ.
혼란.
아니, 이 정도면 혼돈이다.
오우거 로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차이 딱 하나로 서버의 운명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예전에 재중이 형이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서버 운명이 완전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신규 지역은 다른 서버가 오히려 앞서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사 형이 게시판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우리 외에는 터널을 지나갈 수 없다.
반면에 2서버부터 15서버까지는 다리만 움직일 수 있으면 누구나 터널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장비가 좋지 못하면 터널 속에 있는 오우거나 트롤에게 썰려서 지나가지를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숫자가 많으니 어떻게든 터널 통로를 공략하고 있었다.
조만간.
그리 멀지 않은 시간대에 터널이 완전히 뚫리면서 사람들이 신규 지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딱 우리 서버만 빼고.
오우거 로드를 우리가 놓아주지 않는 이상 절대 통과 불가다.
일단, 이쪽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다려봐야 알겠지.
***
“다 왔네요.”
트로아.
마치 무언가에 겁을 먹고 올린 듯한 외성벽과 이곳저곳에 붉은 피의 흔적이 잔뜩 남은 곳.
그곳을 녹색 갑옷을 입고 있는 NPC 순찰병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는 곳.
이제 겨우 두 번째 들리는 곳이지만, 이곳은 도시라기보다는 요새에 가깝다.
대부분 석궁병인가
저번엔 그저 귀환 포인트만 찍고 빠져나온다고 제대로 살펴보질 못했지만, 지금은 주변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띠링! 트로아에 진입합니다! 비공격 성향 유저는 보다 낮은 세율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전과 완전히 다른 입장 문구.
베네아 때는 이런 문구조차 뜨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낮은 세율이라…….
원래 베네아에서는 공격 성향,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유저를 죽여서 아이디가 붉게 변한 유저는 도시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율의 문제이지 붉은 아이디도 통과를 시켜주는 요새가 생겨났다.
“대놓고 PK 하라는 의도네.”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며 했던 말이었다.
솔직히 아이디가 붉게 변하면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도시나 마을을 이용할 수가 없다는 점.
NPC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건 생활하는 데 있어 정말 치명적이다.
편법으로 다른 사람이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매번 자신이 원할 때마다 누군가 구매를 해준다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유저들이 잘 알기에 이런 사람들을 노리고 바가지 장사를 하는 유저들도 꽤 많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체적으로 싼 아이템부터 비싼 아이템까지 높은 금액으로 파는 배짱 장사.
게다가 정상적으로 사냥을 하다 물약을 사러 가기 귀찮거나, 인벤을 정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줄여주기에 많은 유저에게 인기가 높기도 하고.
뭐, 물약이나 아이템 등 여러 가지 편의는 유저들이 대신 봐준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텔레포트 NPC의 존재다.
사냥터까지 나갔다가 귀환을 해야 하는데 붉은색 아이디들은 귀환 자체를 하지를 않는다.
귀환하면 NPC들에게 공격당해 바로 죽어버리니까.
우리도 그 이유 때문에 어지간하면 적대 관계가 형성된 유저나 선제공격이 들어오면 반격하는 식으로 관리를 해왔다.
공격 성향, 간단히 붉은색 아이디는 너무 불편하니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지금 많은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 요새는 붉은색 아이디를 가진 유저에게 굉장한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신경 쓰지 않고 먼저 칼을 들이밀 수 있기도 하고.
이 정도로 풀어버리다니 운영진은 무슨 생각인지…….
다만, 아무나 입장을 할 수는 없었다.
『 정지! 』
우리가 트로아 도개교가 내려가 있는 성벽 입구에 들어서자 녹색 가죽과 알 수 없는 붉은색 재질의 판금을 입은 경비병 무리가 우리를 제지했다.
『 자격을 증명하라! 』
새 지역은 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증명을 너무 좋아하네.
그러자 자동으로 인벤토리나 가지고 있던 아이템 중에 네임드 무기들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저번에 통과를 하면서 확인했던 것이다.
우리 팀과 주위를 슬쩍 바라본 뒤, 손에 들고 있던 아쿠아 블레이드를 보여주니 경비대장 NPC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대는 자격을 증명했다. 통과! 』
내가 통과한 후, 우리 팀 역시 증명을 마치며 통과를 했다.
“네임드 무기가 증표라니 생각도 못 했어요.”
비행선은 잡템, 요새는 무기였다.
그저 보여만 줘도 괜찮은.
“앞으로 네임드 무기 가격이 오를 것 같습니다.”
방패전사가 두 눈을 빛내며 경비대장 NPC를 바라봤다.
“확실히 사장님께 이야기해놔야겠다.”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여기서 또 한 번 이득을 보고 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게 요새 안으로 진입하자 이제껏 그래왔듯 현대 서양 양식과 중세풍이 섞인 건물들로 꾸며져 있었다.
분위기는 좀 험악한가
대체적으로 길거리나 건물 할 것 없이 진한 어두운색이나 회색, 갈색 위주의 색으로 되어 있었다.
건물들 앞에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이 없었다면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좀 삭막한 느낌도 들었다.
마치 빛을 최소한으로 줄여 버린 것 같은…….
지나가는 NPC 대부분 무장을 한 상태인 것을 봐서는 여기도 뭔가 문제가 많은 장소인 것이 틀림없다.
그때, 챠밍이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주호 오빠, 잠시만 같이 갈 곳이 있어요.”
“응 어디 ”
챠밍이 내 팔을 두 손으로 잡고 이끌자 자연스럽게 챠밍이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서 우리 팀을 보자 다들 아무 말 없이 웃으면서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지
***
“이 NPC 하고 이야기해봐요.”
“여긴 ”
주변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챠밍을 따라 쭉 걸어가자 한 장소에 도착했다.
남동쪽 지역이라고 해야 하나
입구에서 쭉 성벽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도착하는 곳인데 근처로 가니 어딘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 폐쇄된 비공정 조선소 》
꽤 넓은 부지에 비행선이 줄지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여기서는 비공정이라고 부르는 건가
우리가 타고 왔던 브링어 1호와 똑같은 모델도 있었고, 좀 더 큰 모델도 있었다.
다만 대부분 부서지거나 수리를 요하는 상태로 보였다.
우리 브링어하고 다를 것이 하나도 없네.
“혹시 여기서 수리가 돼요 ”
“아니, 전혀.”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바로 어림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기 왜 ”
혹시나 기대를 하면서 물어봤는데 실망만 했다.
수리가 안 되는 브링어는 그냥 골동품일 뿐이다.
“실망하긴 아직 이르지.”
그러면서 한 NPC를 가리키는데 관록이 있어 보이는 노병 NPC가 제일 큰 비공정 옆에서 다른 NPC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 것이 보였다.
“퀘스트 켜봐.”
재중이 형 말대로 퀘스트를 활성화 시켰더니 화살표가 그 NPC에게 가서 닿았다.
으음, 이건 꽤.
음 운영자가 우리 엿 먹으라고 만든 퀘스트 아니었나
이게 이렇게 이어지게 될 줄 1도 생각 못 했네.
이미 우리 팀은 다 해봤는지 내가 진행하기만을 기다렸다.
노병 NPC 앞에 가서 말을 거니 내 인벤에서 다시 잡템들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 오! 이것은! 고대 마물의 파편들, 죽어버린 비공정을 살릴 수 있는 재료가 아닌가. 』
이런 식인가
혹시 이걸 넘겨주면 비공정을 살릴 수 있는 그런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네임드는 고대의 마물로 통하는 모양이다.
『 고대 마물의 파편들을 이렇게 모아오다니, 그대들은 진정한 하늘을 밝히는 용사의 후예들이로구나. 그것들을 내게 줄 수 있겠나. 』
내가 허락을 하자 내게서 잡템을 하나씩 받아갔다.
그리고 노병 NPC가 그 잡템들을 가져가더니 순간, 화려하면서 따스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재료 합성! 』
저런 것도 기술인가
나중에 배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대로 지켜봤다.
잠시 이어지던 빛이 사라지고 난 뒤에 노병 NPC의 손에 긴 큐빅 형태의 귀걸이가 생겨났다.
응
뭔지, 이 상황은.
악세를 줘
『 그대는 자격을 증명했다. 로가슈 왕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이 이어링은 증표가 되어 줄 것이야. 그곳에서 그대들의 힘이 되어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 』
그러면서 여기서는 비공정의 수리를 할 수 없으니 로가슈 왕성으로 가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퀘스트는 이것으로 끝.
이것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선행 퀘스트로 보였다.
예상과 다르다면 별개로 만들어 둔 이벤트 퀘스트일 수도 있고.
퀘스트는 퀘스트고, 일단 받은 아이템부터…….
『 고대 파편의 이어링 / 올 스탯 +2 / 비공정 수리 재료 / 거래 불가 』
음 올 스탯 2 !
이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스탯 10개짜리 악세라니.
레벨로 치면 20렙을 올린 것과 동일한 수치.
섬 지역 마지막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케르베로스 네클라스보다 훨씬 좋은 악세다.
물론, 둘 다 착용 가능하고.
그리고 비공정 수리 재료라고
이 정도면 이 퀘스트로 퍼줄 수 있는 것은 다 줬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 스탯 2짜리 악세는 당장 어디 가서도 절대 얻을 수 없으니까.
오히려 약간 넘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거 좀 과한 느낌인데요 ”
내가 재중이 형에게 놀란 채 말했더니 형은 똑같은 이어링을 꺼내 보였다.
아, 다 얻었구나.
같이 비행선을 탑승한 탓에 전부 하나씩 갖게 되었다.
“내가 예상하기론 스펙이 더욱 오른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인 거 같다. 다른 서버는 아직도 잡지 못한 네임드가 많잖…….”
“아 ! 그걸 우리가 깨버렸군요.”
“그렇지. 운영자들 지금 머리 쥐어뜯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적어도 지금 깨라고 만든 퀘는 아니야.”
네임드 6종류를 기본적으로 잡을 수 있는 스펙과 비공정을 탑승한 채 트로아에 무사히 도착해야 하는 스펙.
지금 당장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난이도.
거기다 ‘수리 재료’라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비공정을 탑승한 채 무사히 도착했을지라도, 비공정이 고장 나는 시나리오.
시간이 적지 않게 지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를 건너뛰면 먹어도 탈이 안 나는 물건…….
그럼.
감사하게 먹어야지.
그리고 악세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나를 꺼내서 써줘’ 하는 그런 느낌인가
“……저놈 또 이상한 것 생각하는 표정이네.”
“어떻게 알았어요 ”
“너, 지금 표정 완전히 음흉해. 음모의 화신 같은 그런 표정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형, 우리만 당하면 억울하지 않아요 ”
“응 그게 무슨 ”
“조건 다 풀어 버리죠 비공정 퀘스트.”
내 말을 듣자마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다른 길드 애들 다 ……되라는 심보냐 ”
“뭐, 그런 것도 있고요. 더불어 팔아먹어야죠. 잡템들. 정말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버릴 정도로 비싸게.”
1서버에 이걸 사줄 인간들은 차고 넘치지.
어디 호구들 한 번 잡으러 가 볼까나
앞서나갈 밑천을 벌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