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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46화 (246/1,404)

# 246

#246화 여긴 우리 안마당이다 (1)

이번 공성은 별다른 변수 없이 진행되겠다고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변수가 많았던 공성전이었다.

특히 화련이라는 변수.

현질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공성전에서 쓸쓸하게 퇴장을 했다.

엄청난 손해를 입은 채…….

물론, 화련 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공성이라면 견제가 심했겠지만…….”

재중이 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형도 좀 쫄렸나 보네.

이번에 꽤 많은 길드가 살아남아 마지막 중앙 탑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배자 연합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하고 난 뒤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서로 견제를 할 틈도 없었다.

그냥 누가 빨리 중앙 탑을 점거하느냐의 차이만 남았을 뿐.

그리고 광역 딜 때문에 근접 딜러가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해 대부분 활을 들고 공격하는 엽기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변수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페르타는 목표대로 우리가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끝으로 우리 연합의 메인이 최강 길드라서 유적지의 소유권 자체는 사장님에게 귀속이 되었다.

“난 분배 비율 조정하러 다녀오마.”

“네, 다녀오세요.”

사장님은 바로 달 길드의 스칼렛과 치맥 길드의 이슬두잔과 회의를 하러 가셨다.

전설과 유령의 이탈로 전력 누수가 심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상황이 되었다.

“입이 줄었으니 오히려 좋은 셈이지.”

재중이 형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데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똑같은 파이인데 먹을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지는 법이라.

“다른 쪽은 어떻게 됐어요 ”

일단 공성전에 들어가면 따로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은 다른 곳의 상황을 알기가 힘들다.

거리도 거리고, 공성전 기간에는 공중 탈것의 효율이 확 떨어진다.

미스트 윙으로도 오랜 시간 비행하는 것은 무리.

공성전 중에 유일하게 오래 날 수 있는 것은 라이덴 하나 정도니까.

나와 라이덴이 하트를 켜면 어떻게든 계속 갈 수 있다.

다만 탑승 인원의 한계가 존재한다.

나야 괜찮지만, 같이 탑승한 사람은 전기 대미지를 계속 입어서 타고 갈 수가 없으니까.

결국, 혼자서 공성전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소린데 이게 말은 쉽지…….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딱 이쪽 유적지 아니면 저쪽 유적지로 갈리다 보니 우리 쪽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널널하게 공성전을 치를 수 있었다.

반대로 다른 쪽 유적지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는 소리다.

페르타에 오지 않은 인원이 다른 곳으로 몰렸을 테니까.

방패전사가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더니 씨익 웃었다.

저 웃음은 뭐지

“전설이 실패했어.”

전설이 못 먹었다고

진짜

“그럼 누가 먹었어요 ”

솔직히 전설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인 랭킹은 떨어져도 전설 길드 자체는 진짜다.

로스트 스카이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제대로 전력을 가다듬은 몇 안 되는 길드기도 하고.

방패전사의 말에 이쁜소녀와 챠밍, 나르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였지만, 연합을 해봐서 안다.

전체 전력이 얼마나 좋은지.

거기다 우리 연합에서 이탈한 유령과 다른 길드 몇몇이 함께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밀렸어

그럼 대체 누구지

전설이 만든 연합을 압도할 길드가 있나

경쟁이 좀 심하긴 했지만, 전력 차이를 손바닥 뒤집듯 확 뒤집기는 어려울 텐데…….

“타락.”

“에 누구요 ”

“나도 모르지. 언제 한 번 보긴 봤던 것 같은데…….”

방패전사가 잘 생각이 안 나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하르페는요 ”

“보자…… 어 여기도 처음 보는 아이디인데 ”

어디지

하긴 방패전사가 모르면 나도 마찬가지다.

“길마가…… 블랙로즈 ”

“아!”

갑자기 챠밍이 무언가 떠오른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는 사람이야 ”

“오우거 로드 때, 그때 있었어요. 아이디가 독특해서 기억나요. 블랙로즈…… 검은 장미!”

“그러고 보니 타락도 그때 봤었어.”

나르샤도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듣고 어깨가 순간 움찔했다.

화련 때문일까 이번에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화련 하나로도 이 난린데 또

최소한 둘 다 신흥 강자다.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그렇다는 것은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주변에 돈 많은 사람이 많지

무슨 부자들 돈 잔치도 아니고.

저번 오우거 로드 사태를 시작으로 무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사장님이 의외의 결과에 놀랐는지 바로 정보 수집에 들어가셨다.

스칼렛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칫 잘못하면 위치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인가

“어머, 설마 했는데 역시…….”

“알고 있었어요 ”

“완전히는 몰랐어요. 얼마 전부터 몇몇 길드에서 자금 흐름이 확 튀었거든요. 어느 라인이지 시간이 없어서 다 추적은 못 했는데 일단 저희 쪽은 아니라서 지켜만 봤었어요.”

역시 쉽게 볼 사람은 아니다.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는 소리니까.

그렇다고 왜 안 알려줬냐고 따지긴 애매하다.

우리가 숨기는 것이 있듯 저쪽도 마찬가지겠지.

정확한 사항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봐선 스칼렛 나름대로 우리에게 성의를 보인 셈이다.

정보라는 것은 작은 것 하나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니까.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이쪽은 우호적인 동맹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것과 별개로 사장님과 스칼렛, 이슬두잔이 배분을 놓고 협의를 시작하는 사이 나와 우리 팀은 바로 접속을 종료했다.

딱히 남아 있어도 우리가 할 것이 없으니까.

접속 시간이 거의 끝나가기도 하고.

VRS를 나와 개운하게 샤워한 뒤에 게시판을 열었다.

-전 서버 공성전 결과 뜸.

-1서버 어떻게 됨 또 최강 연합이 다 먹어치움

-에이, 그건 너무 했다.

-아무리 신화하고 최강이라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못하면 다 못 먹지.

-하긴 유적지들 사이에 거리가 멀기는 함.

-날아가도 금방 떨어짐.

-아, 진짜 누가 패치 이따위로 함. 날다가 떨어져서 개피 봤네.

-다들 시작할 때 다 날아서 넘어가려고 하더라ㅋㅋ

-그리고 다 떨어짐ㅋㅋㅋㅋ

-공성전을 벽 넘어 막 날아가면 그게 말이 되나. 패치 잘했다고 봄.

-사실 그것만 믿고 있었는데 망함.

-우리도.

-그래서 1서버 어떻게 됨

-페르타는 예상대로 최강이 먹었고, 에띠앙하고 하르페는 처음보는 연합에서 먹음.

-1서버야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진짜 듣도 보도 못한 연합이던데

-또 누가 돈으로 질렀나 보네. 그 서버는 가능한 듯.

-이제 최강 독주에서 좀 벗어나나

-에이, 그건 아닌 듯. 솔직히 최강이 포기한 거지. 니들끼리 나눠 먹으라고. 거리만 안 멀었어도 다 털었을걸

-설마 그 정도겠냐.

-니들이 걔들 싸우는 것 못 봐서 그래. 듣도 보도 못한 마법, 기술 다 나오더라.

-이쁜소녀 봤냐 그 작은 몸으로 던켈 두 개 들고 혼자서 방어라인 다 씹어 먹음.

-챠밍이 더 함. 무슨 마법사가 광역기가 그렇게 많음 생전 첨보는 마법도 엄청 쓰더라.

-아! 그리고 영상으로 봤는데 챠밍 옆에 있는 거 대체 뭐임

-그거 라미아 펫인 듯.

-라미아 테이밍 안 되지 않나 어떻게 데리고 다니지

-우리야 모르지. 근데 그거 라미아 여왕 많이 안 닮았음 작으니까 정말 귀여움. 내꺼 하고 싶네.

-빼박임. 완전 똑같던데

-영상 잘 돌려보면 라미아 여왕이 쓰던 마법도 간간히 씀. 100% 맞음.

-와, 그럼 네임드 펫으로 만든 건가 대박이네.

-보면 주호도 데리고 다님. 오우거 로드 닮은 놈.

-진짜 부럽다. 탈 것도 다 네임드 탈 것이고.

-주호 영상만 따로 봐라. 마지막 폭딜 구간.

-비월참 8발이면 무기 인챈트가 4개인데…….

-그건 그렇다 치고 마력은 주호 마력 대체 얼마냐. 그 뒤로 계속 스킬 날려댐. 그런데도 다 나감.

-카스카라 저거 대체 몇 강이지 이펙트도 완전히 다름. 저 정도 강화하려면 완전 돈 쏟아부었겠는데…….

-같은 게임 맞음 주호 만나면 일단 무조건 피해야겠다.

-최강, 신화 길드 모집만 하면 무조건 들어간다.

-넌 안 넣어줌ㅋㅋ

-맞다, 화련은 어찌 됨

-페르타 도전했다가 바로 물 먹음.

-와, NPC들 진짜 쩔던데 못 뚫겠더라. 진짜 돈이면 다 됨.

-그 돈을 쓰고도 뚫렸지.

-화련 돈 엄청 썼다는 소리 있던데 꼬시다.

-그럼 일단 삼파전 됨

-그럴걸 유적지에서 나오는 세금이 적지 않다니까. 곧 따라잡힐 듯.

-그래, 너무 독주하는 건 재미없다. 1서버 좀 분발하자.

게시판은 온통 난리였다.

자유 게시판은 물론, 각 서버에서 진행되었던 공성전 영상들이 편집되어 동영상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궁금했던 에띠앙 공성전 영상을 돌려보니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중요한 순간, 전설을 일대일로 눌러 버린 남자.

타락.

핏빛같이 진한 헤어와 경갑과 중갑을 섞어 입은 남자가 양손도를 든 채 움직이는데, 누가 봐도 전설이 밀리는 그림이었다.

특히 컨트롤.

제멋대로 호쾌하게 휘두르는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이다.

절대 하루 이틀 연습해서 나오는 자세가 아니다.

그냥 대충 휘두르는 것처럼 보여도 내게는 오랜 시간 연습된 그런 흔적이 보였다.

재중이 형은 완성과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저 사람은 그보단 못하지만 연습을 통해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랄까

이건 단순히 돈으로 해결한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저런 사람이 나타난 거지

그랬기에 급하게 개인 랭킹을 찾아봤다.

250위에 랭크된 타락.

이러니 못 찾았지.

아무리 그래도 전설은 상위 랭커인데…….

스탯이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전설을 눌러버리다니.

저 정도 실력이라면 이해가 간다.

이거 쉽게 볼일이 아닌데

***

하루를 푹 쉬고 오랜만에 유혜선 팀장을 찾아갔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부분도 있고 주기적으로 케어를 받아야 하기도 하고.

그리고 제때 가지 않으면 폭풍과도 같은 잔소리를 피할 수 없다.

“일찍 오셨네요 ”

유혜선 팀장이 날 보고 반겨주지만, 어쩐지 몸이 파김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다크써클은 더 진해진 것 같기도 하고…….

피곤이 극에 달한 모습에 짠한 느낌이 들었다.

괜히 이야기하면 화장한다고 부산만 떨 것 같아 꾹 참았다.

“이거 비타민 음료인데 좀 마시면서 해요.”

혹시나 해서 사 왔는데 유혜선 팀장이 그걸 보자마자 바로 한 병 따서 원샷해 버렸다.

그리고 바로 한 병 더 원샷.

“아! 살 것 같아.”

유혜선 팀장의 세상을 다 가진 표정에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혹시 여기 사람 가둬두고 일 시키는 건 아니겠지

“아, 밤새워서 목이 좀 탔어요. 고마워요.”

“쉬어가면서 해요.”

“주문이 많이 밀려서요. 아마 며칠만 더 하면 끝날 것 같아요. 누구 덕에 일이 많아졌네요. 저 더 일한다고 월급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누구는 안 봐도 뻔하겠고.

“하하, 끝나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죠.”

“아, 기기는 회수반 불러서 가져올 거예요. 오늘 게임 점검하는 날이죠 ”

“네, 그래서 이렇게.”

정기점검인데 이번엔 좀 길다.

새로운 패치를 한다고 하던데…… 거기다 점검 시간 자체가 굉장히 길게 잡혀 있었다.

그래서 아예 내 전용 VRS를 공장으로 불러들였다.

집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으니까.

“혹시 안에서 무슨 일 없었어요 ”

“네 ”

“으음, 슬슬 드러날 때가 됐을 텐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던 유혜선 팀장이 말을 꺼냈다.

“PV쪽에서 일하던 테스터들요. 아마 지금쯤 하고 있을걸요 ”

“무슨 말인지 ”

“전에 제가 PV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했잖아요. 승호 씨가 저희 DS를 대표하니까 그걸 견제하려고 PV쪽 VRS 개발을 도와줬던 테스터들이 참가했을 거예요.”

듣자마자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RTP가 굉장히 높은 사람들일 거예요. 전직 프로게이머도 있고. 지지는 않겠지만 꽤 고생은 하실 것 같아요.”

사람들

한두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목표는…… 저겠군요 ”

“네, 승호 씨를 꺾어야 PV의 VRS가 더 좋다고 광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회사 이미지라는 게 있어서…… 아마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거예요.”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단 말이지

안 그래도 혈검 같은 애들을 상대한다고 매번 김이 빠졌는데.

“뭐, 재밌겠네요.”

이번엔 좀 재미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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