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
#238화 요동치는 서버 (3)
잘못 들었나
난 분명히 게임 안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메인 모델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나비 효과도 이 정도면 정말 생각 이상이다.
<승호> 메인 모델 말인가요
<지운> 네, 메인 모델요.
<승호> 왜 절
오우거 로드를 잡는 영상이 그렇게까지 영향을 많이 미친 건가
이런 제의를 할 정도로
아님 재중이 형 말처럼 주가의 영향
둘 줄 어느 쪽이 되었든 예상 못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운> 저도 이런 제의를 하게 될 줄 생각지 못 했습니다. 원래는 개인적인 일로 운영자가 유저들에게 따로 연락을 못 하게 되어 있지만 이번엔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승호> 오우거 로드 레이드 영상 때문인가요
<지운> 뭐, 영향이 없다고는 안하겠습니다만…… 게임을 길게 보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네임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네임드 잡는 영상이 그거 하나뿐인 것은 아니니까요.
<승호> 그럼
<지운> 말씀드리긴 쉽지 않습니다만, 위쪽에서 이번 일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 정도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역시 재중이 형 말대로 주가의 영향이구나.
돈이면 시체도 부린다더니.
결국, 돈이었군.
<지운> 이번은 모델 활동에 대해서만 말씀드리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굉장히 많습니다만…… 아마 곧 기회가 오겠죠.
무슨 이야기인지는 안 들어봐도 알 것 같다.
저쪽에서 한 발 뺐으니 일단 이쪽은 넘어가는 편이 좋겠지.
서로 긁어봐야 상처만 날 뿐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서 서로 칼질하는 영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승호> 제가 다른 모델 일도 겸하고 있는데 상충하지 않나요
<지운> 아닙니다. 오히려 그쪽에서도 반길 상황입니다. 이쪽은 로스트 스카이 전체를 대표하는 상황이니까요. 아, 그리고 보통은 이렇게 유저 한 명을 모델로 삼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주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승호> 그런가요
<지운> 네, 보통은 외부 인원이 메인 모델이 됩니다. 지금도 아시죠
기억에 몇몇 연예인이 로스트 스카이 복장을 코스프레하고 나오는 것을 보기는 했다.
설마, 그런 것을 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절대 사양이다.
무엇보다 정말 쪽팔린다.
<승호> 바로 거절하죠.
<지운> 하하, 생각하시는 그런 종류는 아닙니다.
<승호> 그럼
<지운> 광고 영상에 기존 사냥 영상을 편집하여 나갈 겁니다. 초상권 때문에 금액이 오가는 영상은 함부로 송출할 수가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올리는 영상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이쪽은 그렇습니다.
<승호> 제가 따로 모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까 영상만 편집해서 내보내는 식으로
<지운> 제대로 알아들으셨습니다.
흐음, 저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데
굳이 모델 일을 한다고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되고.
<승호> 혹시 제가 하는 모든 활동에 영향을 주는 식인가요
<지운> 아닙니다. 편집을 한 영상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궁금해하시는 것은 다른 모델 일과 겹치지 않느냐를 물어보시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승호> 네, 뭐 그렇죠.
<지운> 겹치지 않으니 원하시는 대로 활동하셔도 됩니다. 단 하나. 다른 게임의 모델은 안 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하는 게임이 로스트 스카이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한참 동안 여러 세부 사항을 알려줬는데 추가 사항은 메일로 보내주는 것으로 설명을 끝냈다.
<승호> 바로 확답을 못 드리겠네요. 여기저기 상의도 해봐야 하고.
<지운>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좀 많이 시달려서요. 안 그래도 일이 정말 많은데…… 승호씨 저 솔직히 죽을 것 같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은 언제 봐도 파김치구나.
괜히 짠하네.
갑자기 유혜선 팀장이 카페에서 꾸벅꾸벅 졸던 것이 생각났다.
<지운> 한 마디만 더 드려도 될까요
<승호> 뭐, 괜찮습니다만.
<지운> 제발, 게임 좀 살살 해주세요. 저희 팀 애들 전부 과로로 실려 갔어요……. 링거 맞고 일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앞으로 정말 꼭! 잘 좀 부탁드립니다…….
***
안지운 팀장과는 그렇게 통화가 끝이 났다.
아,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네.
원래라면 왜 매번 패치를 그따위로 하냐고 따지려고 했었는데…….
애절함과 간절함이 구구절절 섞인 목소리를 들으니까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
뭐, 어쩔 수 있나.
저렇게 말해도 생각나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누구 사정 봐 줘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이쪽도 사활을 걸고 싸우는 중이다.
일단 재중이 형에게 연락했다.
이런 쪽으로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내 이야기를 한참 듣고 메일을 확인한 재중이 형이 바로 대답해줬다.
<재중> 조건 좋네. 이렇게 이쪽이 유리한 조건 달기도 힘든데 너무 계약이 괜찮아서 숨겨진 조항이 있나 걱정될 정도로.
<승호> 그래요
<재중> 압도적으로 네 쪽이 좋은 계약이야. 하긴, 너 잡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겠지만. 자세한 건 내가 아는 변호사 연락해서 알아봐 줄까 너 아는 사람 있으면 그쪽으로 하고.
예전부터 몇 번 도움을 받았던 변호사가 있기는 하다.
뭐, 굳이 형이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
<승호>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재중> 좀 걸릴 거야. 어차피 바로 될 일도 아니고.
<승호> 그 정도야 뭐.
<재중> 이제 공성전 준비하자.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고. 오우거 로드도 진짜 예상외였어.
<승호> 결과적으로 좋았잖아요.
<재중> 그렇지. 한숨 자고 접속해. 나도 좀 자야겠다. 요즘 일이 너무 많네.
<승호> 네, 나중에 봐요.
***
간만에 푹 잠들고 난 뒤 일어나보니 저녁 시간대였다.
요즘 낮과 밤이 뒤바뀐 것 같다.
이것도 몸에 안 좋다는데 어떻게 바꿀 수가 없네.
그저 점검 시간에 맞춰서 낮과 밤이 오갈 뿐.
유혜선 팀장에 짜준 식단으로 차려 먹고 난 뒤 접속을 시도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생겨 버렸다.
《 현재 필리언 서버의 대기 인원이 42만 5234명입니다. 다른 서버로 접속하시겠습니까 》
뭐
다시 손을 휘저어 서버 목록으로 돌려보냈더니.
『 필리언 서버 - FULL 』
『 르반트 서버 - FULL 』
『 아르쉴라 서버 - 매우 혼잡 』
『 포르네 서버 - 매우 혼잡 』
총 14개의 서버가 전부 풀이거나 매우 혼잡으로 변해 있었다.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다시 필리언 서버로 접속했다.
《 현재 필리언 서버의 대기 인원이 42만 5257명입니다. 다른 서버로 접속 하시겠습니까 》
오히려 대기 인원만 더 늘어나 버렸다.
다른 서버도 이런가
FULL이 된 다른 서버를 눌러봤는데 우리 서버만큼 많이 몰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인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가 심각하네.
할 수 없이 VRS 커버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미친 거 아냐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접속이 됐는데 하루 만에 이게 말이 되나
혹시나 싶어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접속을 하지 않았다.
<승호> 형, 도저히 접속을 못 하겠어요.
<재중> 아, 나도 막혔다. 미치겠네.
<승호> 무슨 대기 인원이…….
<재중> 어제부터 방송으로 계속 때리던데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네.
<승호> 이러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겠네요.
정말 대기인원이 저 상태라면 VRS에 누워서 한숨 자도 접속을 장담할 수 없다.
하루만 뒤처져도 랭킹이 무시무시하게 따라잡힐 건데.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은 뼈아프다.
<승호> 다른 사람들은요
<재중> 네가 연락해 봐. 난 사장님 쪽 알아봐야겠다.
<승호> 네.
재중이 형과 연락을 마치자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승호> 종훈 형 접속 안 되죠
<종훈> 어, 너도 역시
<승호> 그렇죠 뭐.
<종훈> 우리 접속 시간이 저녁 타임과 맞물려서 그런가 보네. 나르샤도 접속 못 했고, 은하랑 아라도 뭐 안 봐도 뻔하겠지.
<승호> 이거 언제쯤 풀릴 것 같아요
<종훈> 글쎄. 보통 이러면 서버가 뻗지, 아마
<승호> 좀 더 기다려봐야겠네요.
<종훈> 은하하고 아라한테 연락해 봐.
그렇게 다시 은하하고 아라에게도 연락을 넣었다.
<은하> 저도 못 들어갔어요.
<아라> 저도요.
<승호> VRS 밖으로 나왔어
<은하> 아뇨, 그냥 누워 있었어요. 지금은 VRS 통화로 하고 있어요.
<아라> 저도요. 너무 누워 있었나 봐요. 허리 아파요…….
<승호> ……안 되겠다. 둘 다 그냥 나와.
<은하> 알았어요.
<아라> 네.
둘 다 VRS를 나오는지 통화가 바로 끊어졌다.
이거 아무도 못 들어갔네.
뭐 한 명만 따로 들어간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긴 하고.
어떻게 한다…….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중> 사장님은 들어가셨다네.
<승호> 그래요
<재중> 응, 게임 앱으로 연결해.
바로 통화를 중단하고 로스트 스카이 전용 앱으로 전환했다.
<카이저> 너희 둘 다 못 들어와
<주호> 네, 42만 명 대기에요.
<카이저> 어휴, 진짜냐 PC방 손님들 난리 났겠구나. 나가봐야 하나.
<불멸> 걔 있잖아요. 깐깐한 애. 알아서 잘 할걸요. 안에 상황은요
<카이저> 초보존은 난리지. 게임 초창기 보는 기분이구나. 바글바글해.
<불멸> 보고 괜찮은 애 있으면 좀 빼내 봐요.
<카이저>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은 불가능하고 좀 치고 올라온다 싶은 애들 중에 잡아야겠다.
<불멸> 길드 사냥터는요
<카이저> 접속 못 한 애들이 너무 많아서 엉망이지. 다른 길드도 마찬가지고.
안쪽도 혼란의 도가니군.
저 정도 대기인원이면 서버 내 접속 인원이 대거 물갈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존 인원에서 우리처럼 아예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상당수고.
이런 상황이 이틀에서 삼일정도만 지속 되도 랭킹이 뒤집힐지도 모른다.
<카이저> 아무래도 진짜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아마 다른 서버에서도 넘어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주호> 그래도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카이저> 많지. 난감할 정도로.
일단, 이건 우리 손을 떠난 문제다.
접속 자체가 안 되니.
칼이 아무리 좋아도 휘두르지 못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불멸> 할 수 없네요. 사장님 저희는 새벽에 들어가겠습니다. 설마, 그때까진 풀리겠죠
<카이저> 그래라. 난 들어온 길드원들 모아서 사냥터부터 복구해야겠다.
<불멸> 그럼 수고해주세요. 너도 그냥 쉬어. 혹시 모르니까 소리로 해놓고.
<주호> 네, 나중에 봐요.
재중이 형의 그 말을 끝으로 앱을 끊었다.
돈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구나.
이 정도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니.
괜히 대기만 하고 있으면 피곤하니까 은하와 아라에게도 일단 쉬라고 연락을 했다.
소파에 앉아 아까 못 봤던 TV를 틀어 게임 채널로 맞추었다.
그리고 때마침 홀쭉한 남자와 패널로 보이는 여자가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자가 눈에 익네.
누구였더라.
“안녕하세요. 유미입니다.”
아, 기억났네.
전에 우리 서버 공성전을 촬영했던 그 여자다.
먼저 남성이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접속이 안 된다고 하죠 ”
“네에, 아쉽게도요.”
“네, 저도 아쉽습니다. 유미양도 아시겠지만 바로 이 물건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화제의 아이템들이죠.”
그러면서 화면을 띄워 오우거 심장과 오우거 벨트 등을 차례대로 보여줬다.
“둘이 합쳐서 시가로 수십억을 넘어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루 종일 인터넷과 방송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네! 저도 봤어요. 그리고 바로 단 하루 만에 서버가 막혀 버렸답니다. 히잉.”
“하하, 유미 양도 아쉽겠습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이네요.”
“저도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워요. 요즘 너무 레벨업을 한다고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생생한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보셨겠지만요.”
그러면서 오우거 로드 레이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여주었다.
“여기서 드랍 물품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만 ”
“네, 줌으로 쭉 땅겨서 봤는데 아이템끼리 겹쳐서 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처음 보는 것이 대부분이구요.”
“그럼, 오우거 로드의 값어치가 더 높을 수도 있겠다는 말이군요.”
“네, 전 드랍된 물품들이 수십억 이상은 할 거라고 생각해요.”
“엄청나군요. 몬스터 한 마리가 수십억 이상이라니.”
“물론 추측이지만요! 방송에서 추측을 해도 되나요 ”
“아, 저흰 공영 방송이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실제로 템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으니까요. 저 역시 비슷하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네에!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몰리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저는 못 들어가요. 힝.”
“하하, 곧 풀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마침 새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신서버를 연다고 하는군요.”
“휴, 다행이다. 사람들이 좀 빠질 것 같아요.”
신서버
바로 공지를 확인해 보니 신서버를 연다고 되어 있었다.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했다.
<승호> 형, 곧 신서버 연다고 하네요.
<재중> 흐음, 그래 그래봐야…….
<승호> 뭐가 잘못됐어요
<재중> 아니다. 못 들어가는 건 똑같을 것 같다만.
응
그래도 못 들어간다고